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 영원한 고대의 지혜를 가장 순수하게 표현해주는 것이 플라톤의 철학이었다. 플라톤 철학을 제대로 해석해준 사람은 플로티노스였다. 그를 위시한 신플라톤주의자들은 플라톤 철학의 본질을 ‘신학’으로 보았다. 그들에게 신학은 이 세계 존재 원리를 탐구하는 형이상학이었다. 그들이 찾는 신성(神性)은 바로 이 세계 형이상학적 원리들의 총체였다.
신플라톤주의자들은 ‘신을 닮는 것’을 철학의 목표로 삼았다. 그들은 신과의 동화(同化), 나아가 인간의 신성화를 위해, 인간적 사유에서 신적인 사유로의 상승을 요구했다. 수학은 신적인 사유로 올라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중요한 인식 단계였다. 수학은 플라톤의 ‘국가’에서 철인왕을 교육시키는 교과 과정에 들어 있다.
플라톤은, 우리가 감각하는 이 세계의 존재 원리들은 감각이 아니라 지성으로만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비감각적 원리들을 인식하기 위해 수학적 훈련이 유용하다고 판단했다. 비감각적인 수학적 대상의 인식을 연습함으로써 비감각적인 신적 원리의 인식을 준비하게 된다는 말이다.
인간을 신성화하는 수학
프로클로스는 이 세계의 신적 원리가 우리 영혼 안의 표상 공간에서 점, 선, 면 그리고 기하학적 도형으로 나타나거나, 공간적 표상 없이 순수한 양(量), 즉 수(數)로 나타난다고 여겼다. 수학적 대상은 신학적 대상의 양적, 공간적 표현이다. 따라서 수학적 인식은 형이상학적 인식의 그림자와 같은 것이다.
나아가 그는 우리 영혼의 본성은 ‘수학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의 영혼은 기하학적 도형을 표상하면서, 사실은 우리 자신을 바라본다는 것이다. “마치 한 사람이 자신을 거울에서 바라보듯이, 영혼은 자신을 표상 능력 안에서 바라보고 그곳에서 [그것이 지닌] 도형들의 영상을 바라본다.”
공간적으로 표상된 기하학적 삼각형은 우리 영혼에 내재하는 삼각형의 원형이 투영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영혼은 거울에 비친 도형들의 아름다움에 만족하지 않고, 거울에 등을 돌리고 자신을 찾아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 그곳에서 도형들의 원형을 바라보길 바란다. 나아가 자신을 넘어서 아무도 발을 들여놓지 않은 영원한 신들의 거처에서 어둡고 신비로운 도형들을, 신들의 꾸밈없는 아름다움을 보기를 바란다. 우리의 영혼은 수학을 통해 자신을 발견할 뿐만 아니라 자신을 넘어 신성에 다가간다. 이런 식으로 수학은 인간을 신성화한다.
신플라톤주의 존재론에 따르면 존재 전체는 위계적 질서를 지니고 있다. 그 위계의 꼭대기에 만물의 원인이자 절대적 초월자인 일자(一者)가 있다. 이 초월적 일자로부터 다양한 존재가 펼쳐진다. 존재의 층위가 내려올수록 통일성이 약해지고 다양성이 강해진다. 통일성을 지닌다는 것은 그것이 어떤 ‘하나’로 한정되고 규정됨을 뜻한다.
따라서 절대적 일자, 즉 ‘하나’ 자체로부터 전개되는 존재는 한정성의 감소와 무한정성의 증가를 동반한다. 이와 유사하게 산술학에서도 수가 1로부터 생겨난다. 1로부터 2가 생기고, 1과 2가 3을 산출한다. 이때 1은 한정의 원리이고 2는 무한정성이며, 3은 ‘한정된 여럿’으로서 첫 번째 수(數)로 간주된다. 기하학에서도 한정의 원리인 점으로부터 무한정한 선이 나오고, 이러한 선의 한정을 통해 이차원, 삼차원의 도형들이 나온다.
프로클로스에 따르면 기하학적 도형의 계열은 원에서 시작한다. 원은 하나의 선이지만 자기 회귀를 통해 자신을 한정짓는 선이다. 이어서 두 선으로 이루어진 반원과 세 선으로 이루어진 삼각형, 네 선으로 이루어진 사각형이 따른다. 유클리드는 도형의 시작이 삼각형이라고 봤지만, 프로클로스는 정삼각형을 작도하려면 원을 사용해야 하므로, 삼각형이 원을 전제한다고 생각했다.
기하학적 도형들은 곡선, 직선, 복합선으로 구성된다. 프로클로스는, 직선은 한정되지 않고 계속 뻗어가려는 경향을 지녔으나 곡선은 한정돼 있다는 이유로 곡선을 직선보다 우위에 놓았다. 따라서 완전히 한정되어 있는 단일 곡선인 원이 최상의 도형으로 인정된다.
우주가 움직이는 질서
그는 원의 단일성과 한정성을 강조하며 그 점에서 원이 존재의 최고 원리를 재현한다고 주장했다. 원의 내적 구성에도 주목했다. 결국 원의 중심이 모든 통일성과 한정성의 원천으로 제시된다.
원 중심으로부터 반지름, 즉 다양성과 무한정성의 경향을 지닌 직선이 나오는데, 이 선은 무한히 뻗어나가지 않고 중심으로 회귀함으로써 원이 생기도록 한다. 원에 이어서 반원이 나온다. 반원은 하나의 곡선과 하나의 직선으로 이뤄졌고, 원의 단일성과 직선 도형의 복잡성을 매개한다. 직선 도형 가운데 가장 단순한 삼각형이 오고, 다음으로 보다 복잡한 사각형이 따른다.
하기아 소피아의 중심부에 서서 위를 보면 가장 높은 곳에서 빛나는 황금 돔이 원을 보여준다. 이 원은 반원 모양의 아치 4개로 지탱되는데, 원과 4개의 반원이 만나면서 4개의 삼각형 모양 펜던티브를 만든다. 4개의 반원과 삼각형은 아래의 사각형으로 이어져 4개의 기둥벽을 만든다. 하기아 소피아는 이처럼 중심, 원, 반원, 삼각형, 사각형의 계열을 삼차원적으로 표현한다. 만물의 생성 원리를 입체적으로 재현한다(기사 도입부 사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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