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타고 가다보면 종종 크고 긴 다리를 만나게 된다. 강이나 바다 위에 교각 몇 개 없이 수백, 수천m 이어진 다리를 보면 그 기술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콘크리트는 압축력에는 강하나 서로 당기는 인장력(引張力)에는 취약해 교각의 간격이 길어질수록 휘어짐이 커진다. 그래서 콘크리트만으로는 장대교량을 건설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런 한계를 극복한 게 프리스트레스트 콘크리트 공법이다. 콘크리트에 미리 압축력을 가해 인장력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는 원리다.
보통 이런 장대교량은 대형 건설업체가 발주처와 계약을 하고 공사 전체를 총괄 수행하지만, 다리가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핵심기술인 프리스트레스트 콘크리트 공법으로 다리 상판을 실제 시공하는 전문건설업체는 따로 있다. 우리가 감탄하는 장대교량을 만든 진짜 주인공은 이들 전문건설업체인 셈이다.
VSL코리아는 대표적인 프리스트레스트 콘크리트 구조물 전문건설업체다. 포스트텐셔닝(Post- Tensioning) 공법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로, 국내 관련 공사의 40%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신흥우(66) VSL코리아 회장은 전문건설업체 오너임에도 전문기술인 출신이 아니다. 외국어를 전공한 문과 출신이 최첨단 기술을 보유한 회사를 만들고 키웠다는 게 놀라웠다.
연 1500억 원 매출

“1970년대 건설업계에 해외 진출 붐이 일었다. 건설사가 외국에 나가 공사를 하면서 벌어들인 외화로 조선소, 제철소 등을 만들었다. 건설업이 우리나라 발전의 주춧돌이 된 셈이다. 나도 대림산업에 입사해 5년 동안 중동에서 일했다. 거기서 당시 우리나라에 알려지지도 않은 신기술을 많이 경험했다. 대학에 나가 강의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웃음).”
▼ VSL은 어떤 회사인가.
“스위스 융프라우에 가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터널이 있다. 그걸 100년 전에 만든 회사가 로징거라는 스위스 최고 건설회사다. VSL은 그 자회사다. 지금은 세계 건설회사 1, 2위를 다투는 프랑스 브이그 그룹에 인수됐다. 세계 3대 프리스트레스트 회사 중 하나라고 보면 된다.”
▼ VSL코리아를 만들게 된 계기는.
“VSL은 내가 중동에 있을 때 알았다. 물탱크 공사를 하면서 인연을 맺었는데, 그때 그 회사 부사장이 나를 인상 깊게 본 모양이다. 1980년 독립해서 양성무역이란 무역회사를 운영하고 있을 때 에이전트 일을 해달라는 연락이 왔다. 당시 페낭교를 수주한 현대건설과 연결해준 것을 계기로 1982년 VSL과 합작회사를 만들었다.”
▼ 간단하게 회사를 소개한다면.
“VSL 포스트텐셔닝 공법을 활용해 프리스트레스트 콘크리트 구조물의 설계 및 시공을 주로 수행한다. 지난 32년간 국내 주요 고속도로, 고속철도 및 도서산간지역을 연결하는 교량 200여 개와 초대형 사장교 20여 개를 건설했다. 그 외 침매터널 박스 시공, 빌딩, 중량물 인양공사 등 특수구조물 사업을 수행해왔다.”
▼ VSL 포스트텐셔닝 공법이 뭔가.
“7연선의 고강도 강선을 꼬아서 만든 강연선을 콘크리트 안에 넣고 잭으로 당기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취약한 인장력에 대한 저항력을 강화해 콘크리트 구조물이 휘어지거나 무너지는 것을 막는다. 고강도 강선인 7연선의 사용은 VSL의 특허 기술로, 다른 인장재를 사용하는 공법보다 더 경제적이며 더 큰 힘을 다룰 수 있는 장점이 있다.”
VSL코리아는 정규사원 220명과 현장 상시근로자 1000여 명이 연간 약 15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내실 있는 중견기업이다. 철근콘크리트 공사업 시공능력평가액 순위가 전국 2위, 서울지역 1위다. 2000년 행자부로부터 국가산업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