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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된 中 ‘이어도 도발’ 힘받는 제주해군기지 건설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계획된 中 ‘이어도 도발’ 힘받는 제주해군기지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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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된 中 ‘이어도 도발’ 힘받는 제주해군기지 건설
해군력 증강과 함께, 중국은 1992년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남중국해에 대한 주권을 주장하는 ‘중화인민공화국 영해 및 인접구역법(中華人民共和國領海及毗連區法)’을 통과시켰다. 그래서일까. 같은 해 5월 베트남 수역에서 석유 탐사를 해 베트남과 분쟁이 일었고, 7월에는 베트남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다락 산호초(Da Lac Reef) 지대를 강제 점령했다. 1995년 5월에는 필리핀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팡가니방 산호초(Mischief Reef)를 일방적으로 점유하기도 했다.

2011년 5월 26일에는 두 척의 중국 해안순시선이 베트남 남부 해안에서 120㎞ 떨어진 베트남 EEZ 내에서 베트남 석유 탐사선 케이블을 절단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은 당시의 장면이 담긴 비디오를 공개하며 중국 순시선의 행태를 비난했지만, 중국 외교부 장위(姜瑜) 대변인은 “중국 선박은 중국의 관할권 내에서 정상적인 해양 업무 집행 및 감시 활동을 했다”고 되받았다. 결국 베트남은 중국 해군에 대응하기 위해 인도에 해군기지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해군 예산을 매년 증액하고 있다.

중국 경비함 도발에 필리핀 전투기 출격

필리핀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하다. 2011년에만 7차례에 걸쳐 중국 경비함의 도발에 시달렸다. 팔라완(Palawan) 서쪽 250㎞ 해상에서 중국 경비함이 필리핀 소속 석유탐사선을 위협하자 필리핀 공군 전투기가 출격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후에도 중국은 헬리콥터 이착륙함인 최신예 3000t급 경비함 하이쉰(海巡) 31호를 이 수역에 파견했고, 이에 맞서 필리핀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활약한 해상호위함 라자 후마본(Raja Humabon)을 급파했다. 196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필리핀 해군력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우수했지만, 현재는 중국 해군의 위협에 대처할 능력이 부족해 미국에 지원을 요청하는 처지다. 미국은 올해 필리핀에 고속 순찰함 2척과 최소 1억4000만 달러 상당의 군사 원조를 할 계획이다.

유엔해양법협약은 EEZ 또는 대륙붕을 벗어난 수역에 대해서는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중국은 역사적 배경을 기반으로 자국 EEZ를 벗어난 수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국가들의 영해와 중첩되는 지역에까지 관할권을 주장하며 무력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분명 이어도 발언은 심상치 않다. 우리 정부 당국자는 “이어도 관할 문제와 관련한 중국 측의 주장에 대해 우리 정부는 전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해안선 길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중국 정부의 주장은 통상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논리”라고 강조한다.

양국 간 중첩 수역에는 중간선을 적용하는 것이 온당하고 국제적으로도 적법하다. 그러나 중국이 국제법을 몰라서 이어도 근처를 배회했을 리 없다. 게다가 1996년 유엔해양법협약이 비준된 이후 이어도 주변 수역에 대해 한국과 중국은 무려 16차례 협상을 했지만 해양 경계 획정에는 실패했다.

강력해진 해군력을 바탕으로 남중국해에서의 도발을 감안하면 정부 주장처럼 상식과 국제법으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중국 해군력 증강의 최종 목표인 2040년 태평양 진출을 염두에 두고 벌이는 중장기적 정책의 일환(류화칭의 제3도련)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으로서는 일본과 아세안 국가들의 강력한 반발로 제1도련의 제해권 확보가 쉽지는 않은 상황에서 유일하게 두드려볼 수 있는 곳이 이어도 주변 수역일 수 있다. 또 중간선 원칙을 인정하고 이어도 수역 관할권을 한국에 넘기게 되면 남중국해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세안 국가들과의 분쟁에서 불리한 선례를 남기게 된다. 게다가 올 가을에는 5세대 지도부가 등장하는 권력교체기다.

중국의 이어도 딜레마

결국 국제법과 중국 해군전략, 내부 사정 등을 종합 고려해보면,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중국을 자극한다’는 반대 측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이어도 문제는 해양경계 획정 결과에 따라 귀속이 결정되겠지만, 양국이 해양경계선 합의에 이르기는 쉽지 않다. 남중국해의 사례를 감안하면 한국 정부의 희망대로 순순히 이어도 수역 관할권을 포기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나마 한국과 일본이 일정 수준의 해군력을 보유하고 있어 남중국해 국가에 한 것 같은 도발행위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는 게 설득력이 있다. 김동환 국제전략자원연구원(IISR) 원장(국제정치학 박사)의 설명이다.

“중국은 30년 전부터 류화칭 주도로 해군력을 증강해온 만큼, 중국의 ‘이어도 도발’을 이어도 수역의 해양자원과 해군기지 건설 때문으로 보는 분석은 무리가 있다. 오히려 적정 수준의 해군력을 갖추어야 중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대화나 협상이 가능하다. 물론 중국과의 무력분쟁을 염두에 둔 즉각적인 해군력 증강은 아니다.”

필리핀과 베트남 사례, 그리고 중국의 해군 전략과 해군력 증강을 감안하면 이어도 역시 분쟁 가능성이 언제든 열려 있는 곳이다. 상대가 중국이든, 일본이든 국제법상 인정받은 자국의 영해는 스스로 지켜야 한다.

손자병법에 ‘양병천일, 용병일시(養兵千日, 用兵一時)’란 말이 있다. ‘한 번의 전투를 위해 병사를 천일 동안 훈련시키고, 결정적인 시기에 한 번에 쓴다’는 뜻이다. 결정적인 때에 대비해 마땅한 군대를 양성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은 20일 만에 수도를 잃었고,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조선 수군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이 지금까지 존재했을지는 의문이다. 2012년 임진년에는 일본이 아닌 중국이 500여 년 전의 임진왜란을 떠올리게 한다. 중국의 이어도 발언이 제주해군기지의 필요성을 오히려 역설한 것이라고 한다면 무리일까.

신동아 2012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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