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호

유로화 이대로 사라질 것인가

프랑스 석학이 분석한 유럽 금융위기

  • 자크 사피르|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 교수·경제학

    입력2011-11-22 15: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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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로존 위기 2015년까지 이어질 수 있어
    • 유럽 수요 감소로 한국 등 제조업 국가 타격
    • 유럽 GDP 감소로 각국 재정 적자
    • 유럽 세 번째 경제규모인 이탈리아의 충격적 몰락
    • 독일과 프랑스의 결별
    유로화 이대로 사라질 것인가

    지난 4월 포르투갈 젊은이들이 경제위기에 따른 실업률 증가에 불만을 표출해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2011년 한여름 이후 유로존의 상황은 계속 악화돼갔다. 7월27일 유럽 정부와 은행들이 모여 만든 위기 대응 계획은 새롭게 떠오른 문제들에 부딪혀 실패했다. 그 정도로는 그리스가 재정위기를 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후 10월28일 이른 아침 힘겹게 도달한 새로운 합의는 유럽 은행들이 그리스가 갚아야 할 빚의 절반을 사실상 탕감해주는 것이어서 유럽 재정위기가 해결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유로존은 11월 초 칸에서 열린 G20정상회의에서 분열되고, 혼란스러운 모습을 드러냈다. 게오르게 파판드레우(George Papandreou) 그리스 총리가 제안한 ‘구제금융안 국민투표’는 혼란만 야기했으며, 현재의 위기가 경제와 금융에서 정치권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증명해주었을 뿐이다. 물론 몇몇 체면 세우기용 제안이 협상 테이블 위로 올라갔다. 하지만 이들 제안은 모두 금융시장을 설득하기에는 불충분했다는 것이 명확히 드러났다. 유로는 이대로 사라질 것인가, 기사회생할 수 있을 것인가?

    현재의 복잡한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거대한 위기를 구성하고 있는 세 가지 다른 종류의 조각을 살펴봐야 한다.

    위기 악화의 원인

    첫째 조각에 대한 이야기다. 지난 9월부터 우리는 그리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여러 국가에서 쏟아져 나온 온갖 악재를 접했다. 이들 나라는 모두 긴축정책으로 인한 불경기를 겪고 있었고, 이는 예상보다 훨씬 큰 폭의 국내총생산(GDP) 감소를 가져왔다. 각 국가의 GDP 예상치는 현재 기대치보다 점점 더 낮아지며, 예상치를 계속해서 수정해나가는 과정에 있다.

    경제사를 배우는 이들에게는 사실 놀랄 만한 소식은 아니다. 이는 1930~1932년 사이(브뤼닝 정부체제하) 독일의 경우와 정확히 일치한다. 언제 어디서나 디플레이션은 재앙을 가져온다. 이는 유럽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신용경색으로 인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현재 유럽의 재정과 통화 정책은 모두 경기를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GDP의 갑작스러운 감소를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큰 폭의 재정 적자로 이어졌다. 다시 말하면 이것은 정부의 초과 지출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재정 수익의 부족에 의해 재정 적자가 점차 커져가고 있음을 설명해준다. 그리스와 포르투갈 정부는 모두 이번 봄에 결정된 목표치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리고 그리스는 이미 8월에 그 목표치를 다시 수정했다.

    현재 파업과 데모가 연일 계속되는 그리스의 상황은 꽤나 나빠 보인다. 그리스 정부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제안으로 신뢰를 한 번 잃었으며, 독일과 프랑스의 압력을 받아 국민투표를 철회한다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더욱 신뢰를 잃은 상황이다. 독일과 프랑스는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기로 결정할 때까지 그리스를 위해 한 푼도 내놓을 수 없다”며 그리스를 압박했다. 좌우파 양당의 ‘민족 연합’ 정부 구성도 상황을 개선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국민은 긴축 계획을 거부했고, 국민의 자본도피는 매우 심각한 수준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납세 거부를 포함해 시민의 저항 움직임이 현재 매우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이탈리아 GDP의 6%가 이자

    이런 맥락에서 10월29일의 그리스 국경일 행사에서 매우 상징적인 몇몇 사건이 발생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사건은 테살로니키에서 열린 축하행사에서 대중이 격렬하게 항의해 그리스 대통령이 행진을 중단해야 했던 일이다.

    새로운 정부는 점점 더 강한 디플레이션 조치들을 단행해야 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조치는 실제로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유일하게 합리적인 해결책은 그리스의 부채 부담을 경감해주는 것이다. 10월28일 정상회의에서 그리스 국채에 대한 손실률(haircut)을 50% 수준으로 정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주요 은행이 이에 동의하면서 그리스의 채무 가운데 1000억유로(약 153조9000억원)가 삭감됐다. 이는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지만 3600억유로에 육박하는 그리스 총 채무의 28%밖에 되지 않는다.

    포르투갈의 상황도 더 나을 것이 없다. 10월 중순 대규모 시위가 다시 한 번 일어났으며, 정부의 재정 상태도 빠른 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포르투갈은 2011년이 끝나기 전 유럽연합에 더 많은 지원을 요청할 것이다. 상황이 조금은 나은 것으로 알려졌던 아일랜드조차 10월, 11월 초의 위기로 인해 많은 압박에 직면해 있다.

    위기 확산은 이미 시작됐다. 스페인은 공공부채 때문이 아니라 민간부문의 부채 문제와 낮게 잡아도 21%에 달하는 실업률로 인한 경제 침체 때문에 은행의 경기가 하락하고 있다. 스페인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아직도 프랑스나 독일보다 낮으며, 가계와 비금융 회사들의 부채 비율이 매우 높은 편이다. 이런 상황은 스페인 은행들에 매우 큰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즉 이런 문제들 때문에 은행의 신용등급이 점차 하락하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은행의 자본구성을 재편하거나 더 많은 실업급여를 제공해야 하는 상황이다. 두 경우 모두 스페인 정부에 심각한 재정 적자 증가를 초래해 공공 부채를 GDP 대비 100% 수준으로 올려놓을 가능성이 크다.

    이탈리아는 유로존에서 세 번째로 경제 규모가 큰 나라다. 높은 공공부채 비율 (GDP 대비 120%)과 2000년 이후의 저성장으로 인해 이탈리아 경제는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해 있다. 지난 10월 말 이후 이자 지급은 극적으로 증가했다. 시중은행의 이자율은 이미 6%를 상회했으며, 11월8일에는 7%를 넘어섰다. 이탈리아 예산 중 이자로 나가는 돈이 GDP의 6%에 육박하고 있으며, 이 액수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탈리아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는 큰 오산이다. 실제로 이탈리아는 이자를 제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약간의 재정수지 흑자(primary surplus)를 달성하고 있다. 하지만 총 이자 비용은 이러한 흑자분이 결국에는 적자로 전환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어쨌건 이탈리아 정부는 신뢰를 잃었다. 호전적이고 신뢰를 잃어 사임하고 만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의 뒤를 이어 집권한 새 정부는 더 긴축적이고, 잠재적으로는 더 높은 성장률을 필요로 하는 재정 개혁을 밀어붙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와 비슷한 경우의 나라로 벨기에를 추가할 수 있다. 벨기에의 GDP 대비 부채비율은 97%나 된다. 이 나라도 경제성장이 거의 멈춘 상태이며, 18개월 동안 정부 구성을 하지 못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의 결별

    둘째 조각은 프랑스와 독일의 문제다. 이 두 나라의 결별은 이미 공식화됐다. 프랑스 정부는 유럽재정안정기금(European Financial Stabilization Fund·EFSF)을 은행으로 만드는 구상을 강력히 추진 중이다. 프랑스는 유럽재정안정기구가 4000억유로에 달하는 기금을 담보로 유럽중앙은행(ECB)으로부터 차입하는 방안을 지지하고 있다. 유럽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도 이러한 제안을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ECB와 독일은 이 안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최근 독일의 몇몇 선언은 심상치 않은 낌새를 풍기고 있다. 독일 정부와 하원 모두 유럽 안정화 기금을 자금 차입 용도로 쓰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더욱이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구제해야 할 경우 이 자금이 2조유로 이상(EU 집행위원장인 호세 마누엘 바로수 주장)이나 되므로 그 기금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독일 정부는 사실상 프랑스 정부의 해결책에 반대하고 있다. 그 해결책에 따르면 독일이 EFSF에 상당한 규모의 보조금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독일은 이러한 해결책을 공식적인 차원에서 거부하고 있다. 이러한 안이 주요 협정의 수정과 독일 헌법의 수정까지 의미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독일은 EFSF를 보증기금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대안을 내놓았지만 이는 성사되기 힘들다.

    실제로 기금 4400억유로 중 1700억유로는 이미 그리스와 포르투갈, 그리고 아일랜드에 지원됐다. 1000억유로는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필요할 것이다. 이는 1700억유로만 보증 용도로 남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금융 경색에 시달리는 여러 국가의 부채에 20%만 보증한다고 해도 필요한 자금액은 8500억유로에 달한다. 하지만 이는 몇 달 혹은 몇 주를 버티는 데도 크게 모자란 액수다. 어쨌건 프랑스 같은 몇몇 국가에서는 EFSF를 자국 은행의 자본 확충에 이용하고자 한다. 독일은 프랑스보다 자본 확충 부담이 훨씬 더할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이런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

    이 돈은 확실히 조만간 필요하게 될 것이다. 이탈리아에서는 대규모의 자본 도피가 일어나고 있다. 현재 부유층과 기업들이 더 이상 유로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 이것은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위기 회복 능력을 믿지 않는 것만큼이나 심각하다. 문제는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사임 이후에도 이런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2010년 초 이후 유럽중앙은행은 유통시장에서 국채를 사들이고 있다. 지금까지 유럽중앙은행은 이자율이 급격히 치솟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유통시장에서 대량의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를 매입해왔다.

    유로화 이대로 사라질 것인가
    하지만 이러한 정책은 불량 채권으로 인해 ECB에 상당한 부담이 되었으며, 이자율의 상징적 마지노선인 6%를 넘어 7%까지 치닫는 상황을 막을 수 없었다. 이러한 상황은 현재 통제 불능임이 명확해졌으며, ECB의 새 총재 마리오 드라기는 이러한 흐름을 막아야 하는 심각한 압력에 직면할 것이다.

    미 달러 대비 유로화 환율은 유럽이 합의를 도출했다는 뉴스로 인해 한때 1.37까지 상승하기는 했지만, 1.335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전엔 1.44를 유지했다. 현재 유로존을 괴롭히는 문제들로 인해 환율이 매우 불안정하게 움직이고 있다.

    유로화 가치의 하락 원인은 미국의 헤지펀드가 그들의 돈을 빼가기 때문이 아니라 적어도 그리스, 포르투갈, 그리고 이탈리아 세 국가에서 급속한 자본 유출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의 경우는 쉽게 설명된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경우는 이와 다르다. 유럽인이 더 이상 유로를 신뢰할 수 없다면, 누가 유로를 믿을 수 있겠는가?

    벼랑 끝에 서 있는 은행들

    유로화 이대로 사라질 것인가
    셋째 조각인, 유럽의 은행 시스템이 여전히 주요 우려의 대상이다. 이제 자본 재구성으로 가는 길이 활짝 열렸다. 어쩌면 일종의 은폐된 국유화로 나아갈지도 모른다.

    먼저 은행들이 축적해놓은 국가 부채의 위험이다. 다음의 표 ‘프랑스와 독일 리스크’를 보면 이 위험은 프랑스와 독일 사이에 별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유럽집행위원회는 유럽은행들의 핵심자기자본비율(티어1비율)을 7%에서 최소 9%로 상향 조정하는 안을 갖고 있다. 이는 만전을 기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의 일부다. 하지만 핵심자기자본비율이 10%인 프랑스-벨기에계 은행인 덱시아(DEXIA)가 실패했음을 상기해볼 때, 핵심자기자본비율 상향 조정은 핵심 문제를 푸는 적절한 답이 될 가능성이 낮다고 볼 수 있다.

    디폴트 혹은 채무 재조정 그리고 핵심자기자본비율 인상 이후 다가올 가능한 손실의 조합은 매우 충격적이다. 지난 9월 모건스탠리가 발표한 자료(‘유럽 경제 정책-유럽 은행 시스템의 파노라마’, 모건스탠리 리서치)에 따르면 그리스의 국채손실률이 56%, 아일랜드 47%, 포르투갈 45%, 이탈리아 11%, 스페인 6%, 벨기에가 2%일 경우 총 손실액이 2478억유로에 달하게 된다. 동일한 국채손실률을 톰슨-로이터가 개발한 계산법에 적용해보면, 총 손실액은 2920억유로에 달한다. 이 계산법은 유럽은행 감독기구가 2011년 7월 경제의 스트레스 테스트를 수행하는 데 사용한 수치에 기초를 두고 있다. 이 변수들은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고 포르투갈의 국가 채무 결손처리의 다양한 시나리오를 반영하고 있다. 자본 재구성이 필요한 은행의 숫자(이 시나리오에 의하면 71개)와, 핵심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필요한 금액이 결과로 나와 있다.

    톰슨-로이터 방식으로 다른 국채손실률을 적용하면 그리스 국채손실률 60%, 포르투갈 45%, 아일랜드 47%, 이탈리아 25%, 스페인 25%로 총 손실액은 3710억 유로에 달하며, 큰 영향을 받게 될 은행은 모두 75개나 된다.

    이런 수치는 각국 정부가 평가한 결과들이 얼마나 과소평가돼 있는지 보여주며, 핵심자기자본비율을 7%에서 9%로 상향 조정하는 것이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임을 알려준다. 이 정책은 실제로 유로존에서 엄청난 신용 경색을 유발하고 있으며, 그 결과는 긴축정책으로 이어질 것이다.

    유로화 이대로 사라질 것인가
    독일의 엄청난 무역 흑자

    우리가 상황을 좀 더 큰 시야로 보면, 실행가능한 합의가 적절한 시간 내에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한번에 이 모든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합의도 국가 간 현저한 경쟁력 차이라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문제는 유로존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주는 요소다. 2001년 이후 유럽경제통화연맹(EMU) 회원국 간 경쟁력 지표의 차이는 상당히 두드러져왔다. 이는 아마도 투자 정책(특히 독일과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사이의 차이)이나 세금 정책(독일과 프랑스 간 차이)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유로존은 독일 제품의 주요 시장으로 떠올랐다. 독일의 무역수지 흑자는 현재 유로존 안에서만 60%를 기록하고 있다. 유럽연합에서는 75%, 그 밖의 지역에서 무역수지 흑자는 25%에 불과하다. 이러한 불균형이 유로화의 존속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소다.

    사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유로의 단기적인 생존이 아니라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이다. 유로화가 지금의 위기를 그럭저럭 헤쳐나간다고 해도 앞으로 5년간 유로의 미래는 매우 암담해 보인다. 두 가지 요소가 유럽통화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첫째는 공동체 내부 무역 불균형의 규모다. 이는 당연히 독일 등 몇몇 국가에서 정치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큰 규모의 예산 연방주의(다시 말하면 보조금)에 의해 불균형이 수정돼야 함을 의미한다. 둘째 요소는 성장의 역동성이다. 유럽통화공동체의 경제는 수년간 경기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고 프랑스에서까지 시행되고 있는 긴축정책과 유럽계 은행들의 힘든 상황, 그리고 핵심자기자본비율 인상으로 유발된 신용경색의 총체적인 결과일 수 있다. 유로존은 2002년 이후 세계경제의 평균성장률을 깎아먹는 지역이었다.

    이런 상황은 아마 더 악화돼갈 것이다. 스페인의 실업률은 21% 이상이고, 그리스의 실업률도 16% 이상이나 된다. 실업률은 내년에도 상승추세를 그릴 것이다. 그리고 2013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유럽의 경기침체는 신흥국에서도 여러 가지 문제를 낳고 있다. 이들 국가도 유럽 국가들의 수요 감소로 인해 성장률의 하락을 보일 수 있다.

    과거를 돌이켜 보면 유로존은 유럽통화공동체에 가입하지 않은 타 유럽 국가들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 같은 나라들보다 현저히 낮은 성장세를 지속해왔다. 2000년 리스본에서 유럽연합 정상이 모여 유럽의 경제발전을 이끌기 위해 합의한 ‘리스본 어젠다’는 유로존의 성장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 어젠다의 목적은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를 통합해 유럽연합을 가장 경쟁력 있고 활기 있는 지식 중심의 경제로 만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유로존의 전망 또한 어둡다.

    유럽통화공동체의 경기침체는 적어도 2012년과 2013년까지 이어질 것이 확실시되며, 2015년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유로존의 불경기로 인해 세계 최대시장인 유럽의 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이는 한국 중국 인도 등 제조업 국가들뿐만 아니라 브라질 러시아 등 1차 산품 생산 국가들에도 커다란 타격을 입힐 것이다.

    유로화 이대로 사라질 것인가
    자크 사피르

    1954년생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 교수

    산업화양식 비교연구센터(CEMI-EHESS) 소장

    1989년 전략분야 연구 카스텍 상, 2001년 금융경제 연구 튀르고 상 수상. 프랑스 정부, 기업 및 국제기구 동유럽 지원프로그램 자문관

    저서: ‘경제학의 블랙홀’(2003), ‘21세기를 위한 경제학’(2005), ‘탈세계화’(2011), ‘유로화 탈출’(2012년 1월 예정) 등


    신흥국들은 이제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 즉 홉슨의 선택(Hobson′s choice)에 직면해 있다. 세계 준비 통화 중 하나를 상실하거나, 혹은 수출에 상당한 타격을 입거나. 신흥국들이 11월 초 칸에서 열린 G-20정상회의에서 유럽 국가들을 돕는 데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은 별로 놀랄 일도 아니다.

    이제는 유럽에서 금기가 된 질문을 제기할 때다. 유럽 경제 그리고 세계 경제도 유로화가 없어야 좋아질 것인가, 아니면 유로화를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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