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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떠나면 속 시원할 텐데 왜 우리를 찾나?”

탈남(脫南)하는 탈북(脫北)자들

  • 김유림 기자 | rim@donga.com

“우리가 떠나면 속 시원할 텐데 왜 우리를 찾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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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떠나면 속 시원할 텐데 왜 우리를 찾나?”

탈북자들은 ‘신자유주의 흐름’에 따라 한국에서 다시 영국 등 서양으로 떠난다. 사진은 영국 템스강 타워브릿지.

그러나 실제 한국 생활은 방송 드라마에서 봤던 것과 너무나도 다르다. 드라마에서 봤던 멋진 집과는 너무나도 다른, 소형 임대아파트에서 살게 된다. 정착금을 받을 때도 “한국에도 못사는 사람이 많은데 왜 너희에게 돈을 주느냐”는 눈총을 받는다. 주민등록번호는 하나원이 소재한 경기도 안성을 기준으로 주어지기 때문에, 대부분 ‘125’‘225’다. 중국에 여행 갈 때 비자가 안 나오기도 한다.

학교에 가서도 북한 출신이 아닌 척 가장한다. 서울 말씨를 흉내 내고 누군가 고향을 물으면 “북한 출신이 아니라 강원도 출신”이라고 손사래친다. 탈북자라는 이유로 같은 일을 해도 임금을 늦게 받거나 적게 받는다. 탈북자가 사는 아파트는 집값이 떨어진다며 탈북자의 전입을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아파트 내에 걸리기도 했단다.

방송 드라마에 나오는 부자들처럼 되기 위해서는 돈 많이 버는 의사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한국에 와서 처음 알파벳을 배운 사람들은 고등학교 검정고시도 어렵다. 무한한 자유가 혼란스럽다. 선택보다 주어진 조건에 익숙하던 터라, 매순간 선택은 구속만큼 어렵다.”

탈북자들은 한국으로 건너오면서 ‘역사와 언어를 공유하는 한민족과 더불어 살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기대는 좌절로 바뀐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찢어진 청바지 입고 노란 머리 염색한 사람이 너무 많은 거예요. 분명 생김새는 동양인인데…지하철에 여자가 앉아 있고 남자가 서 있는데 여자가 ‘야 힘들지, 네가 자리에 앉아. 내가 네 무릎에 앉을게’ 하면서 남자가 자리에 앉고 여자가 무릎에 앉는 거예요. 지하철에서. 노인들도 다 보고 있는데….”(김하늘, 2004년 한국 입국)



이밖에 통일에 대한 인식 차이, 북한 말씨에 대한 거부감,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탈북자의 한국 정착을 어렵게 한다. 경제적 불안과 빈곤도 문제다. 2007년 탈남해 영국에 정착한 유재우(가명)씨의 말이다.

“한국 사람도 월급 제대로 받으면서 애 하나 키우기 힘들잖아요. 저희들도 그런 게 보이잖아요. 그 사람들이랑 나랑 비교하면 진짜 어려운 거죠. 그러니까 앞길이 캄캄하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2009년 탈북자 실업률은 8.7%다. 2005년 27%에 비해 크게 낮아졌지만 실제 내용은 그렇지 않다. 탈북자의 비정규직 비율이 갈수록 오르고 있고 1년 미만 근무가 전체 고용의 70%를 차지한다. 많은 탈북자가 한국 고용시장에서 불평등을 경험했다.

“처음 식당일 했어요. 주방보조 하는데 북한에서 왔다고 하면 싫어할까봐 중국 동포라고 했는데, 사장님이 신문 광고에는 120만원 준다고 해놓고 110만원 주는 거예요.” (김정희, 가명, 2002년 한국 입국)

“아빠가 북한에서 대학을 나오셨는데 이력서에는 남한 출신으로 ‘40년간 농장에서 근무’라고 쓰는 거예요. 북에서 아무리 능력이 있었어도 이게 현실인 거예요.” (최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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