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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Ⅱ ‘New 삼성’을 보는 눈, 눈, 눈

‘점진적 혁신’ 덫에 걸린 노키아 ‘단절적 혁신’ 시험대 오른 삼성

삼성전자도 무너질 수 있을까?

  • 박상인 |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sanpark@snu.ac.kr

‘점진적 혁신’ 덫에 걸린 노키아 ‘단절적 혁신’ 시험대 오른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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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진적 혁신’ 덫에 걸린 노키아 ‘단절적 혁신’ 시험대 오른 삼성
노키아는 GSM(Global System for Mobile Communications)이라는 신기술의 파고를 타고 휴대전화 시장의 최강자가 됐다. 자연스럽게 노키아 경영진은 하이테크 산업에서는 기회의 창을 인지하고 그 기회를 어떻게 잡는지 아는 기업만이 생존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또한 기술 발전사에서 볼 수 있듯이, 획기적인 신기술이 도입될 때 기존 선도 기업은 몰락한다는 사실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이러한 인식 아래 노키아는 1990년대 후반부터 새로운 도전을 준비했다. 자금력이 충분한 선도 기업이 그 지위를 유지하려면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복잡하고 광범위한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 노키아의 결론이었다. 이에 따라 노키아는 연구개발(R·D) 투자에 천문학적인 돈을 쓰고, 과감한 혁신을 선도할 별도 조직을 만들었다. 또한 신기술을 가진 기업을 인수하거나 다른 기업들과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기득권 지키기 급급

노키아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은 1994년 6.3%, 2002년 10.3%, 2009년 14.4%로 계속 증가했다. 1994년 노키아의 R·D 지출액은 3억 유로를 조금 넘었으나, 2002년에는 거의 10배 증가한 약 30억 유로, 2009년에는 약 50억 유로로 커졌다. R·D를 담당하던 NRC(Nokia Research Center)와 별도로, 1998년에 자본금 1억 달러의 NVF(New Venture Fund)도 설립했다. NVF의 미션은 새로운 사업, 새로운 기술 등에서 장기적 성장 잠재력을 찾는 것이었다. 이밖에도 노키아는 NVO(Nokia Venture Organization)라는 조직을 설립해 순매출액의 0.1%를 NVO에 투자했다. NVO는 기술 전문가, 경제학자, 지식인들이 참여해 토론하는 공론장 기능을 수행했다.

근본적 혁신을 향한 노키아의 또 다른 전략은 신기술을 가진 기업을 인수하거나 다른 기업들과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것이었다. 디지털 융합과 모바일 인터넷의 도래를 확신한 노키아는 스마트폰이 기존의 휴대전화와 다른 특징을 요구할 것임을 알아챘고, 1998년 새로운 스마트폰 운영체제(OS) 개발을 위해 심비안(Symbian) 소프트웨어 합작회사에 지분 30%를 투자했다. 같은 해, 인터넷 전화 사업자인 캐나다의 비엔나 시스템이라는 회사도 인수했다. 스마트폰 혁명이라는 근본적 혁신 경쟁에서 도태된 노키아가 아이러니하게도 스마트폰의 도래와 중요성을 가장 먼저 인식한 휴대전화 제조사였던 것이다.



노키아는 콘텐츠의 중요성도 일찍부터 인식했다. 2000년대 들어서 노키아는 휴대전화 시장이 하드웨어 중심에서 ‘콘텐츠/서비스 중심’으로 변할 것이라고 더욱 확신했고, 전략적 제휴와 인수합병(M·A)을 통해 앱스토어 사업 역량을 강화했다.

노키아는 앱스토어 오비(Ovi)를 구축하기 위해 엔 게이지(N Gage), 디즈니, 소니, 세가, 유니버설 등과 게임 콘텐츠 공급 제휴, 음원 기업인 라우드아이 인수, EMI/유니버설 음원 공급 제휴, 디지털맵 기업 Navteq 인수, 모바일 소셜 네트워킹 업체 Twango 인수, 모바일 광고 대행업체 엔포켓 인수, 사진공유 사이트 야휴 Flicker와 제휴, 방송콘텐츠 관련 Turner와 제휴, 가상화 기반 오피스 프로그램 공급을 위한 MS Live 탑재 등의 노력을 경주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노키아는 결국 몰락했다. 노키아의 몰락 스토리는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 이론이 초점을 두는 ‘기존 독점이윤’이라는 건조한 추상적 용어에 풍부하고 현실적인 내용을 채워준다.

노키아는 스마트폰의 도래를 예측했고, 무선 인터넷이나 콘텐츠/서비스에 대한 잠재적 수요를 자신들의 기존 휴대전화 틀 안에서 ‘점진적’ 혁신으로 수용하고자 했다. 이에 반해 애플은 기존 휴대전화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단절적’ 혁신을 꾀했다. 기존 휴대전화 시장에서 막대한 이윤을 내던 노키아는 애플과 같은 단절적 혁신을 추구할 수 없었던 것이다. 스마트폰이 점점 중요해진 2000년대 중반에도 노키아의 초점은 여전히 막대한 이윤을 창출하는 신흥시장에서의 중저가 휴대전화 판매에 머물렀다.

이처럼 기득권을 중시하는 자세는 노키아라는 기업 차원뿐만 아니라 기업 내부 조직 차원에도 투영되고 반영됐다. 당연히 노키아 내부에서 가장 많은 자원과 가장 우수한 인재를 할당받는 곳은 심비안 폰 부문이었다. 심비안 폰 부문의 기득권에 위협이 되는 새로운 OS 마에모(Maemo)나 미고(MeeGo) 개발팀들과 갈등이 벌어지면, 결국 가장 힘센 심비안 부문이 의사결정을 주도했다. 마에모·미고 개발팀이 노키아와는 별도의 외부 기업이었다면, 이들은 조직 내부의 방해 없이 혁신에 매진해 성공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노키아의 몰락은 왜 판을 흔드는 단절적 혁신이 기득권 기업의 내부에서 일어나기 힘든지를 보여준 예다. 노키아는 R·D에 엄청나게 투자하고 벤처 정신을 살리기 위해 제3의 조직을 만들었지만, 결국 내부 기득권 그룹의 벽을 넘을 수는 없었다. 기득권이 클수록 기존 기업은 더욱 비대화하고 관료화한다. 이런 조직에서는 조직원들의 관심이 새로운 것보다는 기존의 것을 강화하고 유지하는 데로 갈 수밖에 없다.

수직계열화, 지배구조 차이

삼성전자와 노키아의 외부적 성공요인은 유사하다. 두 회사는 통신시장의 규제 완화와 새로운 이동통신 표준의 도입이라는 외부적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함으로써 세계적인 휴대전화 사업자로 발돋움했다. 이처럼 환경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주요인으로 최고 경영자의 강력한 리더십과 민첩성을 중시하는 경영전략이 꼽힌다는 점에서도 공통점을 갖는다. 휴대전화 사업의 급성장으로 기업 내 휴대전화 사업 비중이 급속히 증가한 것도 비슷하다. 그러나 노키아에 비해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이라는 상대적으로 중요한 사업 부문을 보유하고 있다는 차이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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