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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박사 이태형의 별별 낭만기행

女神 사랑한 영웅 쫓는 밤하늘의 자객

가을의 진객 궁수자리&전갈자리

  • 이태형 | 우주천문기획 대표 byeldul@nate.com

女神 사랑한 영웅 쫓는 밤하늘의 자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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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때마다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다. 20여 년 전 KBS의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만난 이계진 아나운서가 들려준 은하수 이야기다.

요즘 젊은이들은 경험 못해봤겠지만, 예전엔 보릿고개라는 게 있었다. 가을에 수확한 양식이 바닥났는데 보리마저 여물지 않은 오뉴월 무렵, 시골 사람들은 주린 배를 움켜쥐고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텨야 했다. 이 무렵 저녁에는 은하수가 동쪽 하늘로 길게 뻗어 있다. 부모들은 배고픈 아이들을 달래기 위해 은하수를 곡식의 낱알이 모여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은하수가 머리 위로 올라오는 때가 되면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다고 달랬단다. 이계진 아나운서는 어릴 적, 늦은 봄부터 저녁마다 마당의 평상에 누워 은하수가 하늘 높이 올라가기를 간절히 바라곤 했다고 한다. 은하수가 하늘 높이 올라가는 때가 바로 한가위 무렵이다.

女神 사랑한 영웅 쫓는 밤하늘의 자객
보릿고개와 은하수

자, 그럼 지금부터 풍요로운 한가위를 기대하며 은하수 주변의 아름다운 별자리를 찾아보기로 하자. 은하수 중심 근처에 위치한 궁수자리와 전갈자리가 9월의 주인공이다.

가을 저녁, 남쪽 지평선이 터진 곳에 있는 사람이라면 은하수가 뭉쳐 환하게 구름처럼 보이는 장면에 놀라게 된다. 구름처럼 뭉쳐 있는 은하수 중심의 동쪽(왼쪽)을 자세히 보면 여섯 개의 별이 마치 북두칠성처럼 국자 모양으로 빛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게 바로 ‘남두육성’인데, 근처에 있는 다른 별들과 함께 주전자 모양의 궁수자리를 형성한다.



이 별자리는 은하수 중심에 자리해 ‘별들의 늪’이라 느낄 정도로 많은 별이 모여 있다. 사수자리라고 하기도 하지만, 궁수자리가 좀 더 정확한 표현이다. 은하수와 어우러져 마치 주전자 주둥이에서 더운 김이 피어오르는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은 궁수자리를 가리켜 ‘이열치열의 별자리’라고도 한다.

백조자리의 알파(α)별 데네브(Deneb)와 독수리자리의 견우(Altair)를 이어 같은 거리만큼 연장한 곳에서 주전자 손잡이를 찾으면 궁수자리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데, 만약 충분히 어두운 시골이라면 남쪽의 낮은 하늘에서 은하수가 구름처럼 뭉쳐 있는 부분을 찾는 것이 더 낫다.

옛사람들은 이 별자리를 두고 반인반마(半人半馬)의 켄타우르(Centaur)가 활을 쏘는 모습을 상상했다. 왜 하필 켄타우르일까. 그 답은 신화에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가장 뛰어난 스승은 반인반마의 키론(Chiron)이다. 제우스의 아버지 크로노스의 아들로 태어난 키론은 포악한 성격을 가진 보통의 켄타우르 족들과 달리 총명하고 우아했으며 학술과 예술, 무술까지 능했다. 신화에 등장하는 웬만한 영웅들은 대부분 그의 제자였다.

어느 날, 키론의 제자인 테살리아의 영웅 이아손이 헤라클레스, 오르페우스 등을 이끌고 아르고호를 타고 코르키스로 황금 양피를 찾아 떠날 때, 키론은 제자들을 걱정해 황도 위에 활을 잡은 자신의 모습을 별자리로 만들어 길을 안내했다고 한다. 이 별자리가 바로 궁수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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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형 | 우주천문기획 대표 byeldul@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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