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강명, ‘한국이 싫어서’ 중에서
광복 70년을 맞은 올해 장강명의 소설 ‘한국이 싫어서’가 화제가 된 것은 시사하는 바 크다. 2030세대는 조국을 버리고 혈혈단신 호주로 이민한 여주인공 ‘계나’에게서 대리만족을 느꼈다. 한국 사회가 지옥 같아 살기 힘들다는 ‘헬조선 신드롬’의 단면이다.
2030세대에게 2015년의 한국은 어떤 존재일까. 그리고 이들이 50, 60대 기성세대가 되는 30년 후 한국은 어떤 모습일까. ‘신동아’는 창간 84주년을 맞아 현재 우리 사회의 담론으로 자리한 헬조선 신드롬의 원인을 찾고, 젊은 세대가 희망하는 ‘미래 한국’을 가늠해보기 위해 2030세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 진행은 ‘온·오프라인 리서치 기업 엠브레인’이 맡았으며, 만 20~39세 전국 남녀 1600명이 참여했다(20~24세/25~29세/30~34세/35~39세, 남녀 집단별 각 200명 동수).

설문조사 결과 2030세대의 현실 인식은 매우 어두웠다. 소득격차 등의 사회문제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도 상당히 낮았다. 신동아는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2045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키워드를 찾고자 ‘열정’ ‘행복’ ‘발전’ ‘통일’ 등 긍정적인 단어들을 제시했다. 그러나 가장 높은 응답을 기록한 항목은 ‘해당 없음’(28.8%)이었다.
영화 ‘국제시장’의 덕수와 영자는 부부싸움을 하다 애국가가 나오자 싸움을 멈추고 태극기를 향해 서서 가슴에 손을 얹는다. 덕수와 영자의 막내자녀나 손자뻘인 요즘 2030세대라면 어떨까. “‘나는 한국이 싫다’는 말에 얼마나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동의한다(51%)는 응답과 동의하지 않는다(49%)는 응답은 절반씩 비슷하게 나왔다. 둘 중 한 명은 한국이 싫은 것이다. 대한민국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뭘까. 공평하지 않고(24.4%), 빈부격차가 심하고(15.7%), 경쟁이 심하기(9.3%) 때문보다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없기(50.6%) 때문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2030세대는 오늘날 한국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소득격차(45.3%)와 일자리(30.9%)를 꼽았다. 하지만 연령별로 보면 20대와 30대의 생각이 확연하게 갈렸다. 30대는 과반수가 소득격차(51.4%)를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았지만, 20대는 소득격차(39.3%)만큼이나 일자리(38.3%) 문제를 심각하게 여겼다.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는 정치권에서 가장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대한민국 정치를 평가해달라는 요청에 10명 중 9명 가까이(86.5%)가 ‘부정적’이라고 응답했다. 나아질 것이란 희망도 정치에 대해서는 유독 약했다. ‘2045년,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지금보다 더 존경받을 것이다’란 말에 동의한 사람은 9.4%에 그쳤다.
‘너희 영어는 혀에 ‘빠다’를 바른 듯 R과 L, F와 P 발음을 잘 구별하더라. 그것도 우리 기러기 아빠들이 외로움 참아가며 너희를 어미와 함께 외국에 보냈던 덕이다.’ 김광일 조선일보 논설위원의 9월 22일자 칼럼 ‘늙는다는 건 죄가 아니다’는 기성세대가 자식 세대에 대해 가진 인식을 잘 드러낸다.
하지만 신동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030세대는 이런 기성세대 인식에 동의하지 않는다. 2030세대는 자신들이 경쟁력 있는 세대(43%)라고 자신하지도 않고, 기성세대보다 행복한 젊은 시절을 보낸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69.2%). 자신의 경제적 수준에 만족(18.1%)하는 사람도 소수다. 존경하는 사회인사(공인)를 1명 이상 가진 젊은 세대는 많지 않고(43.8%), 통일을 바라는 이도 다수가 아니다(43.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