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 아들 시형씨 명의로 사들인 서울시 서초구 내곡동 부지.
내곡동 사저 건은 이 대통령 측이 퇴임 후 사저 용도로 서울 서초구 내곡동 20-17번지 일원의 땅을 아들 시형씨 명의로 지난 5월 11억2000만원에 매입한 것을 둘러싼 의혹이다. 민주당과 일부 언론은 10월 초 청와대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가 열리는 즈음에 이를 폭로했다.
대통령의 내밀한 정보 어떻게 샜나?
우선 ‘부동산 거래와 같은 대통령 일가의 내밀한 사적 정보가 어떻게 외부로 알려지게 됐느냐’는 의문이 나올 수 있다. 더구나 여권의 운명을 가를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코앞에 두고서 말이다. 야당과 일부 언론이 서울 경기 일대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다 떼어보지 않는 이상 대통령 일가와 청와대가 어디에 어떤 땅을 샀는지 스스로 알아내기는 어렵다. 서울 경기의 등기부등본을 다 보는 건 몇 년이 걸릴 일이다.
최근 여권 인사 A씨는 “청와대 관계자를 만나서 들은 이야기”라면서 “내곡동 건을 외부에 알려준 소스(source)는 청와대 모 인사다. 그가 민주당에 내곡동 정보를 줬다”고 밝혔다. 다음은 A씨의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의 말이, 청와대 모 인사가 민주당에 내곡동 애드벌룬을 던졌다는 것이다. ‘대통령 흠결을 지금 다 털고 가자, 12월 전에 끝내자’는 차원에서. 이 인사는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의도와 다르게 선거철과 맞물리면서 걷잡을 수 없이 커지더라는 거다. 청와대 관계자가 ‘바보 같은 짓이었다’고 비난하더라.”
여러 여론조사에 따르면 내곡동 사저 건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범야권 박원순 후보를 맹추격해 한때 지지율에서 앞서기도 했던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에게 타격을 안겼다. 나 후보 선거 패배의 첫 번째 내지 두 번째 원인으로 꼽힌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 인사가 다른 사람도 아닌 대통령에 치명상이 될 정보를, 그것도 중요 선거를 앞두고, 야당에 준 것이 사실이라면 동기와 관련해 여러 해석이 나올 법하다. 특히 여권 내부에서 청와대에 대한 불만과 의구심이 커질 수도 있는 사안이다.
내곡동 사저 건과 관련해 민주당에선 백재현, 이용섭, 이윤석, 홍영표 의원이 ‘공격수’로 활동해왔다. 그러나 취재 결과 내곡동 건을 총괄지휘한 쪽은 민주당 고위 당직자인 B의원이었다. 특히 사건 초기엔 B의원이 관련 자료를 확보한 뒤 공격수 의원들에게 배분해주는 식이었다. 그러나 B의원 본인은 내곡동 건에 전혀 나서지 않았다. 정말 청와대가 내곡동 정보를 민주당에 준 것인지를 B의원 측에 확인해 봤다.
구두로 “내·곡·동”

이명박 대통령
“지난해까지 이 대통령은 퇴임 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29번지 사저로 돌아간다는 계획이었다. 그래서 국회는 논현동 사저 인근 경호시설부지 매입 용도로 예산을 배정해줬다. 최근 B의원은 청와대에 그 예산이 어떻게 집행되는지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경호시설용 부지를 샀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당연히 논현동 일대 땅을 샀거니 했는데 논현동이 아니라는 거다. 그럼 어디냐고 추궁했다. 청와대는 요지부동으로 답변을 거부했다. 그쪽이 이야기를 안 해주면 알아낼 방법이 없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청와대 한 관계자가 문서로는 답변해줄 수 없으며 구두로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곡·동’이라고 딱 세 마디를 일러주는 것이었다.”
내곡동 공격수로 활동한 민주당 의원의 D 비서관은 “내곡동으로 지역이 특정되면서 며칠 만에 시형씨 명의 땅을 찾아냈다. 초기에 내곡동 땅 의혹을 보도한 일부 기자가 우리와 공조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