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호

고소당할 때 대처하는 법

  • 입력2012-01-19 17: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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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용석 의원이 개그맨 최효종 씨를 고소한 데 이어 서울대 교무처장, 조국 서울대 교수, 이준석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에 대해서도 고소 또는 고발을 제기했다. ‘고소·고발의 달인’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하다. 비단 강 의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고소 공화국’이라고 할 만큼 고소가 흔하다. 일본과 비교해보면 그 정도를 실감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우리나라에서 고소를 당한 사람은 51만4895명. 같은 기간 일본에선 9326명이 고소를 당했다. 피고소인의 총수도 우리나라가 일본의 55.2배에 달한다. 인구 10만 명당 피고소인의 수는 한국이 1068명으로 일본(7.3명)보다 146배나 많다. 위 수치에 고발건수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2010년 우리나라의 피고발인은 15만3587명에 달한다.

    잠 못 이루는 밤

    이렇게 고소·고발이 흔하기 때문에 평범한 사람도 언제 누구로부터 고소·고발을 당할지 모를 일이다. 그러니 고소·고발의 의미와 법적 효력 정도는 알고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소는 범죄의 피해자 또는 그와 일정한 관계에 있는 고소권자가 수사기관에 범죄 사실을 신고해 범인을 처벌해줄 것을 요구하는 행위다. 고발은 제기하는 사람이 고소권자와 범인 이외의 제3자라는 점에서 고소와 다르다.



    범죄 사실을 신고하는 것이지 범인을 신고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꼭 범인을 알아야만 고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 고소는 경찰서나 검찰청과 같은 수사기관에 하는 것이므로 언론사에 제보하거나 일반 회사의 감사팀 같은 곳에 진정하는 것은 고소가 아니다.

    법에는 구술로 고소할 수도 있도록 되어 있지만 보통 경찰서나 검찰청에 범죄사실을 적은 고소장을 제출하는 방법으로 고소한다. 112에 범죄를 신고해도 고소가 될 것 같지만 실무적으로는 112신고 사건은 고소사건이 아니라 인지사건으로 처리되는 경향이다. 인지는 수사기관이 스스로 범죄사실을 인식해 탐지하는 것을 말한다.

    검찰이 경찰을 지휘하는 지위에 있으므로 사람들은 대개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 그러나 검찰은 경찰에 비해 수사 인력이 훨씬 적다.

    중요 사건이 아닌 경우 검찰청이 고소장을 접수해도 관할 경찰서로 보내 조사하도록 한다. 검찰에 고소하면 공연히 시간만 더 소요될 수도 있다. 다만 경찰이 고소장을 잘 접수하지 않거나 처음부터 검찰의 견제를 받게 할 필요가 있다면 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고소장은 피고소인의 주소지, 범죄 행위지 관할 경찰서나 검찰청 중 어느 곳에나 제출할 수 있다.

    수사기관이 고소장을 접수하면 먼저 고소인을 불러 고소의 취지 및 사실 여부를 확인한다. 이를 고소인 조사라고 한다.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한 경우 사건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을 불러 조사(참고인 조사) 하거나 필요한 증거를 수집한다. 이어 피고소인을 불러 고소 사실을 확인하는 피의자신문을 벌인다. 피의자신문을 전후해 범죄혐의가 인정되면 추가 증거 수집을 위해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받아 압수 또는 수색을 하게 된다.

    그러나 중대한 사건이 아니라면 수사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 증거 수집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고소인은 수사 담당자가 편하게 수사할 수 있도록 관련 자료나 증거들을 최대한 정리해서 전달해주어야 한다.

    누군가로부터 고소를 당해 하루아침에 피의자 신분이 되어 수사기관에 출두해야 하는 처지가 되면 잠도 잘 못 자고 일도 손에 잡히지 않을 수 있다. 극심한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게 된다. 수사전문가인 경찰관이나 검사도 무섭지만 평생 가본 적이 없는 경찰서나 검사실의 고압적인 분위기가 사람을 주눅 들게 하기 마련이다.

    출두 전 자료 꼼꼼히 챙겨야

    그러나 당당하게 대처하는 것이 좋다. 출석요구를 받은 날 다른 일정이 있다면 담당 수사관에게 사유를 밝히고 조사일자 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 자신에게 씌워진 혐의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알고 대응책을 세운 후 출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찰관이 “그냥 와보면 안다”라고 하더라도 “자세히 말해주지 않으면 나가지 않겠다”고 버티는 것이 좋다. 그러면 분명히 설명해줄 것이다.

    수사기관에 나갈 때 멋을 부릴 필요는 없지만 가능한 한 단정한 차림을 하는 것이 좋다. 깔끔하고 반듯한 사람은 죄를 짓지 않았을 것 같아 보이는 것이 인지상정이고 수사관도 사람이기 때문이다.

    범죄혐의에 대한 입증 책임은 수사기관에 있다. 명백한 증거가 이미 발견된 것이 아니라면 피고소인이 스스로 잘못을 인정할 필요는 없다. 수사 절차는 윤리 시험이 아니다. 피고소인에게 수사기관이 할 일을 덜어주어야 할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헌법은 “피의자에겐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며 진술거부권을 국민의 권리로 분명히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조사에 임하면 수사전문가의 태도에 기가 눌리기 쉽다.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자기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도 구별하지 못하고 말해버리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게 내뱉은 말이 나중에 치명상을 입히는 무기가 되어 돌아온다.

    결론적으로 묵비권을 행사하기보다는 치밀하게 준비해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세우는 것이 더 현실적일 수 있다. 조사받으러 가기 전 자신에게 유리한 자료를 논리적으로 구성해 들고 가는 것이 좋다. 이런 경우에도 말을 많이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수사기관은 피의자의 적극적 설명 없이는 사건의 진상을 재구성하기 어렵다. 피의자로부터 단 한 마디의 단서라도 이끌어내기 위해 이렇게도 물어보고 저렇게도 물어본다. 이런 의도에 일일이 반응하는 것은 피의자의 처지에선 적절한 태도가 아닐 것이다.

    법조계 일각의 의견에 따르면 수사관이 휴대전화를 보자고 할 때 이런 요구에 협조할 의무가 피고소인에게 있는 것은 아니다. 피의자신문조서에 날인할 때에도 진술한 내용과 조서 내용 간에 차이가 있는지를 꼼꼼히 살펴 차이가 있는 부분에 대해선 수정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좋다.

    변호인을 옆에 둘 수 있으면 심리적으로 안정될 수 있다. 이왕 변호인의 도움을 받기로 결정했다면 수사 단계에서부터 도움을 받는 것이 낫다. 묵비권을 행사하기로 한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금태섭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검사 시절 ‘수사받는 법’ 제하의 언론 기고문에서 “수사기관의 행동에 섣불리 대응하지 않고 변호인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 단계에서 조사와 증거수집 절차를 마쳤다면 담당 경찰관은 수사결과에 대한 의견과 함께 사건을 검찰로 보내는데 이를 검찰송치라고 한다. 이후 검사는 기록을 보고 해당 사건을 기소해 형사재판으로 넘길지 아니면 불기소해 종결할 것인지 결정한다. 기소 여부는 검사만 결정할 수 있다. 이를 기소독점주의라고 한다.

    담당 경찰관의 의견, 즉 기소 의견 또는 불기소 의견이 검사를 구속하지는 않지만 현실적으로 검사는 처리할 사건이 너무 많기 때문에 경찰의 의견을 존중하는 경향이다. 사실상 경찰관의 의견이 사건 처리 향배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봐야 한다.

    고소한 사건이 무혐의 처리되어 불기소되는 경우 역으로 수사기관은 해당 고소가 무고인지 아닌지를 의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무고, 즉 다른 사람을 처벌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신고한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 수사기관은 고소인을 무고죄의 피의자로 조사해야 한다. 이를 무고인지라고 하는데 무고인지는 검사의 근무평정에 좋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걸리면 매우 위험하다.

    무고죄의 역습

    강용석 의원의 경우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것이 무혐의 불기소 처분됐고 반대로 강 의원 본인이 무고죄의 피의자가 되어 유죄판결을 받았다. 무고죄의 역습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잘 보여준 사건이다.

    2010년 고소사건 51만여 건 중 불기소된 사건은 30만5000여 건으로 약 60%에 달한다. 금전관계로 인한 사기죄 고소 사건의 경우 불기소율이 80%가 넘는다. 피고소인을 괴롭히고 심리적으로 압박할 목적으로 고소를 남발하는 경우가 많다고 볼 수 있다. 고소한 사건이 불기소처분으로 종결되는 경우에는 피고소인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주거나 기를 살려주는 것이 된다. 또한 고소인이 곤경에 처하는 여러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고소당할 때 대처하는 법
    고소한 뒤 나중에 고소를 취소할 수 있다. 간통죄, 강간죄와 같이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는 고소가 취소되면 수사가 바로 종결된다. 그러나 친고죄가 아닌 범죄는 고소가 취소되더라도 수사가 계속된다. 다만 고소가 취소된 사정을 참작해 기소를 유예하거나 처벌 수위를 낮출 뿐이다. 한번 고소를 취소하면 동일 사건에 대해 다시 고소할 수 없다. 범인 중 일부에 대해 고소를 취소하면 나머지 범인에 대해서도 고소를 취소한 것으로 간주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배우자 및 배우자와 간통한 사람을 고소했다 배우자에 대해서만 고소를 취소하더라도 간통한 사람에까지 고소취소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다. 배우자와 간통한 사람을 처벌할 수 없고 다시 고소할 수 없으므로 처벌받게 할 기회를 영영 잃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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