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호

너무 늦은 시작이란 없다 外

  • 담당·송화선 기자

    입력2011-11-23 16: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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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너무 늦은 시작이란 없다 _ 한경희 지음, 동아일보사, 248쪽, 1만3000원

    너무 늦은 시작이란 없다 外
    ‘내가 꿈꾸던 삶은 이게 아니었는데….’ 살다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꿈과 현실 사이에서 좌절하곤 한다.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어느 정도 자리를 잡기 시작한 30대 이후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이변이 없는 한 지금의 삶이 내내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덜컥 겁이 난다. 나는 그랬다.

    많은 사람이 평범한 전업주부였던 내가 스팀청소기를 개발하면서 어느 날 갑자기 인생 역전을 이룬 것으로 알고 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스팀청소기 사업을 시작하면서 인생에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된 것은 맞다. 하지만 사업에 뛰어들기 전까지 주부로만 생활하지는 않았다. 대학 졸업 이후부터 스위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본부 사무원, 호텔리어, 교육부 공무원 등 다양한 직업을 거치며 커리어를 쌓아왔다. 모두 선망의 직장이었고 나 역시 많은 보람과 성취를 느끼며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그에 상응하는 결과가 따라와도 ‘채워지지 않는 허기’가 있었다.

    허기의 이유는 꿈과 현실의 괴리였다. 사실 나는 어릴 때부터 사업가를 꿈꿨다. 스스로의 힘으로 일궈가는 회사에 대한 로망이랄까? 가진 역량을 한껏 발휘할 수 있는 터전을 직접 만들고 싶은 바람이 있었다. 여러 가지 여건으로 사업 대신 취직을 택했지만, 꿈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커져만 갔다. 30대에 접어들면서 고위 공무원으로 자리를 잡고 평생을 함께할 배우자를 만나 결혼도 했다. 정년이 보장되고 보람도 있는 직장이었지만 재미는 없었다. 그즈음 사업 아이디어가 생겼고, 미련 없이 사표를 던졌다. 그때가 1999년, 서른여섯 살 때였다.



    나는 적지 않은 나이에 모두 실패를 예견하는 스팀청소기 사업에 뛰어들었다. 잘 닦인 고속도로를 마다하고 굳이 가시밭길을 간다고 우려와 걱정이 빗발쳤다. 한동안 주변 친지에게 도움을 청하느라 ‘걸어 다니는 민폐’ 신세가 됐지만 ‘평생을 바쳐도 후회하지 않는다’는 확신 하나로 버틸 수 있었다. 그로부터 10여 년 후 스팀청소기는 국내 가전업계에 돌풍을 일으켰고 우리 회사는 최근 화장품으로 미국 시장에도 안착했다. 나도 미국의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이 선정한 ‘2008 주목해야 할 여성 CEO 50인’‘포춘’지 선정 ‘2009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서밋’에 초청받는 등 세계가 인정하는 경영인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사람들은 내게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느냐’고 묻곤 한다. 하지만 내가 진정 기쁜 것은 ‘성공해서’가 아니라 ‘진짜 인생을 살 수 있어서’다. 이전까지 살아온 삶이 ‘가짜’였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럼에도 지금이 ‘진짜 인생’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고난과 좌절조차 기꺼울 만큼, 이 일에서 진정한 보람과 행복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열정과 진심만 있다면 나이가 몇이든 진짜 인생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매일 설렘으로 가슴 뜨거운 삶을 살 수 있다고 외치고 싶다. 이것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나의 이야기를 꺼내 든 이유다.

    한경희 | ㈜한경희생활과학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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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심의 역사 _ 제니퍼 마이클 헥트 지음, 김태철·이강훈 옮김

    너무 늦은 시작이란 없다 外
    ‘소크라테스에서 스티븐 호킹까지 혁신의 시대를 이끈 위대한 의심가들의 연대기’라는 부제가 붙은 책.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과학사와 유럽문화사를 전공하고, 현재 같은 대학에서 예술창작과 글쓰기를 가르치는 저자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동서양에서 진행돼온 ‘종교적 의심’에 대해 논의한다. 그가 관심을 갖는 것은 문명이 몰락하고 해체돼 의심이 팽배하는 시기다. 이때 출현하는 의심가들은 믿음을 부정하고 대안을 제시하면서 결과적으로 인류의 지적 발전에 중추적인 구실을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종교적 거장들이 위대한 말로 세계를 영원히 바꿔놓았다면, 의심도 신앙 못지않은 생동감과 열정으로 지혜로운 삶의 태도를 처방해왔으며 성실하게 진리를 추구해왔다. 믿음에 거룩한 성인과 순교자들이 있다면, 의심에도 … 위대한 영웅이 있었다.” 이마고, 725쪽, 2만8000원

    티몬이 간다 _ 유민주·티켓몬스터 지음

    너무 늦은 시작이란 없다 外
    2010년 5월 서비스를 시작한 뒤 1년 반 만에 우리나라 ‘소셜 커머스’ 분야 1위 기업으로 성장한 ‘티켓몬스터(티몬)’의 성공 비결을 분석한 책. 티몬은 신현성, 신성윤, 권기현, 김동현, 이지호 등 1980년대 중반에 태어난 다섯 명의 ‘친구’가 한집에 모여 살며 자본금 500만원으로 창업한 벤처 회사다. 창업자 중 세 명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를 졸업한 뒤 컨설팅회사 등에 다녔고, 두 명은 한국 카이스트 재학시절 공동 창업을 했던 경험이 있다. 카이스트 졸업 후 미국 미시간대 대학원에 진학한 저자는 자신이 알고 있던 이 다섯 명을 서로 소개해준 뒤 어떻게 회사를 만들고, 발전시켜나가는지 곁에서 지켜봤다. 이 책에는 젊음과 열정을 무기로 창업에 도전한 젊은이들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기록돼 있다. 부제는 ‘1등 소셜 커머스, 티켓몬스터 이야기’다. 이콘, 312쪽, 1만3800원

    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 _ 토머스 게이건 지음, 한상연 옮김

    너무 늦은 시작이란 없다 外
    미국 시카고에서 로펌을 운영하는 노동 분야 전문 변호사 토머스 게이건이 독일에서 ‘진짜 복지’를 체험한 뒤 미국과 유럽이라는 상반된 두 세계를 비교한 책. 저자는 세계 최고 선진국으로 대접받는 미국이 실은 사회 안전망이 허술하기 그지없는 무한 경쟁 사회라는 사실을 장난스럽지만 날카롭게 꼬집는다. “미국 여자가 남자를 만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돈을 얼마나 잘 버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만약 돈을 잘 번다고 하면 옆에 있지만, 못 번다고 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일어난다”라는 내용은 일면 미국 여자를 비난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어지는 그의 주장은 “미국의 경우 가난한 사람이 많으므로, 결혼을 고민하는 여자라면 남자의 소득을 물어봐야 한다. … 전체 아동 중 빈곤 아동의 수가 4분의 1 가까이 되는 현실에서는 그러는 게 정상이 아닌가?”이다. 부키, 392쪽, 1만5000원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창악집성 _ 하응백 지음, 휴먼앤북스, 1116쪽, 7만원

    너무 늦은 시작이란 없다 外
    ‘창악집성(唱樂集成)’은 제목이 뜻하는 그대로 가창되는 우리 국악 소리 가사를 모아놓은 책이다. 모아서 분류하고 가사의 뜻이 어렵거나 애매한 것은 모두 주석을 달았다. 즉 국악 사설의 백과사전식 주해서다. 판소리를 제외하고 현행 전문 국악인들에 의해 가창되는 거의 모든 사설을 모아 해설을 단 책이다. 그렇다보니 1116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 됐다.

    이 책의 집필은 아주 단순한 동기에서 비롯했다. 2006년 가을 우연히 평안도의 ‘수심가’ 한 자락을 들었는데 그 가사의 내용을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여러 책을 찾다가 그 가사의 출전이 조선 중기 여성시인 이옥봉의 ‘몽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흥미를 갖고 차근차근 여러 가사를 살펴보게 된 것이다. 그러다가 황해도와 평안도 민요인 이른바 서도소리를 체계적으로 해설해놓은 책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좀 황당하면서도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민족 문화니 콘텐츠의 중요성이니 하면서도 정작 우리 소리의 정확한 가사를 수집하지 못하고 해설도 하지 못했던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 일은 고전문학 혹은 문학평론을 하는 사람, 즉 문학을 하는 사람이 해야 할 일이나 어찌된 일인지 그동안 방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도 하지 않았으나 누군가는 해야 할 일. 학교에 매어 있지 않아 형식적인 논문을 쓰지 않아도 되니 짬짬이 시간을 내어 해보자 해서, 2년에 걸쳐 서도소리의 수집과 해설을 마쳤다. 그랬더니 주위의 국악인들이 가야금병창이나 경기소리 같은 것도 쉽게 해설해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해왔다. 그래, 이왕 한 것, 하는 김에 전부 하자, 해서 경기소리, 남도소리, 동부소리, 단가, 가야금병창, 불가, 송서 등을 차례로 추가했다. 판소리는 이미 연구가 잘돼 있어 제외했다. 그러다보니 5년의 세월이 흘러버렸다.

    책이 나오고 나서 몇몇 독자가 연락을 해왔다. 가령 평안도 ‘긴아리’의 가사 중에 “언두앗 창대에 무릿달 뜨면, 참외가 익지요 왔다 가소래”라는 것이 있다. 이 가사 중 ‘언두앗’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어느덧’이라는 부사가 아닐까 싶어 그렇게 해설해놓았더니, 평안도가 고향이라는 독자분이 제보하기를 ‘언두앗’은 평안도 방언으로 ‘원두막’이라는 것이다. 그분이 어릴 때 어머니가 “언두앗에 가서 참외 따 와라”고 말씀하셨던 것이 귀에 쟁쟁하다고 했다. 내가 틀린 것이다. 하지만 그분은 영원히 사라질 뻔한 것을 환기해주어 고맙다고도 했다. 그 외에도 강원도, 경상도 등에서 그런 전화를 여러 번 받았다. 그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재판을 낼 때 다 수정할 것임을 약속드린다.

    앞으로 이 책을 텍스트로 해 ‘창악집성 오디오북’을 내고 싶다. 최고의 소리와 정확한 가사와 해설이 어우러진 민족 문화의 한 진경(珍景)을 만나고 싶은 것이다.

    하응백 | 문학평론가, 서도소리진흥회 이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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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해지는 법 _ 김진혁 지음

    너무 늦은 시작이란 없다 外
    SBS 교양국 PD 출신의 독립PD인 저자는 2010년 여름, 연세대 사회학과 염유식 교수와 함께 서울시민 1024명을 대상으로 행복도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44.2%는 ‘행복하지 않다’고 답했다. 저자는 이후 ‘무엇이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가’에 대해 탐구하기 시작했다. 유명 행복 연구가들을 인터뷰해 행복에 대한 이론과 논리를 세우고, 수많은 시민을 만나며 그들의 삶 속에서 ‘행복에 이르는 길’을 찾았다. KBS에서 다큐멘터리로 방송된 내용을 정리한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는 우리가 갖고 있는 불안의 실체를 해부해봐야 한다. 정말 그 돈이 있어야 미래가 행복할까? 남이 하는 말이나 사회적 잣대는 잠시 접어두자.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보다 내 마음이 진짜 바라는 것에 귀를 기울여보자”고 말한다. 리더스북, 272쪽, 1만3000원

    관중과 공자 _ 강신주 지음

    너무 늦은 시작이란 없다 外
    연세대 철학과에서 ‘장자 철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이후 여러 대중 아카데미에서 철학을 강의하며 명성을 얻었다. 평소 “제자백가의 사유야말로 철학의 시작이자 미래일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던 저자는 이 책에서 당대의 출중한 정치가였던 관중과 생애 동안 끝내 인정받지 못했으나 이후 동양 철학의 시조로 재평가된 공자의 삶을 비교한다. 저자에 따르면 관중은 단순한 정치가가 아니라 급변하는 정국에 대한 통찰력을 갖추고 민생에 대한 현실주의 철학을 실천한 정치철학자였다. 반면 공자는 불운하고 시대착오적인 사상가였다고 한다. 저자는 공자의 철학이 관중의 성공에 대한 선망과 정치적 좌절의 결과로 완성됐으며, 그 결과 관중으로부터 심대한 사상적 영향을 받았다고 평가한다. 부제는 ‘패자의 등장과 철학자의 탄생’이다. 사계절, 302쪽, 1만5000원

    칼라로 만나는 1954년 KOREA _ 클리포드 스트로버스 지음

    너무 늦은 시작이란 없다 外
    6·25전쟁 직후인 1953년 11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부산에서 근무한 미군 클리포드 스트로버스가 촬영한 당시 우리나라의 모습이 담긴 사진집. 저자는 2010년 6월, 자신의 옛 근무지를 둘러보기 위해 부산을 찾았다가 ‘부산타워’ 측에 그동안 소장해온 500여 장의 사진을 기증했다. 그가 거리 정찰과 주말여행을 다니면서 틈틈이 촬영한 당시 한국의 모습은 지금과 사뭇 다르지만 따뜻하고 정겹다. 초가집이 줄지어 늘어선 골목길에서 개량 한복 차림의 여자 아이들이 뛰어놀고, 갓을 쓴 노인들은 긴 곰방대를 든 채 카메라를 바라본다. 저자는 “암울한 전후 상황에서도 부산 시민이 보여준 활기 넘치는 에너지와 지치지 않는 근성은 참으로 놀라웠다. 그런 난관을 꿋꿋이 헤쳐나가는 부산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싶었다”고 촬영 이유를 밝혔다. 두모, 205쪽, 3만원

    역자가 말하는 ‘내 책은…’

    시간을 빼앗긴 사람들 _ 틸 뢰네베르크 지음, 유영미 옮김, 추수밭, 304쪽, 1만5000원

    너무 늦은 시작이란 없다 外
    한동안 ‘아침형 인간’이라는 화두가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면서 모두 아침형 인간이 되고자 가열찬 노력을 기울인 적이 있다. 아침형 인간은 자기 관리가 뛰어난 사람으로 비치기 쉽다. 반면 저녁형 인간은 약간 억울하다. 수면 시간에는 별 차이가 없는데도 게으름뱅이 취급을 받을뿐더러, 아침형 인간을 위해 짜인 사회의 시간표에 억지로 맞춰서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과연 노력하면 아침형 인간이 될 수 있을까? 정말로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이 있긴 있는 걸까? 아침형 인간인지, 저녁형 인간인지는 무엇을 기준으로 정해질까? 10대 청소년이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것은 단순히 밤에 너무 늦게까지 컴퓨터 게임을 하기 때문일까? 우리 몸속에는 우리가 언제 자고 언제 깰 것인지를 지시하는 체내 시계가 있을까? 있다면 그 시계는 어디에 존재할까? 그리고 어떻게 작동할까? 야간 근무가 정말 건강을 해칠까? 자신의 체내 시계 리듬과 어긋나게 살면 어떤 증상이 나타날까?

    이 책은 이런 호기심과 관련 있는 우리 몸속 시계에 관한 이야기다. 독일의 시간생물학자 틸 뢰네베르크는 이 책에서 이런 질문을 비롯해 생체 시계에 대한 온갖 의문에 명쾌한 답을 제시한다.

    틸 뢰네베르크는 체내 하루의 길이는 사람마다 차이가 나며, 흔히 아침형 인간, 저녁형 인간으로 대별되는 시간유형(chronotype)도 연령과 지역에 따라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리고 현대인은 자연에 반하는, 체내 시간을 고려하지 않는 생활 습관으로 인해 마치 비행기 여행으로 인해 시차증을 겪는 여행자들처럼 ‘사회적 시차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진단한다.

    ‘시간생물학’이라고 하면 자칫 생소하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틸 뢰네베르크는 친근한 사례와 흥미로운 데이터를 곁들여 그간 시간생물학자들이 어렵사리 얻어낸 생체 시계에 대한 지식과 지혜를 전수하면서, 체내 시간에 맞는 생활 습관을 가질 것을 권고하고 나아가 시간 유형을 앞당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까지 소개한다.

    이 책이 내게 매력적으로 다가온 이유는 그동안 심증은 있었지만 물증이 없었던, 마음속으로 ‘혹시 그런 건 아닐까’ 생각만 하던 것들을 학문적으로 속 시원히 검증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무심코 넘겨온 여러 신체 현상의 원인을 명확히 알 수 있었고, 이 책을 만나고부터는 의식적으로 나의 시간 유형에 맞는 생활 습관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생체 시계에 대해 깊이 알게 되면 (그동안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주변 사람들의 행동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실생활에서 주변 사람에게 유용한 조언도 해줄 수 있다. 부디 체내 시계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일상을 좀 더 지혜롭게 살아가고, 체내 시계에 맞는 생활 습관을 통해 삶의 기쁨을 누리는 사람이 더욱 많아지기를 바란다.

    유영미 | 전문번역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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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버릿 차일드 _ 엘렌 웨버 리비 지음, 김정희 옮김

    너무 늦은 시작이란 없다 外
    미국 워싱턴DC에서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학자로 일하며 6만 시간 이상 임상 치료를 해온 저자는 “부모의 총애가 자녀에게 심각한 감정적 장애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이른바 ‘페이버릿 차일드 컴플렉스’다. 저자에 따르면 부모의 사랑을 많이 받은 아이는 대인관계에 능하고 자신감이 넘친다. 문제는 사랑이 과할 경우 다른 사람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일을 자기는 마음껏 해도 된다고 믿는 경향이 생긴다는 점. 또 스스로 저지른 잘못을 반성하거나 책임지는 태도가 없으며, 자기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무감각해지는 경향이 있다. 미국 워싱턴DC의 성공한 정치인들이 보이는 이러한 행태를 분석하며 저자는 “자녀를 진정 행복하게 해주려면 조화로운 사랑을 줘야 한다”고 역설한다. 동아일보사, 324쪽, 1만4800원

    중국을 만든 책들 _ 공상철 지음

    너무 늦은 시작이란 없다 外
    숭실대 교수인 저자가 중국 3000년사를 관통하는 시기별 대표 텍스트를 선정하고, 그 내용과 의의를 대중적으로 풀어냈다. 저자가 꼽은 책은 ‘갑골문’ ‘시경’ ‘논어’ 등 고전부터 중국의 마지막 유학자 양수명이 쓴 ‘동서 문화와 그 철학’과 루쉰의 소설집 ‘외침’에 이르기까지 모두 16권이다. 저자는 이 각각의 책에서 중국의 시대정신과 중국문화의 원형을 발견한다. ‘시경’은 시대가 바뀌어도 늘 반복되는 놀이의 원형, ‘동서 문화와 그 철학’은 중국의 문화 보수주의의 이론적 원형으로 설명하는 식이다. 저자가 이러한 분석을 통해 중국 문명을 관통하는 핵심 코드로 찾은 것은 ‘문(文)’. 갑골문이 대표하듯 ‘무늬’로 치환할 수 있는 이 코드는 하늘의 메시지이자 현실 세계의 정치권력으로, 곧 중국 문명이 걸어온 길이라고 한다. 돌베개, 383쪽, 1만4000원

    다, 그림이다 _ 손철주·이주은 지음

    너무 늦은 시작이란 없다 外
    동양의 그림과 서양의 그림은 분명 다르다. 하지만 예술이라는 점에서는 공통분모를 지닌다. 사단법인 우리문화사랑의 운영위원이자 ‘학고재’ 주간 및 미술 칼럼니스트로 동양화 분야에 일가를 이룬 손철주와 성신여대 미술교육과 교수로 서양화 전문가인 이주은, 두 저자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모습’을 테마로 삼아 10가지 ‘삶의 조건’을 선정한 뒤 동서양에서 그것의 가치를 어떻게 표현했는지 살펴본다. 첫 번째 조건은 ‘그리움’. 손철주는 신윤복 작 ‘연당의 여인’에서 ‘넘보지 못할 사랑을 품은 여인의 초점 잃은 눈빛’에서 ‘그리움’을 읽는다. 이때 이주은은 반 고흐의 ‘아몬드꽃’을 통해 화가의 조카에 대한 그리움을 풀어내는 식이다. ‘유혹’ ‘나이’ ‘행복’ 등 이어지는 키워드에서도 두 ‘글쟁이’의 품격 있는 평론과 동서양 명작 그림의 조화가 빼어나다. 이봄, 280쪽, 1만7500원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한국 프로야구 결정적 30 장면 _ 김은식 지음, 한스미디어, 338쪽, 1만4000원

    너무 늦은 시작이란 없다 外
    내가 초등학교 3학년이던 1982년 우리나라에서도 프로야구라는 것이 시작됐다. 2, 3년에 한 번씩 이사를 다니던 우리 집이 그해 머물던 곳은 하필 인천이라는 도시였고, 그 인천을 연고로 출범한 프로야구팀은 삼미 슈퍼스타즈였다. 스트라이크와 볼이 어떻게 다른지, 왜 더 멀리 날아간 공은 플라이 아웃이 되고 타자 코앞에서부터 데굴데굴 굴러간 공은 안타가 되는지도 알지 못했던 나는 단지 ‘우리 동네 팀’이라는 이유만으로 삼미 슈퍼스타즈의 ‘편’이 되었는데, 이 팀의 전설적인 행보는 초등학교 3학년짜리 꼬마에게 충분히 깊고 넓은 상처를 남겨놓고 말았다. 스트라이크와 볼, 플라이아웃과 안타는 구분하지 못해도 승과 패, 일등과 꼴찌, 패전 중에서도 어마어마한 대패와 지긋지긋하게 긴 연패, 그리고 꼴찌 중에서도 압도적인 꼴찌의 괴로움과 민망함은 모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그쯤에서 ‘그깟 공놀이’ 따위 놓아버리고 끊어버렸다면 일은 간단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삼미와의 경기 후반쯤 더 이상 점수를 내기도 귀찮다는 듯 설렁설렁 시간을 죽이던 OB 베어스나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의 눈에서 피눈물 흐르는 꼴을 보고야 말겠다는 딱 ‘초딩스러운’ 오기에 넘어가고, 재야에 숨어 있던 인천의 야구고수들이 돌아올 다음 해에는 달라질 거라는 희망에 속아가며 나는 야구라는 늪에 빠져들고 말았다. 물론 결과는 비극이었다. 그 뒤로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까지의 7년간 그 팀은 다섯 번 꼴찌를 했고, 한 번은 꼴찌에서 두 번째를 했다. 그렇게 ‘답이 없는’ 팀이다보니 두 번이나 간판이 바뀐 끝에 ‘태평양 돌핀스’가 되는 우여곡절도 곁들여질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 나는 공부에도 좀 신경을 써야 할 중학교 3학년이 됐고, 우리 집도 서울로 이사하며 인천 팀과의 연고를 끊어낼 수 있었다. 그 무렵 잘나가던 신흥 강호 빙그레 이글스를 응원해야겠다고 독하게 마음먹으며 ‘한희민 파이팅’을 외쳐보기도 했다. 하지만 돌핀스 투수를 상대로 이글스의 장종훈이 홈런을 때려내는 순간 흘러나오는 ‘억’ 하는 신음을 막을 수는 없었고, 기나긴 기다림 끝에 돌핀스가 한국시리즈에 나갔던 1994년에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그 팀의 팬임을 스스로에게 인정해야 했다. 닉 혼비가 말했듯 ‘아내와는 이혼이라도 할 수 있지만, 응원하는 팀과의 이별은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몸소 경험했던 셈이다.

    그렇게 나는 프로야구와 함께 나이를 먹었고, 희로애락을 배웠고, 세계관에 물을 들였다. 물론 1982년이 아닌 1992년이나 2002년에, 부산이나 대구나 광주나 서울의 어디선가 초등학교 3학년쯤이 되어 처음 프로야구를 가슴에 품게 된 누구에게라도 그것은 비슷한 과정이었을 것이다. 프로야구란 그런 것이다. 한국 프로야구의 30주년을 기념하고 곱씹어볼 만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이 책은 그렇게 야구와 함께 자라고 살아온 나 자신에게, 그리고 야구팬들에게 보내는 꽃다발이다.

    김은식│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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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인세법 _ 김규수 지음, 김성호 감수

    너무 늦은 시작이란 없다 外
    공인회계사인 저자가 대법원 판례를 중심으로 법인세법 전체 조문을 해설한 전문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김성호 재단법인 행복세상 이사장이 감수를 맡았다. 지금까지의 세금 관련 서적이 실제 사례를 소개하며 조문을 덧붙여 다루는 형식을 취했던 것과 달리, 이 책은 법조문 순서대로 법인세법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소개한다. 조세특례제한법,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상속세 및 증여세법 등 법인세법과 관련되는 다른 법에 대해서도 상세히 풀이하고 있다. 특히 눈여겨볼 것은 세무 당국의 유권해석과 판례가 어긋나는 부분을 꼼꼼히 다룬 대목. 저자는 “기업은 세금을 납부할 때 세무 당국의 판단을 그대로 따르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로는 법원에서 다른 결론이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한다. 법을 잘 알면 세금을 줄일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행복세상, 1920쪽, 12만원

    문학과 음악의 황홀한 만남 _ 이창복 지음

    너무 늦은 시작이란 없다 外
    저자는 독문학자이면서 동시에 예술문화사가, 평론가, 미학자다. “독일 문학과 음악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지금과 같은 보편적 미학을 가질 수 있었다”고 주장하는 그는 독문학자로서 자신의 학문 세계와 독일 음악을 연결지으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특히 바그너와 니체를 통해 독일 예술과 학문을 논의하는 데 공을 들인다. 저자에 따르면 니체는 한때 바그너의 음악극에서 고대 그리스 비극의 본질이 부활할 수 있다며 ‘비극의 탄생’이라는 저서에 바그너를 향한 숭배의 마음을 담았다. 그러나 니체의 말기 저서 ‘바그너의 경우’의 주제는 “바그너가 음악을 병들게 한 주범”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바그너의 음악을 열렬히 찬미하던 니체가 그로부터 돌아서는 과정은 예술과 사상이 결코 둘이 아니었던 시절의 풍경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김영사, 700쪽, 3만3000원

    거인들의 시대 _ 김성한 지음

    너무 늦은 시작이란 없다 外
    ‘혼돈의 구한말에서 해방정국까지, 시대를 앞서간 거인들의 숨겨진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책. 월간 사상계 주간, 동아일보 편집국장 등을 지낸 저자가 2002년부터 여러 월간지에 기고한 글을 한 권으로 묶었다. 195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에 당선한 뒤 대하 역사소설 집필로 일가를 이뤘던 저자는 1960년대 후반 사상계에 입사하면서 언론인으로 또 다른 삶을 살았다. ‘역사 에세이’로 불리는 이 책의 글들은 ‘지금 여기’에서 출발해 다채로운 역사적 에피소드를 풀어가는 게 특징이다. ‘황사’라는 에세이에서 ‘요새 중국에서 날아오는 흙먼지’ 문제를 거론하며, 만주족과 한족, 몽골족 등이 얽히고설킨 ‘몽골고원’의 역사를 소개하는 식이다. 풍성한 역사 이야기 속에 이승만, 이기붕, 정주영, 이광수 등 국내외 ‘거인’의 일화도 등장한다. 동아일보, 376쪽, 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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