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호

“특허소송 이겨도 지는 중소기업 설움 없애겠다”

총성 없는 특허전쟁 감독자 이수원 특허청장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11-11-22 17: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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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허 질적 개선 이루면 신성장 동력
    • 4년간 대·중소기업 간 분쟁 844건, 중소기업 절반은 져
    • 특허출원 경제성장 선행지표, 등록은 동행지표
    • 삼성, 애플과의 송사에서 얻은 것 많다
    • 2013년부터 논문도 특허 출원 가능
    “특허소송 이겨도 지는 중소기업 설움 없애겠다”
    지식재산이 세계 비즈니스를 지배하고 있다. 지식재산은 ‘무형적인 것으로 재산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아이디어나 기술 등을 말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특허권이다. 이를 두고 비즈니스 세계에서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 전쟁은 가장 관심을 모은 재계 뉴스 가운데 하나다.

    그만큼 지식재산을 둘러싸고 국가 간 협의도 많아지고 있다. 지난 9월 말 이수원(56) 특허청장은 유엔의 지재권 전문기구인 세계지식재산기구(World Intellectual Property Organization·WIPO) 총회에 참석해 미국 일본 유럽 등 12개국 특허청장들과 연쇄회의를 했다. 여기서 아프리카 지역 지식재산기구(ARIPO)와 특허행정 정보화사업 지원을 약속했고, 스페인과는 지식재산권 분야의 포괄적 협력 관련 업무협약을 맺었다.

    7월20일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지식재산기본법이 시행에 들어갔지만 국민은 아직 그 변화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또 중소기업은 여전히 대기업으로부터 특허권을 침해받고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한 상황이다. 갈수록 지식재산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내 특허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이 청장을 만나 ‘지식재산 전쟁’의 배경을 들어봤다.

    특허 많아지면 경제 좋아져

    지식재산의 하나인 특허는 그 출원 건수가 흥미롭게도 지난 40년간 우리나라 경제성장과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특허 출원이 많아지면 얼마 뒤 경제지표도 좋아졌다. 외환위기의 영향이 가장 컸던 1998년에는 전년대비 18.9%(1만7546건)가 줄어들었다.



    1970년엔 국내의 특허출원이 1846건에 불과했지만, 2010년엔 17만101건으로 약 92배 증가해 세계 4위 수준에 도달했다. 우리나라의 1인당 GNI(국민총소득)는 1970년 255달러에서 지난해에는 81배가 넘는 2만759달러에 달했다. 이 청장은 “특허 출원을 통해 사업화를 준비하고, 특허가 등록되면 본격적으로 생산과 판매 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허출원은 경제성장의 선행지표이고, 등록은 동행지표 성격을 갖는다”며 그 상관관계의 의미를 강조했다.

    ▼ 기업이 특허를 확보해 경쟁력을 갖고, 그것이 국가 전체의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게 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지요?

    “우리나라 지식재산 분야의 질적 경쟁력이 아직 높지 않은 것이 문제입니다. 휴대전화, 메모리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에서 세계적 수준의 상품들을 생산하고 있지만, 그 상품들을 생산하기 위해 해외에 많은 로열티를 지불하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우리나라는 2008년 기준 GDP 10억달러당 특허출원건수가 103개로 세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특허생산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기술무역수지는 2009년 48억6000만달러의 적자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허의 질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만일에 발생할 특허 분쟁에 대비해 국내 기업이 원천특허, 표준특허 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한 과제입니다. 기업이 필요한 특허를 스스로 개발하지 못할 경우 이를 어떻게 매입할 수 있는지, 크로스 라이선싱(cross licensing)을 할 수 있는지 등을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특허청은 질적으로 우수한 특허가 창출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여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에 녹색성장과 신성장 동력 분야에서 20개 핵심기술을 선정해 지원했으며, 하반기에도 20개 과제를 추가로 지원했다. 이와 함께 첨단 부품·소재 분야에서 우수한 품질의 특허가 창출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올해 122개 중소·중견기업을 선정해 지원 중인데 상반기까지 지원한 60개 기업에서 684개의 특허가 나왔다. ‘국가 R·D 특허기술 동향조사’에서도 지난해 3300개 과제보다 1100개가 늘어난 4400개를 지원하고 있으며, 대학이나 공공연구기관에 우수 특허 창출을 돕는 ‘지식재산전략전문가’를 파견하고 있다.

    ▼ 지식재산이 우리 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특허소송 이겨도 지는 중소기업 설움 없애겠다”

    2009년 1월 이명박 대통령이 비상경제대책회의 직후 이수원 비상경제상황 실장(맨 오른쪽)의 안내로 상황실을 둘러보고 있다

    “전통 산업사회에서는 토지, 자본, 노동이 경쟁력의 원천이었습니다. 그러나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는 이러한 유형의 자산이 아닌 무형자산이 경쟁력의 원천이 되고 있습니다. 2008년 미국 투자연구소인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Ned Davis Research) 조사에 따르면 S·P 500대 기업의 기업 가치 중 지식재산 등 무형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1985년 32%에서 2005년 80%로 지난 20년간 약 2.5배 증가했다고 합니다. 무형 자산 중에서 지식재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에 10%에서 40%로 4배 증가했습니다. 이런 추세에 비추어보면 기업 가치에서 무형자산이 더욱 큰 비중을 차지하고 그중에서도 특히 지식재산이 가장 중요한 가치를 가지게 될 것이라 판단합니다.”

    제조기술 못지않게 디자인권 중요

    2009년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은 2008년 당시 조사대상국 58개 국가 중 37위로 평가되던 우리의 지식재산 경쟁력을 10위 수준으로 끌어올릴 경우 향후 3년간 GDP 104조원이 증가하고, 58만명의 고용이 창출되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우수한 지식재산을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의 사례는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애플사의 경우 일관된 브랜드(i-Pod, i-Phone, i-Pad, i-Cloud 등)와 혁신적 디자인을 바탕으로 공세적인 지식재산 전략을 구사해 경쟁사를 견제하고 시장지배력을 높인 결과 미국 나스닥 100대 기업 중 2010년 시가 총액 1위를 차지했다. 구글도 페이지랭크(Page Rank)로 대표되는 새로운 검색 방법으로 세계 최대의 검색엔진으로 성장했는데, 창업한 지 11년 만인 2010년 나스닥 100대 기업 중 시가 총액 3위(176조원)를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지식재산을 서로 차지하려는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 삼성전자와 애플 간 지식재산권(이하 지재권) 다툼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요?

    “두 회사의 특허분쟁을 잘 살펴보면 우리가 앞으로 유념해야 할 교훈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제품을 자체 생산하기 때문에 주로 제품의 제조기술과 관련된 특허권을 많이 갖고 있고, 그에 따른 소송을 주로 제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품 생산을 아웃소싱에 의존하는 애플사의 경우 제품의 디자인권에 대한 소송을 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미국 특허 보유량이 미국 내 기업 중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많지만, 휴대전화의 GUI (Graphic User Interface)나, ‘전체적인 외관과 느낌’(look and feel) 등 감성적인 디자인권에 대해서는 애플사보다 약세입니다. 따라서 제품 제조 기술 관련 특허권뿐 아니라 소비자의 감성과 관련된 디자인권을 적극 확보하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두 회사의 소송 결과는 어떻게 될까. 법무법인 청맥의 류경환 변호사는 ‘주간동아’ 기고에서 “대기업들은 서로 상대의 여러 가지 특허를 사용하므로 어느 한쪽이 후련한 승리를 거두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 청장도 삼성이 애플과의 소송에서 “현재까지는 삼성이 승패와 상관없이 세계적으로 큰 홍보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낙관적인 평을 내놓았다.

    “특허소송 이겨도 지는 중소기업 설움 없애겠다”
    기업비밀 보호제 마련

    그러나 대개의 경우 특허소송은 결과와 무관하게 기업에 큰 부담을 안겨준다. 2009년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기업 1001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승소한 기업 3곳 중 한 곳은 분쟁에 이기고도 피해를 봤다고 답했다. 일반적으로 특허소송이 장기간 지속되기 때문에 그 기간 버틸 수 있는 시간과 돈 등 여유가 있어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자사의 특허를 빼앗기고도 장시간 소송에 시달리다 피해를 보는 경우도 흔하다.

    ▼ 중소기업의 특허권이 대기업에 의해 침해받는 사례가 가끔 언론에 보도되는데, 특허청에서 파악하고 있는 종합적 내용은 무엇인지요?

    “기업에서는 지식재산권 분쟁의 내용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특허청이 그 분쟁의 전모를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특허청에서는 대·중소기업 간 특허침해 또는 분쟁이 있었는지 여부를 당사자 간 소송제기 여부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특허침해 소송은 3단계로 이루어집니다. 특허청의 특허심판원과 특허법원, 사법부의 일반법원, 대법원 등이 그것입니다. 이 가운데 사법부에서 진행된 것에 대해서는 제가 말씀드리는 게 적절하지 않은 듯하고, 특허청의 특허심판원에 심판 청구가 제기된 것만 갖고 설명하는 게 옳을 듯싶습니다.”

    특허청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0년까지 4년간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상표를 포괄한 전체 분쟁건수는 1만5023건이었다. 이 가운데 대·중소기업 간의 분쟁건수는 844건으로 전체의 5.6%를 차지하고 있다. 연도별로 보면 대·중소기업 간 심판청구건수는 2007년 233건이었으나 지난해에는 168건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

    ▼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분쟁의 결과는 어떻게 드러났는지요?

    “중소기업이 패소한 비율은 최근 4년간 평균 49.9%입니다. 중소기업이 패소하는 이유는 대기업에 비해 자금력이 떨어지고 특허분쟁 경험이나 법률지식 등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특허청은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서 특허분쟁컨설팅, 무료법률지원, 지적재산권 보험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 중소기업이 보유한 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가 있는지요?

    “특히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부터 기술을 탈취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중소기업청이 기술자료 임치제도를 마련해두고 있습니다. 기업이 은행에 기술을 적은 서류를 금고에 맡기고 나중에 법원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이 서류를 찾아다가 증명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한 거지요.

    최근에는 특허청이 새로운 방식의 기업비밀 보호제도를 마련했습니다. 2010년 11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영업비밀 원본 증명제도가 그것입니다. 이 서비스는 기업이 기술정보를 담고 있는 전자문서에서 특정한 지문(Hash Code)만을 추출해 공신력이 있는 기관에 보관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만일 사후에 분쟁이 발생할 경우 이 전자지문을 활용해 기업이 비밀을 보유하고 있음을 법원에 증명할 수 있게 됩니다.”

    특허청은 또 국내에서의 국제특허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외국 경쟁기업의 특허를 사전에 분석해 회피기술 개발 등 분쟁 예방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예컨대 전문 로펌 컨설팅 비용을 최대 4000만원 한도에서 80%까지 지원하는 분쟁예방컨설팅을 하고 있다. 또 특허관리전문회사의 활동 동향을 조사해 이들의 특허공세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기업에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 국제특허분쟁이 발생할 경우 특허청은 중소기업의 소송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재권 소송보험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3000만원 한도에서 가입 보험료의 80%를 지원해주고 있다. 또 전문 로펌을 통해 침해여부 분석과 로열티 협상 등 대응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컨설팅 비용을 최대 5000만원 한도에서 80%까지 지원하는 분쟁대응컨설팅도 하고 있다.

    이밖에 특허청은 해외 지재권 보호를 위한 가이드북을 제작·배포하고, 중국·태국·베트남 등에 설치된 해외지식재산센터(IP-DESK)를 통해 해외 진출기업의 분쟁관련 고충을 상담해주고, 권리침해 조사 및 행정단속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분쟁대응 지원서비스도 마련하고 있다.

    지재권법 새로운 도약 계기

    ▼ 지난 4월 지식재산기본법이 통과돼 7월20일부터 시행됐는데 그 의미는 무엇이고, 특허청 차원에서는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요?

    “지식재산기본법 시행은 우리 경제가 지식재산을 중심으로 질적 도약을 이룰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특허청은 지재권 창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국가 연구개발(R·D)의 모든 단계에 지재권 관점의 전략을 도입하고, 민간 부문에서도 지식재산과 R·D의 연계전략 지원을 확대해 ‘지식재산에 강한 기업’을 육성해나갈 계획입니다. 또 지재권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상표권 특별사법경찰대를 확대하고, 국내기업 관련 분쟁이 빈번한 해외 거점을 중심으로 ‘IP-DESK’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입니다. 기술 수요자인 기업과 기술 공급자인 대학·공공연 관계자들 간의 네트워크 구축도 지원하고 특허기술거래를 위한 창의자본도 추가로 조성하기로 했습니다.”

    주요 선진국의 경우 지식재산이 국가발전의 새로운 원천임을 인식하고 이미 범정부 차원의 지식재산 전략을 수립해 실천하고 있다. 일본은 2002년 총리 주재 지적재산전략본부를 설치하고 그 다음해 지적재산기본법을 제정했으며, 매년 지적재산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미국도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백악관에 지식재산집행조정관을 두고 지식재산 정책을 국가전략 차원에서 다루고 있다. 우리보다 경제 발전이 뒤진 것으로 알려진 중국도 2005년 국가지재권전략위원회(위원장 부총리)를 설치하고 2008년 국가지식재산권 전략을 수립했다.

    ▼ 외국과의 ‘특허심사 하이웨이’ 제도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특허심사 하이웨이 제도란 하나의 기술이 두 나라에 각각 출원된 경우 먼저 출원된 나라에서 특허가 인정된다는 긍정적 심사결과를 받았을 때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다른 나라에서 그 결과를 인정하고 심사를 빨리 해주는 제도입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일본, 미국, 영국, 독일 등 9개국과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고 최근(11월)에는 중국과 특허심사 하이웨이 시범실시를 위한 양해각서를 교환했습니다. 현재 미국은 18개국, 일본은 15개국과 이런 제도를 만들어두고 있습니다.”

    “특허소송 이겨도 지는 중소기업 설움 없애겠다”
    논문을 특허로

    현재 출원인이 특허를 신청한 후 최초 심사결과를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2010년 기준 우리나라는 18.5개월, EPO(유럽특허청)는 21.4개월, 미국은 25.7개월, 일본은 28.7개월 정도다. 심사 처리기간을 따지는 이유는 감축에 따른 효과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2007년 산업연구원은 심사처리 기간이 0.65년 단축됨에 따른 총생산액 증가효과가 1조6000억원에 달한다는 ‘심사처리 기간 단축에 따른 사회·경제적 효과 분석’ 자료를 발표했다. 따라서 세계 각국이 심사 처리를 빨리 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 중이고 그중 하나가 특허심사 하이웨이 제도다. 특허청은 지난해 69명, 올해 70명의 특허심사관을 증원해 심사 처리기간을 16.8개월로 줄일 계획이다.

    특허제도의 진화는 이뿐 아니다. 특허청은 논문을 특허로 출원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된 특허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 논문을 특허로 출원하게 하는 방안은 상당한 파격 같은데요.

    “일반적으로 논문에는 우수한 기술과 아이디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을 권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특허 출원이 이뤄져야 하나, 논문 그 자체는 현행 특허법상 엄격한 출원형식에 맞지 않기 때문에 특허로 인정받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주요 선진국은 논문의 내용을 그대로 출원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의 도입을 검토 중입니다.

    우리나라도 현재 전산시스템 개발, 관련법 개정 등이 진행 중인데 이르면 2013년부터 논문을 그대로 출원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그렇게 되면 특허 출원일을 더 빨리 확보할 수 있는 선점효과는 물론 새로운 연구 활동 촉진, 신기술의 조기 사업화 등을 통해 산업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특허 관련 인력은 충분한지요?

    “기업의 특허 담당자나 변리사 등 지식재산에 대한 역량을 갖춘 인재가 기업이나 국가경쟁력의 핵심요소로 부각되고 있지만 관련 인력은 크게 부족한 상황입니다. 지식재산연구원에서 실시한 2010 지식재산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기업 중 지식재산 전담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비율은 47.8%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여기에 지식재산 인재육성을 담당할 이공계 대학은 지식재산 전담 교수도 부족한 실정이어서 특허청은 기업과 대학의 지식재산 인력을 발굴하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만 중소기업의 경우 지식재산교육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으나, 현업으로 인해 시간이 부족하고 교육기간 중 피교육자의 업무를 대체할 인력도 부족해 교육 참여가 쉽지 않은 점이 아쉽습니다.”

    특허청은 특허 관련 연구·기술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대학에 지식재산 강좌 개설을 지원하고 있는데, 현재 60개 대학에 200여 개의 강좌가 마련돼 있다. 특허청은 또 KAIST와 홍익대에 설치된 지식재산 전문 석사 과정과 중소기업 담당자 대상 36개 교육과정의 교육비를 최대 80%까지 지원하고 있다.

    특허 관련 인력의 중심에 변리사들이 있다. 그런데 소송 당사자의 처지에서 보면 변리사의 역할이 너무 제한돼 있다는 지적이 있다. 변호사는 특허침해소송과 심결취소소송을 모두 대리할 수 있으나, 변리사는 심결취소소송만 대리할 수 있다. 변리사가 특허를 출원하고 심결취소소송 등을 담당하면서 해당 권리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에도 침해소송이 제기되면 소송 당사자는 그간의 사정이나 기술을 잘 알지 못하는 변호사를 새로운 대리인으로 선임해야 한다.

    이로 인해 특허침해소송을 경험한 기업들은 시간과 비용이 이중으로 들어가야 하는 점을 토로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11월 초 현재 특허침해소송에서 변리사가 변호사와 공동으로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변리사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다.

    특허소송 체계상 비효율적인 부분을 시대에 맞게 고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현재 특허의 유·무효를 판단하는 심결취소소송은 특허법원이 관할하고, 특허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특허침해소송은 지방법원 및 고등법원이 각각 담당하고 있어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탈권위·소통 리더십 강조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전국 지방법원 및 지원에서 담당하고 있는 특허침해소송 1심을 일부 지방법원으로, 고등법원에서 담당하고 있는 특허침해소송 2심을 특허법원으로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제기돼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도 과거에는 우리와 같이 특허침해소송과 심결취소소송의 관할이 나뉘어 있었다. 그러나 미국은 지식재산을 전략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1982년 특허침해소송의 2심 관할을 연방순회항소법원(CAFC)으로 한정했고, 일본은 2004년 특허침해소송의 1심 관할을 도쿄·오사카 지방법원으로, 2005년 특허침해소송의 2심 관할을 지적재산고등재판소에 집중시켰다.

    1980년 경제기획원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이 청장은 이후 30년간 경제기획원, 기획예산처, 기획재정부 등에서 근무했고, 이명박 정부 초기 청와대에 들어가 비상경제상황실장을 지냈다. 2010년 5월 취임한 이 청장은 특허청에서 1년8개월째를 맞이하고 있다. 집무실을 늘 열어두고 있는 그는 그동안 탈권위적이고 소통하는 리더십으로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워왔다. 직원과의 신뢰와 조화를 기관의 핵심 가치로 여기고 있는 그는 “정부 정책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내부 직원의 역량 결집과 외부 고객과의 원활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2002년부터 매년 동아국제마라톤에 참가하는 마라톤 마니아다. 최고 기록은 3시간38분35초. 100명이 뛰면 25등 안에 드는 기록이다. 그는 “마라톤에는 전혀 새로운 세계가 있다. 삶이 즐거워지고 활력이 넘치게 되며 생각이 긍정적으로 변한다”며 마라톤 예찬론을 폈다. 고교시절 춘천시향 단원으로 첼로를 연주했던 그는 통기타와 색소폰 연주에도 일가견이 있다. 기획재정부 재직 시절 후배들의 결혼식에서 색소폰 축주(祝奏)를 해주는 것으로 인기를 얻기도 했다.

    이 청장의 인터뷰 결어는 “우리 민족의 DNA에 발명 DNA가 있다”였다. 우리나라는 자원이 부족하고, 땅이 좁지만 발명 DNA를 가진 사람이 많아 창의적 지식재산이 대거 생겨날 수 있다고 했다. 지식재산권을 활성화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연결시키겠다는 이 청장의 포부에 걸맞은 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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