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호

“겹치기 상권? 오해다! 내년부터 스타마케팅 안 한다”

스타벅스 이긴 토종 커피전문점 카페베네 김선권 대표

  • 김유림 기자│rim@donga.com

    입력2011-11-22 09: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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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겹치기 상권? 오해다! 내년부터 스타마케팅 안 한다”
    브랜드 출시 2년 반 만에 스타벅스 점포 수 추월, 최단기 가맹점 700호 돌파, 2010년 커피 전문 가맹점 평균 매출 최대….’

    토종 커피브랜드 카페베네가 세운 기록이다. 2008년 5월 첫 점포를 연 카페베네는 급속히 성장하며 대한민국 커피 시장 1인자로 거듭났다. 특히 카페베네의 간접광고(PPL) 물량공세와 연예기획사 싸이더스HQ와 손잡고 벌인 스타 마케팅은 경영학계에서 ‘연구 대상’이다.

    카페베네는 빠르게 외연을 넓힌 만큼, 구설도 많았다. “상권 분석을 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점포를 열어 가맹점주 손해가 많다더라”는 비판,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견디지 못해 망할 것”이라는 예측, “카페베네 커피는 맛이 없다”는 심정적 공감까지. 과연 카페베네를 둘러싼 진실은 무엇일까. 카페베네 김선권 대표와 만나 카페베네에 대한 비판에 대해 속 시원히 물었다.

    상권 분석 안 한다? “오해다!”

    11월3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카페베네 사옥에서 만난 김 대표는 분주했다. 9월 중순 한 뉴스통신사에서 “카페베네는 매장 수가 최다지만 매출은 최소”라는 오보를 내, 이를 해명하는 광고를 제작하는 중이었다. 그는 “기자가 지식경제부에서 자료를 받아 기사를 썼는데, 다른 브랜드는 2010년 매출 자료를 보고, 카페베네만 2009년 매출로 계산해 오류가 생겼다”며 “2010년 매출로 계산했더니 탐앤탐스, 엔젤이너스, 할리스 등 경쟁업체에 비해 가맹점 평균 매출은 카페베네가 압도적 1위”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벌써 인터넷에 올라가 여러 차례 인용된 기사를 전체 삭제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그는 “카페베네가 워낙 급속히 성장하고 많은 관심을 받다보니 별일이 다 생긴다”며 씁쓸히 웃었다.



    카페베네를 둘러싼 세간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꺼냈다. 특유의 남도 억양이 밴 말투는, 솔직하다는 느낌을 줬다. 그는 기자보다 먼저 ‘카페베네에 대해 이런 소문도 있더라’며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조금 톤이 높은, 화통한 웃음소리에 친숙함이 묻어났다.

    ▼ 카페베네는 상권분석을 철저히 하지 않고 같은 상권에도 여러 가맹점을 무분별하게 열어 가맹점주들이 손해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고객이 커피전문점을 선택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건 근접성입니다. 저희는 근접성을 고려해서 철저하게 상권을 분리하고 있어요. 가까운 지역에 카페베네 가맹점 2곳이 있더라도 길 건너 있거나 위치가 다르면 같은 상권으로 볼 수 없어요. 고객 동선이 다르니까요. 언론에서 상권 관련 지적을 많이 했지만, 현재까지 카페베네 가맹점주가 상권 관련해서 소송한 건 한 번도 없습니다. 오히려 같은 공간에 점포가 늘어갈수록 간판을 이용한 광고가 많아지는 거니까 브랜드 이미지에 도움이 되죠.”

    ▼ 창업시장에 ‘급매물’로 나온 커피전문점 80%가 카페베네라는 보도가 있었는데요. 많은 가맹점주가 장사가 생각만큼 안 되기 때문에 권리금이라도 챙겨 나가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서울 시내에 ‘사설 창업 컨설팅’하는 영업사원이 한 1만명 있습니다. 그들은 가맹점 계약을 성사시키면 일정 수수료를 받는데, 가장 관심이 많은 브랜드가 카페베네예요. 왜냐하면 그만큼 개업을 많이 하니까요. 목이 좋은 데 카페베네 개업을 하면 영업사원들이 첫날부터 가맹점주를 꼬드긴대요. ‘이 가게 얼마 투자하셨냐. 거기에 권리금 더 붙여서 드리겠다’ 이렇게요. 사실 가맹점 운영한다는 게 쉽지 않거든요. 사람 관리도 해야 하고, 신경 쓸 것도 많고. 수입이 완전히 보장된 것도 아니고. 그렇다보니 카페베네 가맹점주도 권리금 좀 더 받고 점포를 넘기는 거죠. 또 워낙 카페베네 가맹점을 하고 싶어서 인터넷에 검색하는 분이 많으니까 포털사이트에서 ‘카페베네 매물’이 상위에 링크되는 거예요. 그래서 급매물이 많은 것처럼 보이는 거지, 저희 가맹점이 수익성이 떨어져서 그런 건 아니에요.”

    권리금 챙겨 양도·양수 제동 걸 것

    김 대표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커피 가맹점 평균 매출을 비교한 자료를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2010년 말 기준, 카페베네 가맹점 평균 매출은 4억7700만원으로, 탐앤탐스(4억900만원), 엔젤이너스(3억4800만원)보다 높았다. 스타벅스, 커피빈 등은 가맹이 아닌 본사 직영으로 운영된다.

    ▼ 가맹점주가 매출이 잘 나오는데도 권리금을 더 챙기기 위해 카페베네를 파는 경우가 그렇게 많은가요?

    “점주들 모임 가면 ‘나는 카페베네 2억원 투자해서 차렸는데 3억원에 팔았다’는 식의 얘기가 그렇게 많이 나온대요. 초창기 점주였던 한 분은 직업이 약사였는데 경기도 분당에 3억원 투자해서 카페베네를 차리셨다가 6억원에 양도했어요. 별다른 노력 없이 투자 대비 3억원이나 이익을 본 거죠. 그분은 그 돈으로 카페베네 2개 더 차리셨어요. 차액을 벌고 싶어 하는 분도 계시지만 현재 카페베네보다 더 크고 목이 좋은 점포를 인수하고 싶어서 양도·양수 하는 사장님도 많아요. 부동산 시장에서 카페베네 점포가 워낙 인기가 많고, 가맹점 간에 소통이 잘되니까 벌어지는 일이죠.”

    ▼ 이처럼 권리금을 올려가면서 양도·양수하는 경우가 늘어나면 결국 뒤늦게 인수하는 분들은 투자 대비 수익이 줄어드는 것 아닌가요? 권리금을 날릴 수도 있고요.

    “맞습니다. 한 달에도 양도·양수가 수십 건씩 벌어지는데, 최근 카페베네 인수하신 분들은 초창기 분들에 비해 투자 대비 수익이 떨어지죠. 프리미엄, 권리금 등도 보장되는 부분이 아니고요. 최근 본사에서도 이런 고민을 시작했고, 앞으로 카페베네 창업 1년 내에는 양도·양수를 못 하는 방향으로 제동을 걸 계획입니다.”

    커피전문점으로서 받을 수 있는 최악의 평가는 ‘커피가 맛이 없다’는 것 아닐까. 김 대표는 “카페베네 커피가 맛이 없다는 얘기를 나도 많이 들었다”며 멋쩍어했다.

    ▼ 카페베네 커피가 맛이 없다고 소문이 난 건 가맹점 관리가 잘 안 됐기 때문 아닐까요?

    “커피 맛에 영향을 미치는 건 커피 원두의 품질, 로스팅 기계, 로스팅 하는 사람, 커피 머신, 그리고 가맹점에서 커피를 뽑아내는 바리스타의 역량입니다. 앞의 네 개는 최상이라 자부하지만 바리스타 역량이 문제입니다. 카페베네가 급격히 성장하면서 바리스타 관리가 안 됐어요. 교육도 제대로 못 시키고 매장마다 배치하기 바빴죠. 중간 교육을 시키려고 해도 점포마다 바쁘다고 교육도 안 보내고요. 확실히 본사 직영으로 운영하는 스타벅스, 커피빈에 비해 인력 관리가 안 된 건 사실입니다.”

    카페베네는 고질적인 가맹점 관리 미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특공대’ 팀을 꾸렸다. 특공대는 수도권 36명, 전국 50명으로 꾸린 ‘별동대’로 전 매장을 1주일에 2시간씩 돌아다니며 청소부터 신제품 제조까지 ‘찾아가는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교육특공대는 월요일 하루 본사 출근해서 하루 종일 교육받고 4일 동안 점포 돌아다니면서 커피 추출 시간 21초 지키는지 검사해요. 신제품이 나오면 제작 교육도 일일이 다 시키고요, 또 내년 1월에 커피 맛 좋고 고객 응대 잘하는 60개 우수 가맹 점장과 직원을 뽑아서 5억원을 포상할 계획입니다.”

    스타 마케팅 올해가 마지막

    카페베네는 공격적인 스타 마케팅 때문에도 구설에 많이 올랐다. 특히 한예슬, 조인성, 전도연 등 톱스타가 소속된 연예기획사 싸이더스HQ 소유라는 루머도 많았다. 사실 싸이더스HQ의 지분은 전혀 없다.

    “싸이더스HQ와 2008년 계약할 때 조건 중 하나가 ‘싸이더스HQ가 카페베네를 운영한다고 언론에 노출해도 문제 삼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커피 프랜차이즈는 맛, 매장, 메뉴보다 중요한 게 이미지예요.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속해있는 연예기획사가 운영하는 커피전문점은 다르게 본다는 거예요. 카페베네는 2008년부터 싸이더스HQ에 모델비, PPL 후원비 등 다 포함해 연간 10억원을 줬죠. 소속 배우가 카페베네에서 인터뷰를 하거나 드라마 촬영을 하면 점포에서 일정 시간 장사를 아예 안 했어요. 그 대신 손실 비용은 본사에서 다 커버해줬죠. 그 비용만 해도 엄청났죠.”

    ▼ 초반에는 스타 마케팅이 통했지만 카페베네 성장 이후에는 큰 효과가 없을 것 같은데요?

    “사실상 싸이더스HQ와 제휴를 통한 효과는 초반 2년에만 유효했지만, 어떻게 사업하는 사람으로서 단물만 쪽 빼먹겠습니까(웃음). 현재도 여섯 편의 드라마를 후원하고 있는데 싸이더스HQ와의 제휴는 올 연말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카페베네는 최근 대한축구협회 공식후원사로 4년간 계약을 체결했다. 10월7일 한국-폴란드 경기 하프타임에 관중 1만여 명 앞에서 대한축구협회 후원 조인식을 열었다. 11월 초 진행한 대학 축구팀 정규리그는 ‘2011 카페베네 U리그 챔피언십’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김 대표는 “카페베네와 마찬가지로 대한민국 축구도 세계의 중심으로 향하고 있다”며 “2012년 런던올림픽과 2014년 브라질월드컵이라는 큰 행사에서 국가대표팀에 힘을 보태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프랜차이즈 외식업체에 몸담은 지도 올해로 15년째다. 그는 29세에 삼겹살 프랜차이즈를 시작해 2000년대 중반 감자탕과 삼겹살 프랜차이즈 ‘행복추풍령’ 대표로 대한민국에 ‘묵은지 열풍’을 일으켰다. 그가 2008년 커피 전문점을 시작할 때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당시 국내 커피 시장은 이미 스타벅스, 커피빈 등 해외 수입 브랜드와 엔젤이너스, 던킨도너츠 등 국내 대기업이 운영하는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었다. 그 틈을 든든한 모기업도 없는 100% 토종 브랜드 카페베네가 파고들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또한 한식 프랜차이즈만 해온 김 대표가 복합 문화사업인 커피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많았다. 하지만 김 대표는 짧은 시간 안에 대한민국 1등 커피 전문점으로 카페베네를 키웠다. 그리고 두 가지 큰 꿈을 키우고 있다. 바로 서브브랜드 ‘블랙스미스’ 론칭과 글로벌 진출이다.

    배우 한예슬이 여는 LA 2호점

    카페베네의 서브브랜드 ‘블랙스미스’는 정통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11월17일 서울 강남역에 1호점을 오픈했다. ‘대장장이’를 뜻하는 단어 ‘블랙스미스’는 서양에서 노력, 장인정신, 그리고 솔직함을 상징한다. 그는 “카페베네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반영해, 최고로 맛있는 이탈리안 음식점을 만들 것”이라고 단언했다.

    “현재 블랙스미스 1기 요리사 10명을 본사에서 양성하고 있습니다. 가맹점 형식이지만 대표 요리사는 본사에서 파견해 완벽히 통제하는 거예요. 이번에는 인력 관리를 철저히 해 맛을 잡아야죠. 카페베네는 분위기, 이미지로 승부를 걸었다다면 블랙스미스는 100% 맛으로 승부를 내야 합니다.”

    12월6일 마침내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에 카페베네 해외 1호점이 문을 연다. 다른 외식업체들은 해외 진출 시 LA나 뉴욕 32번가 등 한국인이 많은 곳을 먼저 공략했지만 카페베네는 미국의 심장부에서 시작한다. 미국에서도 가장 땅값 비싼 곳에 661m²(약 200평) 규모의 점포를 내기 위해, 카페베네는 6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카페베네 이익은 약 110억원. 한 해 이익의 절반 이상을 쏟은 것이다.

    ▼ 카페베네의 해외 진출을 두고 ‘무모한 도전’이라는 시각도 많습니다.

    “무모한 도전 맞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보증도 섰기 때문에 걱정도 많이 됩니다(웃음). 하지만 우리의 무모함이 결과를 만들어냈을 때 그 결과는 상당할 것으로 봅니다. 맨해튼점에서는 실패하더라도 뉴욕 심장부에서 미국 커피시장 90%를 독과점한 스타벅스를 위협한다면, 다른 나라 파트너들도 충분히 관심을 가질 겁니다. 타임스퀘어 광고판 하나를 계약할 예정입니다. 거기에 한글로 ‘카페베네’ 로고를 지속적으로 노출하면, 한국 국가 브랜드 가치도 높아지지 않겠어요?”

    이밖에도 초창기부터 카페베네 모델로 활약해온 배우 한예슬씨가 직접 미국 LA에 3층 건물을 구입, 내년 2월에 카페베네 LA점을 오픈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한씨 어머니가 사업을 주도하기 때문에 본사 부담은 거의 없다. 모델로서 의리가 넘친다. 참 고맙다”며 웃었다.

    카페베네 아시아 진출도 활발히 추진 중이다. 현재 카페베네는 베트남, 필리핀, 중국 등 3개국과 파트너 계약을 맺었고 내년까지 아시아 11개국에 모두 계약이 체결될 예정이다. 김 대표의 목표는 2015년 아시아 주요 11개국 모든 도시에 카페베네를 입점하는 것. “카페베네라는 이름만 빼고 다 바꾼다”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아시아에 ‘커피 한류’를 일으키겠다고 단언했다. 과연 그의 ‘무모한 도전’은 또 한 번의 성공 신화를 낳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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