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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인 정치 참여 모색 vs 권력 감시·견제 유지 팽팽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 이후 시민운동

  • 송화선 기자│spring@donga.com

적극적인 정치 참여 모색 vs 권력 감시·견제 유지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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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진보적 시민단체 출신 인사 대거 정치 참여 선언
  • ● 참여연대 “당선자의 공약 실천 과정을 똑똑히 지켜볼 것”
  • ● 최근 1~2년 사이 현직 물러난 직업 운동가 10여 명
  • ● 참여정부 경험의 반면교사
적극적인 정치 참여 모색 vs 권력 감시·견제 유지 팽팽

무소속으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박원순 시장이 종로구 안국동 선거캠프 사무실에서 지지자들의 박수에 화답하고 있다.

우리 ‘경실련’은 바로 이러한 국민적 공감대의 지원을 받으며 말 그대로 보통 시민이 주체가 되는 운동을 전개할 것입니다. … 또한 이 운동은 철저하게 비정치적인 순수한 시민운동으로 끝까지 나아갈 것입니다. 그럴 때만이 이 운동은 시민들의 깊은 신뢰를 받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1989년 7월 경실련 취지선언문

시민이 일상적인 생활 정치의 주체가 돼야 합니다. 정치에 등을 돌릴 게 아니라 시민 각자가 정치인이 돼야 합니다. … 시민의 참여로 만들어진 가치와 정책, 커뮤니티 조직으로 2012 진보·개혁세력의 집권에 기여할 것이며 2014년 지방자치의 혁신을 이뤄낼 것입니다. 대안적인 시민정치주체 형성을 통해 현재의 정치토대를 근본적으로 바꿔낼 것입니다. 시민이 주체가 되는 시민의회, 시민정부를 구성하여 새로운 나라,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가겠습니다. -2011년 3월 ‘내가 꿈꾸는 나라’ 발족선언문

한국 시민운동은 1989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출범과 함께 시작됐다. 경실련은 1970~80년대 체제 밖에서 이뤄지던 노동자·학생 중심의 사회변혁운동을 체제 내 운동으로 전환시켰다. ‘시민운동’이라는 이름도 종래의 민중·민주화운동과 구별 짓는 의미에서 직접 붙였다. 이들의 금과옥조는 취지선언문에 밝혔듯 ‘철저하게 비정치적인 순수한’ 시민운동. 그것이 기존의 정치운동세력과 다른 시민운동의 정체성이며, 권력과의 싸움에서 지지 세력을 결집할 수 있는 힘이라 믿었다.

이후 20년 넘게 이어져온 시민운동이 최근 달라지고 있다. 당대의 시민운동가들이 속속 정치에 뛰어드는 추세다. 김기식 전 참여연대 사무처장, 남윤인순 전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하승창 전 함께하는시민행동 사무처장 등이 함께 만든 ‘내가 꿈꾸는 나라’(내꿈나라)는 발족선언문을 통해 ‘2012 진보·개혁세력의 집권에 기여할 것이며 2014년 지방자치의 혁신을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현재의 정치토대를 근본적으로 바꿔낼 것’이라고도 했다. 선명한 ‘정치 참여’ 선언이다.

시민운동의 정치세력화



박원순 서울시장의 탄생은 이를 좀 더 분명히 확인시켰다. 박 시장은 1995년부터 2001년까지 참여연대 사무처장으로 일하며 낙천낙선운동·소액주주운동 등을 이끌었고, 이후에도 ‘아름다운 재단’ ‘아름다운 가게’ ‘희망제작소’ 등에서 시민운동을 계속한 시민운동계의 대표주자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는 박 시장의 당선에 대해 “세계 곳곳에서 진행 중인 21세기 정치의 대전환, 즉 시민정치라는 ‘메가트렌드’를 입증한 것”이라며 “한국 사회와 정치의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변화를 반영하는 사건이고, 또한 21세기 정치의 지구적 변화 추세를 선도하는 사건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박 시장 역시 자신이 시민운동세력의 지지를 기반으로 당선됐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11월10일 내꿈나라 창립식에 참석해 “내꿈나라가 나를 시장으로 당선시켰다”며 “정치와 시민운동은 다르게 가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하고 정치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시민운동가의 정치 참여가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1970년대부터 여성운동에 참여해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등을 지낸 이미경 민주당 국회의원은 이 경력을 발판 삼아 15대 국회에 진출했다. 지금은 4선 의원으로 정치권의 주류다. 신지호·조전혁 한나라당 국회의원처럼 뉴라이트 계열 시민단체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정치권에 진출한 이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개인 자격으로 기존 정치권에 ‘수혈’됐다는 점에서 지금의 흐름과 거리가 있다. 최근의 특징은 시민운동가들이 스스로 단일한 정치세력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기존 정당에 파트너십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무소속으로 선거전을 완주한 박 시장이 민주당 출신 정치인을 서울시정 스태프로 참여시키는 데서 드러나듯, 최근의 시민운동은 기존 정치권에 수렴되는 것을 거부할 뿐 아니라 나아가 기존 정당을 흡수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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