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만큼 지식재산을 둘러싸고 국가 간 협의도 많아지고 있다. 지난 9월 말 이수원(56) 특허청장은 유엔의 지재권 전문기구인 세계지식재산기구(World Intellectual Property Organization·WIPO) 총회에 참석해 미국 일본 유럽 등 12개국 특허청장들과 연쇄회의를 했다. 여기서 아프리카 지역 지식재산기구(ARIPO)와 특허행정 정보화사업 지원을 약속했고, 스페인과는 지식재산권 분야의 포괄적 협력 관련 업무협약을 맺었다.
7월20일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지식재산기본법이 시행에 들어갔지만 국민은 아직 그 변화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또 중소기업은 여전히 대기업으로부터 특허권을 침해받고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한 상황이다. 갈수록 지식재산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내 특허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이 청장을 만나 ‘지식재산 전쟁’의 배경을 들어봤다.
특허 많아지면 경제 좋아져
지식재산의 하나인 특허는 그 출원 건수가 흥미롭게도 지난 40년간 우리나라 경제성장과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특허 출원이 많아지면 얼마 뒤 경제지표도 좋아졌다. 외환위기의 영향이 가장 컸던 1998년에는 전년대비 18.9%(1만7546건)가 줄어들었다.
1970년엔 국내의 특허출원이 1846건에 불과했지만, 2010년엔 17만101건으로 약 92배 증가해 세계 4위 수준에 도달했다. 우리나라의 1인당 GNI(국민총소득)는 1970년 255달러에서 지난해에는 81배가 넘는 2만759달러에 달했다. 이 청장은 “특허 출원을 통해 사업화를 준비하고, 특허가 등록되면 본격적으로 생산과 판매 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허출원은 경제성장의 선행지표이고, 등록은 동행지표 성격을 갖는다”며 그 상관관계의 의미를 강조했다.
▼ 기업이 특허를 확보해 경쟁력을 갖고, 그것이 국가 전체의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게 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지요?
“우리나라 지식재산 분야의 질적 경쟁력이 아직 높지 않은 것이 문제입니다. 휴대전화, 메모리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에서 세계적 수준의 상품들을 생산하고 있지만, 그 상품들을 생산하기 위해 해외에 많은 로열티를 지불하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우리나라는 2008년 기준 GDP 10억달러당 특허출원건수가 103개로 세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특허생산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기술무역수지는 2009년 48억6000만달러의 적자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허의 질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만일에 발생할 특허 분쟁에 대비해 국내 기업이 원천특허, 표준특허 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한 과제입니다. 기업이 필요한 특허를 스스로 개발하지 못할 경우 이를 어떻게 매입할 수 있는지, 크로스 라이선싱(cross licensing)을 할 수 있는지 등을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특허청은 질적으로 우수한 특허가 창출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여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에 녹색성장과 신성장 동력 분야에서 20개 핵심기술을 선정해 지원했으며, 하반기에도 20개 과제를 추가로 지원했다. 이와 함께 첨단 부품·소재 분야에서 우수한 품질의 특허가 창출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올해 122개 중소·중견기업을 선정해 지원 중인데 상반기까지 지원한 60개 기업에서 684개의 특허가 나왔다. ‘국가 R·D 특허기술 동향조사’에서도 지난해 3300개 과제보다 1100개가 늘어난 4400개를 지원하고 있으며, 대학이나 공공연구기관에 우수 특허 창출을 돕는 ‘지식재산전략전문가’를 파견하고 있다.
▼ 지식재산이 우리 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2009년 1월 이명박 대통령이 비상경제대책회의 직후 이수원 비상경제상황 실장(맨 오른쪽)의 안내로 상황실을 둘러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