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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점 2013

‘민족사 암기과목’ 되면 독약 ‘세계 속 한국’ 시민교육 절실

한국사 수능 필수화

  • 김기봉 │경기대 사학과 교수, 한국연구재단 인문학단장

‘민족사 암기과목’ 되면 독약 ‘세계 속 한국’ 시민교육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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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사회가 아니고 역사여야 하는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하지만 그 사회는 역사적으로 형성된 것이라 역사를 알지 못하면 우리가 어떤 사회적 동물인지 알 수 없다. 역사와 사회의 관계는 ‘역사 없는 사회는 공허하고, 사회 없는 역사는 맹목적이다’라는 말로 정리된다.

최근 동아시아컵 축구대회 한일전에서 벌어진 해프닝이 이를 잘 보여준다. 한국 응원단은 이순신 장군과 안중근 의사의 그림,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대형 걸개를 내걸었다. 이에 대해 시모무라 하쿠분 일본 문부과학상은 “그런 일이 일본 국내에서 있었다면 다른 응원 관중이 막았을 것”이라며 “그 나라의 민도를 묻게 된다”는 말을 했다.

과거사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일본인이 다른 나라 국민에게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지만, 우리에게도 문제는 있었다. 축구는 축구일 뿐 ‘문명화한 전쟁’이 아니다. 이 사태는 일본 고위관료뿐 아니라 우리 응원단의 역사의식 수준을 잘 보여줬다. 맹목적인 민족주의 역사감정을 부추기는 방향으로 역사교육을 하는 것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민주시민 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역사교육의 목표는 ‘세계시민 양성’

역사교육의 두 가지 중요한 목표는 역사를 통해 한국인의 정체성을 고취하는 동시에 세계시민으로서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을 배양하는 데 있다. 요컨대 역사를 잊은 민족과 사회엔 미래가 없기 때문에 역사를 사회교과목 중 하나로 상대화할 것이 아니라 사회교과의 핵심과목으로 필수화해야 한다.



하지만 역사과목에 이런 특별한 지위를 부여하려면 적어도 두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첫째, 한국사가 아니라 세계사를 포함한 역사가 필수과목이 돼야 한다. 글로벌 시대, 다문화 사회에서 민족사로서 한국사를 교육하는 것은 시대착오다. 한국 사회가 다문화 사회로 변해갈수록 민족교육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구현하는 민주공화국 시민교육이 요구된다. 따라서 한국사와 세계사라는 이분법적 역사교육에서 탈피해 ‘세계 속의 한국’을 문명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역사교육을 해야 한다.

둘째, 역사가 암기과목이 되지 않을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우리 삶에 정답이 없듯이 역사에도 정답은 없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파악하는 능력이지 답이 아니다. 문제 해결 능력을 중심으로 역사교육을 개편하려면 수능 필수과목화가 명약은커녕 오히려 독약이 될 수 있다. 학생 스스로 역사 서사를 구성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을 목표로 시험문제가 출제돼야 한다. 예컨대 미국 고교에서는 ‘당신이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의 참모로서,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노예해방 이후 미국 역사를 참조해 어떤 조언을 하겠는가?’에 대해 논술하라는 시험문제가 출제된다. 이런 시험의 평가에서 중요한 것은 정답이 아니라 역사적 사고력이다.

오늘날 사회와 국가가 얼마나 위대한지는 창조적 사고를 하면서 다르게 생각할 줄 아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시민과 국민이 얼마나 많은지에 달렸다. ‘역사는 역사가에게만 맡기기에는 너무나 중요하다’는 것을 역사가들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융합이 화두가 된 시대에 다른 사회과목 담당자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해 역사교육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신동아 2013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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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봉 │경기대 사학과 교수, 한국연구재단 인문학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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