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호

“이상득 의원이 자랑하는 볼리비아 리튬 지금처럼 해선 한국이 못 가져온다”

정기태 켐볼(KEMBOL) 사장의 MB정부 자원외교 비판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입력2011-11-23 10:32: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특사(이상득 의원)가 5번이나 갔는데 왜 사업은 안 될까
    • “어렵게 구한 리튬 탐사자료, 정부 믿고 넘겼는데…”
    • “볼리비아 바보 아니다, 한국에 사업권 몰아주지 않아”
    • “소리만 요란한 한국, 조용히 돈 쏟아 붓는 일본과 중국”
    “이상득 의원이 자랑하는 볼리비아 리튬 지금처럼 해선 한국이 못 가져온다”

    정기태 KEMBOL 사장

    정기태(55) 사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켐볼(KEMBOL)은 볼리비아의 꼬로꼬로 동광산 프로젝트(이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컨소시엄(KCC)과 볼리비아 광업공사인 꼬미볼(COMIBOL)이 각각 45%와 55%의 지분을 가진 사업이다. KCC는 광물자원공사(23%), LS니꼬(7%), 대우인터내셔널·LG상사·켐볼(각 5%)로 구성돼 있다. 한국과 볼리비아가 합작계약을 체결한 직후인 2008년 6월20일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한국 측은 이 프로젝트에 탐사비용과 개발비용으로 2억1000만달러를 투자하는 대신 30년간 이 광산의 운영권과 생산물 처분권을 보유하고, 이익은 한국과 볼리비아가 45대 55로 분배한다. 2012~2013년부터 매년 3만~5만t의 구리를 생산할 예정이다. 17년째 볼리비아에서 자원관련 사업을 해온 정 사장은 꼬로꼬로 동광산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추진해 성사시킨 인물이다.

    최근 정 사장은 ‘신동아’ 인터뷰를 통해 볼리비아에서 진행 중인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에 대해 쓴 소리를 쏟아냈다. 특히 우리나라가 공을 들이고 있는 리튬 개발 사업을 비판하고 나섰다. 정 사장은 2009년 볼리비아 정부로부터 입수한 우유니 소금호수에 매장된 리튬과 관련된 각종 자료를 지식경제부, 광물자원공사에 전달하고 우리나라가 처음 이 사업에 참여토록 한 사람이다. 2009년 4월30일 볼리비아 정부와 우리나라 광물자원공사가 처음 양해각서(MOU)를 교환할 때도 깊이 관여했다.

    참고로, 볼리비아 리튬 사업은 이명박 정부가 가장 공을 들인 자원외교 사업 중 하나다.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 직접 나서 일을 챙겼고 크고 작은 성과가 날 때마다 광물자원공사, 지식경제부 등 정부부처가 홍보에 열을 올렸다. 이 의원은 올해 7월 발간된 자신의 저서 ‘자원을 경영하라’에서도 볼리비아 리튬 사업을 꽤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 볼리비아 리튬 사업은 처음에 어떻게 진행됐나요.

    “제가 볼리비아 정부에 처음 리튬 사업을 제안한 게 2008년입니다. 한국이 주도해서 리튬을 개발해 상품화하겠다는 거였어요. 그때는 리튬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었을 때입니다. 일본의 조그맥(JOGMAC·일본 석유 천연가스금속광물지원기구)이라는 공기업에서 볼리비아 광업부 장관과 꼬미볼 사장을 일본으로 초청해서 리튬 사업을 제안하는 정도였어요. 도쿄의 한 특급호텔에서 엄청난 로비가 있었죠. 당시 제가 이 정보를 듣고 광물자원공사 관계자를 데리고 일본에 들어가서 우리도 리튬 개발 사업을 하겠다고 협상을 벌였어요. 시작은 분명 일본보다 늦었지만 진척 속도는 우리가 빨랐습니다. 그리고 1년 후인 2009년 3월15일 지식경제부에서 리튬 사업 프로젝트 개발팀이 구성돼 볼리비아로 들어온 겁니다. 그때까지는 아주 순조로웠어요.”



    ▼ 막후협상부터 약 1년이 걸린 셈이네요.

    “그렇죠. 그 1년간 저는 본격적으로 리튬에 대한 자료를 모았습니다. 제가 확보한 자료 중에는 미국 버지니아텍에서 우유니 호수의 리튬을 탐사한 자료, 프랑스에서 탐사한 자료 등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모두 볼리비아 정부의 대외비 자료였어요. 경제성 분석까지 다 되어 있는 완전한 형태의 탐사자료였죠. 더 확인할 게 없었습니다. 오랫동안 쌓아온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저는 이 자료를 지식경제부 리튬 프로젝트팀에 다 줬습니다.”

    ▼ 왜 사업을 직접 챙기지 않고 자료를 넘겨주셨어요?

    “당시는 볼리비아에 한국대사관도 없을 땝니다. 꼬로꼬로 동광산 사업에 집중하려다보니 제가 독자적으로 진행하기가 어려웠어요. 게다가 2008년경 볼리비아 정부에서 은·아연 광산 사업을 제게 제안해 놓은 게 있었거든요. 고려아연이라는 한국 기업을 볼리비아 은·아연 광산에 참여시켜달라는 것이었어요. 그런 사정 때문에 리튬 사업은 한국 정부와 광물자원공사에 넘기게 된 겁니다.”

    ▼ 그 후에 사업은 어떻게 진척됐죠?

    “이상득 의원이 특사 자격으로 볼리비아에 처음 온 게 그해(2009년) 8월의 일입니다. 그때도 제가 가이드를 했어요. 이 의원은 2009년 10월에도 왔고 2010년 초에도 특사 자격으로 왔어요. 모랄레스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지난해 10월에도 왔죠. 또 올해에도 왔어요. 지난해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모랄레스 대통령이 만났습니다. 그게 다 볼리비아의 리튬 때문이었습니다. 그동안 리튬 때문에 볼리비아와 맺은 MOU도 5건이나 되는 걸로 압니다.”

    비즈니스 할 사람이 없다

    ▼ 우리 정부가 노력을 많이 했죠.

    “노력은 많이 했죠. 그런데 성과가 없잖아요. 리튬 사업과 관련된 첫 MOU(2009년 4월) 초안을 제가 잡았는데, 그때만 해도 우리가 다 가져올 수 있는 사업이었어요. 분위기가 그랬어요. 그런데 한 2년이 지나고 보니 그동안 진행된 게 하나도 없더란 말입니다. MOU만 여러 번 맺었지 진행된 게 없어요.”

    ▼ 정부에선 매번 상당한 진전이 있다고 주장했는데….

    “그나마 성과라고 할 만한 게 있다면,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이 볼리비아 모랄레스 대통령에게 2014년까지 2억5000만달러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을 지원한다고 약속한 겁니다. 하도 사업 진행이 안 되니까, 돈을 줄 테니 우유니 호수의 리튬 사업권을 달라고 볼리비아에 베팅을 한 거죠. 그런데 보세요. 그 후로 1년이 더 지났는데 계약된 건 하나도 없습니다. 광물자원공사 사장이 10번 가까이 볼리비아를 다녀갔고, 특사(이상득 의원)도 5번을 왔는데, 우리나라처럼 볼리비아에 공을 들인 나라가 없는데 왜 사업은 안 되느냐는 겁니다.”

    ▼ 왜 일이 안 됐다고 보세요?

    “예를 들어, 저는 꼬로꼬로 동광산 사업을 진행하면서 제 돈만 42만달러 이상을 썼습니다. 볼리비아 관계자들과 친해지려고 선물도 하고 술도 먹고 그랬죠. 그야말로 비즈니스를 한 겁니다. 우유니 리튬 사업도 처음엔 그렇게 해서 만들어낸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노력이 없어요. 그저 밖으로 보이는 데만 관심이 있죠. 그래서는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당장 이 사업을 전담할 사람이 현지에는 한 명도 없는 실정입니다.”

    ▼ 현지에 실무 담당자가 있을 텐데요.

    “없습니다. 지금 볼리비아에는 수출입은행 사람만 하나 나와 있어요. 대통령이 약속한 2억5000만달러를 집행하는 게 그 사람 일입니다. 리튬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나와 있는 사람은 없어요. 우리나라가 꼬로꼬로 동광산 사업권을 딸 때는 지금처럼 요란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사업권을 땄습니다. 특사도 없었고 대사관도 없었고 KOICA(한국국제협력단) 지원자금도 없었어요. 광물자원공사에서 파견된, 저희 꼬로꼬로 동광산 사업 법인장이 있기는 한데, 그 사람이 리튬 사업도 담당을 해야 하는데, 그 사람은 자기 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리고 일은 특사가 하는 게 아니잖아요. 비즈니스 감각을 가진 실무자가 일을 해놓으면 특사는 와서 밥 먹고 사진 찍는 거잖아요.”

    정 사장은 답보 상태에 빠진 이 사업을 성사시키기 위해 여러 차례 광물자원공사 측에 자신의 입장을 전했지만 아무런 답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지난 5월에는 이상득 의원에게, 지난 8월에는 광물자원공사 김신종 사장 앞으로 편지와 내용증명을 보내 ‘국익을 위해, 처음 이 일을 시작했던 사람으로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했다. 정 사장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사업권을 확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 사장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광물자원공사 측은 “현지 법인장이 처음에는 리튬 사업을 자신의 업무로 생각하지 않아 일부 혼선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미 오래전에 정리됐고 지금은 업무가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 정 사장이 자기 지분만큼의 투자금액을 납부하는 문제로 공사 측과 갈등을 빚자 나쁜 감정을 갖고 얘기하는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 볼리비아를 상대로 영업을 할 사람이 없다는 말이군요.

    “그나마 광물자원공사에서 나와 있는 사람도 기술자입니다. 이미 우유니 호수의 리튬은 매장량, 품위 같은 자료가 다 나와 있어요. 지금은 비즈니스를 해서 사업권을 가져오는 단계입니다. 기술자는 필요가 없어요. 리튬이 사실 지금 당장 필요한 건 아니잖아요. 삼성이 가지고 있는 칠레 아타카마 광산만 가지고도 5~10년은 충분히 버틸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후입니다. 국익을 위해서 우유니 사업은 꼭 해야 합니다. 리튬 사업은 50~100년을 보고 하는 사업입니다. 2년 전부터 한국 정부가 조금만 발 빠르게 움직였으면, 이 사업은 벌써 우리나라가 가져왔을 겁니다. 사업권 전체를요.”

    참고로, 리튬은 휴대전화나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에 쓰이는 배터리의 주원료다. 전기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면서 핵심자원으로 부각되고 있다.

    ▼ 경쟁자인 일본이나 중국은 어떤 전략을 쓰고 있나요?

    “일본은 아예 국왕이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엔 볼리비아 모랄레스 대통령을 일본으로 불러들였죠. 그러고는 우리나라보다 많은 3억달러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정확하게는 대략 3억5000만달러예요. 우리나라보다 1억달러 이상을 더 베팅한 겁니다. 우유니 리튬 사업을 달라고 말이죠. 중국은 더 문젭니다. 중국은 내년 한 해에만 3억달러 넘게 볼리비아에 지원한다고 제안해놓은 상태입니다.”

    ▼ 나라마다 지원방식에 차이가 있나요?

    “우리나라는 인프라 구축 차원에서 볼리비아에 다리를 6개 지어준다고 제시한 걸로 압니다. 반면에 일본은 지열발전소를 제안했습니다. 우유니 호수 아래 지역에 지열발전소를 지어준다는 제안입니다. 삼성그룹이 참여한 칠레 아타카마 리튬광산이나 지난해 대형 광산사고가 났던 칠레 구리광산 인근이 모두 전기, 가스가 부족한 곳이거든요. 일본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억5000만달러가량을 투자해 지열발전소를 세워준다고 약속했어요. 아이디어가 좋죠. 객관적으로 보면 우리가 밀리는 상황입니다.”

    ▼ 중국은 어떤가요.

    “중국은 실용적인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3년 후에 볼리비아에서 대통령선거가 있어요. 모랄레스 현 볼리비아 대통령은 장기집권을 준비하고 있고요. 중국은 모랄레스 정권에 옷가지, 농기구, 곡식 같은 소비재 상품을 지원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우리나라가 1950~60년대 선거 때만 되면 고무신을 돌렸던 것과 비슷합니다. 매년 2억~3억달러를 지원한다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제 볼리비아 리튬 사업은 우리가 통째로 가져오기 힘든 상황이 됐습니다. 불가능해요. 일본과 중국 때문에 쉽지 않아요. 2년 전 처음 이 사업을 시작했을 때는 그게 가능했는데 말입니다.”

    잘해야 30% 가능해

    ▼ 리튬 개발에 대한 볼리비아 정부의 입장은 어떤가요.

    “지난 2년 새 볼리비아 정부도 자원사업에 눈을 떴습니다. 이제는 사업 전체를 한 곳에 주는 짓은 안 하려고 합니다. 가만히 있어도 한·중·일 3국이 서로 돈을 써가며 로비를 하는데, 이걸 한 나라에 줄 리가 없죠. 아마 파트별로 쪼갤 공산이 큽니다. 염수에서 리튬을 뽑아내는 것, 리튬 배터리 만드는 것, 또 이것을 판매하는 것을 각 나라에 나눠줄 겁니다. 사업을 한번에 가져올 수 있는 가능성은 아주 없어졌고요.”

    우리나라와 볼리비아는 2009년 4월부터 최근까지 우유니 리튬과 관련 5개의 MOU를 맺었다. MOU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국내에서는 ‘볼리비아 리튬 사업권을 한국이 따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돌연 볼리비아 정부가 리튬 채굴권을 외국에 팔지 않겠다고 밝힌 뒤 논란이 생겼다. 볼리비아 광업부 장관은 언론을 통해 “자력으로 리튬을 개발할 것이며 외국 자본과의 합병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 다만 생산에 필요한 자본과 기술을 제공하는 국가나 기업에 리튬 우선매수권을 주겠다”고 밝혔다. 올해 5월에도 우리나라는 볼리비아와 MOU를 맺었다. 그러나 이번 MOU는 이전과 내용이 달랐다. 리튬 개발이 아닌 리튬을 이용한 배터리 사업을 공동 추진한다는 내용이었다. 리튬을 뽑아내 상품화하는 것을 모두 포함하던 구상이 상당히 후퇴한 것이었다.

    ▼ 우리가 배터리 부품사업 쪽으로 가닥을 잡은 이유는 뭡니까.

    “상황이 변하니까, 정부도 슬그머니 입장을 바꾼 겁니다. 근데 그건 우리의 선택이 아니라 볼리비아의 선택입니다. 볼리비아는 한국에 리튬 개발권을 줄 생각이 이제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우리 정부도 다 알아요. 그런데 일이 이렇게 됐는데도 책임질 사람은 없어요. 그리고 하나 더 지적할 것이, 광물자원공사는 꼬로꼬로 동광산 사업을 하면서 지난 2년 새 담당자를 6~7번이나 바꿨어요. 그래서 무슨 일을 하겠어요. 안 그래요? 그래도 지금 담당자는 아주 일을 잘합니다.”(웃음)

    ▼ 볼리비아가 처음부터 자국의 광산 개발권을 외국에 팔 생각이 없었던 것 아닌가요?

    “아닙니다. 처음에는 볼리비아가 (리튬 사업을 해외에) 다 주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2년 사이 이들의 생각이 바뀐 겁니다. 일본, 중국, 한국이 모두 엄청난 관심을 보이니까, 조건을 수정한 겁니다. 당장 저희 회사가 참여하고 있는 꼬로꼬로 동광산은 우리가 개발, 처분권을 갖고 있잖아요. 요즘 볼리비아 정부가 ‘자체적으로 리튬을 개발한다’고 주장하는데, 아마도 못할 겁니다. 돈도 없고 기술도 없어요. 결국은 다른 나라들이 다 쪼개서 가져갈 겁니다. 문제는 우리가 가져올 수 있는 게 얼마나 되느냐는 거죠.”

    ▼ 가능성은 얼마나 된다고 보시나요.

    “글쎄요. 볼리비아 정부는 지금 이런저런 계산을 하고 있을 겁니다. 잘하면 전체 사업 중 한 30% 정도는 가져올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합니다. 그런데 그게 부품 사업이 될지, 다른 게 될지는 모릅니다. 그리고 이 사업이 장기적으로 돈이 될지도 알 수 없어요. 그동안 공을 들인 것이 있으니 완전히 쫓겨나진 않겠죠. 근데 이것도 잘해야 가능한 일이죠.”



    인터뷰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