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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비밀을 푸는 자가 경제를 지배한다”

세계 뇌 과학 선두주자 예일대 이대열 교수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뇌의 비밀을 푸는 자가 경제를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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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비밀을 푸는 자가 경제를 지배한다”

예일대 신경생물학과 이대열 교수와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 조장희 소장이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에서 만났다.

“전전두피질 내 뉴런은 주스의 양뿐 아니라 주스가 제공되는 시간도 같이 정보처리를 합니다. 1~2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원숭이 전전두피질 내에서 엄청난 계산이 발생합니다. 그 결과 뉴런이 수천 가지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판단해 선택하는 거예요. 정말 신기하죠?”

뇌 과학으로 투자성향 파악

인간 역시 ‘시간 간 선택’을 한다. 가장 좋은 보상은 돈이다.

실험 대상자에게 제안한다. 1만원과 2만5000원이 있다. 1만원을 선택하면 지금 바로 100% 준다. 하지만 2만5000원을 선택한다면 동전 앞면이 나오면 2만5000원을 주고 뒷면이 나오면 주지 않는다.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통계학에 나오는 ‘기대치’(경제학에서는 ‘기대 효용’)란 개념을 따지면 1만원의 기대치는 1만원, 2만5000원의 기대치는 1만2500원이에요. 50% 확률로 돈을 받으니까요. 단순히 기대치만 비교하면 2만5000원을 선택하는 게 더 합리적입니다. 그런데 모든 실험 대상자가 꼭 2만5000원을 선택하는 건 아니에요. 인종, 재산 수준, 성별 등에 따라 결과가 다릅니다. 저는 뇌가 어떤 과정을 거쳐 이런 계산을 하는지, 뇌의 움직임을 연구합니다. 더불어 리스크에 대한 사람의 성향도 파악하죠.”



‘시간 간 선택’과 ‘리스크에 대한 태도’에 따라 사람을 분리할 수 있다.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사람은 ‘리스크 선호(risk preference)’, 주가가 뛸 가능성이 높아도 펀드나 직접투자보다 적금을 선호하는 사람은‘리스크 반대(risk obverse)’, 반면 리스크를 추구하는 것 같지만 기대치에 영향도 많이 받는 사람은 ‘리스크 중립(risk neutral)’ 성향이 있다. 이는 경제학, 특히 투자학과 관계가 깊다.

“모든 사람이 보험사를 차리거나 혹은 공격적 주식투자를 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전전두피질의 역할을 파악하면 사람의 투자 성향을 파악할 수 있죠. 어디에 투자할지 고민하는 것 자체가 ‘시간 간 선택’이기 때문에, 이 분야를 연구하면 경제 컨설팅 연구에도 상당히 도움이 되죠.”

8월6일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추면서 한국 경제가 큰 타격을 입었다. 8일 코스닥이 10% 이상 폭락하면서 거래를 잠시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했다. 8월8일에는 장 중 한때 코스피지수가 1684.68포인트까지 떨어지면서 위기감이 감돌았다.

‘시간 간 선택’ 비밀 알면 정신병 치료도

하락장을 주도한 것은 개미투자자였다. 공황 상태에 빠진 개인들이 8월8일 하루만 7000억원 넘게 주식을 팔아치우며 투매 행렬에 동참했다. 시장에 손절매(추가 손실을 막기 위해 손해 보고 파는 것) 물량이 쏟아졌다. 상당수 전문가는 개미투자자들에게 지금 투매하지 말 것을 권고했지만 이 조언은 통하지 않았다.

“행동 경제학에 ‘손실혐오(lose aversion)’란 개념이 있어요. 사람은 이익을 추구하는 것보다 손실을 피하려는 성향이 더 강해요. 1만원을 얻는 건 크게 생각 안 해도, 갖고 있던 1만원을 잃는 건 끔찍하게 생각하는 겁니다. 개미투자자들의 반복적인 손절매 행태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는 신경정신병 역시 ‘시간 간 선택’의 오류에서 온다고 주장한다. 즉, ‘시간 간 선택’의 비밀을 알아내면 정신병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원치 않는 생각에 사로잡혀있고 한 가지 행동만 계속 반복하는 ‘강박장애’는, 오지도 않을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생기는 거예요. 지금 손은 깨끗한데 언젠가 손에 세균이 번식해 바이러스에 감염될 거란 강박 때문에 반복적으로 손을 씻는 거죠.

반면 ‘우울증’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어 생기는 거예요. ‘약물중독’ 역시 미래를 고려하지 않은 채 현재의 쾌락만 좇는 거죠. 뇌 연구를 통해 ‘시간 간 선택’ 장애를 파악하면 이런 질병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후회는 인간을 발전시킨다

또 하나, 그가 주목하는 것은 후회(regret)다. 그는 “후회란 인간이 갖는 가장 고차원적인 감정”이라고 말했다.

“후회와 실망(disappointment)은 다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자장면 마니아인데, 기대만큼 자장면 맛이 없었다면 ‘실망’하죠. 그런데 예상과 상관없이, 자장면을 다 먹고 난 후 옆 사람이 먹는 걸 보면서 ‘아, 짬뽕을 먹었다면 얼마나 맛있었을까. 짬뽕 먹을 걸 그랬다’ 생각하는 건 ‘후회’입니다. 인간의 삶은 후회를 거듭하며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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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기자│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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