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16일 S&P가 LH의 신용등급을 AA-로 조정하면서 세계 3대 국제신용평가사 모두 LH의 신용등급을 ‘AA’로 상향조정했다. 이는 한국 정부의 국제신용등급과 같은 것으로, 공사 창립 이래 최고다. LH는 최근 12조5000억 원이 넘는 금융부채를 감축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LH공사 진주 본사.
이처럼 짧은 기간에 부채를 큰 폭으로 줄일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LH는 첫 번째 요인으로 수입을 극대화하고 지출을 최소화하면서도 정책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사업 선순환 체제 구축을 꼽는다. 2013년 이재영 사장 부임 후 LH는 전 임직원이 임금 10% 반납에 동참하고 복리후생비를 축소하는 등 희생을 감내하는 한편, 전사적 판촉 노력과 사업방식 다각화로 자체 사업비 부담을 줄이는 등 내외부적 회생 노력을 해왔다.
공기업 최초 임금피크제
특히 공기업 최초로 CEO와 지역본부장이 1대 1로 판매경영계약을 체결하는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현장 중심으로 인력을 재배치하는 등 판매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했다. LH는 기존 단독사업방식에서 과감히 탈피했다. 민간 공동개발과 공공 임대리츠 등으로 사업방식을 다각화해 자체사업비 부담을 줄이고 민간부문 일자리도 창출하는 1석2조의 사업구조 혁신을 일궈냈다.
그 결과 이재영 사장 취임 후 27개월 만에 금융부채를 12조7000억 원 감축하며 국제신용등급 AA등급을 획득했다. 이달 초에는 채권시장 평가기관들로부터 가장 안전한 공사채(AAA) 금리로 산정되면서 국내외 기관들로부터 안정적인 재무 상태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LH는 올해 들어서만 7개월 만에 5조5000억 원의 부채를 감축했다. LH의 혁신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의미다.
LH공사 금융부채 시계를 보는 직원들.
임금피크제 도입에 난항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개의 대형 노조가 건재한 상황에서 노사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각고의 노력이 필요했다. 임금피크제 도입에 앞서 LH는 직원들과의 소통 강화를 위해 지난 7월부터 경영진의 지역본부 순회설명회를 비롯해 계층별 경영현안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 그럼으로써 노사 간의 의견차를 좁히는 데 주력했다.
주거안정 종합대책 성과
8월 7일엔 전 간부와 각 부서별 선임부장 2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현안회의를 진행함으로써 간부직원들의 주의를 환기하고, 같은 달 20일에는 사장이 직접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광역본부를 방문해 현장 직원들을 독려하고 제도 설명에 나서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사내 게시판에 경영현안 대화마당을 신설해 직원들의 아이디어와 의견을 적극 수렴,협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마찰을 최소화했다.
그간 LH는 국토 균형개발, 임대주택 건설 등 국가 정책 사업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 과정에서 생긴 부채가 오히려 발목을 잡아 공적 역할을 수행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LH가 추진하는 사업 대부분이 서민의 주거안정 문제와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부채 감축과 동시에 안정적인 사업 추진으로 균형을 이뤄나가야 하는 것이 LH공사가 안고 있던 가장 큰 난제 중 하나였다.
우려와는 달리 허리띠를 졸라매는 와중에도 LH의 대외적 성과는 매우 안정적이다. 우선 청년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추진한 행복주택사업은 올해 10월 첫 입주가 예정된 송파 삼전지구 행복주택이 80: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며 성공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기업형 임대주택 ‘뉴스테이’ 역시 1차 공모에 이어 연내에 2, 3차 공모까지 모두 마무리할 예정이다.
1년 3개월에 걸친 사전조사와 시범사업 진행, 시스템 구축 등으로 공을 들여온 주거급여사업도 7월부터 본격 가동됐다. LH공사에 따르면 주거급여사업으로 90만 명이 넘는 저소득층 국민이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국토부는 9월 2일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안정 대책을 위해, 수리비가 없어 방치된 노후주택을 연립·다가구주택으로 개량해 노인이나 대학생에게 저렴한 가격에 임대하는 방안을 LH를 통해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LH는 노후 단독·다가구주택 소유자로부터 리모델링 및 관리를 위탁받아 공급하는 방식으로 임대주택 확대에 더욱 힘쓸 방침이다.
이들 사업은 한결같이 상당한 재정과 사업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것들이어서 경영 혁신을 통한 내부적 안정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게 LH 안팎의 평가다.
지역경제 활성화 도모
올해 LH에 생긴 가장 큰 변화는 본사의 경남 진주 이전이다. LH는 6월 본사 이전을 단행하며 ‘천년의 희망 진주시대’를 열어갈 것임을 천명했다. 공공기관의 지역사회 이전을 통해 국가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혁신의 계기로 삼겠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LH의 본사 이전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넘어 공공기관의 혁신도시 사업 모범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LH의 진주 이전으로 지방세수 증대와 유관기업들의 연쇄 이전, 지역 고용 증대, 상권 활성화 등이 예견돼 진주 지역 일대의 지역경제 활성화가 가시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이미 조직과 인사 시스템을 개편해 본사 이전 과정에서 업무 공백 없이 본사와 지역본부 간 유기적 업무체계를 구축한 LH는 경상남도와 상호협력협약을 체결하고 ‘지역어울림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등 지역사회 정착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경남지역의 국토개발 사업에도 적잖은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LH는 지난 50년간 경상남도에서만 택지개발, 산업단지, 경제자유구역사업 등으로 49개 지구, 3977만㎡(1205만 평)의 토지 개발과 주택 건설을 추진하며 경남 발전에 기여해왔다. LH는 본사 이전에 앞서 도내 우량 개발후보지를 발굴해 진주·사천 항공산단, 밀양 나노산단 등 지역특화산업단지 개발에 속도를 내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또한 도내 3개 지구에 2346호에 달하는 행복주택을 조성, 연내 착공할 계획이다.
또한 LH는 찾아가는 맞춤형 사회공헌 활동을 적극 추진하고, LH타워에 지역주민 대상 홍보관과 박물관을 운영하며 역사·문화 강좌를 개설하는 등 지역 커뮤니티 거점으로 활용할 다양한 방안을 마련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