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A는 평소 리니지 게임을 하면서 X라는 닉네님을 사용하는 B와 감정이 좋지 않았다. 어느 날 A는 리니지 게임에 접속해 게임을 하는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채팅창에 “X 뻐꺼. 대머리”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검찰은 A에게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공공연히 거짓말로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죄로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에 불복한 A는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1심은 A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머리라는 단어 자체에 경멸이나 비하의 뜻이 담겨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어떤 신체 특징이든 개인 취향과 선호도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경우가 많은 점에 비춰 ‘대머리’라는 호칭이 B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떨어뜨렸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반면 2심은 유죄를 인정해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B를 대머리라고 가리킨 것은 단순한 가치판단이나 의견 진술이 아니라 사실을 드러낸 것이어서 사이버 공간에서 당사자가 실제로는 대머리가 아님에도 대머리인 것으로 오인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에서는 다시 뒤집혔다. A의 표현이 B에 대한 경멸적 감정을 표현해 모욕을 줄 수는 있지만 상대방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1도9033 판결]
■ 면허 없이 침, 뜸, 부항 등을 시술하는 행위가 처벌 대상이 되는지
피고인 A는 한의사 면허가 없다. 그는 대구 동구에 있는 자신의 한방진료실에서 700여 명의 환자에게 침과 쑥뜸을 놓아주고 치료비를 받아왔다. 2002년 인도네시아에서 중국 OO중의약학대학 가짜 졸업증서를 구입해 진료실에 비치했다. 검찰은 A를 부정의료업과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기소했다.
1심은 두 혐의를 모두 인정해 징역 1년6월, 집행유예 3년에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2심은 A의 항소를 기각했다. 변호인 측은 두 가지 이유로 상고했다. 먼저 A에게 적용된 의료법과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법 조항이 의료소비자의 의료행위 선택권과 비의료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어서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는 것. 또한 위 규정에 있는 의료행위라는 표현이 불명확한 개념을 사용한 것이라 헌법상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도3329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