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호

“반기문·오세훈·황교안 ‘3대 벤처’ 동시 배양”

朴 대통령이 쥔 차기대권 ‘히든카드’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 song@yeongnam.com

    입력2015-10-16 16: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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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기문 ‘성완종’으로 위기, ‘새마을’로 복원?
    • 오세훈 ‘제2의 오·박 연대설’ 솔솔
    • 황교안 朴 마음속 이상형 공무원?
    “반기문·오세훈·황교안 ‘3대 벤처’ 동시 배양”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내년 총선 때 자기 세력을 많이 당선시켜 ‘대권 가도의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을 구축하려 하는지 모른다.

    친박근혜계는 속으로 이렇게 걱정한다고 한다. ‘총선 후 김무성계가 확대되고 친박계가 몰락하면 박 대통령은 레임덕에 접어들고 친박계 대선주자는 사멸할 것’이라고. 반대로 김 대표 측은 이렇게 우려한다고 들린다. ‘공천 게임에서 친박계에 밀리면 악 소리 한 번 못 내고 그길로 물갈이 참화를 당한다’라고.

    이런 각자의 절박한 이유 때문에 김 대표 측과 친박계는 ‘본 게임’(공천)에 앞선 ‘몸 풀기’(공천 룰 변경)에서부터 격돌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양측은 전면전으로 무작정 치달으면 총선에서 공멸할 수 있다는 점을 안다. 이들은 ‘새누리당 과반 확보’와 ‘자기 계파 지키기’를 동시에 이뤄야 하는 고차방정식 문제 앞에 서 있다. 그래서 싸우고, 화해하고, 또 싸우기를 반복한다.

    靑 “코멘트할 처지 아니다”

    친박계가 보기에 김 대표는 ‘청와대가 강력 반대하고 친박계에 절대 불리한 공천 룰’을 야당 대표와 얼렁뚱땅 합의했다. 본색을 드러냈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신박(新朴)’과 원조 친박은 김 대표를 직접 공격한다.



    신박 원유철 원내대표는 “공천에 김 대표의 리더십이 필요 없다”고 말했다. 에두를 것도 없이 김 대표를 향해 직격탄을 쏜 것이다. 김 대표가 “우선추천 지역에 대구·경북과 강남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하자, 그는 ”지역적 제약을 두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신박 김태호 최고위원은 “현역 의원 컷오프가 불가피하다. 전략공천이 필요하다”며 김 대표의 보호막을 공격했다.

    원 원내대표와 김 최고위원은 김무성 대표와 인연이 있다. 김 대표는 김영삼 전 대통령(YS) 밑에서 정치를 배웠다. 원 원내대표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에 다니던 1987년 지도교수의 양해를 얻고 YS 캠프에 참여해 현장수업을 했다. 그는 ‘원유철은 계파색이 옅다’는 김 대표의 판단 아래 원내 사령탑에 올랐다. 김 최고위원은 서울대 농업교육학과 재학 시절 YS의 오른팔이던 고(故) 김동영 전 의원 집에 입주과외를 하며 상도동을 들락거렸다. YS가 이끌던 민주산악회가 등반할 때 ‘짐꾼’ 노릇도 했다. 그러나 두 사람 다 이런저런 인연 따지며 전쟁 치를 순 없다고 생각한 듯하다.

    원조 친박은 차기 대권과 관련한 ‘김무성 대안론’ 확산에 주력한다. 윤상현 대통령정무특보(의원)는 “당 지지율은 40%인데 김 대표 지지율은 20%대에 머문다. 지금 여권 대선주자를 말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대안은 영남에도 있고 충청에도 있다”고 말했다. 이정현 최고위원은 “김무성 대표가 유력한 주자로 꼽히지만 대안이 나올 수 있다. 당 안팎에 많다”고 했다. 원 원내대표는 “총선 뒤 수도권에서도 4선, 5선 의원이 많이 나올 것이다. 충분히 대권주자가 나올 만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런 양상을 보면, 친박 내부에서 ‘김무성 대안’ 연구가 실제로 있었을 법하다. 청와대 고위 인사는 김무성 대안에 관한 박 대통령의 의중에 대해 “코멘트할 처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朴 - 金 피로감 누적과 대안론

    한 여권 인사는 “박 대통령 측이 선거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고 전제하면서도 “다만 대선주자에 대해 호불호를 가질 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 측이 김무성 대표와 가끔 적대적 관계를 형성하는 반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오세훈 전 서울시장, 황교안 국무총리와는 우호적 관계를 일관되게 유지한다. 이들을 히든카드쯤으로 여긴다고 들었다. 공천 룰 논의, 국회법 개정, 개헌발언 파동 때 김무성 또는 그의 순망치한(脣亡齒寒)인 유승민이 박근혜를 먼저 공격했고 이로 인해 박근혜-김무성 사이에 피로감이 누적됐다.”

    다른 여권 인사들 역시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나경원 의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거론하면서도 대체로 반·오·황에 더 방점을 찍었다. “반 총장, 오 전 시장, 황 총리는 박심(朴心)과 서로 말 않고도 교감하는 인물로 보인다”는 것이다.

    친박계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총선 전후로 반 총장이 부상(浮上)할 수 있다. 황 총리도 현직 총리니까 국민 사이에서 인기를 얻으면 기회가 난다”라고 말했다. 황 총리는 ‘신동아’ 9월호가 “박 대통령이 황 총리를 차기 대권주자감으로 테스트 중”이라고 처음 보도한 이후 본인의 부인에도 정치권에서 대권과 관련해 자주 거론된다.

    조 부대표는 “과거에도 ‘나홀로 주자’는 없었다. 현 구도로 그냥 가진 않는다”면서 “김무성 대안 찾기는 필연”이라고 했다. 조 부대표는 김문수 전 지사가 총선에서 살아남으면 다크호스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친박계 핵심들은 대체로 반·오·황을 ‘선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김재원 대통령정무특보(의원)는 특히 오세훈 전 시장을 대선주자감으로 높이 평가한다. 다음은 김 특보의 말이다.

    “오 전 시장을 ‘좋은 재목’으로 봐요. 또 ‘가능성이 있는 분’으로 봐요. 그분은 서울시장에서 물러날 때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인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제 국민이 복지정책에 대해 심사숙고하는 상황이 됐어요. 서울시장 중도사퇴라는 핸디캡을 어떻게 국민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느냐에 따라 우리 당의 아주 좋은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보죠. 그리고 그것이 또 평가받을 날이 오지 않을까.

    일단 (오 전 시장이) 내년 총선에서 당선되면 좋겠어요. 종로구에서 출마한다고 들었는데…. 당선되면 우리 당의 주자가 다양화하니까. 그리고 지금은 우리가 보수 색채를 강조하고 보수의 아이콘, 보수의 대표주자라고 하지만, 대선에 가까이 가면 결코 그럴 수 없거든요. 중도에 손을 뻗어야 되고, 그런 상황이 올 수밖에 없다는 거죠. 그럴 때 그분이 도움이 되죠.”

    전화 여론조사 강자는?

    이어 김 특보는 반어적으로 익살맞게 반 총장과 김무성 대표를 대비했다.

    “반 총장은 우리 당에 기반이 없어요. 그분이 막상 우리 당에 들어왔을 때 그분에게 당내 어떤 세력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 신중하게 봐야 해요. 그런데 김무성 대표가 당원 투표를 완전히 배제하고 일반국민 전화 여론조사만으로 후보를 정하는 경선 방식을 주장해요. 그 방식대로 하면 반기문 총장이 아주 유리할걸요?”

    김 특보는 황 총리에 대해선 “내각도 잘 추스르고 국정을 무리하지 않게 통할한다. 그분을 대선주자로 많이 이야기하던데…하여튼 반 총장과 마찬가지로 현실적으로 가능한 분들이 많은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야지. 당내 지지 기반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지난해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반 총장과 야당을 연결하려 했다는 이야기가 돌 무렵, 박 대통령 측과 반 총장의 관계가 소원해진 것으로 안다. 성완종 게이트에 반 총장의 형제와 조카 이름이 오르내린 것도 약간 우려를 샀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인사는 “하지만 이후 중국 전승절 참석, 새마을운동 확산, 대북구상(DMZ 평화공원)에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이 손발을 맞추면서 두 사람은 예전의 돈독한 우호관계로 돌아간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우리 정치권엔 ‘중국 산둥성 태산에서 비를 맞으면 대통령이 된다’는 속설이 있다. 우연인지 반 총장이 태산에 오를 때 비가 내렸고 그는 “어떤 곤란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유엔을 방문한 박 대통령과 7차례나 직·간접적으로 자리를 함께했다. ‘반심(潘心)’이 ‘박심’에 다가서는 것인지 그 반대인지에 대해선 여전히 해석이 분분하다.

    박 대통령은 반기문 외교부 장관 특별보좌관을 지낸 박준우 씨를 정무수석에 기용하기도 했다. 박 전 수석(현 세종재단 이사장)은 지금도 반기문 라인과 관련해 모종의 역할을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박 대통령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새마을운동에 남다른 애착을 가졌다. 반 총장은 박 대통령에게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새마을운동이 산불처럼 번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충청 출신 친박계는 동향 출신인 반 총장에게 이미 매료됐다. 충청권 ‘대체재’이던 이완구 전 총리가 성완종 게이트로 차기 후보군에서 사라진 점이 ‘충청 친박의 반기문 쏠림’을 가속화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정말 좋은 분” “세계적 자산” “대선후보는 당원과 국민이 결정하지만 대환영”이라며 일찌감치 ‘반기문 입당 환영 플래카드’를 걸었다.

    오세훈 전 시장과 관련해 한 친박 인사는 “오 전 시장은 소장파 시절부터 친박계 핵심과 인간적 신뢰를 형성해왔다”면서 “후에 친박 7인회 멤버가 된 최병렬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2004년 불출마를 선언한 오세훈 의원에게 정치 개혁 전권을 줘 오세훈법이 탄생한 것이 단적인 예”라고 말했다. 이어 이 인사는 “오 전 시장이 서울시장에 재임한 동안에도 대선주자 박근혜와의 오·박 연대설이 있었다. 지금 오세훈에 대한 박 대통령 측의 신임은 제2의 오·박 연대 가능성이 나올 정도로 돈독한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은 ‘신동아’ 10월호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배신의 정치 심판’을 말한 점에 대해 “끝까지 지도력을 유지하기 위한 5년 단임제 대통령의 몸부림과 간절한 염원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다른 친박계 의원은 “반·오·황은 공통적으로 박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에 잘 맞다. 배반의 이력이 없고, 원칙을 중시하고, 겸손하고, 말실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이 의원의 설명이다.

    “반기문이 1944년생이라는 점은 문제가 안 된다. 연륜을 중시하는 박 대통령의 관점에서 그 정도는 나이 많은 축에 들지도 않는다. 선거를 통해 유엔 사무총장직을 따낸 것을 보면 권력의지도 있다. 다만 우리 정치판 경험이 없어 ‘제2의 고건’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불식된 건 아니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격언처럼 다른 카드도 배양해놓는 게 안전할 수 있다. 오세훈은 개혁적이면서 협상할 줄도 안다. 정치를 안다. 소신을 위해 직을 던지는 패기도 있다. 페루, 르완다 같은 데서 봉사활동을 한다. 보수에게 취약한 대중성을 갖췄다. ‘50대 기수론’으로 판 자체를 뒤흔들 수도 있다.”

    “임기 후반 ‘黃 카드’ 미리 쓴다”

    황교안 총리와 관련해, 그가 어떻게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어 법무장관이 됐는지에 대해선 누구도 명확히 이야기하지 않는다. “‘왕실장’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가까웠으니…”라고 추정할 뿐이다.

    그가 6월 총리에 오른 것과 관련해 한 여권 인사는 “박 대통령은 황 법무장관을 임기 후반 총리로 쓰려고 했다. 그런데 성완종 게이트에 친박계가 줄줄이 연루되고 급기야 이완구 총리가 물러나는 돌발 상황이 발생하자 황교안 총리 카드를 미리 당겨 쓴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황교안 총리는 박 대통령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공무원 상’에 가까운 인물이라고 들었다. 깔끔한 일처리 능력, 성실함, 온화한 인상이 안정감 있는 국정 수행에 잘 부합한다고 여기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황 총리는 법무장관 시절 통진당 해산을 마무리해 체제 수호의 선봉으로 불렸다. 국감장에서 야당으로부터 거세게 공격을 받아도 설화(舌禍)를 일으키지 않고 차분하게 ‘할 말 다 한다’는 평을 듣는다. 박 대통령 주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황 총리에게서 위안을 얻으며 황 총리는 올해보다 내년이 더 기대되는 ‘높은 성장 잠재력’을 지녔다고 한다.

    검사 출신인 황 총리는 검찰 내에서 ‘김기춘 직계’로 분류됐다. 그가 총리에 지명됐을 때 경기고 72회 동기인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황교안은 김기춘의 아바타”라고 일갈했다. 황 총리는 자신이 차기 주자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말하는 것은 자유지만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김무성 대표를 마뜩잖게 여기는 박 대통령이 인적자원 총동원령을 내린 감이 있다. 반기문, 황교안, 오세훈은 3대 벤처 캐피털이다. 세 사람을 경쟁시켜 승리한 쪽에 친박계 조직을 넘겨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무성 대표의 핵심 측근인 김성태 의원은 “총선 이전엔 대선주자와 관련해 어느 쪽도 윤곽을 그려내지 못한다. 총선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김 대표에게 상당히 좋은 요인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김무성 대세론이) 굳어지는 것까지는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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