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한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이런 움직임은 예사롭지 않다. 수도권 전체 재건축시장으로 봐도 일단 저점을 찍은 상황이다. 지난 5~6년의 긴 동면에서 깨어나 바닥권 탈출과 함께 상승 사이클로 전환한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주택 경기를 예측하는 기법 중 하나인 벌집 순환 모형으로 보건대, 수도권 주택시장은 거래 증가-가격 보합 국면인 경기회복 가시화 국면(제6국면)을 지나 거래 증가-가격 상승의 경기회복 국면(제1국면)에 진입하려는 전환점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규제 풀어 부동산시장 살려야”
한마디로, 강남 재건축이 주택시장을 선도하면서 시장 흐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기폭제 가 된 셈이다. 과거에도 재건축은 시장 회복의 신호탄 구실을 해온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재건축시장이, 부동산시장이 살아나는 힘의 근원은 무엇일까? 그것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논란과 같은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다.
강남 재건축은 2006년 말~2007년 초 고점을 찍은 뒤 5년 이상 장기하락을 겪으면서 고점 대비 30~40% 급락했다. 그러다 정부의 잇따른 규제완화 정책과 저점 매수세 유입으로 상황이 급변한 것이다.
가용택지가 절대 부족한 서울 지역에서 재건축은 가장 확실한 주택 공급원이다. 서울 재건축의 숨통을 틔워 주택시장의 온기를 전국으로 확산하고자 한 정책 의도가 주효했다. 과거와 달리 주택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투기수요도 사라졌다. 부동산시장의 바로미터인 강남 재건축의 부활 없이는 주택시장의 체력 회복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주장이었다.
이런 가운데 올해 말까지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유예, 전매기간 완화, 법정용적률 300% 완화 조치는 꽁꽁 언 재건축시장에 온기를 불어넣기에 충분했다. 이어 정부는 2월 26일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의 완전 폐지, 소형 평형 의무비율 완화 방침을 밝혔다. 그러자 재건축시장이 급물살을 타는 것이다. 이런 조치들은 소유주들의 추가부담금을 줄이고 사업의 수익성을 개선해 사업 전반에 탄력을 붙게 한다. 재건축 추진에 가속도가 붙을 것은 분명하다.
특히 초과이익환수제 폐지는 만약 실행된다면 재건축시장을 되살릴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방침만 밝혔음에도 재건축 속도가 빠른 단지로만 몰리던 투자자의 관심이 초기 단계 단지로 확산된다.
그러나 파열음도 들린다. 초과이익환수제 폐지안이 과연 국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초과이익환수제는 주택시장이 과열된 2006년 5월 투기 억제 및 집값 상승 방지를 위해 도입된 제도다. 재건축 추진위원회 구성 시점부터 입주 시점까지의 평균 집값 상승분에서 공사비, 조합운영비 등 개발비용을 뺀 3000만 원 이상의 초과이익에 대해 0~50%의 누진율로 이익 환수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투기 재연, 강남 특혜, 부자 감세”
폐지론자들은 “투기 수요가 사라진 흐름과는 맞지 않을뿐더러 반(反)시장적 대못 규제”라고 말한다. 이들은 “언제까지 시민이 낡은 아파트에 살아야 하나. 쾌적하고 아름다운 주거공간을 많이 짓는 것은 복지이자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야당 등 유지론자들은 “초과이익환수제 폐지는 투기재연, 강남특혜, 부자감세를 부를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전국 재건축 단지가 어느 정도 혜택을 받을 수 있겠지만 강남권이 가장 큰 수혜자다. 양극화 문제가 심화된다”고 말한다.
이 제도는 야당이 집권당이던 시절 만들어진 것이다. 분양가상한제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야당이 입법과정에서 강하게 반대할 경우 통과 가능성은 불투명해진다. 국회 통과 여부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재건축 이주 수요로 인한 인근 지역 전세대란 가능성도 변수다. 전세난이 지속되면 정부와 지자체는 재건축 속도 조절을 위해 시기를 조정하거나 정책을 조율할 수 있다. 2월 26일, 정부의 부동산 임대소득 과세 방침이 발표된 이후 올해 들어 5000만~7000만 원까지 급등한 일부 재건축 단지의 가격이 하락하기도 했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아파트단지 35㎡의 호가가 6억2000만 원에서 6억1000만 원으로 떨어졌고 강동구 둔촌·고덕 단지도 500만 원 정도 빠졌다. 재건축은 정책 변화에 민감하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정부 발표대로 초과이익환수제가 폐지되면 재건축 사업은 수익성 개선으로 날개를 달게 된다는 점이다. 역으로 확실한 것은, 폐지가 무산되면 재건축 사업은 상당한 실망감과 불신으로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 여당으로선 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아예 꺼내지 않은 것보다 훨씬 나쁜 상황을 맞게 되는 것이다.
실수요자 처지에선 ‘재건축에 투자해야 하나’ ‘투자한다면 어디를 고려해야 하나’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초과이익환수제 폐지안의 국회 통과 여부 등 정책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만큼 신중한 투자 자세가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부동산114’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초과이익환수제 폐지로 수혜가 예상되는 전국 재건축 단지는 총 442개에 달한다. 수도권의 경우 △서울 204곳(강남 4구 63곳) △경기 76곳△인천 27곳이다. 수도권 외에 △대구 43곳 △부산 33곳 △대전 16곳 순이다. 비수도권은 사업 초기 구역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전문가들이 가장 유망한 재건축 단지들을 선별해서 추천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투자 가치 면에서 가장 유망한 단지는 재건축 ‘신 3인방’으로 불리는 잠실주공 5단지, 개포주공 2단지, 반포주공 1단지를 꼽을 수 있다. 이들 단지는 빼어난 입지, 넓은 대지 지분, 빠른 추진 속도로 사업 리스크가 적고 수익성이 높다. 그렇지만 이미 급등한 가격이 부담스럽다. 추가적인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실수요자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이밖에 재건축이 본격 추진 중인 압구정동 한양7차, 일원동 현대사원, 개포동 주공 1·2·3·4단지·시영, 대치동 은마, 잠원동 한신 2·4·7차, 반포동 경남·신반포·주공 1단지, 서초동 우성1차·신동아1·2차, 둔촌동 둔촌주공 1·2·3·4단지, 상일동 고덕주공 5단지, 이촌 한강맨션, 여의도 시범·광장·목화아파트 등이 꼽힌다.
지역적으로 보면 잠실은 향후 10년간 서울에서 가장 뜨거운 지역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제2롯데월드 조성, 석촌호수 명소화, 9호선 개통, 위례신도시 개발, 문정장지지구 개발, 잠실국제관광특구 지정 같은 호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재건축이 추진 중이거나 예정된 장미, 진주, 미주, 크로바, 가락시영아파트 등도 유망하다.
잠실 다음으론 과천을 꼽을 수 있다. 강남권에 인접한 데다 주거의 쾌적성이 뛰어나다. 정부 청사의 세종시 이전 후 고점 대비 지분 가격이 40% 가까이 하락한 점, 다른 부처나 기관이 입주하고 있는 점이 긍정적이다. 그러나 과거의 영예를 회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은 재건축의 대안으로 떠오른다. 경기 분당, 평촌, 일산 신도시의 수직증축 리모델 링추진 단지들이 유망 부동산으로 변모한다. 20년이 채 안 된 이들 1기 신도시 노후 단지엔 올해 5월부터 특별한 혜택이 주어진다. 리모델링 추진 시 위로 3개 층, 가구 수의 15%, 용적률의 30%까지 말 그대로 수직 증축이 허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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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투자는 부동산 경기와 정책 변화에 따른 자산가치의 변동성이 매우 크다. 투자금액이 큰 데다 사업 기간이 무한정 길어지거나 이자비용이 급등하는 등 위험도 많다. 실수요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여유자금으로 접근해야 한다. ‘고수익엔 고위험이 따른다’는 투자 법칙은 재건축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