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호

책 속으로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外

  • | 송홍근, 송화선, 고재석 기자, 최창근 객원기자

    입력2018-09-02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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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가에 들어온 한 권의 책  

    |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
     세상의 부모들에게 던지는 가슴 먹먹한 메시지  

    고레에다 히로카즈, 사노 아키라 지음, 이영미 옮김, 블루엘리펀트, 303쪽, 1만3800원

    고레에다 히로카즈, 사노 아키라 지음, 이영미 옮김, 블루엘리펀트, 303쪽, 1만3800원

    “아빠는 아빠도 아니야.” 

    “그렇지 하지만 6년 동안은…. 6년 동안은 아빠였어. 많이 부족하기는 했어도 아빠였잖니.” 

    일류 대학을 졸업하고 대형 건축회사에서 승승장구하며 도쿄 중심가 최고급 맨션에서 아름다운 아내와 함께 순탄한 삶을 살고 있는 료타. 

    료타는 자신의 어린 시절 모습과 다른 아들 게이타가 왠지 성에 차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료타는 게이타가 병원에서 누군가의 실수로 뒤바뀐 아이라는 것을 알고 깊은 고민에 빠진다. 6년간 함께 지낸 아들이 ‘진짜 아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안다면 당신은? 

    2013년 한국에서 개봉해 호평받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가 감각적 문체의 동명 소설로 재탄생했다. 영화는 국내 개봉 당시 평단의 열광적 지지와 찬사를 받으며 다양성 영화 최단기간 관객 수 1위 달성이라는 흥행 기록을 세웠다. 2013년 칸영화제 심사위원상과 산세바스티안영화제·밴쿠버영화제 관객상을 휩쓸며 작품성·흥행성을 함께 인정받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영화를 통해 6년간 키운 아들이 뒤바뀐 것을 알게 된 두 가족 이야기를 특유의 잔잔하면서도 섬세한 시선으로 그려내면서 부모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우리에게 묻는다. 블루엘리펀트가 8월 1일 출간한 이 책은 영화의 감동을 소설로 옮긴 작품이다. 평소 글쓰기를 즐기는 고레에다 감독이 작가 사노 아키라와 함께 소설화했다. 영화만큼이나 진한 여운을 남긴다. 

    고레에다는 일본이 자랑하는 영화감독이자 TV디렉터, 다큐멘터리 작가, 소설가다. “영웅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구질구질한 세계가 문득 아름답게 보이는 순간을 그리고 싶다”고 그는 말한다. 감정을 직접 드러내기보다 일상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작품을 통해 세계와 대화를 이어간다. 2018년 ‘어느 가족’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오바마는 왜 트럼프처럼 김정은을 다루지 않았을까
    신석호 지음, 린쓰, 304쪽, 1만4500원 


    저자는 탁월한 기자면서 북한학 박사다. 동아일보 국제부장과 워싱턴특파원을 지냈다. 북·미 정상회담이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왜 전임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는 이러지 못했을까.’ 저자는 워싱턴 특파원으로 현장에서 취재한 경험과 확보한 증언을 바탕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10가지를 오바마 행정부 때 정교화된 ‘전략적 인내’로 상징되는 ‘대북정책 패키지’의 연장선상에서 분석한다.


    공작
    김당 지음, 이룸나무, 522쪽, 1만8000원 


    남과 북을 오간 이중 스파이 흑금성의 시크릿 파일이다. 2018년 한반도를 둘러싼 대변혁의 분위기를 읽는 데 참고할 만한 책이다. 99% 사실과 1% 허구로 구성된 이 책은 한국의 첩보 공작 역사상 최초로 ‘국정원의 창’이 북한 국가안전보위성의 방패를 뚫은 놀라운 ‘첩보 성과물’에 대한 흥미진진한 뒷얘기로 가득 차 있다.

    | 스케일 |
    생물·도시·기업의 성장·죽음에 관한 법칙

    제프리 웨스트 지음, 이한음 옮김, 김영사, 664쪽, 3만 원

    제프리 웨스트 지음, 이한음 옮김, 김영사, 664쪽, 3만 원

    저자는 오랫동안 우주의 진화 등을 연구하는 이론 물리학자로 살았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공부하고, 코넬대 MIT 하버드대 등의 강단에 섰다. 그러다 나이가 쉰에 이를 무렵, 문득 생명과 노화에 관심을 갖게 된다. 집안 남자 대부분 50대를 전후로 생을 마감한 가계 때문이다. 

    살펴보니 지난 세기 급속하게 진행된 과학기술 발달에도 인간 수명은 거의 늘어나지 않았다. 영아 사망률이 혁신적으로 낮아지면서 평균 수명이 늘긴 했지만, 일정 연령까지 살아남은 사람이 삶을 지속하는 기간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저자는 ‘그사이 보건, 의학, 생활수준에 엄청난 발전이 이뤄졌음에도’ 인간 수명은 제자리걸음을 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란다. 이는 인간이 살 수 있는 최대 연령이 정해져 있다는 깨달음으로 이어지고, 이때부터 그는 ‘인간은 왜 기껏해야 120년밖에 살지 못할까. 수명의 한계를 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등에 대해 본격적으로 탐구하기 시작한다. 

    저자가 물리학, 수학, 생물학 등 여러 학문 분야를 넘나들며 찾아낸 해답은 ‘크기(스케일·scale)’다. 그에 따르면 동물 몸집이 2배가 될 때 필요한 에너지 양은 75% 늘어난다. 크기가 2배가 될 때마다 에너지가 약 25%씩 절약되는 셈이다. 순환계 효율도 체중에 비례해 증감한다. 평균 체중이 다른 종의 2배인 종은 순환계 효율이 25% 높고, 수명도 25% 길다. 저자는 치밀한 연구를 통해 이 ‘법칙’이 인간 등 포유류뿐 아니라 조류, 어류, 갑각류는 물론 세균과 세포에까지 거의 모두 적용됨을 보여준다. 이때 생물학적 삶의 속도는 생물 크기에 따라 ‘체계적이고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감소하고, 생물의 최대 수명도 이를 통해 사실상 ‘결정’된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도시화의 끝은 인류 문명 종말? 

    생물뿐만이 아니다. 저자는 기업과 도시의 생로병사 역시 ‘스케일’의 영향을 받는다고 말한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도시의 경우 인구가 2배로 늘면 필요한 도로, 전선, 수도, 가스관의 총 길이, 주유소 수 같은 기반시설이 85% 증가한다. ‘규모의 경제’로 15%가 절약되는 셈이다. 반면 독감 환자 수, 범죄 건수 같은 부정적 요소는 115% 늘어나는 형태를 보인다. 인구 증가 폭보다 15%가 더 크다. 저자는 다양한 수식과 통계를 통해 이 ‘법칙’이 실제로 세계 각지 도시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음을 증명해 보인다. 자 그렇다면 결론은 자명하다. 현재 세계 곳곳에서 급속하게 이뤄지는 도시화의 끝은, 생물의 ‘죽음’과 다를 바 없는, 인류 문명의 ‘종말’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나는) 도시, 기업, 우리 몸이 서로 대단히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하며, 각각이 조직화, 구조, 동역학 측면에서 놀라우리만치 체계적인 규칙성과 유사성을 보여주는 보편적인 주제의 변주곡임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그는 사람들이 ‘영원불멸할 듯 보이는 도시(혹은 인간 문명) 또한 머잖아 소멸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느끼게 하려는 듯하다. 그 결론에 이르기까지 우리 주위에 단순하면서도 거대한 질서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논증하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 한번은 경제공부 |
    케인스 자장 속 친절한 경제 교양書

    로버트 하일브로너·레스터 서로 지음, 조윤수 옮김, 부키, 360쪽, 1만6000원

    로버트 하일브로너·레스터 서로 지음, 조윤수 옮김, 부키, 360쪽, 1만6000원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J노믹스)의 두 뼈대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이다. 소득주도성장의 사상적 뿌리는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유효수요 이론이다. 혁신성장은 조지프 슘페터가 꺼내 든 ‘창조적 파괴’에 빚지고 있다. 기업가의 혁신 의지를 자극해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시각 말이다. 

    집권 초기 문 정부 경제팀이 더 따르는 인물은 케인스다. 하위계층의 가계소득을 높여 경제에 활력을 돌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세계적 경제학자인 저자들의 마음을 훔친 인물도 케인스다. 저자들은 케인스가 1930년대 대공황을 해결한 자본주의의 구원투수라고 평한다. 무슨 일이 있었나. 대공황은 허리케인처럼 전 세계를 강타했다. 미국 노동자의 4분의 1이 일자리를 잃었다. 100만이 넘는 미국 도시 가계가 대출금을 갚지 못해 삶의 터전에서 쫓겨났다. 

    케인스는 그 원인을 불완전 고용과 불평등한 부의 분배에서 찾았다. 이에 케인스는 정부가 개입해 적극적 재정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공채를 발행해 돈을 확보하고 이를 공공사업에 써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이렇게 해서 가계부문 소득이 늘면 이는 다시 소비로 이어질 거라는 게 케인스의 청사진이었다. 구상을 현실로 옮긴 사람은 미국의 플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다. 책의 설명대로라면 케인스는 “자본주의를 수리한 엔지니어”의 지위를 얻었다. 

    출판사 말마따나 책은 “숲을 그려주며 경제의 세계로 안내하는” 친절함을 지니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케인스주의의 자장 안에 있다. 그 이유를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세속의 철학자들’로 더 유명한 로버트 L. 하일브로너는 신고전파 경제학뿐 아니라 마르크스주의 경제학과도 거리를 둬왔다. 하일브로너를 좌파 경제학자로 알고 있는 독자들은 책에서 “마르크스가 위대한 사상가 반열에 속한다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지만 자리를 만들어준다면 경제학자 대열이 아니라 역사학자 대열이 적합하다”는 문구를 볼 때 사뭇 놀랄 터. 레스터 서로는 ‘뉴딜 정책’의 상속자인 린든 존슨 대통령 시절 경제자문위원을 지냈다. 

    이 때문에 책에는 “공황 재발을 막으려는 의지가 정부 지출과 정부 개입을 이끈 분수령이었다. 케인스의 시각은 혼합 경제로 이행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식의 비평이 등장한다. 그러다 보니 책을 읽다 보면 문 정부의 경제정책이 자꾸 아른거린다. 책에서 슘페터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데, 혁신성장보다 소득주도성장에 무게를 실은 J노믹스의 현주소를 반영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우리 기쁜 젊은 날
    진회숙 지음, 삼인, 408쪽, 1만5000원 


    음악평론가, 클래식 교양서 전문 작가로 활발한 방송 및 집필 활동을 하는 저자가 자기 세대에 바치는 장엄하고 애틋한 서사다. 부제는 ‘응답하라 1975-1980’. 1970년대 대학에 들어가 당대의 현실에 맞서 투쟁할 수밖에 없었던 가난하고 순수하고 뜨겁지만 그만큼 서툴기만 했던 세대의 자화상이다.

    과학 같은 소리 하네
    데이브 레비턴 지음, 이영아 옮김, 더퀘스트, 300쪽, 1만3500원 


    정치인들은 개인적 신념이나 정치적 이득을 위해 때때로 과학을 교묘하고 조심스럽게 조작한다. ‘진짜 강간이라면 임신할 리 없다’는 이상한 말로 낙태를 금지하려고 한 전 하원의원 도드 아킨부터 “지구온난화는 미국 제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려고 지어낸 말”이라고 트위터에 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까지. 정치인의 헛소리와 거짓말을 과학적으로 파헤쳤다.

    | 귀스타브 도레의 판화성서 |
    魂으로 새겨 만든 아름다운 책

    귀스타브 도레 그림, 신상철 해설, 한길사, 528쪽, 33만 원

    귀스타브 도레 그림, 신상철 해설, 한길사, 528쪽, 33만 원

    “우리 주를 축복하리니.” 

    중세 유럽 수도원에서 기도를 올릴 때 수도사들은 ‘성서’를 두 손으로 받들고 찬송했다. 그리스도는 ‘말씀’이며 성스러운 책을 통해 ‘육체’를 지닌다. 기독교 이전 고대 신들이 책이나 두루마리를 손에 든 예는 없다. 지난날 유럽에서 독서는 성서 속 이야기를 축납(祝納)하는 행위를 의미했다. 

    ‘근대 일러스트의 아버지’로 불리는 삽화가 귀스타브 도레는 자신의 혼(魂)을 담아 성화(聖畵) 241점을 판화에 새겼다. 상상력이 아닌 사료에 입각했다. 그의 손끝을 빌려 기독교가 세상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생명력을 얻었다. 

    도레의 성서 이미지는 몽환적이면서 경이롭다. 서정적이고도 웅대한 힘을 지녔다. 작품 한 점 한 점이 독립된 명작이다. 고흐와 피카소를 매혹했던 세밀한 선과 터치도 백미다. 19세기 유럽 부르주아에게 도레의 판화 성서는 소장 자체가 자랑이었다. 

    이 책의 해설을 맡은 신상철 고려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도레의 성화는 독창적이고 창의적이다. 종교적 신성함, 사실적 묘사 등이 스펙터클해 보는 사람에게 감동을 준다. 예수의 고난과 부활은 도레 성화의 절정”이라고 평한다. 

    도레의 성서는 한 권의 아름다운 책이자 또 하나의 미술관이다. 성화에 해당하는 성서 구절을 넣어 거룩한 말씀을 읽는 즐거움도 더했다. 

    한길사와 한길책박물관이 공동 기획한 이 책은 그 자체가 ‘토털 아트’다. 크기 285x423cm, 무게 5.5㎏에 달한다. 세계 문화사에 빛나는 아름다운 책을 다시 펴내자는 ‘큰 책 시리즈’의 첫 번째 성과물로 세상에 나왔다. 저본은 한길책박물관이 소장한 1866년판 ‘The Holy Bible: Old and New Testaments’다. 

    이 책은 점점 사라져가는 서치(書癡·책 미치광이), 장서광의 욕망도 자극할 듯하다. 한정판 1000부만 발행했고, 권마다 고유번호가 있다. 도레가 살았던 시대에는 사람들이 희귀본을 손에 넣고자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고, 때로는 살인까지 저지르는 광기가 남아 있었다. 책이 널리 읽히지 않는 오늘날, 지상의 단 1000명에게만 소유가 허락된 이 책을 손에 넣고자 벌이는 서치와 장서광의 엽기적인 뒷이야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최창근 객원기자 caesare21@hanmail.net

    傳, 불후로 남다
    안세현 지음, 한국고전번역원, 292쪽, 1만2000원 


    조선 문인이 기록한 ‘전(傳)’ 가운데 교훈과 흥미를 주는 글을 뽑아 주제 별로 엮은 책이다. 전은 한 인물의 사적을 기록하는 산문 문체로 대개 가계, 행적, 논찬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행적은 작가의 창작 의식에 따라 취사선택하게 마련이고 논찬 역시 작가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전의 작가와 대상 인물은 시대를 초월해 교감한다.


    동물에게 배우는 생존의 지혜
    송태준 지음, 유아이북스, 224쪽, 1만4000원 


    인류가 지구에 등장하기 전부터 동물은 지구에 뿌리내리고 살았다. 동물이 보이는 삶의 방식은 다양하다. 지구상에서 으뜸가는 단거리 육상 선수인 치타도, 하루에 18시간 잠을 자는 느림의 대명사인 나무늘보도 각자 자신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간다. 프랑스 철학자 볼테르는 말했다. “동물은 사람에 비해 나은 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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