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랜드의 사회공헌 사업은 광범위하다. 강원도 폐광지역에 집중돼온 사업을 전국으로 넓혀간다. 모든 직원은 사회봉사단에 소속돼 헌신적인 봉사활동을 벌인다. 그런데 그들의 ‘선행’은 카지노의 부정적 이미지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았다.
2006년 창단한 사북초 유도부는 그간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강팀이다. 올해만 해도 동트는 동해 생활체육 전국유도대회(1월), 강원도 소년체전 및 전국소년체전 최종 선발전(4월), 교보생명컵 전국 꿈나무 유도대회(7월) 등에서 메달을 휩쓸었다. 소년체전의 경우 10명이 출전해 금메달 5, 은메달 1, 동메달 3개를 거머쥐었다. 지난해 같은 대회에선 9명이 출전해 금, 은, 동 각 3개씩 전원이 메달을 땄다.
‘유도 꿈나무’ 3남매
사북초에선 전교생이 유도를 배운다. 유도부 학생은 매일 3시간씩 훈련하지만, 나머지 학생은 방과후 시간에 단체로 배운다. 김득주 교장은 “유도를 통한 인성교육이 목표”라고 말했다. 왜 이렇게 잘하느냐는 질문에 김 교장은 “고원지대라 폐활량이 커서 더 튼튼한 것 같다”며 웃었다.
조그만 시골학교에서 유도부를 운영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처음엔 도장도, 도복도, 코치도 없었다. 하지만 강원랜드와의 인연 덕분에 어엿한 팀의 면모를 갖출 수 있었다. 강원랜드 유도 동호회 유도사랑봉사대가 창단 때부터 자비로 지원했다. 주로 카지노 안전팀 소속인 이들은 업무가 끝난 후 학교를 찾아가 기술도 가르치고 간식도 사줬다. 유도 특기생으로 주문진고등학교에 진학하는 학생에게는 합숙비와 생활비를 지원했다. 심지어 대학 입학금 일부까지 댔다. 정훈희 카지노 안전팀 대리는 “가족이 싫어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처음엔 그랬지만 나중에는 좋은 일 한다며 격려해줬다”고 말했다.
올해 강원랜드가 스포츠 인재 육성 부문에 배정한 예산은 16억 원. 강원스포츠 인재 육성에 12억 원, 폐광지역 유망주에 1억5000만 원, 인근지역 학교운동부에 2억5000만 원이다. 폐광지역은 정선군을 비롯해, 태백시, 삼척시, 영월군 등 4개 시·군이다.
스포츠 인재 육성 사업은 공모로 진행한다. 각 학교로부터 스포츠 관련 기획안을 받아 우수사업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그간 폐광지역에 국한했지만 올해부터 강원도 전역으로 확대했다. 다만 폐광지역에는 우대기준을 적용해 배정 비율을 높였다. 올해의 경우 전체 지원대상 학교(94개교)의 4분의 1이 폐광지역에 있다.
대상 학교가 많다보니 지원금이 잘게 쪼개질 수밖에 없다. 사북초의 경우 올해 750만 원을 지원받았다. 김 교장은 “학교 예산만으로는 운영할 수 없다”며 “앞으로 강원랜드가 좀 더 도와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2013년 12월 말 부임한 김 교장은 유도부 학생들이 현역 선수들로부터 원 포인트 레슨을 받는 ‘1일 이벤트’를 마련했다. 하이원스포츠단 유도팀에 소속된 이들은 올림픽을 비롯한 각종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딴 국내 정상급 선수들. 사북초 유도부 코치인 배수인 씨도 국가대표 출신이다.
유도부라고 운동만 잘하는 게 아니다. 6학년 이재인은 전교어린이회장이다. 그는 “유도를 통해 체력을 키우고 예의를 배운다”고 당찬 표정으로 말했다. 여학생 김정은은 “공부 스트레스를 운동으로 푼다”고 했다. 재인이의 목표는 검사이고, 정은이의 꿈은 청와대 경호원이다. 사북초 유도부의 명물인 송영환(6학년)-나연(5학년)-영현(4학년) 3남매도 하나같이 공부를 잘한다.
스포츠 인재 육성과 더불어 강원랜드의 대표적 청소년 지원사업으로 꼽히는 것이 하이원 원정대다. 언뜻 자전거 여행이 연상되지만, 비행기를 타는 세계 여행이다. 폐광지역 학생들에게 해외 견학의 기회를 제공해 글로벌 리더의 자질을 양성한다는 게 사업 취지. 대상은 고교 1·2학년과 중학교 3학년.
하이원 원정대의 꿈
2005년 고교생 68명을 유럽 4개국(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으로 보낸 것이 시발점이다. 이후 지난해까지 신종플루가 유행한 2009년을 빼고 9차례에 걸쳐 556명이 원정길에 올랐다. 모두 고교생이었다.
올해엔 중학생에게도 문호를 개방해 참가인원이 2배로 늘었다. 고교생 64명, 중학생 60명이다. 책정된 예산은 6억5000만 원. 고교생은 9월 독일과 네덜란드를 8박10일간 다녀왔다. 중학생 60명은 11월 말 6박7일 일정으로 중국을 돌아볼 예정이다.
하이원 원정대는 유람이나 관광을 하는 게 아니다. 단기연수처럼 현장 체험학습이 주목적이다. 흔치 않은 기회이므로 선발 경쟁이 치열하다. 2배수로 학교장 추천을 받아 서류심사와 면접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올해 강원도 소년체전에서 메달을 휩쓴 사북초등학교 유도부 학생들의 매서운 기술.(위) 강원랜드 유도사랑봉사대는 10년째 사북초 유도부를 후원한다. 맨 뒷줄 왼쪽부터 배수인 코치, 김득주 교장, 강원랜드 카지노 안전팀 정훈희 대리.(아래)
삼척시 도계읍에 있는 도계전산정보고등학교. 전교생 65명인 이 작은 학교에는 회계경영과, 금융정보과, 경영정보과, 정보처리과 4개 학과가 있다. 오후 4시, 학교가 텅텅 비었기에 까닭을 물으니 전교생이 봉사활동 하러 읍내에 나갔다고 한다. 30분쯤 지난 후 동덕천에서 쓰레기를 줍고 돌아온 김혜원, 이은서 학생과 마주 앉았다. 둘 다 2학년이다.
혜원 양은 지난해, 은서 양은 올해 하이원 원정대원으로 선발돼 뭇 학생의 부러움을 샀다. 이들은 처음 가본 나라에서 외국인에게 길을 묻거나 지도를 더듬으며 길을 찾고 버스와 기차를 탔다. 때로 고달프고 힘들었지만, 그것을 상쇄하고도 남는 기쁨과 보람이 넘치는 여정이었다.
장애우 돌봄 시설의 청년들
강원랜드가 후원하는 하이원 원정대에 선발돼 유럽 연수를 다녀온 김혜원(왼쪽), 이은서 학생. 도계전산정보고등학교 2학년이다.
그는 지난해 1학년임에도 조장을 맡았다. 연구주제는 화훼산업과 유기농. 독일과 네덜란드의 화훼농가, 바이오 파크 등을 탐방했다. 문화체험도 했다. 네덜란드에서 고흐 그림을 못 봤더라면, 원정대 여정이 덜 감동스러웠을지 모른다. ‘별이 빛나는 밤’ ‘자화상’… 책으로만 접하던 천재화가의 그림은 17세 소녀의 감성을 깊이 자극했다.
은서 양은 혜원 양과 대비될 정도로 차분한 성격이다. 미사여구 없이 할 말만 한다. 그는 지난해 원정대에 지원했다가 탈락한 아픔을 딛고 올해 다시 도전해 선발됐다. 연구주제는 자원순환 사회. 쓰레기 재활용 시설을 많이 둘러보다보니 자주 옷에 냄새가 배었다. 네덜란드 오가월드에서 음식물의 화학적 처리과정을 살펴본 후에는 온몸과 옷은 물론 신발에까지 악취가 배어 주변에 민폐를 끼치기도 했다. 그는 “떠나기 전엔 계획한 대로 잘 될지 많이 걱정했으나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어 하는 현지인들의 친절 덕분에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연수 결과에 만족해했다.
“다른 학생들에게도 꼭 도전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힘들기도 하지만 얻는 게 워낙 많기 때문이다.”
강원랜드의 모든 직원은 의무적으로 이런저런 봉사활동에 참가한다. 사회봉사단 산하에 다양한 봉사팀이 있는데, 각자의 업무와 취미에 따라 자유롭게 가입할 수 있다. 직원 한 사람당 봉사 할당량은 1년에 21시간. 활동 결과가 팀 평가에 반영되기도 하는데, 사회공헌팀 관계자에 따르면 할당량보다 많은 시간을 바치는 자발적 봉사자가 많다고 한다. 임원은 1년에 4회 이상 대외 봉사활동에 참가해야 한다. 지난해 임직원 총 봉사시간은 6만8000시간이었다.
봉사는 소통의 場
카지노 기업의 대외적 이미지를 개선하고 폐광지역 주민에게 봉사한다는 취지로 시작한 강원랜드의 사회공헌 활동은 지난해 함승희 대표가 부임한 뒤 더욱 활발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함 대표의 경우 가뭄이 한창이던 6월 정선과 태백 지역 농촌에 가서 물을 뿌리고 풀을 뽑는 봉사활동을 했다.
오후 6시, 태백시 시골에 있는 한 교회. 뒤편에 조그마한 별채가 있는데, 사람들은 이를 순례자의 집으로 부른다. 젊은 남녀 20여 명이 장애인을 수발한다. 이들은 식사 시중을 마친 후 설거지에 쓰레기 수거, 마당 청소까지 한다. 강원랜드 칩스관리팀 소속 직원들이다. 가식적으로 비치지 않는 그들의 밝은 표정에 취재진 마음도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순례자의 집은 장애우 돌봄 시설로, 자신도 장애우인 엄기소 목사가 운영한다. 고교 교사 출신인 엄 목사는 교통사고로 척추를 크게 다쳐 걷지를 못하는 1급 지체장애인이다. 이곳에 기거하는 장애우 10여 명은 하나같이 기초생활수급자다. 엄 목사는 외부 지원을 받아 이들에게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한다. 그렇게 한 지 벌써 15년째다. 그는 강원랜드 직원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들이 찾아온 지 3년 됐다. 쌀과 반찬, 과일을 갖다주고, 각종 생활용품을 제공한다. 와서 밥도 차려주고 청소도 한다. 큰 시설에는 봉사하려는 단체가 많아 순서를 기다려야 할 정도다. 하지만 우리같이 작은 시설은 빛이 안 나니 별로 안 찾는다. 오더라도 한두 번에 그친다. 그런데 유일하게 이 팀만 계속 온다. 굉장히 큰 도움이 된다.”
동행한 최갑종 사회공헌팀 차장에 따르면 봉사활동은 직원 소통의 장으로도 활용된다. 근무지를 벗어나 이런저런 대화를 자유롭게 나누면서 서로 더 잘 알고 이해하게 되면서 팀워크도 다져진다고 한다. 강원랜드 직원의 모든 봉사활동은 업무 후나 휴무 시간에 이뤄지는 게 원칙이다. 칩스관리팀은 한 달에 한 번 이곳에 와 서너 시간씩 봉사하고 돌아간다.
강원랜드의 사회공헌 활동은 카지노 개장 2년 후인 2002년 시작됐다. 처음엔 단발성 지역행사에 그쳤으나 2008년 사회공헌위원회가 발족하면서 주요 ‘사업’으로 격상했다. 이때부터 봉사활동의 체계가 갖춰졌다. 윤성희 사회공헌팀장에 따르면, 사업의 80%는 전문가집단인 외부 협력업체와 공동으로 진행한다. 강원랜드 측에서 경비를 대고 협력업체가 실행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모 교육사업의 경우 ‘함께하는 교육연구소’라는 단체가 파트너다. 모든 사업은 공모로 진행하며 사회공헌위원회의 최종 심사를 거쳐 결정한다. 위원회는 내부 3명, 외부 6명 총 9명으로 구성된다.
회사의 미래가 달렸다
그간 사회공헌 활동 대상은 주로 폐광지역 주민이었다. 비율로 보면 폐광지역 80%, 강원도 15%, 전국 5%였다. 하지만 앞으로는 강원도와 전국 대상 비율을 높일 방침이다. 이런 방침은 강원랜드 카지노의 존립 근거인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폐특법) 종료 시한과 관련된 것이다. 2025년 폐특법이 종료되면 강원랜드는 재허가를 받거나 문을 닫을 처지다. 윤 팀장은 “경영진이 향후 10년을 내다보고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경영진은 ‘회사의 미래가 걸렸다’며 혁신을 강조했다. 카지노업을 계속하려면 국민적 공감대가 중요하다. 그러려면 사회공헌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경영진의 판단이다.”
사업 내용도 정비했다. 그간 관행적으로 되풀이해온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중단’과 ‘지속’을 구분했다. 지방자치단체나 다른 기관에서 벌이는 일과 비슷해 중복 논란을 일으키거나 공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과감히 폐지하기로 했다. 아울러 중복 수혜자도 가려내 좀 더 많은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했다. 그렇다고 사업규모나 예산이 축소된 건 아니다. 사업비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230억 원이다. 이는 전체 매출액의 1.7%에 해당한다. 지난해는 이 중 163억 원만 집행했다. 올해는 190억 원 이상 집행할 예정이다.
사업 방식에도 변화를 꾀해 수혜자 밀착형을 늘리기로 했다. 외부업체에 위탁하는 형태가 많다보니 수혜자들이 강원랜드가 아닌 파트너 업체의 사업으로 오인하는 사례가 많았다는 것이다. 앞으로 사회공헌과 관련된 각 분야 전문가를 공모로 채용해 직영 사업을 늘리기로 한 것은 그래서다.
중증 장애인에게 관광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희망여행의 경우 올해부터 강원랜드 봉사단이 주관하기로 했다. 그전엔 장애인인권포럼이라는 단체가 맡아서 진행했다. 희망여행 대상자로 선정된 장애인은 제주도를 비롯한 전국 여행, 군 병영체험 등을 한다. 사회공헌팀 관계자의 얘기다.
“좋은 뜻이 돈에 묻힌다는 평이 있었다. 강원랜드의 따뜻한 마음을 전달할 필요가 있었다. 경영진은 ‘진정성 있는 봉사’를 강조했다. 그래서 올해부터 회사 자원봉사단을 투입했다.”
지난해 강원랜드 직원의 평균 봉사활동 시간은 22.3시간. 윤 팀장은 이에 대해 “강원랜드 직원은 대부분 폐광지역 출신이다. 어려서부터 어려운 환경 속에 자라 불우한 이웃을 돕는 마음이 각별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복지재단의 고충
강원랜드 사회공헌 조직은 사회공헌팀, 복지재단, 희망재단, 지역협력팀 4파트로 구성됐다. 가장 많은 예산을 쓰는 곳은 사회봉사단을 운영하는 사회공헌팀으로, 올해 예산 230억 원 중 133억을 배정받았다. 2004년 발족한 사회봉사단에는 현재 87개 팀이 있다. 테마봉사단 27팀, 팀 봉사단 42팀, 가족봉사단 18팀이다. 이어 복지재단 60억 원, 희망재단 17억 원, 지역협력팀 20억 원 순이다.
사업별로 보면 교육·장학 사업 예산이 62억 원으로 가장 많고, 복지재단, 나눔문화, 지역협력, 지역재활협력 순이다. 하이원 원정대를 비롯해 폐질환 환자를 돕는 진폐(塵肺) 지원, 도박중독자의 자활과 창업을 지원하는 하이원 베이커리 등이 외부에 알려진 대표적 사업이다.
2004년 9월 설립된 복지재단은 강원랜드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지만 독립적으로 운영한다. 지원 대상은 노인, 장애인, 아동, 진폐 재해자, 저소득층 등 사회 취약계층. 또한 사회복지시설 및 기관을 지원하고, 지역 사회복지에 대한 조사·연구도 병행한다. 재단 설립 이후 올해 8월까지 모두 575억8600만 원을 집행했다.
사업파트 배미자 대리에 따르면, 의료 지원이 호응도가 높다. 의료 지원은 이동진료, 의료비 지원, 예방의료 지원으로 나뉜다. 이 중 특히 인기 좋은 이동진료 사업에는 한방, 안과, 치과, 노인성 진료 등이 있다.
지난해 시작한 해외 휴양 프로그램도 반응이 좋다. 대상은 강원도 내 재가(在家) 진폐 재해자. 올해는 9~10월 5차례에 걸쳐 138명이 4박5일간 여행했다. 행선지는 일본 오사카와 규슈. 역사·문화 명소와 온천마을 등지를 돌았다.
어려운 점을 묻자 배 대리는 수혜자 측과의 ‘갈등’을 꼽았다.
“우리는 많이 지원한다고 하는데, 지역에선 만족하지 못한다. 지원지역 배정에 대한 의견 차이도 있다. 진폐 단체에서 불만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런데 중복된 회원이 있기 때문에 요청하는 대로 다 지원할 수는 없다.”
그는 “재단이 벌이는 사업이 지역에서 꼭 필요한 일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카지노 기업 강원랜드가, 함 대표가 강조하는 대로 ‘국민이 공감하는 사회공헌 기업’으로 거듭날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