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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경제보고서Ⅰ

북한 김정은 체제 무너지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우려 실물경제 투자 부문에 장기 충격 온다

‘북한 김정은 체제 등장과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

  • 박래정|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ecopark@lgeri.com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csless@lgeri.com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gtlee@lgeri.com

북한 김정은 체제 무너지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우려 실물경제 투자 부문에 장기 충격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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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체제 무너지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우려 실물경제 투자 부문에 장기 충격 온다
김정일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국내 금융시장은 단기 충격에서 벗어나 곧바로 안정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북한체제의 불확실성이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어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안심하기는 일러 보인다.

김정은 후계 체제가 단기적으로는 유지될 것이나 중장기적으로는 불안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LG경제연구소가 2011년 12월 발표한 ‘북한 김정은 체제 등장과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은 김정은 체제의 중장기 안착 여부 및 그 구체적인 양태와 관련해 네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먼저 김정은 체제가 안정되면서 개혁개방을 추구하는 경우다. 두 번째로 김정은 체제가 안정되더라도 폐쇄성을 지속하면서 이제까지처럼 핵을 담보로 미국과 대치, 협상 국면을 이어갈 수도 있다. 김정은 체제가 불안정해질 경우, 세 번째 시나리오로 주변국 개입이 유발되는 등 한반도 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거나 장기화할 수 있다. 네 번째 시나리오는 북한체제의 위기가 심화되면서 북한의 조기 붕괴로 이어지거나 급진적 모험주의가 팽배해 국지전 또는 전면전이 발발하는 경우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한반도리스크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은 단기 충격을 받은 후 곧바로 안정을 되찾아가는 모양새이지만, 동북아 세력균형의 한 축을 담당해온 북한체제의 안정성에 대한 의구심은 상당 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1994년 김일성 주석의 사망 이후 북한 경제는 잇따른 대기근 및 핵개발을 둘러싼 미국, 한국과의 대치국면에도 불구하고 체제 존속 능력에 대한 외부의 회의를 상당부분 희석시키는 데 성공했다. 선군(先軍)정치로 표방되는, 극단적인 군 위주의 자원 배분과 이를 바탕으로 하는 국가적 감시통제체제, 중국의 외교적·경제적 지원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선군체제를 이끌던 강력한 리더십이 갑자기 사라진 지금, 김정은 후계체제의 안정성에 의구심을 갖는 것은 자연스럽다. 북 체제의 안정성이 흔들린다면, 주변국의 한반도 전략목표에 비춰볼 때 어떤 형태로든 개입이 불가피해지며 이는 동북아 안보정세에 변화를 줄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안보환경은 물론 한국 경제도 직접적인 폭풍권에 놓이게 된다. 그 파장은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과 같은 돌출성, 일회성 사건에 그치지 않고 한국 경제에 지속적이며 구조적인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부상할 수 있다.

북한체제 특유의 폐쇄성 탓에 김정은 체제의 내부 역학관계를 살피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따라서 그 체제의 앞날을 심도 있게 조망하기는 더욱 어렵다. 다만 북한체제가 맞닥뜨릴 수 있는 다양한 경우를 상정하고, 그 징후(Sign Post)를 살펴보는 것은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급변 시 조기회복(Resilience)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유념해야 할 것은 한국 경제가 1994년 김일성의 갑작스러운 사망에 따른 북한의 권력교체기 때보다 체질에 큰 변화가 있었고, 국제적 이해관계자 역시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경제규모가 외환위기를 극복한 이후 세계 10위권으로 커졌지만, 금융시장의 빗장이 대부분 열렸으며 경제, 사회 각 분야에 글로벌 스탠더드가 도입됐다. 김일성은 한중 수교 2주년에 사망해 당시 중국 경제의 한국에 대한 영향력은 무시해도 좋을 정도였다. 지금은 한국 전체 수출의 거의 30%가 중국행(行)이다. 잇따른 선진권 경제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한국 경제의 글로벌화는 더욱 진전될 것이다. 이처럼 달라진 한국 경제의 체질을 감안해 북한 리스크에 대한 내성(耐性)을 진단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작업이 될 수 있다.

한반도 급변 가능성 단기간 내 높지 않아

북한 변수에 대한 한국 경제 및 국제 투자가들의 내성은 그동안 크게 강화됐다. 김정일의 사망 발표 직후 수일 동안의 주식·외환시장 흐름이 이를 말해준다. 이 내성은 잇따랐던 한반도 정세불안이 동북아 지역 내 대규모 군사적 충돌로 이어지진 않았다는 과거 경험에 바탕을 둔 것으로, 한반도 급변사태가 쉽게 오지 않을 것이란 암묵적 기대가 섞여 있다. 최근 수년간 한반도 정세에 악영향을 끼친 대표적 사건으로는 북한의 핵 실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연평도 포격사태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정도 급(級)’의 정세불안으로는 한국 경제의 실물경제가 영향을 받지 않았던 만큼, 향후 북한 리스크 분석은 ‘군사적 충돌’ 가능성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사실 2008년 김정일 위원장의 뇌졸중 발병이 알려진 이후 그의 유고사태는 한반도에 급변을 가져올 뇌관의 하나로 간주됐다. 제반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된 북한 특유의 권력체제 탓에 권력의 공백상태가 즉각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일부 전문가들이 관측했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남북한과 주변국 외교당국의 움직임을 종합해보면,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그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후계 김정은 권력체제가 선대 체제보다 허약하다는 것은 충분히 근거가 있는 예상이지만, 그 취약성은 구조적인 것이다. 대표적인 취약성으로 아버지와 달리 당 및 군의 최고위직을 승계하지 못했다는 점이 거론된다. 이 취약점은 최고지도자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결정적인 의사결정 과정에서 드러나게 마련인데, 최근 북미 간의 유화적 행보나 중국 공산당의 공고한 지원방침을 감안할 때 취약한 리더십이 시험당하는 곤혹스러운 상황이 당장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둘째, 조문(弔問)기간 및 향후 최장 3년까지 예상되는 유훈(遺訓) 통치기에 북한은 원심력보다 구심력이 더 강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체제는 전통적으로 대기근이나 미국의 군사적 압박 등 국가적 위기감이 고조된 시기엔 최고권력자를 정점으로 교조주의적 정치, 군사 캠페인을 벌이곤 했다. ‘나라를 이끌었던’ 지도자의 갑작스러운 유고란 비상시기에 그가 세운 후계자를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는 대의명분은 어느 때보다 강조될 것이며 이런 명분을 거스를 경쟁자 그룹은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다.

셋째, 북한 권력체제의 동요는 당장 2012년을 맞이하는 주변국의 이해관계에 어긋날 수 있다. 북한의 맹방을 자처해온 중국이 사회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해 국경 주변의 안정에 주력했던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특히 미국, 일본과의 세력 접점에 놓인 방파제 같은 북한의 완충적 역할은, 미국과의 갈등국면이 고조되는 현 상황에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중국 공산당의 현 4세대 지도자 그룹(후진타오, 우방궈, 원자바오 등)은 2012년 말 5세대 지도자그룹에의 집단 권력이양을 앞두고 있다. 경제운용이나 지역안보 현안에서 ‘큰 우환 없는 중국’을 물려주는 것은 임기 말 매우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중국 공산당이 김정일 사망 후 하루 만에 ‘김정은 후계’를 언급한 조의성명을 발표한 것에도 이 같은 우려가 반영됐을 것이다.

미국의 오바마 정권도 2012년 말 재선투표를 앞두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최우선 한반도 전략목표인 ‘한반도 핵무기 제거나 무력화’를 위해 강온(强穩) 전술을 취했지만, 여전히 답보상태에 놓여 있다. 군사적 압박 카드는 미국의 재정위기나 전쟁 피로감이 확대된 미 유권자들을 고려할 때 선택하기 어려울 것이다. 최근의 북미 대화 재개 움직임과 김정일 사망 직후 미 국무부 성명 등을 볼 때 오바마 행정부는 김정은 체제에 대한 압박보다 소극적인 화해제스처를 통해 ‘북핵을 관리하려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인상을 준다. 김정은 체제가 연착륙할 경우 핵 협상 파트너가 확정되는 효과도 있다.

북한 김정은 체제 무너지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우려 실물경제 투자 부문에 장기 충격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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