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어농리 일원에 만들어지는 남이천IC는 박 의원의 주장처럼 2004년경부터 여러 차례 설치가 불가하다는 판정을 받았던 곳이다. 허가를 맡은 한국도로공사는 2002~ 2003년에 “거리단축 효과가 미미하고, 경제적 타당성도 부족하다”는 이유로, 2005~2006년에도 “경제적 타당성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2007년에도 “IC 배치기준에 부합하지 않고 세력권 인구가 적어 경제성·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불가판정을 내린 바 있다. 2009년 7월에도 “제2 경부선 건설에 따라 중부선 교통량의 30%가 감소된다”며 비용편익비율이 기준에 미달해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도로공사는 지난해 8월27일 이천시가 같은 요구를 재차 신청하자 일주일 만인 9월3일 허가 승인을 내줬다. 그런데 여기서 석연치 않은 대목이 발견됐다. 일단 2009년에는 3867대라고 했던 남이천IC의 1일 예상교통량이 1년 만에 6233대로 2배 가까이 늘어나는 것으로 돼 있다. 2만명 수준이라던 IC 이용 예상인구 역시 1년여 만에 12만2869명으로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의원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어떻게 1년 사이에 교통량이 2배 가까이 늘고, 세력권 인구가 6배로 늘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 결국 남이천IC를 통해 대통령 퇴임 후 성묘 가는 길을 편하게 하기 위해 타당성 없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 남이천IC 인근의 부동산 관계자들은 “남이천IC 설치문제는 이 정부가 들어선 이후 상당히 현실화되고 있었다”고 말해 궁금증을 키운다. 설치 불가 결정이 났었지만 이 정부가 들어선 이후 뉘앙스가 상당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실제 2009년 7월 작성된 한국도로공사의 ‘남이천 나들목 설치검토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도로공사의 입장이 다소 변화한 것을 알 수 있다. 자료에는 2008년 7월 도로공사가 이 사업을 검토하면서 “서울-세종 간 추진여부 확정시까지 보류 결정”이라고 돼 있다. ‘무조건 안 된다’던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2009년에는 국토해양부가 도로공사에 검토를 지시하기도 했다. 그전에는 없었던 조치였다. 이천 지역의 한 부동산업자는 “이미 2008년경부터 남이천IC 설치는 시간문제라는 얘기가 나왔었다. 그때부터 부동산 가격이 움직였다”고 말했다. 현재 이상득 의원 일가가 경기 이천시 송갈리와 주미리 일대에 보유하고 있는 영일울릉목장 등 부동산은 이 대통령의 선영을 포함해 대략 36개 필지에 49만8262㎡ 정도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박 의원이 의혹을 제기한 이후 이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과 함께 중요한 정치이슈로 떠올랐다. 야당에선 “국정조사를 요구하겠다”는 주장까지 나올 정도였다. 논란이 일자 국토해양부는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남이천IC를 1차 건의(2008년 11월)했을 때 경제성 부족(B/C=0.87) 등의 이유로 향후 주변개발 여건변화 등을 보아가며 재협의하기로 했으며, 2차 신청(2010년 8월)시 그간 주변개발 여건변화 등으로 경제성이 확보(B/C=1.03)되었고, 이천시에서 IC 설치비용(272억원) 전액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10월10일 허가했다.”
이상득 의원 측도 남이천IC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선영에 1년에 두 번 가는 데 이를 위해 IC를 만들면 나라가 망한다. 더욱이 서이천 나들목에서 선영까지의 거리는 7㎞지만 남이천 나들목을 거쳐 선영까지의 거리는 15㎞라 더 멀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 의원의 설명은 사실과는 다소 달랐다. 현장을 확인한 결과, 이 대통령의 선영에서 서이천IC까지의 직선거리는 약 8~9㎞였지만 남이천IC까지는 채 2~3㎞가 안 됐다.
효성그룹 3형제 소유
이상득 의원 가족이 소유한 이천시 호법면 송갈리에 위치한 영일울릉목장
골프장을 짓고 있는 기업은 효성그룹의 계열사인 두미종합개발이다. 이 회사는 2009년 8월 골프장을 착공해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와 있는 두미종합개발의 최근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1997년 7월15일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에 회원제골프장 운영업과 종합관광 휴양지 개발 및 운영업을 영업목적으로 해 설립된 이 회사는 2008년 2월5일 골프장 사업계획을 승인받았고, 2009년 8월25일 착공계를 제출한 것으로 돼 있다. 두미종합개발과 효성 측은 “현재 두미CC는 토목과 코스 공사가 거의 마무리된 상태이며 조경 등 마무리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내년 말(9~12월) 골프장을 오픈(시범라운딩)할 예정이다. 그러나 아직 정확한 일정은 나오지 않았다. 회원권 판매시기도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두미종합개발은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차남 조현문씨와 삼남 조현상씨가 각각 49.16%(29만5000주)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회사다. 장남인 조현준씨가 나머지 지분(1.68%, 1만주)를 가지고 있다. 완벽한 효성그룹 3형제 소유의 회사인 셈이다. 이 회사가 처음 설립됐을 당시에는 장남인 조현준씨의 지분(50%)이 가장 많았다. 동생인 현문, 현상 형제의 지분은 각각 25%였다. 그러나 2006년 12월 유상증자를 실시한 후 이들의 지분관계는 지금과 같이 바뀌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은 이들과 사촌지간이다. 조석래 회장의 큰아들인 조현준 사장은 지난해 ㈜효성의 미국 법인인 효성아메리카의 자금 100만달러를 빼돌려 미국에서 부동산을 구입한 사실이 인정돼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0억여 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영일목장보다 가깝다
흥미로운 것은 두미종합개발이 골프장을 짓고 있는 이 부동산이 원래는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의 아들들이 가지고 있던 부동산이라는 점이다. 두미종합개발은 2006년 12월 조씨 형제들로부터 이 골프장 부지를 사들였다. 당시 두미종합개발은 현준-현문 형제로부터 68만641㎡(20만6000여 평)를, 효성그룹 임원 출신이면서 두미종합개발 등기이사인 최OO씨에게서 1만2298㎡(3700여 평)를 사들였다. 두미종합개발은 조씨 형제에게 토지대금으로 총 352억여 원을 지불한 것으로 되어 있다. 조씨 형제들로부터 부동산을 매입한 직후 두미종합개발은 해당 토지를 담보로 은행에서 660억원을 빌렸다. 이 돈은 토지대금으로 조씨 형제에게 지급된 것으로 보인다. 두미종합개발은 자본금이 30억원에 불과한 회사다.
남이천IC 허가는 이 골프장과 인근 지역의 부동산 가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공사 중인 두미CC의 부동산 가치가 아주 가파르게 상승했다. 두미CC에 포함된 부지인 이천시 모가면 두미리 산40번지의 경우, 조씨 형제가 땅을 두미종합개발에 매각한 직후인 2007년 1월에는 공시지가가 ㎡당 1만4000원이었던 것이 남이천IC 허가가 난 직후인 올해 1월에는 2만4000원으로 4년 만에 70%가량 뛰었고, 같은 두미리 산70번지의 경우 2007년 1월에는 7060원이었던 것이 올해 초에는 2만4000원으로 같은 기간 3배 이상 폭등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두미리 산34번지도 2007년 9240원에서 2011년에는 2만4000원으로 공시지가가 두 배 이상 상승했다. 특히 남이천IC가 허가나기 직전인 2009~2010년 사이 이들 부동산의 공시지가가 많이 올랐다. 남이천IC 설립이 지역주민들이 모여 만든 추진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2007~2008년경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남이천IC 건설의 기대효과가 부동산에 반영된 결과라고 추정할 수 있다.
두미종합개발이 공시한 자료도 이를 보여주는데, 두미종합개발이 보유한 골프장 부지의 전체 공시지가는 2007년 55억여 원에서 2010년 말에는 215억원으로 무려 4배 가까이 폭등한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두미종합개발이 밝힌 부동산의 장부가액은 2007년 504억원에서 2010년 610억원으로 큰 변동이 없었다. 취재 도중 만난 이 지역의 한 부동산 업자는 “매매가 활발한 것은 아니지만 이 지역 부동산의 호가가 많이 올랐다. 남이천IC의 영향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혜택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인근의 골프장들이다. 특히 위치가 가까운 골프장들이 얻을 유무형의 이득은 상당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박기춘 의원이 국회에서 의혹을 제기했던 이상득 의원 일가 소유의 영일울릉목장의 경우, 지난 몇 년간 부동산 공시가격에는 큰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남이천IC 건설이 결정된 이후에도 공시지가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영일울릉목장이 들어서 있는 이천시 호법면 송갈리 산 31번지의 경우 2007년 공시지가가 1만2000원이었지만 올해 초에는 오히려 1만1400원으로 떨어졌으며, 송갈리 산35-1의 경우 2007년 1만500원에서 올해 초 1만900원으로 거의 변동이 없었다. 이상득 의원 일가 소유의 부동산은 대체로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최대 수혜자는 골프장
이천시는 지난해 남이천IC 허가를 요청하면서 “공사비를 이천시가 전액 부담하겠다”고 밝혔고, 이는 남이천IC 설치 허가가 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국도로공사는 검토 자료에서 “남이천 나들목 설치에 따른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나 이천시에서 남이천 나들목 설치비용 전액을 부담할 경우 영업채산성이 높게 분석되어 수익성이 있다”며 설치를 조건부 허가했다. 남이천IC가 허가를 받는 데는 이 지역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결성해 활동한 남이천IC 추진위원회의 역할이 컸다. 추진위는 남이천IC로 혜택을 보는 인근의 기업체, 골프장 4곳을 일일이 다니며 공사비 부담 의향서를 받아 이천시에 제출했고 이천시는 이를 남이천IC 사업 추진에 요긴하게 활용했다. 특히 주변 IC 인근의 골프장들은 “남이천IC 신설로 혜택을 받는 만큼 돈을 낼 의사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남이천IC 인근에 위치한 비에이비스타CC의 한 임원도 “IC가 설치되면 인근 골프장들이 큰 혜택을 입는 것은 사실이다. 접근성이 아주 좋아진다. 그래서 남이천IC 추진위가 지난해 공사비 중 일부를 부담해줄 것을 요구했을 때 공사비 부담 의향서를 써줬다”고 말했다. 효성그룹 측 관계자도 “남이천IC로 인해 혜택을 받는 것은 사실이다. 부동산 가치도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공사비를 부담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추진위 송OO 위원장은 최근 불거진 특혜의혹과 관련 “지역주민들이 10년 가까이 노력한 결과 얻어진 성과다. 그런데 정치권에서 이를 무슨 로비의 결과인 양 폄하하고 있다. 내가 지난해 남이천IC 예정지역 인근의 골프장 4곳을 일일이 다니며 공사비의 50%가량을 내겠다는 투자의향서를 받아 이천시에 제출했다. 이것이 IC 허가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본다. 효성에서 만들고 있는 두미CC에도 찾아가 의향서를 받아냈다. 흔쾌히 돈을 내겠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 협의가 끝나지 않아 얼마나 투자를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라고 말했다.
현재 이천시는 투자의향을 밝힌 골프장들의 입장과는 무관하게 시비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아직 3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IC 설치비용 마련 방안은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문제와 관련해 이천시 건설과의 한 관계자는 “민간에서 사업비를 낸다는 의향서를 보내왔지만 그것과는 무관하게 이천시는 시비로 이 사업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도비나 국비를 따내는 것을 고민 중이다. 민간(골프장 등)에서 주면 좋고 안 줘도 어쩔 수 없다. 강제할 방법이 없다. 그리고 이것은 도로공사에서 이미 이천시가 사업비를 내는 것을 조건으로 허가가 난 사항이다”라고 답했다.
이천시와 추진위 등에 따르면 이 사업은 당초 허가가 날 당시 2014년 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허가가 난 이후 준공 목표를 2013년 말로 당긴 것으로 전해진다. 도로공사는 이 사업의 허가를 내주면서 “타당성이 부족해 설치 시기 등은 주변 개발여건 등을 보아가며 별도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신중한 결정을 주문했는데 이천시는 오히려 설치 시기를 앞당긴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두미CC는 남이천IC 완공 1년쯤 전에 문을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