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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적 사고와 이공계적 사고가 함께 작동하는 인재를 찾아라

‘인문학적 인재’의 채용과 양성

  • 김상배│stephensbkim@yahoo.com e Teacher Group 히브리어 강사

인문학적 사고와 이공계적 사고가 함께 작동하는 인재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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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대박?

인문학적 사고와 이공계적 사고가 함께 작동하는 인재를 찾아라

서울 서초동 삼성타운.

융대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지식기반 경제사회가 점점 발전함에 따라 우리 사회는 물리, 화학, 수학 등의 기초 자연과학은 물론 인문, 사회, 생명과학, 의학, 공학 등이 학제적으로 통합된 현장 중심형 전문인력과 IT, BT, NT 등이 결합된 신생 융합기술 분야의 창의적 인력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이 진단에 따르면 융대원은 이공계와 인문계를 아우르는 융합을 필요로 하는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설립된 것처럼 보인다. 이어서 융대원은 “세계적 수준의 지식생산기지의 역할을 수행해 국가 미래 산업 분야의 신기술 개발을 선도하고,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창의적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양성하고자” 설립된 교육기관이라고 소개문은 밝히고 있다.

우리의 관심사인 인문학과 관련해 이 내용을 다시 들여다보면 앞의 현실 진단 부분에서는 인문학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지만 그 필요성을 채워주기 위해 융대원이 어떻게 할 것이라는 부분에서는 인문학이 빠져 있다. 그뿐만 아니라 융대원에 있는 4개의 학과 소개에도 인문학의 위치는 잘 보이지 않는다. 융합이란 말의 이론적 성격상 인문학이 구색 맞추기처럼 문구에는 들어가 있으나 실제 융대원이 융합을 실행할 때에는 인문학이 설 자리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면 인문학의 필요성을 언급한 융대원의 현실 진단도 별 의미가 없는 것이 된다.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볼 때 현재 상태의 융대원에서는 삼성전자가 원하는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를 찾기 힘들 것 같다. 삼성전자 인사팀이 무슨 생각으로 융대원을 찾는지 잘 모르겠지만 기업이 원하는 융합적 인재를 배출하기에는 융대원의 현 시스템이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어떤 의미에서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의 수요와 공급은 서구에서 시작된 새로운 현상인데 한국에서는 거름 지고 장에 가는 식으로 모방해보는 형편이다. 남이 한다고 하니 우리도 하기는 해야겠는데 기업이나 학교에서는 실제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우왕좌왕하는 것이 감지된다.

물론 어떤 시도를 하든지 처음에는 잘 모르고 엉거주춤하게 따라 하는 단계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 만큼 이것 자체를 문제시할 수는 없다. 과학과 인문학의 접목을 먼저 시도한 카이스트는 훨씬 더 안정적으로 변화에 대처할 것으로 보이며, 삼성이나 융대원뿐 아니라 한국의 많은 기업과 학교가 이번 기회에 인문학 접목의 필요성을 절감했을 것으로 생각되는 만큼 앞으로 계속 추진한다면 언젠가는 성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현재의 어정쩡한 상태는 되도록 빨리 끝날수록 좋다. 그러므로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를 찾는 기업과 그러한 인재를 양성하려는 학교에서 시행착오를 줄이고 성과를 앞당기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경영에 인문학을 접목하기를 원하는 기업계에서는 우선 사람들이 인과관계에 대해서 잘못된 판단을 많이 한다는 사실을 배울 필요가 있다. 어떤 회사에서 인문학을 경영에 접목했더니 대박을 터뜨렸다는 말의 배경은 인문학을 접목한 사건 다음에 대박이 난 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이것을 인문학을 접목한 것이 원인이 되어서 그 결과로 대박이 났다고 이해하는 것은 위험하다. 인문학은 이러한 생각이 반드시 옳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관찰했다.

물론 이 사실은 오늘날 인지과학이 좀 더 세밀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이미 수백 년 전 흄이나 칸트 같은 철학자들이 설파한 내용이다. 대박이 난 이유는 인문학을 경영에 접목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사람들이 무관심하게 지나쳤던 다른 요인 때문일 수도 있다. 어떤 회사에서 인문학을 접목한 후 대박이 났다면 인문학을 접목한 시점과 대박 난 시점 사이에 수많은 경영학적 판단, 판단에 따른 결정, 결정에 따른 실행이 있었을 것이며, 그 많은 판단과 결정과 실행 중에 어느 것이라도 대박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경계

이와 같이 인과관계는 대단히 복잡하다. 이러한 복잡성을 대중은 싫어한다. 버스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복잡한 물리학적 설명이나 기계공학적 설명보다는 버스는 차장이 “오라이” 하는 힘으로 간다고 하는 것이 옛날 촌부들에게는 더 설득력 있게 먹혔다. 차장이 “오라이”라고 외친 다음에 버스가 움직였으니 둘 사이의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오늘날 시중에 나도는 성공한 인물이나 기업을 다룬 서적들에서 이러한 식의 엉터리 설명을 곧잘 본다. 이러한 단순함을 바로잡기 위해서 인문학적 사고가 유용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므로 인문학적 관점에서 볼 때 애플이나 구글이 인문학을 경영에 접목해서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해서 인문학이 돈을 벌어줄 것이라거나, 삼성경제연구소가 인문학이 기업 위기 탈출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연구보고서를 냈다고 해서 인문학이 현재 자기 회사의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고 믿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생각이다. 만일 경영에 인문학을 도입해 엄청난 이익이 나고 기업 문제가 해결된다면 인문학자들이 다 성공한 기업가가 되었을 것이며 산업계에 진출한 인문학자가 터뜨린 대박이 연일 뉴스거리가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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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배│stephensbkim@yahoo.com e Teacher Group 히브리어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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