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Interview

“상품수출에서 사람수출로 성장시대에서 소비시대로”

기업인 변신한 변양균 前 청와대 정책실장

  • 배수강 기자 | bsk@donga.com

“상품수출에서 사람수출로 성장시대에서 소비시대로”

2/3
ICT 산업 한꺼번에 수출

“상품수출에서 사람수출로 성장시대에서 소비시대로”
▼ 새로운 사업 모델은 무엇인가.

“상품 수출에서 사람 수출로 관점을 바꿔야 한다. 상품보다 기술, 인력, 서비스로 승부를 내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대기업 중심의 제품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추진해 세계시장을 석권했지만, 이러한 방식이 일자리 창출이나 국민 복지와는 차츰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내가 현직에 있을 때 KSP(Knowledge Share Partnership) 해외원조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인도네시아 등에서 추진하려는 팬택 사업과 같은 개념이다. 단순히 저가 노동력을 활용하는 게 아니라 기술, 자본, 경영방식 등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자체를 한꺼번에 수출하는 새로운 방식의 해외진출 사업을 구상한다.



인도네시아는 ICT 산업에 대한 열망은 크지만 기술역량이 부족한 만큼 팬택 단말기를 활용해 다양한 사업을 펼칠 수 있다. 옵티스의 휴대용 프로젝터, 팬택 스마트폰, 인도네시아 IPTV 사업권을 결합한 ‘TV폰’을 선보일 수도 있고, 인도네시아 ‘자국폰’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첨단 ICT 노하우와 경험을 전수할 수 있다.”

KSP는 ‘경제발전 경험 공유사업’으로 불린다. 한국개발원(KDI)과 기획재정부가 개발도상국에 우리의 경제개발 노하우를 전수하는 일종의 한국식 원조 모델인데,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은 이를 우리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 촉매제로 활용한다.

▼ 왜 인도네시아인가.

“인도네시아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2억5000만 인구를 품은 시장도 크거니와, 인적 네트워크가 가동되고 있어 그곳에서부터 시작하는 거다. 앞으로 베트남, 필리핀, 미얀마, 스리랑카, 르완다 등지에서도 비즈니스를 벌일 계획이다.”

▼ 관료가 기업인으로 변신하는 건 쉽지 않을 듯한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가의 역할보다 중요한 게 기업의 역할이다. 시작은 정부에서 했지만 끝마침은 기업에서 하고 싶었다. 내가 근무한 경제기획원(현 기획재정부)은 해고나 좌천이 없어서 오랜 기간 직원들과 함께 일해야 했다. 설득과 이해를 무기로 소통하면서 문제를 해결해야 했는데, 기업에서도 그렇게 소통하면서 함께 만들어가려고 한다.”

▼ 우리 경제에 적신호가 켜진 지 오래다. ‘취업절벽’이란 말이 나올 만큼 청년고용 문제도 심각하다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 방식에 대해 몇 마디 하고 싶다.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 유연성’은 고용주의 권한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권한이 돼야 해결 가능하다. ‘국가 정책’은 곧 ‘자원 배분’인데, 1980년대까지는 자본을 선별적으로 지원했다. 1980년대 중반부터는 연구개발(R·D) 사업 지원을 통해 불특정 기업에 기술지원을 했지만, 결국 대기업 위주로 자원이 흘러갔다. 이런 지원 방식은 수명을 다했다. 이제 매년 18조 원이 넘는 돈을 노동이라는 생산요소에 지원해야 한다. 노동자의 기술력과 업무능력을 향상시켜 노동자가 언제든 다른 회사를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해고 우려에 불안해하거나 고용주에 매달릴 일도 없다.”

▼ 기술력이 좋은 노동자도 교육비, 주거비 때문에 가처분 소득은 줄어든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재정금융 확대정책은 필요하지만, 성장은 삶의 질 향상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우리는 이제 저금리 · 저물가 · 저성장으로 상징되는 ‘뉴 노멀(New Normal ·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표준) 시대’에 진입했다. 이런 시대엔 ‘소비하기 좋은 사회’가 돼야 한다. 고정관념의 전환이 중요하다.”

“재벌 실명제” 하자

▼ 고정관념의 전환?

“예를 들어, 주요 명산의 케이블카 건설을 불허하는 방침은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할아버지, 할머니가 어린 손자, 손녀와 산상에서 차 한잔하는 소비 장소를 무슨 권리로 빼앗는가. 인구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살고 있는 만큼 동해안 바닷가까지 한 시간이면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단풍철 설악산 가는 길이 왜 주차장이 돼야 하나. 이런 관점에서 소비하기 좋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 최근의 ‘롯데 사태’는 어떻게 보나.

“기업의 투명성이 부족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투명성은 정말 중요하다.”

▼ 투명성이라….

“재벌을 이야기할 때 흔히 헌법 119조 경제민주화 조항을 말한다. 나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사회적 특수계급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헌법 11조 정신을 말하고 싶다. 핏줄로 이어지는 특권계급이 한국의 재벌 아닌가. 필리핀과 남미가 쇠락한 것도 몇몇 특권 패밀리가 다스리는 나라가 됐기 때문이었다. 상당수 재벌 가문은 자녀에게 물려주기 위해 경영한다. 핏줄로 지배하는 마피아 가문과 뭐가 다른가.”

2/3
이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목록 닫기

“상품수출에서 사람수출로 성장시대에서 소비시대로”

댓글 창 닫기

2019/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