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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김승호의 약초 이야기 ⑤

이름만 좋은 하눌타리? 난치병 치료에 특효!

이름만 좋은 하눌타리? 난치병 치료에 특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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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좋은 하눌타리? 난치병 치료에 특효!

하눌타리는 담을 치료하는 약재로 많이 쓰인다.

머루를 닮은 개머루나 다래를 닮은 개다래처럼 과루실도 수박이나 참외를 닮았지만 식용할 수 없는, 빛깔만 좋은 개살구다. 그런 이유로 민간에서 흔히 ‘개수박’또는 ‘쥐참외’라고 한다. 기침이나 해수에 좋다고 서너 개 따다 말려두는 이들이 간혹 있을 뿐 다들 하찮게 여긴다. 겨울에 먹을 게 없는 새들이나 쪼아 먹도록 내버려둔다.

그래서 나온 속담이 하나 있다. ‘이름만 좋은 하눌타리’다. 겉모양새나 이름은 그럴듯한데 실속이 없다는 뜻으로 쓰인다. 하지만 하눌타리를 이렇게 개살구 취급하는 것은 몰라도 너무 모르는 소치다. 열매와 뿌리, 잎까지 현대의학으로도 안되는 난치병을 치료하는 데 없어서는 안될 귀중한 약재다.

‘언제 쓰자는 하눌타리냐’라는 속담도 있다.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말과 비슷하다. 좋은 것을 가지고 있어도 무식해서 쓰지를 못하는 답답한 인간을 비꼬는 말로도 쓴다.

한의학에 ‘십중구담(十中九痰)’이라는 말이 있다. 10가지 병 중 9가지가 담병(痰病)이라는 뜻이다. 흔히들 신체의 어느 부위에 심한 근육통이 왔을 때 담이 결린다고 하거나 눈 아랫부분이 거무스레해지는 증세인 ‘다크 서클(dark circles)’이 있으면 담이 많다고 한다. 탁한 가래가 많은 침을 뱉을 때도 담이 성하다는 말을 쓴다. 이 정도가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담의 용례다.

심장 부위가 아프면서 등짝이 쩍 벌어질 듯한 증상이나 명치끝이 답답해지고 툭하면 체하거나 속이 메스껍고 토하고 위와 장이 굳어져 온몸이 아픈 것, 머리가 어지러워 갑자기 혼절하는 증상도 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담이란 단어가 붙은 한의학적 질병 명칭은 수십 가지가 넘는다. 그러나 담이란 말은 서양의학에는 없는 개념이다. 그래서 현대인은 잘 이해하지 못한다.



하눌타리는 이 담을 치료하는 약재의 하나다. 그런데 과거에도 이 하눌타리가 어떤 병에 쓰이는지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던 듯하다. 조선 중기의 실학자 홍만종의 ‘순오지(旬五志)’에 실린 이야기다. 담병에 걸려 눕지도 앉지도 못하고 고생하던 어떤 이가 이 하눌타리를 따다 그냥 벽에 걸어두고만 있었다. 어느 날 그 집에 놀러 왔던 사람이 보고 말했다. “당신은 담을 앓으면서 왜 저 하눌타리를 안 쓰고 걸어놓기만 하고 있는 거요?” 그제서야 병자가 화들짝 놀라며 “아니, 저게 담을 치료하는 데 좋다는 거요?” 하고 반문했다. 여기서 ‘언제 쓰자는 하눌타리냐?’ ‘어디에 쓰자는 하눌타리냐?’라는 속담이 생겨났다고 한다. 기침이나 해수에 좀 쓸 요량으로 걸어두었지만 담으로 인해 생긴 흉비와 결흉 같은 어려운 병증을 고치는 약인지는 몰랐던 모양이다.

‘명의별록’이나 ‘동의보감’ 등 옛 의서에 나오는 하눌타리의 효능은 다음과 같다. 흉비(胸痺)를 낫게 한다. 심과 폐를 윤택하게 하고 손발의 거친 주름을 없앤다. 피를 토하는 증상과 사혈장풍(항문으로 피를 쏟는 것으로 오래된 치질 등에서 많이 보이는 증상), 숨이 차고 담이 있는 기침(痰喘)과 결흉(結胸)을 낫게 한다 등이다.

담으로 인한 흉비에 큰 효과

흉비는 담음이나 어혈 등으로 인해 가슴이 그득하면서 얼굴이 붓거나 숨이 차고 아파서 반듯이 눕지 못하는 병이다. 가슴이 막히고 흉부의 통증이 심해져 등까지 통증이 뻗치는 증상을 동반한다. 이를 심통철배(心痛徹背)라고 한다. ‘금궤요락’의 과루실을 이용한 처방을 보면 천식 기침 가래 호흡촉박 등 증상과 함께 대부분 심통철배를 기술하고 있는데, 임상에서도 대부분 격렬한 통증 때문에 호흡할 때 가슴과 등이 빠개질 듯하므로 숨조차 쉬기 어렵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에서는 이 흉비를 현대의학의 협심증이나 관상동맥성 심질환 또는 이와 유사한 병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필자도 이런 증상을 치료해본 일이 꽤 있는데 이때 과루실이 꼭 쓰인다. 물론 과루실 한 가지만 쓰는 것은 아니다. 증상에 따라 반하나 혜백, 황련, 지실 등의 약재가 배합되는데 과루실이 주된 역할을 한다. 이 과루실이 들어간 처방들은 그 효과가 너무 드라마틱해 하루 이틀 만에 병이 호전되는 경우가 많았다. 한약은 효과가 더디다는 속설과 달리 그 신속한 치료효과에 환자도 놀라고 의사도 놀란다.

결흉은 명치끝이 그득하니 아프고 가슴이 이유 없이 두근거리며 속이 쓰리고 신물이 오르기도 하며 상열감이 있는 증상이다. 예의 심통철배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에 따라선 가슴이 터질 듯이 답답하고, 계단을 오르거나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어지럽기도 하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끊이질 않고 식생활이 불규칙한데다 외식이 잦은 현대인에게 흔한 증상이다. 양의학은 속 쓰리고 신물이 자주 오르는 증상을 보고 역류성식도염 등으로 진단해 제산제와 진통소염제, 소화제 등을 쓰지만 증상이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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