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호

금융 이슈

잇따르는 P2P대출 위험 경보

투자해? 말아? 기다려?

  • | 최호열 기자 honeypapa@donga.com

    입력2018-08-26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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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차산업 첨병으로 각광받는 P2P금융 (P2P대출)이 요즘 말썽(?)을 부리고 있다. 최근 잇따라 사기·횡령· 잠적· 부도 등의 사건이 발생해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P2P대출 시장은 이대로 무너질 것인가.
    지난 8월 1일 경기도 일산동부경찰서는 고수익을 내주겠다며 투자자1600여 명으로부터 약 140억 원을 편취한 P2P대출 플랫폼업체 2곳의 운영자와 대표를 구속했다. 이들은 P2P대출과 상관없는 업체의 사업자등록증과 관련 서류 등을 확보해 근저당권을 위조하는 등의 수법으로 투자자들을 속여투자금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앞서 2017년에 머니옥션과 골든피플이 파산 또는 회생 절차에 들어간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펀듀, 2피엠펀딩, 헤라펀딩, 아나리츠, 폴라리스, 더하이원펀드, 오리펀드 등이 투자금 상환에 문제를 일으켰다. ‘펀듀’는 대출 연체율이 90%를 넘자 사업장을 폐쇄하고 대표가 해외로 도피해버렸고, ‘헤라펀딩’은 130억 원대의 대출 잔액을 남겨놓은 채 부도 처리됐다. ‘아나리츠’는투자자 1만여 명에게서 1138억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투자금대부분을 선순위 투자자에게 원금과 이자로 주는 일명 돌려막기와 주식 투자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설립된 오리펀드는 월 15%에 달하는 부동산·동산 펀딩 상품을 연일 내놓으며 석 달 만에 200억 원가량의 투자금을 모았지만 경영진이 돌연잠적해 투자자 약 1300명이 약 130억 원의 상환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2피엠펀딩도 연체율이 68.5%를 넘어서자 회사 대표가 지난 5월 700억 원대 자금을 챙겨 일본으로 도주했다. 업계에선 이들 외에도 위험한 업체가 더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돈다.


    부동산 담보대출 ‘쏠림’ 현상

    P2P대출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개인 간 대출이 이뤄지는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소셜미디어 등을 활용해 투자금을 모으는 것)’의 한 종류다.P2P 업체들은 투자자를 모아 돈이 필요한 차주에게 투자금을 빌려준 뒤, 원금과 이자를 받아 투자자에게 되돌려주고 중계수수료를 챙긴다.

    금융시장이 발달한 해외에서는 P2P대출이 중금리 신용대출을 제공하는등 금융소외 계층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 소상공인과 영세기업 등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힘든 이들에게 운영자금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안금융’으로 각광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만성적인 수요 초과의 대출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면서 그동안 기존 금융권에서 소화하지 못한 다양한 대출 수요를 충족시키며 성장해왔다. 2015년 373억원(17개사)이던 시장 규모가 지난해 2조3000억 원(183개사), 올 7월 말 3조8793억 원으로 급성장했다.



    전문가들은 잘나가던 P2P대출이 갑자기 위험한 천덕꾸러기가 된 원인은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대출 등 부동산 관련 대출에 ‘몰빵’한 때 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 올 7월 말 기준, PF대출(43.2%)과 부동산 담보대출(22.8%)이 전체 P2P대출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한국P2P금융협회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총 61개 회원사 가운데 48개사(약 80%)의 개인신용대출잔액이 ‘0원’이었을 정도로 ‘부동산 쏠림’ 현상이 극심했다. 문제는 부동산PF대출은 연체율 5%, 부실률 12.3%로 전체 평균보다 2배 이상 높다는 점이다.실제 사고가 난 업체 대부분이 부동산 대출 중심 회사였다


    7(영국) 대 186(한국)

    왜 우리나라 P2P대출에서 부동산 담보대출 비중이 높은 것일까. 국내에 P2P금융이 등장하던 2015년부터 2018년은 한국 부동산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시기였다. 부동산에 투자하면 망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P2P금융까지 그대로 이어진 것이다. 반면 미국 등 전 세계에서 P2P금융이 등장한 것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발생 직후로 부동산에 대한 신뢰가 크게 하락한 상태였다. 당연히 신용대출 중심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P2P 관련 대출업의 경우 자본금 3억 원이면 설립할 수 있고, 실질적인 다른 규제는 없는 현실도 P2P대출 업체 난립을 부추겼다. 영국의 경우 협회에 등록된 업체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7곳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현재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업체만 186개에 달한다. 수익성만 기대하고 뛰어든 업체들은 적은 직원 수, 금융에 대한 인식 부족, 대출 심사 인력 부족 등으로 인해 베끼기식 상품 운용, 부동산 대출 ‘몰빵’으로 시장 왜곡을 심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가 줄을 잇자 금융감독원은 P2P대출업체에 대해 현장점검을 한 결과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을 발견했다. ①PF사업 진행이 불투명한데도 이를 간과한 채 대출이 진행돼 부실 발생, ②리워드라는 이름의 경품 과다 제공, 허위 공시, 투자 위험 미공시 등 불건전 영업행위, ③차주에게 사실상 장기로 대출하면서 투자자에게는 3개월 정도의 단기로 조달받아 직전 투자자에게 원금을 상환하는 이른바 ‘돌려막기’, ④P2P대출업체가 부실화되더라도 청산에 관한 기준이 없어 원리금이 정상 상환되고 있는 대출채권이 대부업자에게 매각되거나 상환금이 다른 투자자에게 배분될 위험성이 높은 사례 등이다.

    이자 수익 세율 대폭 낮춰

    많은 투자자와 언론에서 ‘이제 P2P대출 시장은 끝났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과연 그럴까? 김한옥 SM기업금융연구원장(전 KB국민은행 기업금융그룹 부행장)은 “P2P대출은 투자자는 은행 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대출자는 기존 금융기관에서 받지 못한 대출을 받을 수 있고, 무엇보다 다양한 담보와 운용 체계를 가질 수 있는 유연성으로 인해 그 나름대로 경쟁력이 있다. 최근 사태는 장기적으로 보면 긍정적으로 작용해 P2P대출시장이 정착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사태를 계기로 P2P대출이 기술 기반 신용대출로 거듭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빅데이터, 고객 정보, 상품 심사 방법 개발 등을 통해 제대로 된 상품을 개발하고, 자금 관리의 과학화·전산화 등 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렌딧은 빅데이터 분석과 머신러닝에 기반한 심사평가 모델을 자체 개발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8퍼센트 역시 자동분산투자 시스템을 도입해 투자자의 리스크를 줄이고 있다. 테라펀딩은 투자자가 원하는 투자금액, 수익률, 투자 기간, 평가등급 등을 사전에 설정해두면 조건에 맞는 상품의 대출금 모집 시 자동으로 투자가 이뤄지는 시스템을 제공 중이다. 어니스트펀드는 기존 신용정보 위에 자체적으로 개발한 머신러닝 신용평가모형을 도입해 개인 대출자들의 신용등급을 매기고 있다. 

    문제는 남아 있다. 현재 P2P대출 관련 법률이 없어 금융 당국은 P2P대출 업체와 연계된 대부업체만 감독할 수 있다. 국회에 관련 법률이 계류 중이지만 언제 통과할지 알 수 없다. 관계자들은 P2P대출에 대한 법안이 하루빨리 통과돼 금융 당국의 규율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나마 희소식이 들려왔다. 그동안 P2P대출 투자자들은 수익의 27.5%를 세금으로 내야 했다. 정부는 7월 30일 발표한 ‘2018년 세법개정안’에서 등록된 P2P대출업체를 통할 경우 은행 이자수익처럼 15.4%의 세금만 내면 되도록 바꿨다. 이 정도면 P2P대출에 투자할 메리트가 생겼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P2P대출 시장이 다시 성장 가도를 달릴지, 이대로 무너질지는 P2P대출업체들의 자정과 노력에 달려 있다.

    interview | 임명수 한국P2P금융투자협회 회장
    “P2P금융은 대부업 아닌 핀테크산업 인식 가져야”

    -요즘 P2P투자 시장 분위기는 어떤가. 

    “무척 안 좋다. 최근에만 해도 7개 업체가 폐업한 것으로 알고 있다.”

    -왜 그렇게 된 건가. 

    “지난 연말연초에 가상화폐가 폭등하면서 자금이 그쪽으로 몰리며 자금유동성이 떨어졌다. 게다가 P2P대출이 PF대출과 부동산 담보대출에 치우쳐 있다. 부동산 경기에 따라 부실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지금은 성장통을 겪는 단계라 할 수 있다. 이 위기를 넘기면 P2P대출이 중금리 시장을 선도하게 될 것이다.”

    -P2P대출 플랫폼 회사에 조언한다면. 

    “P2P대출은 엄연한 금융이다. 그런데 지금 업체 임원들을 보면 대부분 PF전문가, 건설시행업자, 대부업자들이지 금융전문가는 거의 없다. 은행에서 금융상품을 개발한 사람은 극히 드물다. 원래 P2P대출은 돈을 값을 능력은 있는데 신용이 낮아 은행권 대출을 못 받는 사람을 위해 만든 중금리 상품이다. 이처럼 자금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다양한 상품을 적극 개발해야 한다. 예를 들어 홈쇼핑에서 제품을 팔기로 계약한 기업이 있다고 하자. 방송 전에 물건을 만들어야 하는 등 돈이 필요하다. 그 돈은 홈쇼핑에서 물건을 팔고 20일 정도 지나면 정산받을 수 있다. 따라서 물건 제작비를 한두 달 정도 융통하면 되는데 은행에서는 안 빌려준다. P2P대출이 공략해볼 시장이다. 약속어음 할인도 새로운 시장이 될 수 있다. 2016년 전자어음 발행 시장이 500조 원 규모인데, 은행에서 할인받을 수 있는 어음은 20조 원에 불과하다. 사채 시장에서 3조 정도 유통되고, 나머지 95%는 어음을 받은 회사에서 만기 때까지 활용할 수가 없다.”

    -안전한 P2P대출 투자 요령이 있다면.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업체인지 확인하고, 철저하게 소액 분산투자하는 게 좋다. 금감원과 한국P2P금융협회, 개별 회사 홈페이지에 대출 규모, 상환율, 연체율, 대손율 등이 공개되긴 하지만 그게 안전을 담보해주지는 않는다. 부동산 담보대출 비율이 너무 높은 곳, 리워드(추가 제공)가 너무 많은 곳은 주의해야 한다. 설립된 지 오래된 회사, 투자자 카페에서 평판이 좋은 회사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일부에서 부동산PF 상품을 ‘부동산 상품’이라고만 소개하는 업체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부동산 담보대출은 준공을 눈앞에 둔 상품을 고르는 게 좋다.”

    -금융 당국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하루빨리 P2P금융 관련법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처럼 대부업법의 규제를 받는 상태에서는 P2P금융회사들이 자금을 조달하기도,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내기도 힘들다. P2P금융은 대부업이 아니라 핀테크 산업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잇따른 P2P대출 위험경보’ 관련 바로잡습니다   
    본 매체는 2018년 9월호 ‘잇따르는 P2P대출 위험 경보’ 기사의 자료화면에서 ‘펀딩플랫폼’ 로고를 노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펀딩플랫폼은 보도 내용과 무관하며, P2P금융에 대해 설명하고자 사용된 사례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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