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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앞장섰던 정동영의 변신…이념도 무상, 정치도 무상”

갑옷 벗은 검투사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

  • 배수강 기자│bsk@donga.com

“한미 FTA 앞장섰던 정동영의 변신…이념도 무상, 정치도 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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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아차’ 잘못

▼ 2011년 11월 30일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 FTA 부수법안에 서명할 때 기분은 어땠나요?

“특별한 감흥은 없고 ‘참 오래 걸렸다’고 생각했죠. 협상 타결할 때가 그래도 제일 기억에 남아요. ‘아, 진짜 어렵게 해서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구나’하는 생각…. 한-EU FTA가 국회 통과했을 때에도 광화문 김치찌개 집에서 저녁 먹고 일찍 집에 갔어요.”

그는 FTA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이어갔다.

“국가든 개인이든 폐쇄적인 사고를 가지고는 자기 꿈도 이룰 수 없고, 남과 관계 설정도 어려워요. 우리도 고구려의 기상이나 신라방, 장보고, 고려시대 해상무역 같은 개방의 역사가 있잖아요? 20세기 초, 그러니까 100년 전에 ‘아차’ 잘못해서, 그 생각만 하면 억울하죠. 이 때문에 ‘개방 잘못하면 먹힌다’는, 일종의 피해의식이 있는 거 같아요. 이젠 극복할 때가 됐다고 봐요.



지난 50년간 우리 모습은 분명 성공 스토리잖아요? 그 성공을 진면목으로 삼고 연장선으로 가야죠.”

▼ 공부 많이 하셨네요. 역사까지….

“개방에 대한 이런 역사는 현재 와서는 FTA와 연결돼요. 적극 활용해야죠. 보통 ‘단절’을 영어로 인설레이션(insulation)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반도(半島)’는 ‘페닌슐러(peninsula)’, 여기서 ‘펜(pen)’은 우리말로 ‘거의’라는 뜻이거든요. 그러니 ‘페닌슐러’가 (거의 단절된) 반도 아닙니까? ‘인설레이션’ 되려다가 한쪽이 연결됐잖아요? 지형이 ‘페닌슐러’라고 나라도 ‘인설레이션’ 되면 진짜 어렵죠(웃음).”

▼ FTA 협상 수석대표로 협상할 때는 부인과 ‘인설레이션’ 됐던데요. 여러 협상 일화도 남겼죠?(협상 당시 그는 갈아입을 옷을 전하러 온 부인을 만나지 않았다. 2008년 쇠고기 추가협상 때에는 수전 슈워브 당시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서울광장의 촛불시위 사진을 보여주며 ‘협상이 잘못되면 한미공조를 깨뜨린 장본인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말해 눈물을 흘리게 했다.)

“당시는 정말 긴장의 연속이고, 어려운 시간이었어요. 지나고 나면 그냥 웃으면서 회고할 수 있는 일화들이죠. 많은 생각이 나는데 지금 말씀드리기에는 부적절한 거 같아요.”

▼ 왜요?

“협상 상대도 아직 현직에 있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려면 이런저런 이슈를 설명해야 하잖아요. ‘FTA 협상이 발효되면 3년 안에는 서로 아무 말도 하지 말자’고 약속이 돼 있거든요.”

고위 공무원을 그 정도 했으면 ‘외교성 코멘트’도 날릴 법한데, 그는 곤란한 답은 피해갔다. 2시간 인터뷰 내내 질문에 또박또박 답했다. 기자가 ‘솔직하고 담백하다’고 하자, 그는 초등학교 통지표 가정통신란에 항상 ‘솔직하고 담백한 성격의 어린이’라고 선생님이 썼다고 맞받았다. 그는 대화 중 항상 ‘그죠?’하면서 상대의 동의를 구하는 말버릇이 있었다. 기자가 고개를 끄덕이면 다음 말을 이었지만, 그러지 않으면 부연설명을 해 동의를 구했다. 협상 전문가로 몸에 밴 화법이려니 했다.

▼ 말할 수 없다? 그럼 협상 일화는 왜 언론에 나온 겁니까?

“음….그러니까. 협상은 늘 그렇잖아요? 자기는 서너 개 있으면 되는데 ‘10개를 내놔라’하고 막 치고 들어가고.”

▼ 그렇죠.

“그러다보면 상대편이 못 줄 거 알지만 막 내놓으라고 조르다가 ‘그러면 나는 이거 포기할 테니 그걸 달라’ 이런 식으로 성동격서(聲東擊西)를 하고. 그런 과정에서 나온 거죠.”

“우리는 검투사, 같이 살자”

▼ ‘눈물을 흘렸다’는 일화도 그런 과정에서….

“(웃음) 뭐, 제가 어려우니 상대도 어렵죠. 서로 푸념도 많이 하고, 어려운 사람 심정은 서로 안다고, 그 과정에서 제가 ‘야, 우리는 왜 이렇게 어렵게 사노?’ ‘우리는 전생에 글래디에이터(gladiator·검투사) 아니었나’하고 말했죠. 그래서 (제가) 글래디에이터가 됐는데, 사실 그 이후 말이 더 중요해요.”

▼ 뭔가요?

“‘너하고 나하고 한 명이 찌르고 한 명이 죽고 그러면 안 된다. 너도 살고 나도 살아야 한다’고 했죠. 상대 측(수전 슈워브와 웬디 커틀러 수석대표)도 성격은 밝고 쾌활하지만 협상장에서는 달라요. ‘한 성질’ 하죠. 고함도 지르고, 협상장 박차고 나가기도 하고…. 그러다가 겸연쩍게 웃으며 얘기하고, 뭐 그런 거죠. 그런데 진정성 없이 연출하면 신뢰는 사라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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