2011년 9월호

“추석 연휴 끝난 뒤 회사 옮겨볼까?”

  • 임정우│㈜피플스카우트 대표 hunter@peoplescout.co.kr

    입력2011-08-19 17: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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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연휴 끝난 뒤 회사 옮겨볼까?”
    정년퇴직으로 직장생활을 마무리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공무원이나 공기업, 교직 등 일부 직종 종사자는 예외지만 평생직장의 개념이 ‘평생직업’으로 바뀐 지 오래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직은 누구나 한번쯤 거치는 통과의례가 됐다.

    최근 남녀 직장인 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취업포털 인크루트 설문)에서 응답자의 43.4%가 ‘올 하반기에 이직 계획이 있다’고 답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사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이런 고민을 한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전에는 ‘회사의 발전=나의 발전’이라는 인식 아래 회사에 충성을 하면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정년을 보장받는 평생직장 개념이 통했지만, 외환위기 이후엔 달라졌다.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떠나는 동료들을 지켜봤기에 머릿속은 복잡하다. 추석 명절이 되면 머릿속은 더욱 복잡해진다. 친척, 친구들이 모이면 대한민국의 정치·경제·외교 등 ‘100분 토론’을 시작으로 누구는 연봉이 얼마라느니, 주식투자로 ‘대박’을 터뜨렸다느니 하는 ‘생계’ 얘기가 뒤를 잇기 마련. 연휴 마지막 날, 귀경길 운전대를 잡은 직장인들 머리에서는 이 한 마디가 맴돈다. “이참에 직장을 옮겨봐.”

    경쟁력을 갖지 못하면 언제 밀려날지 모른다는 위기감 속에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이직은 늘 꼬리를 무는 물음표다. 당장 이직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인재시장에서 나는 어느 정도 대우를 받을 수 있는지’ 평가받고 싶은 마음도 있다. 요즘 기업의 경력자 채용은 예전처럼 별도의 시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상시모집과 수시모집으로 전환돼 가는 추세다. 이직 기간은 ‘연중무휴’이지만, 자칫 이직 횟수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특별히 경계해야 한다.

    ‘꼭 옮겨야 하나’ 묻고 또 물어라



    너무나 당연하지만, 후회 없는 이직을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수다.

    그렇다면 독자 여러분이 올해 이직을 꿈꾸는 10명 중 4명에 포함된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점은 옮기려는 회사 처지에서 나를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직장인은 ‘커리어(경력) 발전을 위해’ ‘회사의 비전’ ‘상사나 동료 직원과의 불편한 관계’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아서’ 등을 이직 사유로 들지만, 더 솔직한 표현은 ‘연봉 상승’에 무게를 두고 있다. 자신의 전문성을 가치로 인정받고,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더 나은 대우를 받고 싶은 게 주된 이유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기업은 인재를 볼 때 대리·과장급은 직무의 전문성을, 관리자급은 조직을 원만하게 이끌 화합형 리더십을 중시한다. 따라서 기업이 경력자를 채용할 때는 ‘이 사람이 우리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직무의 전문성), ‘장기 근속할 사람인가’(인성·성실성)를 최우선으로 본다.

    또한 중소기업에서는 여러 직무를 ‘핸들링’ 할 수 있는 멀티형 인재(generalist)를 선호하고, 중견기업 이상에서는 멀티형보다는 한 분야의 전문성 있는 인재(specialist)를 선호한다.

    필자가 대표로 있는 서치펌에 인재 채용을 의뢰하는 회사 중에는 ‘3회 이상 이직자는 추천받지 않겠다’는 곳이 많다. 그러므로 경력자들은 이직을 최소화하는 게 좋다. 어쩔 수 없이 이직한다면 이번이 마지막 직장이라는 생각으로 임하고, 최대한 시행착오를 줄여야 한다. 잦은 이직은 직장생활의 수명을 단축한다.

    최근 기업 인사담당자 42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경력사원을 채용할 때 입사지원서에서 가장 주의 깊게 보는 사항’으로 42.9%가 ‘이직 횟수 및 근속기간’을 1순위로 꼽았다. 또 인사담당자 85.3%는 ‘이직이 잦았던 지원자가 새로 입사한 회사에서도 금방 퇴사한다’고 답했다. 근속기간을 비중 있게 고려하는 이유는 조기퇴사를 염려하기 때문이다. 평생직장의 개념은 사라져가고 있지만 한 곳에서 오래 근무할 수 있는 인재에 대한 선호도는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

    이직 성공 직장인 67.1% “후회한다”

    취업만큼이나 어려운 것이 이직이지만, 이직 관문을 통과하고도 많은 사람은 후회한다. 최근 취업포털 ‘사람인’ 설문조사 결과 ‘이직 후 후회한 경험이 있느냐’는 물음에 응답자(1409명)의 67.1%는 ‘후회한 적 있다’고 답했다. 이유는 △기업이 생각했던 것보다 부실해서(34.3%) △근무지, 복리후생 등 조건이 생각과 달라서(26%) △업무내용이 기대에 못 미쳐서(25.7%) △상사 및 동료와 업무 스타일이 맞지 않아서(24.1%) 순이었다.

    이직은 더 나은 삶을 위한 선택인 만큼, 현재와 이직 후의 득실에 대해 객관적으로 따져보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지금부터는 신중한 결정으로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한 ‘선배 이직자’들의 사례를 소개한다.

    지방 공과대를 나온 K씨는 대학 졸업반 시절 고민 끝에 중소기업에 입사했다. 대기업에 도전하기엔 ‘스펙’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스펙을 쌓느라 시간을 허비하기보다는 중소기업에 입사해 실무를 익혔다. 입사한 중소기업 D사는 자신의 전공인 반도체 관련 제조 전문회사였다. 그는 이 회사에서 반도체칩 개발 업무를 맡았고, 회사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빠른 시일 내에 지식과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물론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가 부러워 회사를 옮길까도 여러 차례 고민했다. 하지만 실력을 더 쌓아야 하고, 잦은 이직은 좋지 않다는 생각에 꾸준히 회사를 다녔다. 그러던 중 하이닉스반도체의 비메모리 부문을 분사해 출범한 회사로부터 입사 제의를 받았고, 그는 9년 만에 대기업 과장으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그가 스펙을 쌓기 위해 취업 재수를 했더라면, 다른 회사로 옮겼더라면, 능력 개발에 소홀했더라면 대기업 과장은 ‘그림의 떡’이었을 것이다.

    40대 초반의 J씨는 눈높이를 낮춰 재취업에 성공했다. 40대 초반인 그는 대기업 패션 유통회사 VMD(Visual Merchan-diser)로 근무하면서 자신의 사업에 대한 꿈을 키웠다. 그러던 중 승진에서 탈락하자 15년간 직장생활을 접고 사표를 냈다. 고향에서 인테리어 전문사업을 시작했지만 사업은 순탄치 않았고, 결국 다시 취업하기로 마음먹었다. 문제는 2년여의 공백기간보다, 예전 직장과 비슷한 규모의 회사와 연봉을 고집하는 게 걸림돌이었다. 필자는 J씨에게 “‘2년여 공백 기간이 있는데 예전 직장에서 받던 연봉과 대기업을 고집하는 건 자신의 현재 위치를 망각한 것”이라며 “같은 직종에서 꾸준히 일한 경력을 이용해 대기업으로 ‘점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필자의 말에 눈높이를 낮춘 J씨는 결국 인터뷰를 거쳐 중견 유통회사 마케팅부 차장으로 재취업했다. 연봉은 6200만원에서 4500만원으로 낮아졌지만, 일관된 경력관리를 한 만큼 J씨의 발전가능성은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이직자들이 알아야 할 구체적인 전략과 이직 시 가장 중요한 경력기술서 작성에 대해 살펴보자. 여기서 ‘전략’은 필자의 십수 년 경험과 기업체 이직 성공자들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했다.

    이직 전 고려사항

    1. 정말로 회사 내에서 방법이 없는가?

    이직을 하고자 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연봉에 대한 불만이나 회사 비전에 대한 고민, 열악한 근무환경, 상사 또는 동료와의 갈등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 시기에는 이직 원인을 회사에서 해결할 방법은 없는지, 혹은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했는지 생각해야 한다.

    2. 이직을 통해 무엇을 이룰 수 있는가?

    새로운 직장에 가더라도 또 다른 복병은 있게 마련이다. 이직을 통해 내가 얻을 수 있는 것도 있겠지만 잃는 것도 있으므로 무엇이 최선인지, 그리고 무엇을 이룰 수 있는지를 냉정히 생각해봐야 한다.

    3. 철저히 준비, 또 준비

    자신의 전문성을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이력서, 경력기술서 작성에 시간을 투자하고 꼼꼼히 준비하라. 그리고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떠나겠다고 결심했더라도 퇴사하는 날까지 맡은 업무와 동료들과의 인간관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최근 ‘평판조회’가 보편화하는 추세이고 그 기법 또한 과학적으로 전문화돼 있다. 공직자 청문회 정도는 아니지만 이직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이뤄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직 때 고려사항

    1. 이직 목적을 명확히 하라

    성공적인 이직을 위해서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이직의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직의 목적을 명확하게 하지 않고 막연하게 이직을 하면 후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이직 횟수를 최소화하라

    이직 횟수가 많은 사람은 서류전형에 불리한 게 사실이다. 헤드헌터들도 3회 이상 잦은 이직자에 대해서는 더욱 세심히 점검하고, 설령 서류전형에서 합격해 면접까지 간다 해도 면접관들이 회사를 옮긴 사유를 꼬치꼬치 묻는다. 그 과정에서 면접자의 이직 사유가 연봉인지, 상사나 동료와의 갈등인지, 근무환경에 따른 불만인지를 파악하는데, 이때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하면 결과는 뻔하다.

    3. 일관성을 유지하라

    회사는 경력자의 전문성을 중시한다. 동일 업종의 동일 직무 경력자를 1순위 후보자로 본다. ‘지그재그’형 경력 관리는 선호 대상이 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처지를 바꿔 생각해보라. 후보자가 기업 인사담당자라고 해도 지그재그형 인재를 채용하겠는가.

    4. 현실을 보지 말고 미래를 보라

    우선의 금전적 이익보다는 안정성과 미래가치를 봐야 한다. 연봉도 이직의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되겠지만 새로운 회사가 성장 동력을 갖고 있는 회사인지, 조직 내에서 자신의 역량을 맘껏 펼칠 수 있는지,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요소다.

    5. 이력서와 경력기술서(직무 경력서)를 활용하라

    경력자 채용 시 기업은 보통 이력서와 경력기술서를 요구한다. 이력서에선 지원자의 살아온 길을 본다. 따라서 이력서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다. 반면 경력기술서는 지원자의 상품가치(브랜드 가치)를 글로 표현하는 것이어서 기업에는 채용의 가장 중요한 판단근거가 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경력기술서를 제대로 작성하지 못해 능력이 뛰어난데도 채용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경력기술서는 능력을 검증하는 자료인 만큼 구체적인 경험을 토대로 작성해야 한다. 자신의 전문성을 효과적으로 부각하는 자료이기 때문에 시간을 갖고 공들여 작성해야 한다. 여러 지원 서류 중 그 사람의 인성과 자세를 가늠해볼 수 있는 서류이기도 하다. 작성할 때는 단순 나열식보다 전 직장에서 수행한 프로젝트 경험과 프로젝트별 완수 방법, 자신의 역할 등을 솔직하면서도 구체적으로 기술한다. 특히 자신의 역할에 따른 매출 증가액 등 수치화할 수 있는 부문은 수치로 표현하는 것이 신뢰감을 높인다. 다음의 ‘경력기술서 작성 포인트’와 ‘작성예시’는 하반기 성공 이직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추석 연휴 끝난 뒤 회사 옮겨볼까?”
    경력기술서 작성 포인트

    ◎ 경력기술서 앞면에 ‘핵심역량’을 반드시 적어라.

    ◎ 후보자의 눈높이가 아닌 서류 평가자의 눈높이에 맞춰라.

    ◎ 가끔 엑셀 파일 또는 PDF 파일로 제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금물이다. 반드시 워드 또는 한글 파일로 작성하라(회사 양식이 있을 경우 반드시 회사 양식으로 작성).

    ◎ 최근 경력(프로젝트)순으로 작성하라.

    ◎ 읽기에 편안한 글씨체, 포인트(보통 12~14p)로 단락을 지어 작성하라.

    ◎ 성공한 프로젝트를 부각하라.

    ◎ 채용할 회사가 원하는 직무 중심으로 작성하되 자신의 강점과 연계성을 부각하라.

    ◎ 반드시 회사별 이직사유를 명확히 기재하라.

    ◎ 홍보, 기획, 디자인 등 경력기술서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직무 분야는 반드시 포트폴리오를 압축파일로 첨부하라.

    ◎ 구체적 수치를 적어라. 믿음을 준다.

    ◎ 지원동기 및 입사 후 회사에 얼마나 공헌할 수 있는지를 명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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