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불가능한 구조
반면, 정부는 운영회사 설립은 철도 민영화와 무관하고 민영화가 불가능하다고 반박한다. 정관 변경은 출석 주주의 의결권 3분의 2 이상과 전체 주식의 3분의 1 이상이 동의해야 가능하다. 코레일이 지분을 41% 확보했기 때문에 코레일이 동의하지 않으면 정부가 민영화를 하려고 해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파업까지 이어진 이번 논란의 쟁점은 정부가 추진하는 방안이 철도 민영화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따라서 철도노조 등이 민영화라고 보는 내용이 적절한지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
수서발 KTX 운영회사 설립을 민영화라고 주장하는 건 비약으로 보인다. 그 근거로는 첫째, 철도노조조차 ‘민영화 전 단계’ 또는 ‘민영화 꼼수’로 표현한다는 점이다. 단지 ‘가능성’만을 가지고 민영화를 주장하는 셈이다. 둘째, 현재 확정된 출자구조에서는 민간자본이 참여할 수 없는 점을 들 수 있다. 출자자가 코레일과 공공자금만으로 구성되므로 민영화가 성립할 수 없는 것이다.
셋째, 주식의 민간자본에 대한 매매·양도 가능성은 가정일 뿐이다. 미래에 발생할지조차 확실치 않은 상황을 염두에 두고 민영화라 주장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설령 주식을 매매·양도한다 할지라도 경영지배권을 갖는 코레일이 동의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넷째, 주식 매매·양도 제한의 위법성에 대한 철도노조 등의 주장과 관련해 대법원은 “이사회 승인으로 주식 양도를 제한할 수는 있지만 주식 양도 자체를 금지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지분 처분을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위법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서발 KTX 법인의 주식 처분을 원천적으로 막은 게 아니다. 이사회 승인을 거쳐 공공부문에 매각할 수 있으므로 위헌 소지는 없다고 할 수 있다. 다섯째, 무엇보다 최대주주가 되는 코레일이 민영화를 반대한다는 점이다.
이윤 목적 자본 들어오면 민영화?
일부에서는 민영화 개념에 대해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자본이 들어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수서발 KTX 운영회사의 출자자로는 공공자금 중 연기금의 참여가 가능한데, 연기금은 이윤을 추구하므로 민영화라는 것이다. 이는 상식을 벗어나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한국전력공사는 공적자금뿐 아니라 외국인, 일반 주주 등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자본이 들어와 있으니, 그 주장에 따르면 한전은 민영화한 것이 된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한전은 공기업으로 지정되어 있고 국민은 민영화한 것으로 보지 않고 있다.
철도 민영화 논란은 지나친 짐작과 상상력의 과잉에서 초래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방안은 철도 공공성을 유지하는 공공부문 간 경쟁이고, 그간 철도노조가 요구하지 않은 내용도 포함한다. 차량과 차량기지까지 현물 출자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정부정책이 옳고 그른지를 따지는 건 당연하나 사실관계를 근거로 해야 한다. ‘합리적 의심’이란 이름으로 주장하는 내용들이 합리적 대안을 찾게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문제의 본질을 벗어난 새로운 논란을 만들고 사회적 갈등을 확대시켰다. 파업까지 이어진 철도 민영화 논란은 과연 우리 사회가 갈등을 해결할 능력이 있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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