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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Ⅰ ‘롯데 사태’ 그후

기업 국적 시비는 부메랑 후계갈등은 CEO 선발과정

‘미워도 롯데’를 위한 변명

  • 안승호 | 숭실대 경영대학원장, 한국유통학회장 shahn@ssu.ac.kr

기업 국적 시비는 부메랑 후계갈등은 CEO 선발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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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국적 시비는 부메랑 후계갈등은 CEO 선발과정
롯데는 그동안 국내 재벌 기업의 행태를 그대로 ‘모방’해 주주들에 대한 배당금을 늘리기보다는 몸집 불리기에 몰입한 나머지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하고, 더 많은 산업에 뛰어들고, 더 많은 생산을 해왔는데 과연 국부 유출에 골몰한 기업이라 할 수 있을까.

아이러니한 것은,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라는 압력이 기업들의 국적 문제를 더욱 부각해 현지 법인의 독립성이 약화되고, 오히려 자국 기업으로 봐도 무방하던 기업이 해외 기업의 완전한 자회사로 전락하는 사례다. 가령 셸(Shell) 그룹은 1907년부터 영국 자본과 네덜란드 자본에 의해 공동 소유·운영돼왔는데, 다양한 사회적 압박으로 2005년 국적을 분명하게 해 영국계 기업으로 구조 개편됐고, 네덜란드는 중요한 자국 기업 하나를 잃게 됐다.

국적을 따져 불이익을 준다면, 해외 모기업은 해당 국가에 제한된 기능만 수행하는 조직을 남겨둔 채 한발쯤 빼는 어정쩡한 형태로 사업을 운영한다. 문제는 연구·개발(R·D)이나 지역총괄본부 같은 핵심적인 부서의 질 좋은 일자리는 국적을 따지는 국가에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적을 분명히 하라는 요구에 롯데가 지분 정리에 나서 난데없이 일본 기업이 된다면, 과거 10년과 같은 적극적인 국내 투자를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기업의 국적 문제는 정치적 중요성을 감안한 것일지는 몰라도 경제적 중요성을 감안한 것은 아니다. 정치적 중요성도 국내용으로 끝나버리고, 정작 중요한 국제정치의 지정학적 중요성은 간과될 수 있다. 최근 미국과 일본의 관계가 점차 긴밀해지는 것은 정치적 이해관계가 심화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자본의 공유도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국가를 돕는 것이 해당 국가에 진출한 자국 기업을 돕는 일이기도 하기에 서로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1990년대 이전까지는 툭하면 전쟁을 불사하던 인도와 파키스탄은 최근 오랫동안 평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두 국가에 다국적기업 투자가 늘면서 관련 국가들이 상호 파괴적인 전쟁을 적극 만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이해관계 탓에 한국과 일본 관계가 악화하는 가운데 롯데의 국적 찾기는 일본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에 희소식이 될 수 있을까.



국적 찾기가 자칫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기업의 퇴출을 촉진한다면 한국은 세계시장에서 고립되고, 이는 경제적 고립을 넘어 정치적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면 한국의 외환위기를 도왔던 일본은 더 이상 없을 것이고, 더 나아가 한반도의 전쟁을 만류하는 국가도 찾기 어렵게 될 수 있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의 50% 이상을 무역에 의존한다. 한국이 시작한 ‘국적 따지기’에 동참하는 국가가 늘어나면 어느 나라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까.

롯데의 지배구조에 따라 일본 대주주의 통제가 가능해져 한국 소비자와 국민의 이익에 반한 의사결정을 내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이는 현지 법인의 독립성에 관한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즉, 모기업 관여 없이 현지 법인이 얼마나 독자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지를 따지는 것인데, 이는 지배구조와 관계 없이 기업 운영의 효율성과 관련된 문제다.

후계 잡음 없는 게 더 문제

상당수 글로벌 기업은 현지 법인이 독립적으로 운영되게 한다. 킴벌리클라크, 홈플러스, 맥도날드, 르노 등은 한국 현지 법인에 상당한 권한을 줬고, 심지어 일본 세븐일레븐(7eleven)이 모기업인 미국 세븐일레븐을 인수하고, 한국 휠라(FILA) 같은 현지 법인이 모기업을 인수한 사례도 있다.

한국에도 이런 사례가 많다. 동방CJ홈쇼핑, 타이틀리스트 등도 한국 기업이지만 주요 시장의 해외 현지 법인은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현지 법인의 독립성은 시장 특성의 차이, 사업 규모, 경쟁, 경영 환경과 소비자의 변화 속도, 그리고 이에 대한 대응 필요성 등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일본 롯데와 한국 롯데는 사실상 전혀 별개의 사업 분야에 진출해 있으며, 시장 환경도 상당히 다르다. 지배구조는 두 국가의 기업을 보유하는 형태가 될 수 있지만, 실질적인 통제는 개별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더욱 효율적일 것이다. 한국 소비자와 국민의 이해관계에 반하는 의사 결정이 롯데를 키울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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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호 | 숭실대 경영대학원장, 한국유통학회장 shahn@s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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