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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연재 | 조용헌의 周遊天下

대통령 훈장 받은 고위 공무원이 역술가로 변신한 까닭

명리학 도사 김영철

  • 조용헌| 동양학자, 칼럼니스트 goat1356@hanmail.net

대통령 훈장 받은 고위 공무원이 역술가로 변신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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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까지는 접대를 받는 측이었다고 한다면 이제는 손님들에게 접대를 해야 하는 처지인 것이다. 이전까지는 내가 먼저 말을 꺼낼 필요 없이 입을 닫고 있어도 아무 불편이 없는 입장이었다면, 이제는 내가 먼저 입을 열어 이 이야기 저 이야기를 꺼내면서 운명을 예측해줘야 하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상대방이 나의 눈치를 먼저 살펴야 하는 갑(甲)의 위치였다고 한다면 이제는 내가 먼저 상대방의 심정을 헤아려야만 하는 을(乙)의 입장으로 전환한 것이다. 그쪽에서 먼저 차려주는 밥상을 받다가 내가 먼저 밥상을 차려서 갖다줘야 하는 입장으로 변모한 셈이다.

인생에서 갑은 무엇이고, 을은 무엇이란 말인가! 어떤 팔자는 갑으로 살고, 어떤 팔자는 을로 산단 말인가! 갑은 성공이고, 을은 실패한 인생인가? 환생(還生)과 윤회(輪廻)의 세계관에서 보자면 갑은 을로 태어나고, 을은 갑으로 태어나는 수가 있다. 업보를 쌓으면 업보를 갚아야 하는 것이다. 반대로 태어나도록 하는 것이 우주적 균형이다. 음이 양이 되고, 양이 음이 된다는 것이 주역의 핵심이다. ‘일음일양지위도(一陰一陽之謂道)’인 것이다. 갑에서 을로의 전환을 기독교식으로 설명하면 ‘거듭나는 삶’이 된다. 그렇다면 갑과 을을 다 살아보는 팔자는 어떤 팔자란 말인가? 공평한 인생이 되는 셈인가. 김영철 도사의 인생 반전은, 이모작치고는 드라마틱한 이모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떡시루에 얽힌 추억

김 원장의 체격은 그리 크지 않고 단아한 체구다. 170㎝가 넘지 않는 키다. 목소리 톤도 높지 않다. 조용조용 말하는 스타일이다. 필요한 대목에만 간단하게 대답하는 스타일은 오랜 공무원 생활에서 다져진 화법이다. 얼굴 표정은 평범하지만 한 번씩 치켜뜨는 눈매에는 예리한 면이 들어 있다.

“사주팔자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물었다.



“유년시절의 체험이 작용한 것 같다. 고향이 전남 광산군 동곡면 하산리(下山里) 기룡(起龍)마을인데, 어릴 때 할아버지가 밤에 떡시루를 가끔 들고 오셨다. 조부 성함이 김덕홍(金德弘)이다. 조부가 서당 훈장을 하셨고, 한학에 능했다. 평소 학동들에게 천자문과 소학 등을 가르쳤고, 부업으로 가끔 사주를 봐주셨다. 특히 부업으로 하는 사주가 잘 맞았는지 옆 동네에까지 사주를 봐주시러 출장을 가곤 했다. 궁합도 봐주고, 택일도 해주고, 어디 아픈 데 있으면 침도 놔주고 한약 처방도 내려주곤 했다. 갔다 오면 답례품으로 받은 물품 중에 떡시루가 있었다. 떡을 시루째 주는 선물이다. 지금이야 보릿고개가 없어졌지만, 1950년대 후반만 해도 배고프던 시절 아닌가. 그 시절에 쌀로 만든 떡을 먹는 것은 호사에 속했다. 그 떡을 시루째 받아서 조부가 집으로 가져오곤 했다. 어린 손자들은 밤에 잠도 자지 않고 할아버지가 가져올 걸로 예상되는 떡시루의 떡을 먹기 위해서 기다렸다. 문을 열고 들어와 답례로 받은 떡시루를 놓으시면 그렇게 기분 좋고 흐뭇할 수가 없었다. 7~8세의 어린 마음에도 ‘사주를 봐주면 이렇게 떡이 들어오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사주는 떡을 불러오는 어떤 요술 방망이라는 인식이 어린 나의 뇌리에 박혔지 않았나 싶다.”

“본격적으로 명리학 공부를 하게 된 시기는 언제인가?” 다시 물었다.

“1973년이다. 이때 공무원시험에 합격해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9급 공무원으로 전남 광양군 다압면에 근무했는데, 시중에 나와 있는 명리학 책을 이것저것 구해다가 시간 날 때마다 독학했다. 자연히 주변 동료들 사주를 봐주기 시작하면서 실전 감각을 익혔다. ‘사주기초이론’ ‘사주정설’ 등의 책을 본 것으로 기억된다. 1980년대 중반에는 서울 용산의 국방부 총무과에 근무하면서 당시 서울의 몇몇 역술가를 찾아가보기도 했다. 직접적으로는 국방부에서 내가 승진할 수 있는지 알기 위해서였고, 부차적으로는 나의 명리학 실력을 점검하고, 프로 역술가들은 어떤 식으로 명리 해석을 하는지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그중에 어떤 사람이 인상적이었는가?” 질문이 이어졌다.

“서울 종로에서 만난 백우(白羽) 김봉준이라는 역술가가 인상적이었다. 내 사주를 보더니만 ‘이 공부 해도 되겠는데, 남쪽에서 일인자가 될 수 있겠어’라고 격려해주었다. 내가 찾아가서 단순히 장래 승진 여부만 물어보는 게 아니라, 사주 이론 가운데 큰 틀인 격국(格局)이 어떻게 되느냐, 용신(用神)이 무엇이냐 등의 전문용어로 질문하니까 ‘이 사람이 사주 공부를 하고 있구나’ 알고 답변해준 것이다. 일인자가 될 수 있겠다는 말에 자신감과 함께 본격적으로 한번 공부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쯤해서 청경 선생 본인의 사주팔자가 궁금해졌다.

“1951년생이니까, 신묘(辛卯), 정유(丁酉), 정묘(丁卯), 신축(辛丑)이다. 천간(天干)에 정(丁)이라는 화(火)와 신(辛)이라는 금(金)이 같이 나타나 있으니까, 백우 김봉준이 이 대목을 보고 역술가 해도 되겠다는 해석을 해준 것 같다. 불과 금이 같이 있는 사주는 수사를 하는 수사관이나 검찰 같은 직업에도 적합하고, 아니면 역술을 해도 분석력이 있어서 소질이 있는 사주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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