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호

동호회 활동하며 좋은 아빠 되기 노하우 공유

‘싱글 대디’ 전성시대

  • 박은경│신동아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입력2012-01-20 09: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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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내 없이 자녀를 혼자 키우는 남성을 ‘싱글 대디’라고 한다.
    • ‘육아는 여성의 몫’이라는 고정 관념이 희박해지고, 부모와 자녀가 있는 가정만 ‘정상 가정’으로 여기는 편견도 점차 사라지면서 사회 곳곳에서 싱글 대디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아빠와 자녀의 조합만으로도 얼마든지 화목한 가정을 꾸릴 수 있다고 말하는 싱글 대디들을 만나 그들의 삶을 취재했다.
    동호회 활동하며 좋은 아빠 되기 노하우 공유

    딸 새연이(가운데)와 함께 낚시를 즐기고 있는 싱글 대디 배진영 씨.

    캠핑 장비 판매 인터넷 쇼핑몰만 들어서면 ‘지름신’이 강림하는 캠핑 마니아 배진영(45) 씨. 그는 얼마 전 특별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인터넷 캠핑 동호회를 만들었다. 생각지도 않던 동호회장이 된 배 씨가 카페에 올린 사연은 이렇다.

    “캠핑을 좋아하는 싱글 대디입니다. 딸아이와 캠핑을 즐기기 위해 여러 동호회에 가입해봤습니다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좀 그렇더군요. 그래서 아이와 단둘이 캠핑을 가보니 혼자서 노는 아이의 심심함이란. 그걸 보는 제 마음도 좋지 않았지요. 또 싱글의 경우 장비 구축과 해체 등에 어려움이 있더군요. 나와 같은 취미, 같은 어려움에 공감하는 누군가가 또 있지 않을까 해서 아예 싱글 대디와 싱글 맘 캠핑동호회를 만들었습니다. 동호회를 만든 직후 회원들끼리 캠핑 모임을 가졌는데 아이들도 어른들도 너무 좋은 느낌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싱글 대디’는 이혼이나 사별 등의 이유로 아이를 혼자 키우는 남성이나 결혼하지 않고 아버지가 된 남성을 가리키는 용어다. 한부모를 돕는 민간단체에서 총무로 일하는 이재현(가명·48) 씨도 올해 중학교에 입학하는 아들을 키우는 싱글 대디다. 3년 전 인터넷 서핑을 하다 우연히 이 단체를 발견했다는 그는 “비슷한 아픔을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 회원이 됐다. 하지만 정기모임에 나가 얼굴을 내밀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어느 날 아들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박람회를 보러갔다가 근처에서 한부모 돕기 단체 정기모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용기 내 찾아갔다. 싱글 대디와 싱글 맘 10여 명이 모인 자리에 앉자마자 갑자기 울음이 터져나왔다. 복도로 뛰쳐나와 2시간을 펑펑 울었다.

    “속이 얼마나 후련하던지…. 그때부터 열심히 모임에 나갔어요. 궂은일도 마다 않고 도왔더니 회장님이 총무를 시키더라고요.”

    새로운 가족의 탄생



    최근 몇 년 사이 우리 사회의 가족 패러다임은 급변하고 있다. 부부 국적이 서로 다른 다문화 가족, 비혼(非婚) 동거 가족, 조손 가족, 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여기는 반려 가족과 더불어 엄마와 아빠 중 한 명이 아이를 키우는 한부모 가족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 중 한부모 가족의 경우 ‘새로운 가족의 탄생’이 아니라 ‘가족 해체’라는 시선을 받는 경우가 있다. 특히 이혼이나 배우자의 가출 등 여러 사유로 자녀를 홀로 키우게 된 싱글 대디를 보는 시선은 더욱 따갑다. 엄마 있는 아이의 아빠가 학교에 급식 당번을 가면 ‘자녀 교육에 관심 많은 자상한 아빠’로 평가받지만, 싱글 대디가 학교에 가면 무조건 ‘못난 이혼남’이 된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식 문제에 마음 쓰는 싱글 대디를 이해해주는 회사는 찾기 어렵다. 전셋집을 구할 때도 싱글 대디는 냉대를 당한다. 아이가 다쳐서 몸에 멍이라도 생기면 또 어떤가. 교사들은 아이에게 대뜸 “아빠가 때렸니?”라고 묻는다.

    싱글 대디들은 ‘그래서 슬프다’고 입을 모은다. 혹시 엄마가 없다는 사실이 주위에 알려져 내 아이가 상처 받지 않을까, ‘못나서 이혼당한 남자’ 취급을 받지 않을까 쉬쉬하며 자신을 드러내지 않던 싱글 대디들이 서로 뭉치며 세상 밖으로 나오는 건 그래서 이채롭다.

    온라인에 ‘싱글 대디’ 관련 카페가 본격적으로 생기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중반부터. 한동안 싱글 맘 중심의 카페가 활발했는데, 최근에는 여기에 싱글 대디 모임이 가세하는 양상이다. 특히 지난해 여러 개의 카페가 새로 생겼다. 최근 싱글 대디 카페에서 드러나는 특징은 모임의 중심이 어른에서 아이에게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 과거에는 단체 여행을 가도 아이 따로 어른 따로 놀았다면, 최근에는 아이가 좋아할 만한 놀이문화, 체험문화가 있는 곳으로 여행지를 선택하는 식이다. 싱글 대디 중심의 캠핑동호회가 인기를 모으는 것도 같은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캠핑동호회 카페 회장인 배 씨는 경기도 부천시에서 가구공방을 운영하며 딸 새연이(10)를 키운다. 싱글 대디 6년차인 그는 온라인 ID를 ‘새연아빠’로 할 만큼 딸에 대한 사랑이 넘친다. 여행, 낚시, 캠핑 등을 좋아하는 그는 새연이가 어릴 때부터 전국 방방곡곡을 데리고 다녔다. 그래서 두 사람은 이제 같은 취미를 가진 커플 같은 부녀가 됐다. 그는 “캠핑이나 낚시를 가면 아이와 함께 요리를 하면서 대화를 많이 하게 돼 좋다”고 했다. 그가 지난해 9월 개설한 캠핑동호회 카페의 회원수가 29명. 그중 자주 캠핑에 동행하는 열혈 싱글 대디는 7명이다.

    편견을 넘어

    배 씨나 한부모 단체에서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이 씨처럼 자신을 감추지 않고 활동하는 싱글 대디가 늘어나는 배경에는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하는 싱글 대디 가구 수가 있다. 통계청의 ‘2010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05년 28만7000가구였던 싱글 대디 가구 수는 2010년 34만7000가구로 21.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싱글 맘 가구 수는 108만3000가구에서 124만7000가구로 15.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여전히 한부모 10가구 중 8가구는 싱글 맘 가구지만, 싱글 대디 가구의 증가세는 매우 가파르다. 그 과정에서 싱글 대디에 대한 편견도 많이 사라지고 있다.

    동호회 활동하며 좋은 아빠 되기 노하우 공유

    싱글 대디를 위해 다양한 교육 과정을 운영하는 싱글 대디 학교 풍경.

    아이를 혼자 양육하는 아빠가 늘면서 ‘아빠는 아이를 제대로 기를 수 없다’는 세상의 고정관념에 맞서 훌륭한 멘토, 친구 같은 아빠가 되기 위한 싱글 대디들의 도전도 시작되고 있다. 충북 충주시 관내의 문화재를 둘러보는 시티투어 프로그램 안내를 맡고 있는 충주시문화관광해설사 연경년(53) 씨는 “2008년 봄 전국에서 50명의 싱글 대디와 싱글 맘으로 구성된 단체가 투어를 신청해 놀랐다”고 했다. 특히 예약 신청 전화를 걸어온 모임 대표가 “우리는 싱글 대디와 싱글 맘이 함께 참여하는 모임으로, 각자의 아이들과 함께 가려고 한다”고 당당히 밝히는 모습이 놀라웠다고 했다. 연 씨에 따르면 투어팀에서 싱글 대디와 싱글 맘의 비율은 6대 4 정도로 싱글 대디가 더 많았다. 그는 “어린아이부터 중학생에 이르기까지 아이들 연령대도 다양했는데, 7시간가량 이어진 투어 내내 밝고 활달하게 참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듬해 또 다른 싱글 대디와 싱글 맘 모임 회원 40여 명의 투어 안내를 한 적도 있는데 역시 보기 좋은 모습이었다”고 했다.

    2002년 결성된 한울타리한부모회는 사단법인 한국한부모가정사랑회 산하 싱글 대디와 싱글 맘 모임이다. 전국 회원 수가 1만8000명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오종인(49) 회장은 “20대부터 50대까지 회원 연령의 폭이 매우 넓은데, 그중 비중이 가장 높은 연령대가 30~40대다. 자녀 수는 보통 1~2명이다. 회원 중 싱글 대디는 4000명쯤 된다”고 소개했다. 오 회장 자신도 19세 아들을 둔 싱글 대디. 11년째 혼자 아들을 키워왔다. “그동안 아들과 함께 놀이공원이나 영화관에도 가고, 한부모가정사랑회에서 주최하는 1박2일, 2박3일 코스의 캠프에도 참가했다. 함께 쌓은 추억이 많은데 아들이 사춘기가 지나면서 혼자 집에만 있으려고 해 걱정”이라고 말하는 그는 그 아들이 갓 초등학교에 들어가던 무렵 싱글 대디가 됐다. 이후 아이 양육에 집중하느라 사업까지 접게 됐다는 오 회장은 자녀 교육 노하우를 살려 방송통신대 청소년과에 편입해 지난해 졸업했다. 그동안 청소년지도사와 한부모가정지도사 등의 자격증을 딴 그의 계획은 앞으로 자신과 같은 처지의 싱글 대디, 싱글 맘과 그들의 자녀를 돕는 것이다.

    “후회하지 않는다”

    재혼전문 결혼정보업체 ‘행복출발 더원’이 2007년 싱글 대디 306명과 싱글 맘 5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녀를 위해 특별히 애쓰는 점’(중복 응답)을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62.2%가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일정시간 대화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51.1%, ‘자녀와 같은 취미를 갖거나 함께 나들이하는 것’이라고 대답한 응답자도 45.4%에 달했다. ‘자녀양육을 맡은 걸 후회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의 78.7%가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고 답해 자녀에 대한 강한 애정과 책임감을 드러냈다. 싱글 대디들은 특히 과거의 권위적인 아버지와 달리 자녀에게 직접적으로 애정을 표현하고 많은 대화를 나누며 취미생활을 공유하는 등 친밀감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세간의 시선에 기죽지 않고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가정을 꾸려나가는 싱글 대디들의 변화는 재혼을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나타난다. 행복출발 더원의 홍보담당 오미경 팀장은 “우리 회원 중 싱글 대디와 싱글 맘의 비율은 6대 4로 싱글 대디가 더 많다. 과거의 싱글 대디 회원들은 ‘자녀를 잘 키워줄 배우자’를 원했는데, 지금은 자녀의 행복 못지않게 자신의 행복을 중요하게 여기고 그에 맞는 짝을 찾는 경우가 많다. 또 과거의 싱글 대디들은 재혼 상대의 조건으로 ‘초혼이든 재혼이든 자녀가 없는 여성일 것’을 내세웠지만 요즘은 오히려 자녀가 있는 여성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했다. 아이를 키운 여성이 자녀 양육에 대한 책임감이 강하고 아이와 교감하는 능력도 더 뛰어날 것으로 보기 때문인 것 같다는 게 오 팀장의 설명이다.

    이처럼 자신감 넘치는 싱글 대디 수가늘면서 TV 드라마에서 싱글 대디를 그리는 태도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막을 내린 MBC 일일드라마 ‘불굴의 며느리’에는 갓난아기를 키우는 싱글 대디 호텔요리사 방진국(이두일 분)이 등장했다. ‘빵군’이라는 밉지 않은 별칭을 가진 그에게 주변 동료나 극중 주인공 가족 중 누구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지 않았다. ‘못난 남자’ 취급도 없었다. ‘빵군’이 돌이 갓 지난 아들을 맡길 곳이 없어 가슴에 안고 출근하는 날이면 동료들이 대신 아기를 봐준다. 넉넉한 풍채만큼이나 마음 넓고 따듯한 이 싱글 대디 캐릭터는 시청자에게도 큰 사랑을 받았다.

    현재 인기리에 방송 중인 MBC 주말드라마 ‘애정만만세’에도 자신과 쏙 빼닮은 여섯 살배기 딸을 키우는 싱글 대디 남대문(안상태 분)이 나온다. 법률사무소 사무장인 그도 어엿한 직업을 갖고 당당하게 살아간다. 싱글 대디가 여러 드라마에 감초처럼 등장하는 것, 게다가 가난에 찌들어 ‘지지리궁상’을 떨거나 술에 취해 주위 사람에게 행패를 부리는 모습이 아닌, 멋진 이웃의 모습으로 그려진다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변화다.

    한부모 가정 지원

    현실 속에서 자녀와 함께 밝게 생활하는 싱글 대디들은 입을 모아 “이제는 싱글 대디들도 창피해하거나 숨어 지내지 말고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갑자기 아이 양육을 도맡게 됐을 때 부딪히는 갖가지 문제를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알려 주위의 도움을 받으라고 조언한다. 여섯 살배기 딸을 키우는 싱글 대디 김규현(36) 씨는 “아이를 데리고 목욕탕을 갈 수 없어 애를 먹었다. 한번은 국내 최고 수준의 워터파크에 갔는데 아이 수영복을 갈아입힐 방법이 없었다. 남자 탈의실도, 여자 탈의실도 함께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모처럼 신난 딸을 실망시킬 수 없어서 또래 자녀를 둔 엄마에게 부탁해 어렵게 문제를 해결한 뒤 집에 돌아와 즉시 업체에 e메일을 보냈다”고 했다.

    동호회 활동하며 좋은 아빠 되기 노하우 공유

    싱글 대디 요리교실에서 음식 만드는 법을 배우고 있는 오종인 한울타리한부모회 회장(오른쪽).

    “그날 워터파크에서 겪은 일을 소개한 뒤 ‘나 같은 싱글 대디와 아들을 둔 싱글 맘이 우리나라에 엄청나게 많을 텐데 아무 배려가 없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싱글 대디와 싱글 맘이 이용할 수 있는 탈의실이 위층에 별도로 마련돼 있다는 답장이 왔어요. 다시 e메일을 보내 ‘별도의 탈의실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안내 표시를 잘 해달라’고 부탁했지요.”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헤쳐나가려는 싱글 대디를 돕는 기관도 갈수록 늘고 있다. 대표적인 민간기관은 한국한부모가정사랑회다. 아들이 돌이 채 안 됐을 때 싱글 맘이 된 황은숙(50) 회장이 2002년 설립했다. 황 회장은 “싱글 맘으로 사회와 부딪치는 게 쉽지 않았다. 한부모에 대한 편견과 비난이 자녀에 대한 편견과 놀림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으려면 우리 사회의 인식과 제도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한부모 가정이 건강하게 설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단체”라고 했다.

    한국한부모가정사랑회는 2005년부터 지금까지 56회에 걸쳐 ‘싱글 대디 학교’를 열었다. 매회 2시간 동안 자녀와 함께 하는 요리, 한부모에 대한 편견 극복법, 자녀를 이해하는 방법, 부모와 자녀의 관계 개선법, 싱글 대디에게 필요한 사회지원망에 대한 정보 활용법 등을 강의하고, 집단 상담 시간도 마련한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싱글 대디가 “그동안 왜 이런 기회가 없었을까. 말 그대로 축복”이라고 할 정도로 실용적인 커리큘럼이다. 아빠가 교육에 참가하는 동안 혼자 있을 자녀를 위해서는 ‘초등학생을 위한 성교육’‘청소년을 위한 학습클리닉’ 등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황 회장은 “중산층 싱글 대디들은 아내 없이도 아이를 잘 키우고 부족함 없는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욕구가 크다. 그런데 막상 도움을 받을 곳이 없으니 힘들어한다. 이런 필요성을 느끼고 학교를 열었는데 반응이 생각보다 더 좋다. 싱글 대디 학교 강의를 들은 사람들끼리 정기 모임을 만들기도 하고, 한부모가정사랑회 행사에 자녀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등 지속적으로 관계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열혈 대디, 도시락남

    이 학교를 거쳐 간 사람 중에는 ‘열혈 대디’도 적지 않다. 자녀를 제대로 키우기 위해 대기업에 사표를 내고 집 근처 중소기업으로 옮긴 직장인이 있는가 하면 아예 사표를 던지고 육아에 전념하는 이도 있다. 그는 “있는 돈 까먹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아이의 미래 아니냐”고 말한다. 역시 육아를 위해 사업을 정리한 한울타리한부모회 오 회장도 싱글 대디 학교 요리교실에 10회 참가했다. 그는 “내 손으로 밥을 짓고 요리를 만들어 아들에게 따듯한 밥상을 차려줄 수 있는 게 무엇보다 즐겁고 보람된 일”이라고 했다.

    한국한부모가정사랑회는 해마다 어린이날 축제, 가을운동회, 성탄의 밤, 추석캠프 등을 열어 특별한 날 오히려 소외되기 쉬운 한부모 가정의 부모와 자녀가 즐거운 추억을 만들도록 하고 있다. 나아가 한부모와 자녀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한 ‘한부모 가정 차별 철폐’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황 회장은 “싱글 대디와 싱글 맘이 존중받는 게 현대의 복지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저소득 한부모 가정을 대상으로 한 지원사업을 해마다 늘리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올해부터 중·고등학생의 학용품비를 지원하고 한부모 가족 복지시설에 입소한 한부모 가구에는 생활보조금도 지급한다. 저소득층을 위한 부자(父子)보호시설, 부자(父子)공동생활가정 등의 공동체를 마련해 싱글 대디들이 일을 나간 뒤 홀로 집에 있는 아이를 돌봐주는 사업도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아이의 식사를 챙겨주고 방과 후 교실도 운영해 싱글 대디들이 아이 걱정 없이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편 지자체들은 관내 건강가정지원센터 등에서 한부모 가족 통합서비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싱글 맘 싱글 대디 자조모임 행사, 부모·자녀 학습코칭, 부모·자녀 팝업북 만들기, 뮤지컬 공연관람, 단체 자원봉사 등이 펼쳐진다. 동작구 건강가정지원센터 관계자는 “싱글 대디는 일 때문에 바빠서 아이를 잘 돌보지 못하는 면이 있다. 우리 센터에서 2006년부터 멘토링 사업을 시작해 자원봉사 멘토와 아이를 1대 1로 매칭해주고 학습 등을 돌봐주게 한다”고 소개했다.

    2010년 종영한 KBS 주말드라마 ‘결혼해주세요’에는 초등학생 아들을 혼자 키우며 강한 자존심과 투철한 인생관으로 살아가는 싱글 대디 한경훈(한상진 분)이 등장해 시청자의 관심을 끌었다. 당시 그는 ‘자녀의 도시락으로 요리 실력을 발휘하는 싱글 대디’라는 뜻에서 ‘도시락남’이라고 불렸다. 현대 사회에서 싱글 대디는 의식 변화와 다양한 지원에 힘입어 한경훈 못지않은 ‘도시락남’으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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