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Leadership in Sports ⑬

미국 메이저리그의 ‘엄친아’ 테오 엡스타인 시카고 컵스 사장

과감한 트레이드 유망주 육성으로 혁신 주도

  • 하정민│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dew@donga.com

미국 메이저리그의 ‘엄친아’ 테오 엡스타인 시카고 컵스 사장

4/5
급기야 엡스타인 본인이 세운 최연소 단장 기록도 깨졌다. 2005년 10월 텍사스 레인저스는 명문 코넬대를 졸업한 젊은 부단장 잭 대니얼스를 새로운 단장으로 승진시켰다. 대니얼스는 당시 28세 1개월에 불과해 3년 전 엡스타인이 세운 28세 10개월의 최연소 단장 기록을 9개월가량 단축시켰다.

엡스타인 단장이 주는 경영 교훈

1)유망주를 적극 발굴하고 기용하라

엡스타인 단장의 가장 큰 성과는 ‘저주받은 팀’을 유망주의 산실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그의 첫 성공작은 조너선 파펠본이었다. 200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보스턴은 미시시피 주립대의 마무리 투수였던 파펠본을 점찍었다. 파펠본은 보스턴에 입단하자마자 성공가도를 달렸고 불과 3년 만에 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우뚝 섰다.

2004년에는 보스턴에서 가장 독보적인 존재로 떠오른 더스틴 페드로이아가 입단했다. 주전 1번 타자로 자리 잡은 제이코비 엘스버리 역시 2005년 신인 드래프트 후 불과 2년 만인 2007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이듬해 당당히 주전 중견수 자리를 꿰찼다.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했던 존 레스터도 보스턴 팜이 키워낸 작품이다. 고교 졸업 후 200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57순위로 지명된 뒤 마이너리그에서 착실히 선발 수업을 받은 레스터는 2006년부터 빅리그 무대를 누볐고 한 시즌에 16승을 거두는 정상급 에이스로 거듭났다. 특히 레스터는 암 진단을 받은 후에도 기적처럼 이를 극복하고 마운드로 돌아와 많은 이에게 감동을 선물했다. 이외 투수 저스틴 마스터슨과 매니 델카멘, 클레이 부크홀츠 등도 모두 엡스타인이 직접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뽑은 선수들이었다. 엡스타인은 단지 이들을 발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들의 성적이 별로 좋지 않을 때도 꾸준히 기용해 어리고 경험 없는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빨리 정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강력한 팜 육성을 통해 엡스타인은 보스턴 레드삭스를 축구의 스페인 FC바르셀로나처럼 어릴 때부터 손발을 맞춘 선수들끼리 주전 선수로 성장해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내는 팀으로 바꿨다. 즉 몇 명의 슈퍼스타에 의존하는 팀이 아니라 시스템에 의해 굴러가는 팀을 만든 셈이다. 팜에서 육성해 끊임없이 공급되는 새로운 선수들은 그 누구의 자리를 대신해도 일정 부분 이상의 성적을 보장했다. 엡스타인이 강조하듯 10년에 8번은 포스트시즌에 당연히 진출할 수 있는 컨베이어벨트와 같은 팀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결국 보스턴 레드삭스라는 팀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단지 2번의 우승 때문이 아니라 더스틴 페드로이아를 비롯한 자체 팜 출신의 스타 선수 출현, 우수한 성적, 이에 따라 기존보다 더 뜨거워진 팬덤 등 엡스타인이 낳은 성과들은 보스턴 레드삭스에 베이브 루스가 존재하던 1920년대 이후 두번째 전성기를 선물했다.

2)패배주의를 걷어내야 진정한 리더다

엡스타인이 단장 취임 직후 줄곧 선수단에게 한 말은 “뉴욕 양키스의 성공 방식을 무시해라. 우리 자신만의 성공 방식에 집중하자”였다. 보스턴 레드삭스 팬의 관점에서 보면 다소 서운한 말일 수도 있으나 엡스타인 이전의 보스턴 레드삭스는 뉴욕 양키스에 대한 열등감이 상당했다. 그리고 지금처럼 양키스와 견고한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다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었다.

앞서 말한 대로 레드삭스 팬들은 미국 내에서 가장 열광적인 성향을 지닌 것으로 유명하다. 2003년부터 현재까지 보스턴 레드삭스의 홈구장 펜웨이파크는 700경기 연속 홈경기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유일한 기록이기도 하다. 이렇듯 팬들의 지지는 열광적인데 엡스타인 부임 전까지 성적은 신통치 않았으니 구단 내외부에 알게 모르게 쌓인 자조적인 패배주의에 젖어 있었다. 일부 팬들은 저주를 극복하겠다며 베이브 루스가 연못에 버린 피아노를 자비로 건져 올리는 엽기적인 행위도 마다하지 않았다.

명민한 엡스타인은 이런 분위기를 단번에 파악했다. 보스턴 레드삭스 역시 뉴욕 양키스 못지않은 거대한 시장과 큰돈을 보유한 구단이었지만 그렇다 해도 ‘돈’으로 ‘악의 제국’ 양키스를 이길 수는 없었다. 이에 엡스타인은 빅 마켓 구단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대대적인 외부 선수 영입과 강력한 팜이라는 내부 선수 육성 전략을 반반씩 조화시켜 양키스와의 차별화에 힘쓰면서도 강한 전력을 유지했다. 자유계약선수(FA) 영입에서는 상당부분 실패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엡스타인은 허를 찌르는 트레이드의 잇따른 성공으로 이를 보완했다.

3)구단 운영 외의 부문에서도 혁신 대상을 찾아라

2004년 86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일군 보스턴 레드삭스는 불과 한 달 만에 홈구장 펜웨이파크를 전면 개보수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관중석 통로를 확장하고 외야 좌석을 1000석 정도 늘리는 이 작업 역시 엡스타인이 주도했다.

“지긋지긋했던 ‘밤비노의 저주’를 겨우 극복한 ‘성지(聖地)’에 대공사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팬들의 반발이 컸지만 엡스타인은 개의치 않았다. 그는 “나에게 미신이니 저주니 하는 말들이 통할 리 없다. 빈틈없는 계획으로 팀 전력을 극대화한 뒤 수익을 최대화하는 게 프로 야구단의 당연한 수순”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우승으로 입장객이 훨씬 늘어날 텐데 팬에게 편의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기대감을 안고 펜웨이파크를 찾은 관객이 두 배로 실망할 수 있다는 점, 구장 개보수로 관중이 늘어나면 결국 이는 선수단 분위기 개선과 수입 증가로 이어져 구단 전체의 전력을 강화하는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을 내다본 포석이었다.

4/5
하정민│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dew@donga.com
목록 닫기

미국 메이저리그의 ‘엄친아’ 테오 엡스타인 시카고 컵스 사장

댓글 창 닫기

2023/04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