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호

민선7기가 달린다

한왕기 평창군수

“평창 평화특례시, 동계아시안게임 남북 공동 주최 추진할 것”

  • 입력2018-09-02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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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한 스포츠 교류 전용 훈련 캠프 조성

    • 농축산업·관광레저산업 투 트랙 발전

    • 읍면별 특성 사업으로 남·북부 불균형 해소

    • 재검표 끝 24표차 당선은 ‘24시간 일하라’는 민심

    [김형우 기자]

    [김형우 기자]

    6개월 전 이곳에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93개국의 국기가 펄럭였다. 바로 그 앞에서 북한 응원단의 ‘깜짝 공연’이 펼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8월 초 다시 찾은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올림픽플라자에는 빈 국기게양대만 처량하게 서 있었다. 개·폐막식이 열린 올림픽 스타디움의 철거 작업도 마무리돼 언제 이곳에서 올림픽이 열렸나 싶다. 폐허 위에 솟은 성화대가 한때 감동의 현장이었음을 증언할 뿐이다. 올림픽의 유산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을 속수무책 지켜봐야 했던 한왕기(59) 평창군수는 가슴을 친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전 세계가 역대 가장 성공한 올림픽이라고 인정하지 않았습니까. 소치의 5분의 1 수준 예산으로 치러 ‘저예산 고감동’이라는 말까지 나왔는데 그 유산을 하나도 남기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됩니까. 행사가 끝나자마자 때려 부수기 바빴어요. 지난 5월 어린이날 연휴 때 올림픽의 감동을 다시 느껴보자며 찾아온 관광객들이 맨땅만 보고는 혀를 차며 ‘평창에서 올림픽이 열린 게 맞느냐’ ‘강릉에서 다 했구먼’ 하니 분통이 터질 수밖에요.”

    성공한 올림픽, 사라진 유산, 평창의 눈물

    7월 2일 민선7기 제40대 평창군수로 취임한 한 군수는 요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심정이다. 그나마 문재인 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개막식을 관람한 4층 VIP석이 철거되지 않은 게 다행이랄까. 그곳이 남북 화해와 세계 평화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민선7기 슬로건이 ‘평화의 시작, 새로운 평창’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남북으로 갈린 한반도, 분단된 강원도 땅, 그곳 평창에서 열린 ‘평화올림픽’은 남북 화해와 세계 평화의 출발점이 됐습니다. 역사에 새겨진 순간순간이 얼마나 감격스럽습니까. 그러나 감격으로만 머물면 안 됩니다. 이 평화를 올림픽 유산으로, 평창의 유산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평창 평화특례시를 추진하고자 합니다. 평화특례시 지정은 평창을 평화의 중심지로 부각하고 남북 교류협력과 평화의 성지로 발전시킬 것입니다. 물론 평창군만의 역량으로 추진하는 데에는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기에 강원도가 추진하는 ‘강원평화특별자치도’ 설치 특별법과 연계해 평화특례시 설치를 명문화하고 남북 스포츠 교류와 공동 훈련캠프 설치, 농·임·축산업 협력사업 추진, 세계평화포럼 개최 등을 남북교류 협력사업계획에 반영해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

    평창 토박이인 한 군수는 1986년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2000년 민선2기 첫 비서실장을 거쳐 2005년부터 2015년까지 관내 8개 읍면 중 남부권 2곳(미탄면, 방림면)과 북부권 2곳(용평면, 진부면)의 면장을 지냈다. 10년간 민생 현장을 훑으며 삼수 끝에 성공한 올림픽 유치 18년의 과정과 평창 주민들이 흘린 눈물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안다. 



    “평창군은 남부와 북부의 불균형 문제를 해소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올림픽을 치러야 낙후된 남부도 발전할 수 있다는 명분 아래 온 군민이 힘을 합쳐 올림픽 유치에 나선 겁니다. 그런데 올림픽 기반시설이나 교통망이 북부에 집중되다 보니 남쪽 지역은 균형 발전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고 있습니다. 평창읍은 올림픽을 치른 군청 소재지임에도 장평에서 이곳으로 들어오는 국도 31호선 공사는 올림픽이 끝나자 언제 완공될지 알 수가 없을 만큼 지지부진하고 국도 42호선은 안흥에서 끝나버렸어요. 4차로를 만들어달라는 것도 아니고 선형 개량만 하는 건데 이렇게 공사가 더디니 주민들 속이 상하는 것은 말로 할 수 없죠. 카지노장 가는 길은 잘도 뚫어주면서….”

    시 승격은 올림픽 유치 전 약속

    평창 토박이인 한왕기 군수는 10년 동안 관내 8개면 중 4개 면장을 지내며 민생현장을 훑었다. [김형우 기자]

    평창 토박이인 한왕기 군수는 10년 동안 관내 8개면 중 4개 면장을 지내며 민생현장을 훑었다. [김형우 기자]

    한 군수는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던 정부가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지원 근거가 없다”며 나 몰라라 하는 것에 대한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다. 

    “평창을 평화특례시로 만들자는 말에 의아해하는 분이 많은데 시 승격 문제는 이미 올림픽 유치 단계에서 나왔어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에 올림픽 개최지는 시 이상이어야 한다고 돼 있어 당시 시 승격 이야기가 나왔던 거죠. 일단 유치 신청서에는 평창시라 해놓고 유치에 성공하면 그때 시로 승격해도 늦지 않다고 판단한 건데 당시 그 일을 추진한 분들이 그만두고 나니 책임질 사람도 없는 거죠. IOC는 여전히 평창시로 알고 있어요.” 

    그러나 한 군수는 손 놓고 중앙정부 탓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법을 개정해서라도 평창올림픽의 유산을 남기고 이를 지역 발전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만큼은 단호했다. 

    “남북 스포츠 교류 한 분야만 보더라도 뜬구름이 아닌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집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남북한 스포츠 교류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평창에 남북한 스포츠 교류 전용 훈련캠프가 조성되면 대외적으로는 스포츠 분야의 남북교류 전진기지이자 대내적으로는 사계절 스포츠 관광지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우선 남북한 단일팀 훈련 장소는 알펜시아스포츠파크, 강릉빙상경기장 등 올림픽시설과 대관령면의 고원전지훈련장, 평창국민체육센터 등 기존 체육시설을 최대한 활용하면 됩니다. 훈련장과 공연장을 겸한 복합문화공간까지 만들어지면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남북 교류가 가능해집니다. 현재 강원도는 2021년 동계아시안게임 남북 공동 개최와 올림픽 1주년 기념 평화 교류 행사를 추진하고자 협의 중입니다. 평창군은 정부 부처와 강원도, 스포츠 종목별 협회 등 기관·단체와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해 평창 평화특례시 추진과 함께 남북이 스포츠뿐 아니라 각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교류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할 계획입니다.” 

    7월 25일 대관령면사무소에서 강원도-평창군 ‘원-팀 비전토론회’가 열렸다.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한왕기 평창군수가 참석한 이 토론회는 평화와 번영의 강원 시대를 여는 데 도와 군이 협력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마련하는 자리였다. 

    “강원도의 역점사업인 평화특별자치도와 연계해 특별법 제정 시 평창 평화특례시를 포함하는 데 긍정적 합의가 있었습니다. 또 평창을 주 개최지역으로 하는 평창평화포럼을 위한 재단법인 설립과 사업 예산 반영을 논의한 것도 큰 수확이었습니다. 올림픽 주요 시설의 사후 활용에 대한 국비 지원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평창올림픽특별법’을 개정하고 ‘평화기념관 및 테마파크’ 조성에 필요한 국비를 확보하는 문제, 강원도가 추진하는 ‘2021년 동계아시안게임 남북공동 개최’도 적극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이 밖에 강원도형 일자리 정책과 강원도 맞춤형 분권 추진에 적극적인 참여를 다짐한 부분과 향후 광역정부와 기초정부의 진정한 상생협력사업의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정례적 대화를 하기로 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열대야에 각광받은 ‘해피700’ 평창

    평창군의 총 면적은 1463.9㎢. 전국 행정구역 가운데 강원도 홍천(1819.6㎢), 인제(1646.3㎢)에 이어 세 번째로 크다. 한 군수는 “군사지역이 많아 활용 면적이 제한적인 홍천과 인제에 비해 군사지역이 거의 없는 평창이 실질적으로 가장 넓다”고 주장한다. 1463.9㎢ 중 도로, 하천, 농경지가 16%, 산림이 84%다. 다시 말해 평창의 미래는 바로 산림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지난여름 초유의 불볕더위가 계속되자 열대야 없는 ‘해피(HAPPY)700’ 평창이 새삼 각광을 받았다. 

    “‘HAPPY700’은 인간의 생체리듬에 가장 좋은 고도 700m를 의미하는 평창군의 대표 브랜드입니다. 1998년 선포 이후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해 이제 평창 하면 ‘HAPPY700’을 떠올릴 정도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올여름 700고지의 쾌적한 공간을 찾아 평창을 찾는 관광객이 늘면서 8월 5일 막을 내린 평창더위사냥축제는 지난해보다 1만2000여 명 더 많은 8만7000여 명의 방문객이 몰렸고, 지금도 대관령 고원지대는 무더위를 피해 찾아온 이들로 북적이고 있습니다.” 

    해발 700m 고원지대는 사람뿐만 아니라 농작물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교차가 큰 기후 조건에서 식물은 어느 지역보다 ‘마디게’ 자란다. ‘마디다’는 말에는 자라는 속도가 더디다는 뜻과 단단해서 쉽게 닳거나 없어지지 않는다는 뜻이 있다. 

    “일반 배추와 고랭지 배추의 차이는 잎을 꺾어보면 알 수 있어요. 단단한 평창 배추는 딱 하고 부러지는데 물렁물렁한 일반 배추는 휘어지지 잘 부러지지 않아요. 이곳 작물들은 큰 일교차를 견디면서 ‘마디게’ 큰 만큼 단단하고 영양분이 농축돼 있죠. 감자도 마찬가지예요. 다른 지역에서는 90일 만에 캐는데 이곳에선 120일씩 키우기 때문에 마디게 커서 저장성이 좋고 영양이 풍부해요. 감자, 옥수수, 배추 외에도 파프리카, 멜론, 사과, 산양삼이 전국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며 수출되고 있어요. 평창한우도 빼놓을 수 없죠. 고기의 품질은 썰었을 때 칼에 지방이 묻어 나오느냐 아니냐로 간단히 구별할 수 있어요. 평창한우는 지방까지 깨끗하게 썰리죠. 가축도 고지대에서 키워야 마블링이 단단하고 그만큼 맛있어요.” 

    전통적인 농축산업과 관광레저산업의 투 트랙 발전 전략을 세우고 있는 평창군은 올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새롭게 추진하는 농촌 신활력플러스사업에 선정돼 70억 원을 지원받는 경사도 있었다. 특히 서울대 평창캠퍼스 허철성 교수를 단장으로 ‘평창 프리미엄 농식품 플랫폼 추진단’을 구성한 것이 주효했다. 앞으로 평창 지역의 우수 특용·약용작물을 고부가가치 기능성 농식품으로 개발해 지역 내 가공업체로 기술을 이전하고,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등 산업 고도화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24표 차, 초박빙 승부의 각오

    한왕기 군수는 6·13 지방선거 개표 당일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3위까지 올라갈 만큼 전국적인 화제의 인물이었다. 밤새 엎치락뒤치락 혼전을 거듭하다 재검표까지 간 끝에 24표 차로 당선된 것. 그만큼 민선7기를 시작하는 한 군수의 각오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저는 ‘24표의 의미’를 임기 4년 동안 ‘24시간 열심히 일하라’는 군민 여러분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평창 발전의 결과로 보답하겠습니다. 선거기간 동안 군민께 약속한 공약을 4년간 차질 없이 실천해 임기가 만료되는 날, 전국에서 가장 일 잘하는 군수로 다시 한번 포털사이트 검색어 3위까지 올라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평창군의 남부와 북부지역은 다양한 부분에서 차이가 있고, 불균형도 존재합니다. 우선 좋은 교통망과 올림픽 기반시설이 있는 북부권에는 세계평화포럼 개최, 대관령 국제산악관광지, 국제문화예술 치유센터, 이효석 문화혁신학교 설립 등을 추진하고, 북부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반시설이 빈약한 남부권에는 스포츠 훈련캠프 조성, 서울대의 특허 및 기술력과 연계한 우량기업 유치를 통한 신도시 조성, 노산 초식동물 사파리 조성 등 사계절 가족 관광이 가능한 관광 기반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이와 같이 읍면별 지역 특성에 맞는 사업을 추진해 지역 경쟁력을 대폭 높이고 모든 경험과 힘을 평창의 고른 발전에 쏟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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