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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하게, 강단 있게 그리고 우아하게

이혼의 정치학 <2부> 실행

  • 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꼼꼼하게, 강단 있게 그리고 우아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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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주고, 늦게 주고

꼼꼼하게, 강단 있게 그리고 우아하게

이혼문제를 다룬 TV드라마 한 장면.

재산 정보를 정확하게 알고 있거나 재산 관리권을 장악한 경우에는 이혼 이후 재산권 확보에도 유리하다. 이혼 이후 전 배우자의 자세는 확연히 달라진다. 남이기 때문에, 자신의 것을 더 챙기려든다. 줘야 할 것도 가능한 한 안 주려 한다. 주더라도 최대한 늦게 주려고 한다. 이때는 강제집행에 들어가야 하는데, 이것 역시 정보력이 뒷받침될 때 힘을 발휘한다.

양육비를 받아내는 일도 녹록지 않다. 2012년 한부모 가족 실태조사 결과, 한 번도 양육비를 받지 못한 한부모가 무려 83%였다. 이때 한부모는 주로 여성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까지 2월 제정했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다. 양육비를 받아내려 할 때도 상대방 재산 정보는 중요하다.

이혼 통보 방법

재산 정보를 충분히 확보했다면 배우자에게 이혼 의사를 밝혀야 한다. 이 순간 반응이 나뉠 것이다. 농담으로 받아들이는 경우와 진담으로 받아들이는 경우. 진담으로 받아들이는 경우에도 반응이 다시 나뉜다. 수용하거나 반발하거나.



반발이 의외로 거셀 수 있다. 폭력 행위가 뒤따를 수도 있다. 극단적 선택을 할지도 모른다. 이에 대한 대응전략을 미리 수립하는 것이 좋다. 이와 관련해 이혼 선언 후 곧바로 별거에 들어가는 것이 안전하다. 이때 필요한 것이 별거자금이다. 이혼소송까지 가면 3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했다. 적어도 그 정도 버틸 수 있는 거처가 필요하다. 주거비와 생활비를 충분히 마련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능하다면 이혼소송 비용까지 준비한 뒤 실행에 들어가는 것이 좋다. 변호사를 만나 무료상담을 하면 대략의 비용을 산정할 수 있다. 그 산정치보다 넉넉하게 축적해두는 것이 안전하다. 소송비용 때문에 2심과 3심까지 못 가고 중도포기하면 억울할 터다. 이혼소송은 배우자의 악행에 따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응징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에서 받아낼 것도 온전히 받아내지 못하면 한이 많이 맺힌다고 한다. 여생을 한으로 보낼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논리전과 심리전

이혼 과정에서 상대방은 당연히 방어 전략에 돌입한다. 창과 방패의 싸움이 된다. 논리에 밀려서도 안 되지만 심리에 밀려서도 곤란하다. 그런 점에서 마음을 강고하게 먹어야 한다. 이혼소송 3심까지 갈 결연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

전략을 잘 세우면 논리전에서도 유리하고 심리전에서도 우위를 누릴 수 있다. 사전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것이 좋다. 재판이혼으로 갈 때에는 변호사들이 도움을 줄 것이다. 문제는 협의이혼으로 갈 때다. 지인의 조언을 참고로 스스로 이혼 절차를 밟기 마련인데 이때 실수가 잦으면 손해 볼 수밖에 없다.

처음엔 이혼소송을 염두에 두고 재판이혼과 협의이혼 두 가지 모두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 변호사의 도움을 받기 어려울 경우에는 이혼상담사의 도움을 받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앞서 법원이 의무상담제를 도입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때 상담전문가에게 관련 조언을 받을 수 있다. 변호사를 두면 여러모로 편리하고 재판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 그러나 변호사에게 지급하는 수임료가 만만치 않다. 1000만~2000만 원이 넘어가는 건 다반사. 게다가 1, 2, 3심 재판마다 수임료를 별도로 내야 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우호적 이혼’ 분위기 조성

결국 이혼하려 한다면 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협의이혼이 최상이다. 협의이혼으로 가려면 이혼 선언 직후 배우자와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이혼하는 마당에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러나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우호적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면, 굳이 별거에 들어갈 필요도 없다.

동거하면서 대화로 이혼 절차를 논의하고 재산 분배와 양육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최상이다. 이때 부모형제를 비롯한 주변의 개입이 활발할 것이다. 그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도 필요한데, 각자가 이것까지 잘 해낸다면 협의이혼은 훨씬 원활해진다. 이런 점에서는 황혼이혼이 더 순조로울 수 있다. 부모형제로부터 훨씬 독립적인 상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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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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