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건설업 발전, 권익 확대 위한 싱크탱크
- 전문건설 업역 확장, 불공정거래 개선 기여
- “복지, 건설경기 위해 생활밀착형 SOC 사업 늘려야”
- “전문건설업계 위한 정부 R&D 프로그램·예산 빈약”
그 위상에 걸맞게, 전문건설업계에 꼭 필요한 사안은 물론 국토교통부·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가 건설산업 발전을 위해 추진하는 정책 등 지금까지 200건이 넘는 연구를 수행해왔다. 많은 연구 결과물이 정부 정책에 반영되거나 법제화해 전문건설 업역(work area) 확대와 불공정거래 관행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4년째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을 이끌고 있는 노재화(58) 원장은 토목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건설 전문가다. 국토해양부 수자원정책관, 원주지방국토관리청장 등 32년간의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2011년 8월 원장으로 취임했다.
朴정부 ‘1호’ 경제민주화 정책
▼ 취임 후 직접 겪어본 전문건설업계의 현실은 어떻던가요.
“공직생활을 할 때는 미처 몰랐는데, 연구원장으로 부임해 연구결과물들을 검토하면서 어려움을 많이 느꼈습니다. 지금도 전문건설업계는 매우 힘든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특히 SOC(사회간접자본) 투자의 위축으로 공공건설시장이 얼어붙어 있고, 적정 공사비가 확보되지 못해 공사를 하고도 손해가 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불공정 하도급거래로 인한 폐해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원은 전문건설업체들의 이런 어려움을 타개하는 데 작으나마 힘을 보태왔다고 자부합니다.”
▼ 대표적 성과를 든다면.
“우선, 관행으로 굳은 불공정 하도급거래 문제 해결에 노력을 집중했습니다. 그 결과 부당특약의 금지, 하도급계약 적정성 심사제도 및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제도의 정착,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 활성화,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제도 현실화 등의 성과가 있었습니다. 전문건설업체의 시공 자격 및 업역 확대를 위한 노력도 기울였습니다. 주계약자 공동도급제도 확대, 소규모 복합공사 적용범위 확대, 분리발주 활성화 방안 마련 등을 통해 전문건설업계의 권익을 향상시키고자 했습니다.
아울러 건설산업 공생발전 방안 마련 및 경제민주화를 위한 정책 건의 등을 통해 원·하도급업체와 대·중소기업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그 밖에 물 산업 해외 진출 방안 마련, 해외보증 지원 강화, 해외건설 표준하도급계약서 제정 등 전문건설업체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했고 일정한 성과가 있었다고 봅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의 연구결과는 대부분 법과 정책에 반영됐다. 연구 기획단계에서부터 연구결과 활용의 후속단계까지 법과 정책에 반영되도록 열성을 쏟은 덕분이다.
먼저, 업역 확대를 위해 주계약자 공동도급제도 도입(2009.2) 및 확대(2014년부터 국가공사 300억 원 이상 적용), 직할시공제 시행(2009.3), 소규모복합공사의 전문건설업자 시공(2011.11), 공공건설공사 분리발주 법제화(2013.11) 등의 제도 개선과 정책 반영을 이끌어냈다. 또한 전문건설업의 권익 보호 측면에서 박근혜 정부의 제1호 경제민주화 정책이라 할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 확대 입법(2013.5)을 비롯해 표준품셈 및 실적공사비 산정기준 개정(2012.8), 하도급 부당특약 유형 확대(2012.11), 하도급적정성 심사기준 강화(2012.12),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서 발급대상 확대(2012.12), 불공정하도급 계약조건 무효화(2013.8), 부당특약 간주 행위유형 규정(2014.2), 하도급계약내용 공개제도 신설(2014.5), 저가낙찰공사 하도급대금 직불 의무화(2014.5), 해외건설 표준하도급계약서 제정(2014.7) 등도 큰 업적이다.
“안정적인 경영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보증, 융자, 공제상품의 개발 및 공제조합의 리스크관리 시스템 구축 등 전문건설업체들이 조합원으로서 권익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는 성과 창출에도 크게 기여했다고 자부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과제가 많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연구원은 협회, 공제조합과 공동 노력해 전문건설업을 위한 정책 개발과 제도 개선에 앞장설 생각입니다.”
내년 대구 ‘세계 물포럼’ 큰 기대
▼ 현재 전문건설업계 현안 중 가장 시급한 안건은 무엇인가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전문건설업을 위한 새로운 시장을 적극 창출해야 합니다. 새로운 시장 창출은 국내와 해외로 구분해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단순 하도급에서 벗어나 전문분야별 또는 공종별 직접시공의 주체로서 그 자격과 영역을 계속 확대해나가야 합니다. 해외시장에서의 영역 확대도 매우 중요합니다. 둘째, 적정공사비 확보가 반드시 수반돼야 합니다. 실적공사비 문제와 종합심사제 도입 등 입·낙찰제도 개선 문제는 이러한 차원에서 매우 절실한 현안입니다. 셋째, 공정거래가 제도로 정착돼야 합니다. 우리 연구원은 불공정 하도급거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했지만 시장에서는 아직도 공정거래 문화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 새로운 시장 창출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전문건설업계의 새 시장 창출 및 확대 방향을 제시한다면.
“국내시장의 경우 정부의 SOC 투자 감소 등으로 공공 부문 건설시장은 점점 더 위축되고 있습니다. 전문건설업계의 시장 창출 및 확대를 위한 대책은 발전을 위한 대책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대책입니다. 그 대책의 일환은 생활밀착형 SOC를 확대하는 것입니다. 생활밀착형 SOC 투자는 국민의 생활에 실질적 도움을 주며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는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는 방안인 동시에 일자리 창출 효과가 높아 생산적 복지를 실현하는 방안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생활밀착형 SOC 사업엔 소규모 공사가 많기 때문에 전문건설업계 발전을 위해서는 소규모 복합공사의 확대 조치도 절실하게 요구됩니다. 우리 연구원은 생활밀착형 SOC 사업에 전문건설업체가 참여할 방안을 마련하는 동시에 소규모 복합공사의 적용대상 확대 및 주계약자 공동도급제도 활성화를 위한 연구에 매진해 최근 일부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 국내 건설경기 활성화도 중요하겠지만, 좀더 멀리 내다본다면 아무래도 해외시장 창출이 관건이 아닐까 합니다.
“전문건설업체들의 해외 진출은 아직까지 매우 미흡한 실정입니다. 대형건설업체가 해외 공사를 땄을 때 전문건설업체가 동반 진출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내 하도급과 장비·자재업체들이 동반 진출하면 해외 수주의 경제적 효과가 크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 연구원은 올해 물 산업 분야에서 해외시장 동반 진출 방안을 마련하는 정책연구를 유관기관과 함께 수행한 바 있습니다. 또한 비용절감형 장(長)수명주택 보급모델을 개발해 중국 등 해외 진출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연구에도 착수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연구원은 다양한 분야에서 국내 전문건설업들의 해외 진출을 늘리기 위한 연구 및 정책 건의를 지속해나갈 계획입니다.”
노 원장은 내년 4월 대구에서 열리는 제7차 ‘세계 물포럼’에 커다란 기대를 걸고 있다. 물 관련 국가 정상급회의까지 열리는 세계적인 행사여서, 우리가 보유한 물 관리 기술을 알리고 수출할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세계 물포럼 행사를 유치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기술경쟁력과 현지화
▼ 해외로 진출하는 데 기술력이 문제가 되지는 않나요.
“국내 전문건설업의 해외 진출 확대를 위해 해결해야 할 또 다른 과제가 해외 현지 업체보다 우수한 수주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 방안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하나는 우수한 기술경쟁력을 갖추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현지화를 추진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전문건설업체들은 작지만 세계 최고로 인정받을 수 있는 강소기술을 갖추는 데 매진하는 동시에, 대형건설업체들과 단순 동반 진출하는 한계를 벗어나 글로벌 전문건설회사로서 현지화를 이루도록 자구노력을 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전문건설업체 자체만으로 이와 같은 과제를 풀기에는 큰 한계가 존재합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지원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겠군요.
“그간 우리 전문건설업체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많은 경험과 실적을 축적했지만, 이를 기술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데는 다소 미약했습니다. 바로 이 부분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합니다. 현재 정부가 집행하는 건설교통 분야의 연구개발(R&D) 예산은 연간 4000억 원대에 달하지만, 4만여 개에 이르는 전문건설업체를 위한 R&D 프로그램 및 예산 배정은 거의 전무한 실정입니다. 지금부터라도 전문건설업체의 기술경쟁력 중요성을 인식하고, 별도의 R&D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전문건설업체들이 그간 축적한 경험과 실적을 특화된 기술로 전환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양질의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 그동안 전문건설업계 자체의 R&D 투자 노력이 부족했던 것도 문제가 아닐까요.
“우리 연구원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할 대책을 수립·건의하고자 올해 ‘전문건설업체들의 국가 R·D 사업 참여 활성화 방안’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결과를 토대로 내년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정책 건의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정부 지원 아래 산(産)·학(學)·연(硏)이 협력해 전문건설업체들의 기술경쟁력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노력이야말로 건설산업의 실질적인 동반 성장과 해외 동반 진출의 촉매 구실을 하게 될 것입니다.”
실적공사비제, 종합심사제
▼ 실적공사비 문제와 종합심사제 도입 문제가 건설공사의 적정공사비 확보와 관련해 최근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실적공사비는 근본적으로 ‘Cost plus Fee’ 방식으로 작동해야 합니다. ‘Cost’는 건설공사의 실 투입원가이고, 거기에 건설업체의 이윤인 ‘Fee’가 더해져 전체 공사비가 되는 것이죠. 그것이 실 거래가격의 개념인 실적공사비로서 다른 공사에 활용돼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기술 및 관리기법의 적용을 통해 조정 가능한 범주를 넘어서는, 낮은 낙찰률이 적용된 실적공사비가 활용되는 탓에 여러 가지 문제가 파생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종합심사제를 도입함으로써 우리나라 입·낙찰제도가 외국의 ‘Best Value’ 방식으로 전환되는 것 자체는 매우 긍정적인 일입니다. 다만 최저가낙찰제의 저가낙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많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입찰자들이 제시하는 가격을 근거로 해 만들어지는 ‘균형가격’이 가격평가의 기준으로 활용될 경우 최저가낙찰제보다 낙찰률이 하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적공사비처럼 종합심사제도 실제 공사원가의 100% 가격인 설계가격이 가격평가의 기준이 돼야 합니다. 이와 같은 문제들로 인해 파생되는 피해는 1차적으로 전문건설업계가 받기 때문에 우리 연구원은 이런 문제들에 대해 심도 있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 앞으로의 운영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이 있습니까.
“우리 연구원은 지난 9월로 설립 9년째를 맞이했습니다. 이제 적응기와 정착기를 지나 도약기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전체 건설산업과 전문건설업계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어서 우리 연구원은 우선 외적 도약보다는 내적 도약에 힘써야 할 시기라고 판단됩니다. 내적 도약은 전문건설업계 현안 해결과 발전 방안 제시 등을 통해 전문건설업체들과 함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권익을 향상시켜 나가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를 위한 운영 방향을 크게 다섯 가지로 요약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불공정 하도급거래 관행 개선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입니다. 둘째, 시장창출 및 확대를 위한 연구에 더욱 주력할 것입니다. 셋째, 전문건설업의 기술경쟁력 향상을 위한 연구를 한층 늘려갈 것입니다. 넷째, 전문건설업계의 현안 해결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는 연구원이 되려고 합니다. 다섯째, 건설산업과 전문건설업계를 대표하는 정책 브레인으로서의 자리매김을 확고히 할 것입니다. 전문건설업의 발전이 곧 건설산업의 발전입니다. 앞으로도 건설산업과 전문건설업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우리 연구원의 모습을 늘 관심 있게 지켜봐주시길 바랍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설립 9년째를 맞아 한 단계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