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상황에 조명을 받는 곳이 애슐리 매디슨(Ashley Madison)이다. ‘인생은 짧습니다. 바람 피세요’라는 노골적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기혼자 연애 중개 사이트다. 국내에선 간통제 폐지 덕분에 합법화했다. 2001년 캐나다에서 처음 만들어져 현재 46개국에 3600만 명의 회원이 있다고 한다.
요즘 이 사이트는 물 만난 고기처럼 홍보에 열을 낸다. 인터넷에선 이 사이트의 ‘바람 피세요’ 광고 문구를 쉽게 접할 수 있다. 회원 수도 많이 늘고 있다고 한다. ‘바람피울 인간은 어떻게든 피운다’는 옛말이 있긴 하다. 그러나 애슐리 매디슨은 간통죄 폐지로 인한 우리 사회풍속의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현장으로 꼽힌다.
우리 취재팀 남녀 대학생 3명은 이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이곳 회원으로 가입한 뒤 남녀 회원 다수를 심층 인터뷰했다. 접촉한 회원들은 번듯한 직장의 전문직 종사자, 중산층 가정의 주부 등 다양했다. 이들에게 취재 목적임을 밝히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많은 기혼남, 기혼녀가 간통죄 폐지에 ‘홀가분함’을 느끼고 있었으며, 이들은 가정을 유지하면서도 다른 이성과의 성적 관계를 추구하는 이중적 면모를 드러냈다.
이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하려 하니 ‘관계 상태’를 알려달라고 했다. 기혼자는 ‘매여 있는 남성’ ‘매여 있는 여성’으로 정의됐다. 취재팀 남학생은 ‘여성을 찾는 미혼남성’으로, 여학생들은 ‘남성을 찾는 미혼여성’으로 설정했다.
하루 58명 ‘윙크’
이어 정보 기입란이 나타났다. 나이, 성별, 키, 몸무게, 체형(풍만, 근육질 등)과 위치(강남 거주 등)를 적게 했다. 위치 정보는 같은 지역에서 로그인한 남녀 현황을 보여준다. 원하면 사진도 올릴 수 있고 ‘짧은 관계’ ‘날 흥분하게 하는 모든 것’ ‘사이버 연애와 에로틱한 채팅’ 따위의 항목에 체크할 수 있다.
회원에 가입하자 다른 회원들의 간단한 프로필과 사진이 나열됐다. 여성을 찾는 남자 회원에게는 여성 회원의 프로필만, 반대로 남성을 찾는 여성 회원에게는 남성 회원의 프로필만 보였다. 프로필엔 “은밀한 관계를 즐겨요” “새로운 설렘을 찾습니다” 같은 취향(?)과 함께 결혼 여부도 제시돼 있었다. 일부 회원은 자신의 얼굴 사진을 공개했지만, 상당수 회원은 가면 이미지로 얼굴 일부를 가린 사진을 올려놓았다.
취재팀의 한 여학생은 회원 가입만 한 채 하루 동안 아무 활동도 하지 않고 기다려봤다. 그러다 다시 사이트에 접속해보니 58명의 남성 회원이 보낸 ‘윙크’가 와 있었다. 윙크는 서로 대화하자는 의사를 전하는 메시지로, 이를 받은 여성 회원은 남성 회원의 프로필을 본 후 응답할 수 있다. 윙크 중엔 자신의 사진을 여러 장 첨부하는 등 꽤 공들여 작성한 것들도 있었다.
여학생이 윙크 내용을 확인하느라 로그인 상태를 유지하는 동안 서울 거주 40대 남성이 “외로워서 대화 상대를 찾고 있다”며 채팅을 요청해왔다. 윙크와 채팅은 이성에게 접근하는 서로 다른 방식이다. 조금 더 로그인 상태를 유지하니 20대 미혼, 50대 외국인 등 여러 남성 회원이 채팅을 걸어왔다. 윙크와 채팅을 해온 남성들 중 일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싱글이라는 A(31)씨는 “여기서 잠자리 상대를 몇 번 만났다. 그중엔 기혼녀들도 있고 미혼녀들도 있고…”라고 말했다.
“내가 여기서 만난 기혼여성은 남편이 외도하거나 자신을 소홀히 대한다고 느껴 맞바람을 피우는 여성, 남편에게 만족하지 못해 다른 상대를 찾는 여성으로 나뉜다. 미혼여성은 남자친구가 자신을 소홀히 대하는 것 같아 새로운 사람을 찾는 여성, 갑자기 외로워져 대화 상대나 잠자리 상대를 찾는 여성, 기혼남에게서 금전적 지원을 받으려는 여성, 그냥 잠자리가 좋고 경험을 많이 해보려는 여성으로 구분된다. 여기서 만난 여성은 이 범주 중 어느 하나에 속하는 것 같다.”
A씨는 “현실에선 어디서 새로운 여자를 만날 수 있는지 감이 안 잡힌다. 클럽 같은 곳을 가기도 부담스럽고. 그래서 이곳을 계속 이용한다”고 말했다.
‘매여 있는 남성’ B(32)씨는 “여기서 주로 여자를 꼬신다(꼬인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와의 사이에 별문제는 없다. 다만, 아내와 매일 얼굴 맞대고 살다보니 다른 여자와도 관계를 맺고 싶은 것”이라고 했다. “애슐리 매디슨이 허접하긴 해도 여성에게 접근하는 방법의 디테일이 다른 기혼자 사이트보다 낫다”고 평했다. 기혼자 연애 중개를 비판하는 목소리에 대해 “뭐, 결혼해보면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를 한 여학생에게도 자신의 연락처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