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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경제보고서 | LG경제연구원

위계(位階) 없애고 권한 나누고 별동대 풀었다

관료주의 극복한 기업들

  • 박지원 | LG경제연구원 연구원

위계(位階) 없애고 권한 나누고 별동대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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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중심의 조직 구축 유니클로

관료주의가 만연한 조직의 특징 중 하나는 고객이나 시장과 상당히 동떨어진 최고경영층이나 관리 부서에 상당한 권한이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현장의 상황과 목소리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채 보고에 의해 내용을 간접적으로 파악하게 되고, 결국 고객이나 시장의 변화, 니즈 등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릴 위험이 높아진다. 때로는 고객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알고 있는 구성원들이 리더의 의사결정이 잘못됐음을 인지하고도 따라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다.

유니클로(UNIQLO)는 1994년 히로시마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뒤 승승장구하는 듯했다. 그러나 전체 매출 규모는 커졌지만 점포 매출이 마이너스 성장세였다. 원인을 살펴보니 조직이 커지면서 CEO 산하의 본사 특정 부서가 이른바 핵심 부서로 자리매김하며 다른 부서와 매장들을 컨트롤하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고객과 가장 동떨어진 본사는 머리가 되고, 매장은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손발이라는 인식이 만연했다. 이로 인해 매장에서는 고객 니즈에 융통성 있게 대응하기보다 본사에서 내려온 매뉴얼대로 움직이는 등 수동적인 태도가 늘어났다.

유니클로의 야나이 다다시 창업자는 이러한 관료주의 행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점포 자립 중심으로 조직운영 체계를 전환했다. 사내 인재들을 대상으로 점포 경영을 맡길 경영자를 육성하고, 점장이 직접 매출이나 재고 관리를 할 수 있도록 경영권을 부여했다. 그 결과, 본부 관리 부서 주도의 일방적이고 수동적 경영에서 매장 중심의 능동적 경영으로 전환됐고, 매장 직원들도 고객 니즈에 더 귀 기울이고 직접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면서 발 빠른 경영을 실천할 수 있었다.



위계(位階) 없애고 권한 나누고 별동대 풀었다
중간관리자 계층 축소 자포스

피라미드 조직은 중간관리자를 양산하는데, 이들이 오히려 의사결정 속도를 떨어뜨리고 정보를 왜곡하는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수평적 조직 구축을 통해 중간관리자 계층을 대폭 축소하고 모든 구성원이 주도적으로 일하도록 한 회사가 있다. 온라인 신발· 의류 유통기업인 자포스(Zappos)다.

자포스 CEO 토니 셰이는 ‘어느 누구도 좋은 아이디어를 죽일 수 없고, 누구든 리더가 될 수 있으며, 독재자들을 견딜 필요가 없고, 열정을 죽이는 정책은 뒤집는 조직’을 만들겠다며 전통적 계층제 피라미드를 없애고 구성원들의 자율성을 기반으로 하는 홀라크라시(holacracy) 조직을 만들겠다고 선포했다.

이에 따라 사람을 관리하고 의사결정을 승인하는 감독 노릇을 계속 하고 싶은 관리자는 회사를 떠나달라고 요구했다. 구성원 중 14%가 사직서를 냈다. 토니 셰이는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모이는 서클(circle)형 조직을 구성함으로써 구성원들이 직접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지위에 의한 권위보다 구성원들이 전문성을 발휘하고 동료를 돕고 의미 있는 일을 주도적으로 수행하는 형태로 조직을 운영하겠다는 철학을 고수했다.

자포스와 같은 조직 형태는 최근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고어(Gore)나 모닝스타(Morning Star) 등이 중간관리자 없는 조직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고, 중고 의류를 판매하는 스레드업(ThredUP)이나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루커(Looker) 등 스타트업 기업들도 중간관리자급을 없애는 추세다.

관리 계층이 기득권 내려놓기 뉴코

관료주의를 벗어나려면 관리 계층이나 특정 부서에 집중된 기득권, 특권의식을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 특권의식이나 기득권을 내려놓고 조직을 위한 제 기능에 집중하는 솔선수범을 통해 비로소 구성원들의 신뢰가 견고해지고, 조직 전체의 변화의 물꼬를 틀 수 있기 때문이다.

철강회사 뉴코(Nucor)의 리더들은 특권을 누리기보다 평등의식을 기반으로 구성원들과 동등한 혜택을 추구하고 검소한 생활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뉴코의 전 CEO 켄 아이버슨은 “회사 계층구조 맨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특권을 부여하고 이를 과시하면서 정작 지출을 줄이고 수익률을 올리라는 자신의 말에 왜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는지 의아해한다”고 말한 바 있다. ‘위기경영’이라며 구성원들이 사용하는 작은 비용 하나하나는 통제하면서 정작 경영층들은 고급 차량 리스 비용, 운전기사 비용, 넓은 응접실과 집무실 등의 기득권을 놓지 않는 행태를 꼬집은 것이다.

뉴코에선 CEO를 비롯한 모든 리더가 해외 출장 때 여느 구성원들과 마찬가지로 이코노미 클래스를 이용한다. 회사 차량, 회사 전용기, 특별 주차 구역 등의 혜택도 없으며, 손님 접대도 회사 근처 샌드위치 가게 등에서 간단하게 한다. 리더의 기득권이 무조건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리더가 회사 업무에 솔선수범해 집중하는 올바른 경영자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구성원들과의 신뢰를 견고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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