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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dership in Sports ⑬

미국 메이저리그의 ‘엄친아’ 테오 엡스타인 시카고 컵스 사장

과감한 트레이드 유망주 육성으로 혁신 주도

  • 하정민│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dew@donga.com

미국 메이저리그의 ‘엄친아’ 테오 엡스타인 시카고 컵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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엡스타인은 이곳에서 메이저리그 경력을 쌓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멘토 래리 루치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사장(현 보스턴 레드삭스 사장)을 만났다. 루치노 사장은 엡스타인과 마찬가지로 프린스턴대와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한 아이비리그 출신의 변호사였다.

루치노 사장은 엡스타인의 명석함을 일찌감치 눈여겨보고 있었다. 그는 2002년 11월 자신이 보스턴 레드삭스의 새로운 최고경영자(CEO) 겸 사장이 되자마자 엡스타인을 스카우트했다. 한 달 후 그에게 보스턴 레드삭스의 임시 단장 직을 맡겼다.

아무리 임시 단장이라지만 130년이 넘은 메이저리그 역사에 28세 단장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때까지 메이저리그의 단장이란 스카우팅과 같은 밑바닥 업무부터 시작해 산전수전 다 겪은 중장년층이 주로 맡았기 때문이다. 프로는커녕 아마추어 야구 경험도 전무한데다 당시 보스턴 레드삭스의 주전선수 25명 중 3명을 제외하면 선수보다도 나이가 어린 단장이 부임하자 사람들은 경악했다.

특히 여러 언론에서 ‘어린애’가 단장이 됐다고 그의 능력을 폄하했다. 명문 예일대를 졸업하고 변호사 자격증을 가졌으며 외모까지 훤칠한, 소위 스펙 좋은 엘리트였지만 야구에 관해서는 도저히 그의 능력을 신뢰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세이버매트릭스 도입과 과감한 트레이드로 저주를 깨다



엡스타인은 단장에 취임하자마자 본인이 원하는 선수들을 데려오기 시작했다. 특히 고비용 저효율의 표본이던 보스턴 레드삭스의 페이롤(payroll, 선수단 전체 연봉)을 저비용 고효율로 바꾸는 데 힘썼다.

메이저리그의 30개 구단의 페이롤은 2억 달러가 넘는 뉴욕 양키스부터 수천만 달러에 불과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나 탬파베이 레이스 등 천차만별이다. 보스턴 레드삭스는 1억5000만 달러 내외의 페이롤을 지녀 양키스에 이어 페이롤이 매우 높은 구단에 속했지만 엡스타인이 오기 전에는 포스트시즌 진출에 3년 연속 실패하는 등 비용 구조가 엉망이었다.

그는 2003년 시즌을 준비하면서 케빈 밀라, 빌 뮬러, 마크 벨혼, 빅 파피, 브론손 아로요, 토드 워커 등을 잇따라 영입했다. 당시 영입한 선수 중 상당수는 연봉이 수십만 달러에 불과했다. 데이비드 오티즈, 제레미 지암비 등 지금은 슈퍼스타급으로 거듭난 선수들도 데려왔다. 이들의 연봉도 500만 달러 미만일 정도로 가격 대비 효용이 높은 영입이었다. 엡스타인은 실력에 비해 저평가된 이들 선수를 영입해 당시 레드삭스 타선을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만한 강타선으로 바꿔 놓았다.

엡스타인이 싼값에 훌륭한 선수를 데려올 수 있었던 이유는 세이버 메트릭스를 적극 활용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야구 저술가이자 통계학자인 빌 제임스가 1970년대에 창시한 세이버 메트릭스는 ‘기록의 스포츠’인 야구를 통계학적, 수학적으로 분석해 선수의 재능을 평가하고자 하는 방법론이다. 메이저리그 구단 운영에 이를 적극 도입한 사람은 빌리 빈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단장이 최초지만 아쉽게도 빈은 아직까지 팀을 우승에 올려놓지 못했다는 점에서 엡스타인과 차이가 있다.

몇 년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던 레드삭스는 무난히 포스트시즌에 올랐다. 하지만 아쉽게도 월드시리즈 진출을 눈앞에 뒀던 아메리칸리그 결승전 7차전에서 통한의 끝내기 홈런을 얻어맞고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했다.

2004년 엡스타인은 과감한 트레이드로 역사를 만들었다. 우선 그는 에이스(팀 내 제1 선발투수) 커트 실링을 2003년 월드시리즈 우승팀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데려왔고 마무리 투수 키스 폴크를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하면서 투수진을 보강했다. 특히 시즌 중반, 메이저리그 트레이드 역사에 길이 남을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바로 명유격수 노마 가르시아파라의 4각 트레이드다. 가르시아파라는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1994년부터 10년간 레드삭스의 간판 유격수로 활약했고 미국 여자축구계의 스타 미아 햄의 남편이기도 해 보스턴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였다.

팬들의 반발이 상당했지만 결국 보스턴은 가르시아파라를 시카고 컵스에 내주는 대신 몬트리올 엑스포스로부터 유격수 올랜도 카브레라와 미네소타 트윈스의 1루수 더크 민트키비츠를 데려왔다. 몬트리올은 컵스의 유격스 알렉스 곤살레스, 투수 프란시스 벨트란, 외야수 브랜든 해리스를 영입했고, 미네소타 마이너 투수 저스틴 존스를 각각 새 식구로 맞았다.

엡스타인은 팀에 이득이 된다면 그 어떤 스타플레이어라도 내보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원래 강했던 타선에다 투수진까지 보강되자 팀 전체의 상승효과는 엄청났다. 후반기 무서운 기세로 와일드카드를 따낸 레드삭스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맞붙은 2004년 월드시리즈 결승전에서 네 경기를 연속 승리하며 단 한 번의 패배 없이 우승 반지를 차지했다. 그 과정에서 엡스타인이 2004시즌 영입한 선수들은 각자 엄청난 활약을 보여줬고 엡스타인의 능력에 대한 신뢰도 커졌다.

거액의 FA 먹튀가 낳은 시련

2004 시즌이 끝난 후 월드시리즈 우승의 주역들인 페드로 마르티네스, 데릭 로, 올랜도 카브레라 등은 자유계약선수로 풀려 모두 팀을 떠났다. 엡스타인은 이들의 공백을 데이비드 웰스, 매트 클레멘트, 에드거 렌테리아 등으로 메우려 했지만 그 시도는 대실패로 끝났다. 비싼 돈을 받고 보스턴에 온 세 선수는 모두 초라한 성적을 내며 ‘먹튀’로 전락했다.

2005년 시즌의 성적이 나빠지자 지난해의 우승이 운에 의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게다가 자신을 단장으로 만들어준 래리 루치노 사장과의 관계도 나빠지기 시작했다. 선수단 운영에 루치노 사장이 본격적으로 관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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