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호

‘신선이 되는 선약’ 꾸지뽕에 대한 단상

  • 입력2011-11-23 16: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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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선이 되는 선약’ 꾸지뽕에 대한 단상

    잘 익은 열매를 달고 있는 꾸지뽕나무.

    두보의 시 ‘북정(北征)’에 “산열매들이 숱하게 열려서 선약인 듯 단사(丹砂)처럼 붉다”는 구절이 있다. 진홍색의 단사는 신선이 되는 선약(仙藥) 중의 으뜸이다. 10월경 이 단사의 색깔처럼 붉게 익는 꾸지뽕 열매를 따러 산을 올랐다. 매년 가을 무상의 수확을 안겨주는, 자갈이 많은 산비탈에 다른 활엽수들 속에 숨어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꾸지뽕나무가 하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착해보니 꾸지뽕나무는 잔가지까지 거덜 나 있었다. 붉은 단사는 하나도 남아 있질 않았다. 이미 누군가의 손을 탄 지 오래였다.

    그 꾸지뽕나무가 내 것이나 됐던 것처럼 속이 상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언제 붕괴할지 모를 것 같은 초경쟁사회 대한민국이다. 꾸물거리다간 자칫 야산의 나무 열매도 차지하기 어렵게 된 게 분명하다. 아닌 게 아니라 올가을엔 산악회에서 떼로 몰려다니는 ‘아줌마부대’도 꾸지뽕에 관심을 보였다. 얼추 비슷하게 생긴 산딸나무 열매를 꾸지뽕이라고 잘못 알고 우루루 몰려드는 꼴도 여러 번 봤다. 심상치 않았다. 몸에 좀 좋다 하면 남아나는 게 없는 세상이다. 산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이 추억과 그리움 때문에 눈길을 주던 하찮은 산열매가 아니다.

    산뽕나무와 달리 줄기에 날카로운 가시

    꾸지뽕나무를 잘 모르는 이들도 있을 테니 설명을 좀 하겠다. 시골에서 자란 40~50대라면 친숙하겠지만. 이 나무는 우리나라 황해도 이남의 산야 전역에 흔하다. 산기슭 양지쪽이나 계곡 주변, 마을 부근에서 많이 자란다. 잎이나 가지를 꺾으면 흰 뜨물 같은 끈끈한 수액이 뚝뚝 떨어진다. 좀 성가시다. 대체로 키가 작은 관목이다. 그러나 필자가 화순 춘양면 산속에서 본 꾸지뽕나무들은 떡갈나무 같은 주변의 교목들보다도 키가 컸다. 소교목이라 해야 더 맞을 듯하다.



    5~6월에 서로 다른 나무에서 암꽃과 수꽃이 따로 핀다. 10월경에 암나무에서 붉게 익는 둥그런 열매는 과육이 달고 맛이 있어 날것으로 먹을 수 있다.

    뽕나뭇과에 속하지만 생김새가 여러모로 뽕나무와 다르다. 한자로는 ‘자목(木)’ 또는 ‘자상(桑)’이라고 한다. ‘자()’는 산뽕나무를 뜻한다. 그러나 민간에서 흔히 산뽕나무라 부르는 것과는 다르다. 가지와 줄기에 날카로운 가시가 있는 게 꾸지뽕나무다. 뽕나무나 산뽕나무에는 가시가 없다. 이 때문에 ‘가시 자(刺)’를 넣어 ‘자자(刺)’, 가시나무뽕이라는 뜻인 ‘형상(荊桑)’으로 부르기도 한다. 잎 모양도 다르다. 뽕잎보다 크기도 작고 뽕잎에는 있는 톱니가 없어서 확연히 구별된다.

    열매도 뽕나무의 오디와는 모양이 전혀 달라 호두과자 비슷하게 생겼다. 중국에선 둥근 추를 닮아서 가자(佳子), 또 여지(枝)라는 열매와 비슷하다고 해서 야여지 또는 산여지라고도 한다. 검붉게 잘 익은 꾸지뽕 열매는 단맛이 강하지만 덜 익은 열매는 예의 끈적끈적한 흰 뜨물이 많아서 비위가 상한다.

    정약용 같은 실학자는 꾸지뽕을 가리켜 “형상(荊桑)도 양잠에 쓰니 심을 만하다”고 했다. 꾸지뽕이라는 이름도 이 나무의 잎으로도 누에를 키울 수 있어서 ‘굳이 뽕’이라 부르다가 소리 나는 대로 굳어진 것이라고 한다. 중국 고대의 훈고학서 ‘이아(爾雅)’엔 꾸지뽕잎을 먹여 키운 누에를 ‘극견(棘繭)’이라고 하며, 그 실로 금슬을 만들면 소리가 매우 청아하다고 쓰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지역에 따라 굿가시나무라고도 하고, 활뽕나무라고도 한다. 활뽕나무는 재질이 잘 휘고 단단한 이 나무로 만든 활을 최고로 쳤던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꾸지뽕을 가리키는 ‘자()’엔 황적색이란 뜻도 있다. 꾸지뽕 나무를 우리면 나무의 수액이 황적색으로 변한다. 이를 자황(黃)이라 하는데, 임금이나 신분이 귀한 이의 옷을 만들 때 쓰이던 물감이었다고 한다. 과거엔 나름대로 쓰임새가 있었던 나무다. 그러던 것이 근대화 이후 양잠농가들조차 사라지면서 촌구석의 어린 애들이나 그 열매를 탐하는, 별 볼일 없는 야산의 잡목이 되었다.

    꾸지뽕을 둘러싼 과장 광고

    노자는 ‘되돌아감이 도의 움직임(反者 道之動)’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건 되돌아간 정도가 아니다. 요사이 꾸지뽕은 쓸모없는 잡목에서 ‘단사’와 같은 선약(仙藥)으로 그 신분이 엄청나게 바뀌었다. 위암, 식도암, 폐암, 간암 등 흉악한 병을 고치는가 하면 여성의 자궁질환에 특효여서 자궁암이나 자궁근종을 씻은 듯 낫게 하는 영약이라는 것이다. 그래도 그동안 급격한 변화가 부담스러워 은인자중하며 내공을 키우는 듯하더니 최근엔 행보가 당당해졌다.

    얼마 전 사고를 한 건 쳤다. 강원도 모 지역의 영농조합에서 통 크게 중앙 일간지와 경제신문에 이 ‘선약’ 꾸지뽕을 전면광고했다. “100% 국내산 꾸지뽕으로 당뇨, 고혈압을 한방에!” 광고 모델로 나선 신바람전도사 황모 교수의 웃는 얼굴이 실려있다.

    선정적인 광고 문구는 위력을 발휘했 다. “꾸지뽕이 그렇게 좋다더구먼.” 필자 주변에서도 갑자기 꾸지뽕에 ‘필이 꽂힌’ 사람 수가 늘어났다. 저런 정도의 광고라면 의약품도 아닌데 허위 과대광고로 문제되지 않을까 했다. 필자가 꾸지뽕 수확의 기쁨을 빼앗긴 것도 이 광고 탓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선이 되는 선약’ 꾸지뽕에 대한 단상

    꾸지뽕 열매는 호두과자처럼 생겼고, 맛이 달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꾸지뽕으로서는 적잖이 억울한 느낌이 없지 않을까 싶다. 벌써 10여 년 전 진주MBC에서 방영한 ‘약초와의 전쟁’이란 다큐멘터리에서 꾸지뽕은 겨우살이, 하고초, 느릅나무, 와송과 함께 5대 항암약초로 대접받았던 귀한 몸이다. 꾸지뽕나무 추출물이 폐암세포를 죽이는 경이로운 영상도 찍혀 전국적으로 전파를 탔다. 그사이 자잘한 홍보성 프로그램에 한두 번 얼굴이 팔린 게 아니었다.

    그뿐인가. 토종약초연구소 소장 최진규씨는 “갖가지 암에 민간요법으로 널리 쓰이고 있는데 자궁암에 특히 효과가 탁월하다”고 했다. 동물실험을 통해 갖가지 암세포에 대한 억제작용이 입증됐고, 중국이나 일본에서 임상에 활용되어 좋은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또 중국 상하이의 28개 병원에서 소화기암 환자에게 써 큰 효과를 거두었는데 대부분이 3~4기의 말기 암환자였다는 글도 돌아다닌다. 현대의학이 포기한 말기폐암을 고쳤다는 부산의 장모 할아버지 체험수기도 인터넷상에서 유명하다. 신부전증에 간경화 말기 증상, 간암까지 꾸지뽕나무 추출물을 먹고 좋아졌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사실 뽕나무와 달리 꾸지뽕나무는 일반 한약재로는 거의 쓰이지 않는 식물이다. 민간에서 쓰던 초약(草藥)이다. 동아시아 최고의 본초서인 ‘본초강목’을 제외하면 고전 본초서들은 이를 그다지 중요한 약물로 생각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본초구원, 일화자본초, 본초습유 등에서 그 약성에 대해 두서너 줄 간단한 설명을 찾아볼 수 있는 정도다. 한국이나 중국의 대학 본초 교재에서는 이를 아예 다루지 않는다.

    우리나라 동의보감은 어떨까. 이 책은 병고에 시달려도 비싼 약재를 구하기 어려웠던 백성들을 위해 쉽게 구할 수 있는 향약재를 잘 쓰도록 의도했던 의서다. 그래서 이런 민간약을 빠뜨리지 않고 다루고 있다. 하지만 역시 그 내용이 너무 소략하다.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달다. 독이 없다. 풍허이롱(풍허로 귀가 먹은 증상)과 학질을 치료한다”가 전부다.

    꾸지뽕에 대해 가장 상세한 내용을 다룬 것은 ‘본초강목’이다. 근자에 나온 중약대사전도 이 본초강목으로부터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여성의 붕중(崩中·자궁출혈 또는 월경과다)을 낫게 한다. 어혈로 인한 학질을 다스린다. 탕액으로 술을 빚어 먹으면 풍허로 인해 귀먹은 증상이 낫는다. 과로하여 허약해지고 몸이 마르는 것, 허리와 신장이 냉하여 꿈속에서 사정(泄精)하는 증상을 다스린다. 신(腎) 기운을 통하게 해 오래된 이명과 이롱(귀머거리)을 고친다.

    눈앞에 실이나 파리 같은 것이 어른거리는 증상(飛絲入目)에 꾸지뽕나무 즙액을 눈에 떨어뜨리고 물을 적신 솜으로 닦으면 좋아진다. 침침한 눈을 밝게 하려면 가지를 달인 물로 눈을 자주 씻는다. 소아의 중설(重舌·혀 밑의 연부조직이 염증으로 부어서 작은 혀가 더 생긴 것 같은 증상)에 뿌리를 달인 물로 거듭 씻어주면 효과가 있다.”

    자궁암과 당뇨, 고혈압에 좋아

    이 꾸지뽕이 도대체 어떻게 고혈압과 당뇨를 고치고 자궁암을 비롯해 온갖 암에 신통한 효과를 내는 약이 된 걸까. 이는 다 현대 약리학적 연구의 산물이다. 이 꾸지뽕에 플라보노이드와 루틴, 모르틴, 가바 등의 약리적 물질이 많다는 것이다.

    플라보노이드는 과일이나 채소에 많은 성분이다. 강한 항산화작용을 한다. 암 예방효과가 있다. 암세포를 제거하거나 전이를 억제하는 생체 메커니즘을 유도하기도 한다. 심장에도 좋다. 혈관을 튼튼히 해 혈압을 안정시킨다. 그러나 체내에 들어가면 대부분 배설되므로 흡수율이 낮아 그 효과가 미미하다는 얘기도 있다. 생체에서 일어나는 일과 실험실에서 얻은 실험결과는 명백히 다르기 때문이다.

    루틴이라는 성분은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해주고 당뇨를 예방한다. 항암작용도 한다. 모르틴도 항암효과가 있다.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가바는 항불안작용, 항우울작용을 한다. 혈압강하효과, 간기능 개선효과도 있다.

    이런 물질이 다량 함유된 꾸지뽕나무니 그 약리적 효과가 기가 막힐 수밖에 없는 거다. 그러나 한마디만 붙이겠다. 이들 성분은 우리가 흔히 먹는 채소나 과일, 또 녹차에도 많다. 이런 성분이 있으니 특효약이라는 단선적인 사유가 과학은 아니다.

    꾸지뽕이 효과가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꿩 잡는 게 매다. 필자가 잘 아는 40대 부부가 있다. 부인이 심한 저혈압으로 힘이 없어 늘 드러눕기만 했다. 안색도 좋지 못했다. 그런데 꾸지뽕이 혈압에 좋다는 말을 들은 남편이 열매를 따서 술을 담가 부인에게 권했다. 한두 잔씩 꾸지뽕술을 마신 뒤 일년 남짓 지나서 부인의 혈압이 정상이 됐다. 혈색도 살아났고 몸도 그다지 처지지 않게 됐다. 필자가 주워들은 사례는 이외에도 많다.

    ‘신선이 되는 선약’ 꾸지뽕에 대한 단상

    말린 꾸지뽕나무 뿌리.

    요사이 꾸지뽕나무를 가지고 건강식품 사업을 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말기 자궁암을 씻은 듯이 낫게 하고 각종 암에도 효과가 크다는 ‘꾸지뽕 기름’을 최고로 친다. 정확히 말하면 기름이 아니라 꾸지뽕 나무의 수액을 추출한 것이다. 뿌리나 줄기를 오지항아리에 넣고 왕겨로 일주일여 불을 때서 수액을 빼낸다. 그러나 이런 방법으로 추출한 수액은 탄 냄새도 나고 먹기가 고약해 현대적인 기계장비로 추출하기도 한다.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암환자라면 십중팔구 이걸 사 먹게 될 것 같다. 필자도 한번 만들어볼까 유혹을 느낄 정도다.

    ‘태평성혜방’이란 중국의 고대 의서에도 그런 유혹을 하는 신통한 술이 하나 나온다. 꾸지뽕 뿌리를 가지고 빚는 술인데, 이름을 ‘자근주(根酒)’라고 한다. 신장이 허해서 오랫동안 낫지 않는 청력장애, 귀울음과 이롱을 씻은 듯이 고친다. 현대의학이 포기한 이명환자가 주변에 한둘이 아니다. 재미있어서 제법(製法)을 소개한다.

    “꾸지뽕뿌리 20근(한 근은 600g)과 석창포뿌리 5근을 준비해 각각 물 10말(1말은 18L)씩을 넣고 5말이 될 때까지 달인다. 벌겋게 달군 쇳조각 20근을 5말의 물에 담가 식힌 후 맑은 물만 따른다. 이 물을 철락음(鐵落飮)이라 한다. 여기에 꾸지뽕 달인 물, 석창포 달인 물을 섞는다. 도합 15말의 물에 쌀 2섬과 누룩 2말을 넣고 술을 빚는다. 술이 다 익으면 자석 3근을 가루 내어 술에 넣고 사흘 밤을 재운다.”

    이렇게 만든 술을 주야로 취하도록 마신다. 그러면 어느 틈에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리게 된다고 한다.

    의약품을 둘러싼 빅브러더

    빈손으로 산을 내려오며 뜬금없이 영화 한 편을 떠올렸다. 김재환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트루맛쇼’다. 이 영화는 식당과 미디어의 탐욕과 조작에 관한 블랙코미디다. 복잡한 얘기 다 빼면 얼추 이런 내용이다. 방송3사 TV에 나오는 대한민국의 맛집들은 다 조작이다. 식당도 음식도 사장에 종업원까지 모조리 사기다. 돈만 주면 지상파 TV에 맛집으로 소개되고 메뉴까지 그 자리에서 만들어준다. 방송을 본 대중은 그 맛집에 몰린다. 하지만 그 맛집은 십중팔구 맛이 없다. TV에 먹음직스럽게 소개된 그 메뉴도 없다. 방송을 위해 만들어진 가짜다. 물론 극히 드물게 맛이 있는 집도 있긴 하다.

    이 다큐멘터리 영화를 본 사람들은 미디어와 식당의 너무도 부적절한 관계에 큰 충격을 받게 된다. 영화 내용을 모르는 분은 반드시 한번 보시기 바란다. 우선 너무 재미있다. 방송사를 상대로 몰래카메라를 쓴 수법도 기막히다. 그러나 그냥 재미만 있지 않다.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관람자의 마음도 결코 편치 않다.

    커넥션의 주연은 방송사와 PD, 식당과 방송을 연결하며 고수익을 올리는 브로커, 그리고 대박의 꿈을 꾸는 맛집들이다. 그렇지만 트루맛쇼는 이 거짓 쇼를 강요해온 빅브러더가 누구인가 묻는다. 영화 속의 브로커와 음식평론가는 TV의 거짓쇼가 가능한 것은 우리나라 맛집 소비자의 수준이 그 정도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빅브러더는 ‘그들’이 아닌 우리의 ‘저급한’ 욕망이라는 것이다. ‘바로 당신들 수준이 그 정도니까 방송사들이 조작한 그런 맛집에 몰리잖아. 그러니까 거짓 쇼가 계속되는 거고.’ 비아냥에 가깝다.

    맛집과 미디어만 부적절한 관계일까. 건강사업은 더 그렇지 않을까. 어느 때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요즈음 미디어에서 특정식물에 대한 홍보가 집중되는 것을 허투루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덕분에 일반인의 식물에 대한 정보력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이로 인해 산야에서 자라는 식물들이 겪는 수난이 극심해졌다. 호깨나무(지구자), 오가피나무 같은 것들은 이젠 야생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 흔해빠진 맹감나무까지 중금속 해독에 좋다며 거덜내고 있는 판이다. 꾸지뽕도 그동안 수난이 많았다. 뿌리째 캐내는 통에 개체수가 많이 줄었고, 요즘 들어서는 더 심해졌다.

    트루맛쇼에서 그렇듯 꾸지뽕이란 아이템으로 대박을 노리며 백세건강의 욕망을 자극하는 구조화된 커넥션이 있고, 사람들은 미디어를 통해 유포된 정보와 이미지를 좇아 욕망을 충족시키려 애쓴다. 미디어가 오감을 자극하면 사람들이 몰려들고 대박이 날 것이다. 똑같다. 욕망이라는 빅브러더는 맛집에만 있지 않다.

    생각해보면 꾸지뽕은 별것도 아니다. ‘공포의 마케팅’으로 초국적 거대 제약업체가 전 지구적으로 유포한 조류인플루엔자 치료제 타미플루를 비롯해 에이즈 치료제, 각종 백신, 항암제, 하다못해 동네 내과의원에서 취급하는 헬리코박터제균제 등은 애당초 관람객, 소비자의 저항이나 반성이 불가능한 빅브러더의 빅브러더가 아니던가.

    ‘신선이 되는 선약’ 꾸지뽕에 대한 단상
    김승호

    1960년 전남 해남 출생

    現 광주 자연마을한의원 원장

    前 동아일보 기자·송원대 교수


    요새는 조류인플루엔자바이러스나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의 실체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항암제나 헬리코박터 제균제는 실제와는 거리가 먼 극단적인 환원주의의 산물일 수도 있다. 그것이 도대체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까지 거짓말인지 모르겠다. 부처의 눈을 뜨고 보면 인간은 꿈처럼 허망한 가짜 세상에서 사는 동물이 아니던가. 그 시작을 알 수 없는 무명(無明)을 기반으로 중생의 탐진(貪嗔)이 정교하게 빚어낸 허구의 세상에 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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