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호

‘이재용 삼성’ 주가의 향방은?

新삼성물산 - 건설·바이오 순풍 타고
삼성전자 - 분할·합병으로 몸값 관리

  • 정대로 | KDB대우증권 연구위원 daero.jeong@dwsec.com

    입력2015-08-20 17: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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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년 매출 60조, 세전이익 4조 달성”
    • 삼성전자, ‘1타2피’ 자사주 취득 나설 듯
    • 삼성SDI·삼성SDS, 삼성전자 품 안으로?
    ‘이재용 삼성’ 주가의 향방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서 가장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대목은, 이번 합병으로 탄생한 신(新)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 4.06%를 확보한 것이라 하겠다. 이를 기반으로 신삼성물산은 향후 삼성전자 중심의 전자·제조업 계열과 삼성생명 중심의 금융계열 지배가 가능해졌다. 신삼성물산이 삼성그룹 내 사실상 지주회사(De Facto Holding company)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이번 합병으로 그룹 내 순환출자 고리는 10개에서 8개로 축소된다. 다만 이번 합병은 기존 순환출자 고리 내 회사 간 합병으로, 삼성SDI(4.77%), 삼성전기(2.64%), 삼성화재(1.38%)가 신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하는 것이 신규 순환출자 형성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조만간 공정거래위원회가 판단할 예정이다. 공정위가 신규 순환출자 형성으로 판단할 경우, 지난해 7월에 개정된 공정거래법에 따라 이들 회사는 신삼성물산 지분을 6개월 안에 처분해야 한다.

    이와는 별개로 삼성그룹이 지난 2년 간 순환출자 고리를 20개 이상 감소시킨 노력에서 볼 수 있듯이 빠른 시간 내에 지속적으로 남은 순환출자 고리를 줄여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바이오 2조 매출 목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가는 7월 17일 임시주주총회 이후 연일 하락세다. 합병에 따른 지배구조 이슈가 주총 승인으로 일단락된 후 차익을 실현하려는 매물이 지속적으로 쏟아져 나오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9월 1일자로 출범하는 신삼성물산 주가는 어떤 흐름을 보일까.



    삼성그룹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진행하면서 △건설·상사 등 B2B 분야 사업영역 확대 △패션·식음사업 해외 확대 △바이오 사업 등 신규 사업기회 창출 등을 통해 2020년 매출 60조 원 세전이익 4조 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 가운데 특히 건설과 바이오 부문의 역할이 상당할 것으로 내다본다. 신삼성물산 주가 반등 시기와 기울기는 건설과 바이오 부문의 실적과 성장성이 언제, 얼마만큼 시장 참여자의 기대감을 충족할지 여부에 달렸다고 하겠다.

    신삼성물산 건설 부문은 삼성그룹 내 대표 건설사로서 안정적으로 그룹 내 물량을 확보할 것이기에 합병에 따른 시너지 창출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나며, 기대 이상의 실적을 창출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2017년까지 평택 반도체 공장에 약 15조 원을 투자하는데, 신삼성물산이 여기에서 다양한 사업 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이 제시한 건설 부문의 2020년 매출 목표는 23조6000억 원이다.

    가장 큰 성장이 기대되는 부문은 바이오다. 삼성그룹은 2010년 5대 신수종 사업 중 하나로 바이오·제약 분야를 선정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중심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번 합병으로 신삼성물산은 바이오 사업을 추진하는 그룹 내 핵심 계열사로 자리 잡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6.3%를 보유한 제일모직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9%를 보유한 삼성물산과 합병함으로써 신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주주로 등극한 것.

    삼성의 2020년 바이오 부문 매출액 목표는 1조8000억 원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9500억 원, 삼성바이오에피스 8500억 원으로 설정됐는데, 이 목표의 실현 가능성은 높다고 판단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 의약품 생산사업(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을 위한 1공장(3만 리터)과 2공장(15만 리터)이 준공돼 내년 본격 가동을 앞뒀다. 이미 세계적인 제약회사 BMS, 로체 등과의 계약을 통해 1·2공장 가동물량을 확보해놨다. 또한 3공장(15만 리터)과 4공장(생산용량 미정) 추가 증설을 통해 2020년까지 총 40만 리터 이상의 생산설비를 갖출 계획으로, 증설이 완료되면 추가 매출 창출 및 이익 확보가 기대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현재 전 세계 매출 상위 10% 의약품 중 6개 제품에 대한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를 개발하고 있다. 이들 제품은 대부분 시판 허가 심사 및 임상 3단계 절차에 있어 매출은 내년부터 본격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내년 상반기 중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 + 삼성SDI’ 가치 상승

    삼성그룹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29.52%(계열사 및 특수관계인 17.31%, 자사주 12.21%)로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추가적인 지분 확보가 필요하다. 그런데 약 180조 원에 달하는 삼성전자 시가총액을 감안하면 자금 부담이 크다. 지분 1%를 매입하는 데 2조 원 가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해 7월 25일부터 신규 순환출자 금지(새로운 순환출자 형성이나 기존 순환출자 강화 금지)가 시행됐기 때문에, 일부 계열사가 예산을 확보하더라도 순환출자 고리를 새로 만들지 않으면서 삼성전자 지분을 취득하기란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 지분율을 높이는 유일한 방법은 삼성전자 스스로 지분을 높이는 것이다. 향후 삼성전자가 자사주 형태로 지분 취득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렇게 확보된 자사주는 삼성전자가 향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때 유용하게 활용된다. 자사주가 삼성전자 지주회사에 귀속돼 자사주 보유 비율만큼 삼성전자 사업회사에 대한 지분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사업회사 지분을 20% 이상 보유해야 함).

    ‘이재용 삼성’ 주가의 향방은?
    삼성그룹 내 전자 계열사들은 현재 한창 사업을 개편 중이다. 최근 삼성전기는 핵심사업 역량 집중을 위해 모듈 사업을 분사하기로 했다. 이러한 연장선에서 삼성SDI도 구조조정 방안의 일환으로 삼성전자와 합병 가능성을 검토해볼 수 있다. 합병할 방법은 ‘소규모 합병’(상법 제527조의 3, 주주총회 승인을 이사회 승인으로 갈음) 형태로 절차적 편리함이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삼성SDI가 합병할 경우 기대효과는 다음과 같다.

    △삼성전자가 향후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분할할 때 그룹 내 삼성전자 지주회사 지분율을 확보하기에 유리한 분할 비율을 형성할 수 있다. 삼성SDI의 사업 부문(전지, 소재 등)은 삼성전자 자체 사업으로 내재화할 수 있다. 따라서 분할된 삼성전자 사업회사의 절대적인 가치가 상승하고 그만큼 삼성전자 지주회사의 가치가 감소한다. 다시 말해 삼성전자 지주회사 가치가 줄고 사업회사 가치가 증대될수록 이후 그룹 내 삼성전자 사업회사 보유 지분을 삼성전자 지주회사에 현물 출자하는 과정에서 반대급부로 받는 삼성전자 지주회사 신주 물량이 많아진다.

    △삼성정밀화학, 삼성디스플레이 등 삼성SDI 보유 계열사 지분을 삼성전자로 집적할 수 있다. 현재 삼성SDI는 삼성엔지니어링 13.1%, 에스원 11.0%, 삼성디스플레이 15.2%, 삼성정밀화학 14.6% 등 그룹 계열사의 지분을 적지 않게 보유했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삼성SDI를 합병함으로써 삼성SDI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비용 없이 내재화할 수 있다. 결국 삼성그룹은 대부분의 제조 기반 계열사 지분을 삼성전자 한곳으로 모으게 돼 전반적인 그룹 내 출자구조를 간편하게 만들 수 있다.

    전자 분할 후 SDS 합병?

    △삼성전자의 자사주가 소폭 증가한다. 현재 삼성전자는 삼성SDI 지분을 19.58% 보유했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이는 삼성전자의 자사주가 된다. 합병 당시 합병 비율에 따라 자사주 증가분이 정확하게 결정되겠지만, 현재 주가 상황에서는 자사주가 약 0.3% 증가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그룹이 삼성전자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에서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경우 그룹은 지주회사 지분을 충분하게 확보해야 하는데, 이는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삼성SDS 합병을 통해 달성할 수 있다. 현재 삼성SDS 지분 구성을 보면 삼성전자 22.58%, 지배주주 일가 19.06%, 신삼성물산 17.08%이다. 지배주주 일가 및 그룹 지분이 상당히 높은 삼성SDS가 삼성전자 지주회사에 합병되면, 합병 이후 삼성SDS 보유 지분이 삼성전자 지주회사 지분으로 바뀜으로써 그룹 내 삼성전자 지주회사에 대한 지분율을 비용부담 없이 증가시킬 수 있다.

    삼성전자를 분할하지 않은 채 삼성SDS와 합병하면 삼성전자 영업가치가 희석돼 삼성전자 주주들의 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도 ‘분할 후 합병’이 유리하다. 또 삼성전자 분할을 통해 삼성전자의 기업가치 증가분을 주주들과 공유하고, 삼성전자 지주회사에 삼성SDS 플랫폼을 내재화해 ‘사업형 지주회사’로 재탄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전자는 분할 자체에서도 투자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이는 과거 SK, 농심 등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때 보여준 분할 전후 시가총액 차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주회사-사업회사로 인적 분할한 후 매매거래 정지기간을 거친 뒤 두 회사가 각각 재상장되면, 대체로 인적분할 전 단일 시가총액보다 인적분할 이후 두 회사의 시가총액 합이 약 20%까지 더 높게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 하나의 회사가 둘로 나뉜 것이므로 기업가치는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분할 후 지주회사와 사업회사가 각각 독립적으로 경영되고 각자 전문성을 강화하기 때문에 높아진 시장의 기대감이 기업가치에 반영되는 것이다.

    또한 지배주주 처지에서도 사업회사의 주가가 높을수록 이후 지주회사 신주와 사업회사의 주식교환 때 지주회사 신주를 더 많이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공개 매수가 이뤄지기 전까지 사업회사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적극 노력하게 된다. 삼성전자 역시 분할 과정을 거치면서 사업회사 가치를 높이기 위한 여러 형태의 노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S 사업 전망은?▼

    4자 물류 ‘청신호’…사업확장 위한 ‘실탄’도 확보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삼성SDS가 합병한다는 전제 아래, 삼성전자 지주회사에 대한 그룹 내 지분율을 더욱 높이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삼성SDS의 기업가치 상승이다. 다행히도 삼성SDS의 내일은 ‘맑음’이다. IT서비스, 4자 물류 및 신규사업이 확장될 것으로 기대되고, 신규 사업 진출 및 인수합병(M&A) 등도 무난히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S는 삼성그룹의 IT서비스 업체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부분 계열사의 전반적인 IT 업무(시스템 구축 및 유지보수 등)를 전담하기에 안정적으로 실적을 낼 수 있다. 특히 보안을 중시하는 IT서비스업의 특성상 앞으로도 계열사 매출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다. 경쟁력 제고 및 업무 효율화 등을 위해 계열사들이 IT 관련 자산에 투자할수록 삼성SDS는 자연스럽게 추가적인 매출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

    삼성SDS는 삼성네트웍스(2010), 삼성SNS(2013)와의 합병을 통해 네트워크 구축 · 운영 등 통신 부문 역량을 강화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다. 이 부문에서는 통신 장비를 제조하는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와 함께 향후 본격화할 국내외 통신 사업에서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삼성SDS는 2012년부터 해외법인 설립을 통해 ‘4자 물류’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4자 물류란 물류 서비스를 제3자에게 맡기는 ‘3자 물류’에 컨설팅과 정보기술 솔루션을 함께 제공하는 사업을 가리킨다. 삼성SDS는 계열사에 최적화한 물류 IT솔루션을 구축하는 한편, 기존에 개별 계열사가 물류업체와 별도 계약을 통해 업무를 수행하던 것을 일원화해 대행하고 있다.

    삼성SDS의 이러한 물류BPO(업무처리 아웃소싱) 사업은 삼성전자 해외 생산법인의 물류 수요를 기반으로 짧은 기간에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물류BPO 매출은 2012년 6276억 원에서 2013년 1조8000억 원, 2014년 2조4000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는 전 세계 물동량을 소화할 수 있는 사업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사업대상도 삼성전자 이외의 그룹 관계사, 궁극적으로는 그룹 밖으로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각 물류 현지 법인이 정상화 궤도에 오르면 약 5% 수준의 영업이익률 개선도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4월 삼성SDS는 2020년 매출 20조 원을 달성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선 연평균 16.7%의 매출 성장을 이뤄야 하는데, 이미 현금성 자산 1조6000억 원이라는 풍부한 유동성을 확보했기 때문에 기존 사업 확장 및 신사업 관련 M&A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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