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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열 변호사의 ‘경제법률’

사내유보금 과세, 과연 옳은가

  • 김승열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KAIST 겸직교수

사내유보금 과세, 과연 옳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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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기왕에 제기된 이 제도를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게 하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앞서 언급한 이유처럼, 투자 부분이 인정되는 3년이라는 기간은 반드시 손볼 필요가 있다. 업종에 맞게 서로 다른 기준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과세 행정의 편의만을 생각해 개별 기업의 특성이나 투자 목적에 따른 특성을 무시해 제도를 시행한다면, 이 제도가 기업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경우처럼 합리적인 사업상의 필요성을 입증할 경우 세금 부과를 면제 혹은 유예하는 제도의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 사내유보금을 주주 배당으로 돌릴 경우 자칫 대기업 오너나 상당수 지분을 보유한 외국인들만 혜택을 누릴 가능성이 있음도 간과해선 안 된다. 그렇게 된다면 제도의 도입 취지 자체가 무색해질 수 있다.

기업의 ‘탈(脫)대한민국’ 가능성

이 제도 때문에 불가피하게 상승하는 임금이 오히려 경제성장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고임금에 따른 생산비용 증가가 해당 기업뿐 아니라 국민경제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건 기업의 재무구조 악화 가능성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사내유보금과 성격이 비슷한 적정유보초과소득세 제도를 채택했다가 기업의 재무구조를 악화한다는 이유로 폐지한 적이 있다. 당시의 경험과 고민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국내 기업들이 사내유보금을 집중적으로 늘린 건 외환위기 이후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크게 보면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고, 둘째는 환율 리스크나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비해 재원 확보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상당수 대기업이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 관리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던 것. 특히 상장사의 경우 외국인 투자 비중이 증대하면서 헤지펀드의 공격,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비하기 위한 재원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 됐다. 적대적 인수합병에 취약한 우리의 법제도도 기업들이 사내유보금을 늘리는 데 한몫했다. 다른 나라에서는 널리 인정되는 포이즌 필 등의 제도가 도입되지 않는 등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판단한 기업들이 자구책으로 사내유보금을 늘린 것이다. 만약 자기주식 취득이나 포이즌 필 같은 인수합병 방지장치가 폭넓게 도입돼 시행돼왔다면 기업들이 지금처럼 사내유보금에 매달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는 입을 모은다.

이번 사내유보금 과세제도가 국내 유수 기업들의 ‘탈(脫)대한민국’을 가속화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 앞선다. 기업들이 이 제도의 도입을 ‘자율성 침해 정책’으로 인식한다면, 향후 국내에 법인을 세우기보다는 법인세율이 낮은 지역을 찾아 떠날 공산이 크다. 특히 국내에 제조 기반이 없는 기업이 그럴 것이다. 우리나라보다 기업 활동에 제약이 없으면서 세금도 적은 나라, 흔히 조세회피지역이라 불리는 나라는 전 세계에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 현상이 가속화한다면 정부의 제도 설립 목적은 달성되기 어렵다. 아니, 이전보다 못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세수 확보라는 목적만을 보고 함부로 제도를 집행해선 안 되는 이유다.

이 제도의 시행으로 중소기업들이 받을 불이익도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줄어든 이익, 높아진 임금과 배당을 중소기업의 부담으로 전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 중소 협력업체의 희생을 딛고 이익을 늘려온 우리 대기업의 생리상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그런 점에서 중소기업을 배려하고 보호할 정책이 동시에 만들어져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사내유보금 과세, 과연 옳은가
김승열

1961년 대구 출생

서울대 법학과, 미국 노스웨스턴 법과대학 LL. M.

대통령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민간위원, 금융위원회 자금세탁방지정책위원, Paul Weiss(미국 뉴욕) 변호사


이처럼 사내유보금 과세와 관련해 당장 떠오르는 고민과 걱정만 정리해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투자와 내수를 촉진하고, 배당과 임금 상승을 유도해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게 한다는 기대만 가져선 안 될 이유가 너무나 많다. 일단 해보고 부작용은 수정, 보완하자고 하기엔 너무나 무겁고도 중요한 주제이고 제도인 것이다.

신동아 2014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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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열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KAIST 겸직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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