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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동 교수의 新經筵 ②

최치원의 ‘현묘한 도’는 언제 찾을까?

  • 이기동| 성균관대 유학동양학과 교수 kdyi0208@naver.com

최치원의 ‘현묘한 도’는 언제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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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싫어진다면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생겨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농담처럼 말한다. ‘행복이란 남의 불행을 보는 것’이라고, 그리고 ‘불행이란 남의 행복을 보는 것’이라고. 이러한 마음으로는 경영이 제대로 될 수 없다. 남이야 불행하든 말든 상관할 것이 없다. 오직 나의 이익만 챙기면 된다. 오늘날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의 근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쟁해서 이기는 것, 거기에 사람의 목표가 집중된다면 사람들은 인간관계를 원만히 유지할 수 없다. 사람들은 친구를 사귀거나 연애를 할 때도 경쟁적이다. A라는 친구를 사귀다가도 B라는 친구를 사귀는 것이 더 유리해지면 서슴지 않고 A를 버리고 B와 사귄다. 이는 기업과 기업, 국가와 국가 간에도 예외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연애를 하고 있어도 외롭다. 나도 그를 바꿀 수 있지만, 그도 나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외롭고 불안한 마음은 결혼을 해도 없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예부터 몸보다 마음을 더 중시하고 끊임없이 마음을 챙겨온 민족이 있다. 바로 우리 민족이다. 한국인들은 싸울 때 “네가 인간이냐” “제발 인간 좀 되어라” 하고 꾸짖기도 한다. 서양인들에게 이런 말을 하면 큰일이 난다. 그들은 이런 말을 들으면 바로 거울을 꺼내 얼굴을 확인하고는 “내가 너에게 원숭이로 보이는가?”하고 심각하게 반발한다. 모욕감을 견디지 못해 총알을 날릴 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국인들이 이 말을 할 때는 그런 뜻에서 한 말이 아니다. 한국인들은 인간의 마음을 중시한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인간의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을 인간으로 여기지 않는다. 인간의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은 인간이 아니라 짐승이다. 사람이 짐승처럼 살 수는 없다. 그래서 인간으로 살기를 간절히 바란다. 5000년 전부터 우리는 인간이 되는 길을 만들어놓았다. 어두운 동굴에 들어가 햇빛을 보지 않고 마늘과 쑥을 먹으며 인간의 마음을 되찾아 참된 인간이 되어서 나오는 것이다. 진짜 곰이 동굴에 들어가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곰은 짐승처럼 되어버린 인간을 말한다. 범이 실패하고 곰이 성공했다는 것은 동굴에서 사람의 마음을 챙기기 위해서 곰처럼 진득한 끈기가 필요함을 말하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끊임없이 동굴에서 인간의 마음을 챙겼다. 삼국시대와 고려시대 때는 불교라는 동굴에서 인간의 마음을 챙겼고, 조선시대 때는 유교라는 동굴에서 인간의 마음을 챙겼다. 동굴에서 되찾은 마음은 모두가 다 함께 가지고 있는 ‘한마음’이다. 한국인은 예부터 한마음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한마음은 남을 나처럼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이다. 그 영향으로 한국인에게는 아직도 따뜻한 마음이 남아 있다. 이 따뜻한 마음이 한국의 영화나 드라마에 녹아 있다. 한국인들은 따뜻한 마음 때문에 과거에 치열하게 경쟁하지 못했다. 그 때문에 경쟁이 중시되던 시절에 한국인은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사람들의 차가워진 마음 때문에 견딜 수 없게 된 지금, 한국의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따뜻한 마음을 보면 얼어붙은 마음이 녹는다. 어떤 외국의 자폐증 환자는 드라마 ‘대장금’을 일흔 번 본 뒤에 자폐증이 나았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러한 것이 오늘날 한류 붐을 일으키는 근본 이유다. 이 한류 붐은 영화나 드라마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인의 노래와 춤에도 나타난다. 한국인의 노래와 춤에는 ‘한마음’이 녹아 있다. 한국인들은 한마음으로 어울리기 좋아한다.

영고, 동맹, 팔관회 … 신바람 한국인



최치원의 ‘현묘한 도’는 언제 찾을까?

한마음이 되었을 때 나타나는 한국인의 신바람은 K-POP 열풍을 낳았다.

옛날 부여에서는 가을에 사람들이 모여 하늘에 제사 지내고, 연일 마시고 먹고 노래하고 춤을 추는 ‘영고(迎鼓)’라는 모임을 가졌고, 고구려에서는 10월에 ‘동맹(東盟)’이라는 모임을 가졌다. 수도의 동쪽에 있는 큰 동굴에 모여 제사를 지내고 함께 어울려 춤추고 노래했다. 동맹은 고려의 ‘팔관회(八關會)’로 계승되었다.

한마음을 회복해 모두가 하나 되고 싶은 한국인의 염원이 최근 잘 발휘된 예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의 응원전이었다. 한국의 승리를 염원하는 붉은 악마들은 모두 한마음이 되었다. 그렇게 되면 한국인들은 신바람이 난다.

최근 부는 K-POP 열풍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국 가수들이 함께 모여 춤추며 노래하는 모습에는 독특한 것이 있다. 그들의 춤동작은 단순한 몸의 동작이 아니다. 그들의 몸동작에는 한마음이 되었을 때 나타나는 신바람이 있다. 온 세계가 그들에게 열광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류 붐이 이는 현상은 따뜻한 마음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 신호탄이다. 눈이 녹는 것을 보면 봄이 온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오늘날 한류 붐이 이는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사건이다.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이를 보면 이제 인류의 역사가 대전환점을 맞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이스링크의 트랙을 달리는 스케이트 선수들은 일직선으로 된 트랙을 달릴 때는 있는 힘을 다해서 달리지만, 코너에 진입해 회전할 때는 속도를 줄이고 조심한다. 일직선을 달릴 때는 순위가 별로 바뀌지 않지만, 회전 구간에서는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일등이 넘어져 꼴찌가 되기도 하고, 꼴찌가 매끄럽게 회전해 일등이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회전 구간은 위기이면서 동시에 기회이기도 한 구간이다. 선수들은 이 기회를 살리기 위해 매우 조심한다.

역사의 전환점을 통과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몸을 중시하던 시대에서 마음을 중시하는 시대로의 전환점에 들어와 있는 지금은 혼란한 시기다. 이 혼란의 시기를 잘 통과하기 위해서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 만약 조심하지 않고 과거의 성공 방식대로 질주하다가는 패망하기 십상이다. 속도를 늦추고 마음을 챙기는 일에 최선을 다할 때만 성공적인 미래가 보장된다. 마음을 챙기기 위해 경쟁속도를 늦추면 당장은 다른 경쟁자들에게 뒤처질 것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로부터 날아오는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마음을 챙기는 일을 게을리 할 수는 없다. 당장의 뒤처짐은 많이 뛰기 위한 개구리의 움츠림 같은 것이고, 약을 먹은 뒤에 나타나는 어지럼증 같은 것이다. 그것은 참아야 한다. 위력은 전환기를 통과한 뒤에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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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동| 성균관대 유학동양학과 교수 kdyi02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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