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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보도 | STX그룹의 가나 국민주택사업

가나 정부, 지난 8월 우리 외교부에 ‘STX 사실상 퇴출’ 통보

박영준 전 국무차장 관여했던 가나 주택사업

  • 한상진 기자│greenfish@donga.com

가나 정부, 지난 8월 우리 외교부에 ‘STX 사실상 퇴출’ 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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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STX그룹에 줄 수 있는 지분은 많아야 10%”(가나 부통령/주택부 장관)
  • ● “STX, 금융조달 의무 이행 못해 사업에서 배제됐다”(가나 합작사 대표)
  • ● “STX는 금융문제 해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가나 정부 중재위)
  • ● “솔직히 STX가 사업을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전 가나 대사)
  • ● “금융조달 할 수 있다. 합작사 CEO 해임하고 사업 재개되길 바란다”(STX 측)
가나 정부, 지난 8월 우리 외교부에 ‘STX 사실상 퇴출’ 통보

지난 1월27일, STX그룹은 아프리카 가나 수도 아크라에 위치한 가나경찰학교에서 국민주택건설 1단계 사업 기공식을 열었다. 삽으로 흙을 뜨고 있는 존 아타 밀스 가나 대통령을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오른쪽에서 세 번째)과 이희범 STX에너지·중공업 회장(왼쪽)이 지켜보고 있다.

2009년 12월8일, 국토해양부는 ‘해외건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 본격 진출’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STX그룹이 아프리카 가나에서 주택 20만호(약 100억달러) 건설 사업을 추진한다는 내용이었다. 보도자료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었다.

“(2009년) 12월9일, STX그룹 강덕수 회장과 가나 수자원주택부 장관 및 가나 주택은행장 간에 주택 20만호 건설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 계약이 체결된다. 주택 20만호 건설의 총 사업비는 100억달러로 이 중 가나 정부에서 9만호를 인수하고, 나머지 11만호는 가나 주택은행의 자금 지원으로 일반 국민에게 공급될 예정이다.”

이 사업에는 현 정부 실세였던 박영준 당시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이 깊이 간여한 것으로 처음부터 홍보됐다. 박 전 국무차장은 2009년 여름, 이 사업을 처음 STX그룹에 제안했고 가나를 방문해 사업을 추진해온 당사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미스터 아프리카’로 불린 박 전 국무차장의 중요한 해외자원외교 성과로 소개돼왔다. 국토해양부가 2009년 낸 보도자료에는 이 사업과 관련된 박 전 국무차장의 역할이 다음과 같이 소개돼 있다.

“지난 8월 박영준 국무차장을 단장으로 하는 정부 대표단이 가나를 방문해 수자원주택부 장관을 면담하고, 우리나라의 주택건설 역량을 적극 홍보한 결과 우리 업체가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0월 지식경제부가 민주당 김진표 의원실에 제출한 ‘박영준 (지식경제부) 2차관의 국무차장 재임시절 자원외교 세부 활동 내역’에도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 있다.



“가나에서는 STX의 주택 20만호 건설사업 등 인프라사업을 발굴했고 이 사업은 100억달러 규모로 가나 국회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올해 1월27일에는 가나 현지에서 이 사업의 시작을 알리는 기공식이 열렸다. 기공식에는 존 아타 밀스 가나 대통령,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이희범 STX에너지·중공업 회장, 박임동 STX건설 대표, 이상학 주(駐) 가나 한국대사와 지역주민 500여 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기공식까지 열었던 이 사업이 요즘 말썽을 빚고 있다. 이 사업을 추진하는 STX그룹과 가나 현지 기업(GKA) 간에 소송이 난무하고 사업은 사실상 중단됐다. 가나 정부는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 고위인사들이 참여하는 중재위원회까지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국회 비준까지 받아 시작된 대형 건설 프로젝트에서 왜 잡음이 일고 있는 걸까. 대체 그동안 이 사업은 어떻게 진행돼온 것일까. 먼저 이 사업의 그간 경과를 보도록 하자.

알려지지 않았던 외교부 역할

외부에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20만호 가나 국민주택사업은 애초 가나 주재 한국대사관과 외교통상부가 가나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이뤄낸 사업이다. 이 사업이 처음 시작될 당시 가나대사였던 이상학(51) 대사가 외교통상부의 지시를 받아 사업을 추진했다. 외교통상부, STX, 가나 현지 기업 등에 따르면, 이 사업과 관련해 박영준 전 국무차장의 역할은 거의 없었다.

올해 2월, 이 대사는 국무총리가 참석한 재외공관장 회의에서 가나 국민주택사업의 경과와 성과를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이 대사가 만들어 배포한 내부 보고자료에 따르면, 2009년 8월18일 가나 주택부 장관이 이 대사를 면담한 자리에서 처음으로 공안공무원용 주택 2만호 건설에 대한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돼 있다. 가나 정부가 갑자기 주택건설을 추진한 이유는 바로 석유 때문이었다. 2010년 말 본격적인 석유 상업생산을 앞둔 가나 정부가 부랴부랴 공안공무원을 위한 관사를 짓기로 결정한 것이다. 가나는 법적으로 공안공무원을 채용하면 관사를 제공하도록 돼 있다. 게다가 2012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주택문제 해소는 가나 정부의 중요한 관심사 중 하나였다.

이 대사는 가나 측의 제안을 받은 직후인 2009년 8월24일, 가나를 방문한 박영준 당시 국무차장에게 이러한 내용을 전달했고, 가나 정부 관계자(부통령 및 주택부 장관)는 박 전 국무차장에게 양해각서 (MOU) 체결을 제의했다. 이후 가나 정부의 2만호 제안은 한국대사관과 가나 정부 간의 협상과정에서 20만호(국영주택 9만호, 일반상업주택 11만호) 사업으로 규모가 커졌다. 지난 9월 국내로 복귀한 이 대사는 최근 ‘신동아’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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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진 기자│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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