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호

“김무성, 물러선 게 아니라 黨 지키려고 유연해진 것”

‘김무성 腹心’ 김학용 새누리당 대표 비서실장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입력2015-10-20 14: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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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무성, 원칙에 대해선 타협·양보 몰라
    • 깜냥 안 되는 사람 박아넣어 선거 어려웠다
    • 黨 일각, 과거 회귀하고 갈등 부추겨
    • 현행 공천 룰, 지나가는 소도 웃는다
    “김무성, 물러선 게 아니라 黨 지키려고 유연해진 것”
    김학용 새누리당 의원은 현재 김무성 당 대표의 비서실장을 맡고 있다. 김 대표는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이며 최근 공천 룰 개정으로 이슈의 중심에 섰다. 김 비서실장은 이런 김 대표를 지근거리에서 밀착 보좌한다. 김 대표가 개별 언론사와 장시간 인터뷰하지 않으므로 언론의 시선은 자연히 김 실장에게로 쏠린다. 김 실장의 사무실엔 수많은 기자에게 둘러싸인 채 현안을 설명하는 그의 사진이 걸려 있다.

    의원 비서관 출신인 그는 경기도의회 부의장을 거쳐 경기 안성에서 재선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국정감사 우수의원상을 5번 받았고 지난해엔 국회의원 헌정대상을 받았다. 국회 예결위 간사, 국회 정치개혁특위 간사, 새누리당 정책위 수석부의장 등 요직을 거쳤다. 집념과 성실함으로 입지전적 길을 걷는다는 평을 듣는다. ‘블루칩’ 김무성 대표의 최측근인 데다 흥미 있는 개인사를 지닌 그를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매일 안성에서 출퇴근

    ▼ 올해 국정감사에서 “문화누리카드가 성매매 업소에서 사용된다”고 밝혀 화제가 됐죠? “다음과 네이버 같은 포털이 아침마다 성, 자살, 살인 같은 자극적 제목을 노출해 접속을 유도한다”고 주장한 것도 큰 사회적 이슈가 됐습니다. 평소 어떤 생각으로 의원직을 수행합니까.

    “제가 18대 국회 때 본회의와 상임위 회의를 한 번도 안 빠졌어요. 아마 전출(全出)은 저를 포함해 두 명뿐인 것으로 아는데요. 당 대표 비서실장을 맡은 이번 19대 때도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거의 회의에 참석합니다. 저는 뛰어난 능력도 중요하지만 성실함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지역구인) 안성 집에서 출퇴근합니다.”



    ▼ 매일 안성에서 여의도를? 교통체증으로 출퇴근 시간이 오래 걸릴 텐데요.

    “보통 자정 무렵 귀가하고 새벽에 출근해요. 그 시간대엔 차가 안 밀려요. 대신 잠은 5시간만 잡니다. 행사가 있으면 안성과 서울을 하루에 두 번씩 왔다갔다 하고요. 초선 의원 때는 1년에 자동차 주행거리가 8만㎞였어요. 재선이 되고선 1년에 9만㎞를 타요. 안성 시민들이 제게 ‘선거 때보다 평상시에 더 열심히 일한다’고들 말하죠.”

    ▼ ‘안성’ 하면 생각나는 게 안성 국밥….

    “안성이 조선 중기까지 전국 3대 시장에 들어갈 정도로 경제적으로 번성했어요(안성 국밥, 나주 곰탕 등 옛날 큰 시장이 서던 곳엔 국밥이 유명한 듯하다). 철도가 안 지나가는 점, 수도권 규제에 묶인 점 때문에 개발이 더뎠어요. 저는 ‘옛 영광을 되찾겠다’는 슬로건을 내걸었죠. 최근 평택~안성~부발을 잇는 58.7㎞ 철도 건설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를 받도록 추진 중입니다. 서해안에서 동해안으로 연결되는 최초의 철도이고 서울과도 연결됩니다. 안성의 숙원인 철도시대가 곧 열릴 것으로 봐요.”

    “요새 우리가 전쟁 수준이라…”

    말을 하는 도중 김 비서실장은 “목이 너무 탄다”며 물을 찾았다. 그는 “요새 우리가 거의 전쟁 수준이라 제가 하는 일이 너무 많아서…”라며 목을 축였다.

    인터뷰 자리엔 ‘일일국회의원’이라는 명찰을 단 박모 씨가 동석했다. “안성시민을 돌아가며 일일국회의원으로 모셔 하루 동안 의원과 동행하며 의정활동을 생생하게 체험하게 한다”는 게 보좌진의 설명. 김 비서실장은 ‘민원인의 날’을 5년째 운영해왔고 최근엔 의정활동을 담은 사진들을 모아 사진전을 열었다. 점심도 안성시내 공장 구내식당에서 근로자들과 함께 먹는 일이 잦다고 한다. 그는 “시민들이 언제든 필요할 때 의원을 만날 수 있게 시스템을 갖췄다. 보좌진이 바로 조사에 나서고 해결책을 찾는다. ‘만나기 힘들다’ ‘소통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는 듣지 않는다”고 말했다.

    ▼ 의정활동 사진전은 처음 보네요.

    “선관위에서도 선례가 없다고 합니다.”

    ▼ 사진으로 보니 적극적으로 활동한 것으로 느껴지네요. 사진이 확실히 효과가 큰 것 같아요.

    “반응이 좋아 세 차례 열었고요. 2000여 명이 다녀갔어요.”

    ▼ 안성을 포함해서 수도권 지역 내년 총선을 어떻게 전망합니까.

    “지금 김무성 대표와 새누리당이 추진하는 국민공천제가 잘 도입되면 아마 의외로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고 봅니다.”

    ▼ 그렇게 보는 이유는?

    “본선에서 당선될 확률이 가장 높은 후보는 그 지역 유권자로부터 가장 신망받는 후보죠. 국민공천제는 그런 후보에게 공천을 주는 제도입니다. 과거엔 그런 사람을 떨어뜨리고 자기 식구를, 깜냥이 안 되는 사람을 박고 하니까 여러 가지로 어려웠던 거죠. 김무성 대표 들어서고 우리 당은 두 차례 재·보궐선거에서 15전 11승으로 압승했어요. 김 대표의 상향식 공천으로 후보를 결정한 것이 승리의 원인이죠. 우리 당이 국민공천제를 잘 시행하고 민생경제에 매진하면 의외의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해요.”

    ▼ 만약 거꾸로 국민공천제가 제대로 안 되고, 말씀한 대로 ‘깜냥이 안 되는 분들’이 공천을 받는다면….

    “그렇다면 아마 수도권 선거에서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겁니다. 왜냐하면 이미 국민에게 약속했고 국민이 바라는 사안이기 때문이죠. 당론으로 정했고 대다수 의원이 같은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 문제는 결국 잘 해결되리라고 믿습니다.”

    ▼ 김 대표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습니까.

    “김 대표가 원내대표일 때 제가 원내 부대표였어요. 이후 제가 원내대표단 모임 간사를 맡아 활동해왔습니다.”

    ▼ 두 분이 뭔가, 호흡이 잘 맞는 건가요.

    “뭐, 아무래도 그렇겠죠?”

    ▼ 고향도 다르고 그런데 어떻게….

    “정치인으로서 지향하는 바가 비슷해요. 김 대표는 합리적이고 선공후사(先公後私)를 중시하죠. 지금 일각에서는 ‘김무성 대표가, 쉽게 얘기하면, 너무 양보하는 게 아니냐’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원칙 없는 양보라면 문제죠. 그러나 김 대표는 ‘전략공천 하지 않겠다, 전략공천 없다, 국민에게 공천권을 드리겠다, 상향식 공천 정신 지키겠다’ 이런 원칙에 대해선 절대 타협과 양보가 없어요. 그래서 그 이외의 부분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고요.”

    “영업비밀 말씀드릴 순 없고”

    ▼ 당내 불협화음이 나면 총선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렇죠. 당 대표로서 당과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유연하게 대처하는 거지,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물러서거나 그런 건 결코 아닙니다.”

    ▼ 곁에서 보아온 김 대표의 다른 특성은 무엇인가요?

    “항상 침착하고 정무적 판단력이 뛰어나요. 우리 경제나 세계경제 관련 여러 지표를 잘 알고, 이와 관련해 상당히 많이 준비돼 있어요. 공부가 많이 돼 있어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을 갖고 있어요.”

    ▼ 김 대표가 따로 공부하는가 봅니다?

    “평상시에도 많이 하죠.”

    ▼ 어떻게 공부합니까. 교수들과 같이 토론하면서?

    “영업비밀까지 말씀드릴 순 없고. 좌우간 각계 전문가들과 시간 나는 대로 공부합니다.”

    김 대표를 따르는 여권 인사들은 “우리 당 지지율이 일관되게 높게 나오는 게 반은 박근혜 대통령 때문이고 반은 김무성 대표가 일을 잘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김 대표가 선거 때마다 압승을 거두지 않느냐”고도 말한다. 김 비서실장은 “이런 의견에 동의한다. 김 대표는 박근혜 정부를 열심히 돕는다”고 했다. 이어지는 그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늘 ‘박근혜 정부의 성공이 새누리당의 성공이고 또 정권 재창출의 출발점’이라고 말해요. 그래서 공무원 연금개혁도 우리 대표가 총대 메고 한 거고. 또 이번에 꺼져가는 노동개혁, 그것도 불씨를 살려 결국 노사정 대타협을 이뤄낸 거고.”

    ▼ 역사교과서 국정화도 앞장서던데요.

    “맞아요. 올바른 역사교과서 만들기에도 강한 의지를 갖고 있죠.”

    “당원 20%, 국민 80%로”

    김 대표의 대선주자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것에 대해 김 비서실장은 “국민이 김 대표에게 기대하는 바가 크고 재목으로 보는 것 같다. ‘신의(信義)의 정치인’ 이미지도 느끼는 것 같다. 여당 대표로서 안정적으로 변화를 이끄는 점에도 후한 점수를 주는 듯하다”고 해석했다. “김 대표는 조사결과에 신경 쓰지 않고 할 일만 한다”고도 했다.

    공천 룰과 관련해 김 비서실장은 “당이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고 당론을 정했고 전국에 이런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그것을 실천하면 되는데 혹자들이 취지를 왜곡하고 여론을 호도하면서 국민과 당원에게 혼선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 당내 소위 친박계 일각에선 ‘현역 의원 물갈이가 필요하니 당원 50% 국민 50%는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같은데요.

    “책임당원은 현역 의원들이 받았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현역에 유리한 구조입니다. 역설적으로 국민 비율이 높을수록 정치 신인이 유리한 것 아닌가요? 진정으로 현역 의원의 물갈이를 원한다면 국민 참여 비율을 높이는 게 상식이죠. 왜 이런 이율배반적 주장으로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안도 당원 30%, 국민 70%로 가는데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드리겠다고 약속했으면 그보다 더 높은 비율로 국민 참여를 보장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걸 당원 50% 국민 50%로 그냥 놔두면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일지.”

    ▼ 가장 이상적인 룰은 김 대표가 밝힌 ‘국민 100%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라는….

    “100%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는 제일 좋은데 다만 2000원씩 내는 책임당원들, 이들을 또 무시할 수 없어요. 정당의 근간이니까요. 그래서 제 개인적인 생각은 당원 20% 국민 80%로 하면, 그럼 뭐 문제가 없을 것 같아요. 현역 의원들에게 오히려 유리하지 않은 제도가 되는 거고요. 이 부분과 관련해선 당헌당규를 바꿀 필요가 있어요.”

    ▼ 당 일각에서 ‘우선추천’을 놓고 전략공천을 연상시키는 듯한 발언이 나오기도 합니다. 일부 인사는 ‘선거 전략상 TK든 강남이든 전략적으로 필요하다면 어디든 우선 추천할 수 있다’고도 해요.

    “그게 불가능하다니까요. 그건 모르고 말하는 이야기예요.”

    ▼ 친박계 한 중진이 그렇게 말했는데 그분이 잘못 안 건가요.

    “그럼요. 완전히 틀린 말이죠. 전략공천이 없어졌는데 어떻게 전략공천을 할 생각을 하는지. 우선추천은 도저히 경쟁력이 없는 경우처럼 공천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에만 제한적으로 적용하고자 만든 겁니다. 그럼에도 당내 일각에서 우선추천 지역으로 서울 강남과 대구·경북 같은 절대우세 지역을 거론하며 불필요한 갈등을 부추기고 있어요.”

    ▼ 만약 그분이 ‘없으면 새로 만들자’는 취지로 그런 말을 한 것이라면….

    “그건 불가능한 일이죠. 전략공천의 폐해가 있어 그걸 없앴어요. 그걸 다시 만들자는 건 과거로 회귀하자는 거죠. 지난해 황우여 당시 대표가 전략공천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바꾼 겁니다.”

    “안심번호는 꼭 필요한 수단”

    친박계 일부 인사들이 우선추천을 전략공천처럼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이 부분과 관련해 다소 길지만 김 비서실장의 설명을 자세히 들어봤다.

    “2014년 2월 새누리당 2차 상임전국위원회에서 당헌당규를 개정했어요. 개정안의 핵심은 ‘상향식 공천 전면 확대 실시’였죠. 전략공천 지역의 폐해로 하향식 공천이 무분별하게 이뤄진다는 지적에 따라 명칭을 우선추천 지역으로 변경했어요. 여성·장애인 같은 정치적 소수자의 추천이 필요한 지역, 추천 신청자들의 경쟁력이 현저히 낮은 지역에 한해 추천하기로 바꾼 거죠.

    최경환 당시 원내대표도 ‘도저히 경쟁력이 없는 경우 그냥 앉아서 질 것이냐, 이런 상황에 대비해 아주 예외적으로 대비한 조항으로 과거 전략지역과 똑같은 거 아니냐 하는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것’이라고 말했어요. 이런 논의를 거쳐 홍일표 의원이 오·남용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여론조사 등을 참작하여’라는 요건을 넣자고 제안해 현재의 당헌당규가 만들어진 겁니다.”

    김무성 대표가 야당과 ‘안심번호’를 합의했다 물러섰다는 논란에 대해 김 비서실장은 “안심번호는 결국 나중에 여론조사를 하기 위해 사용할 수밖에 없는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이젠 휴대전화로 여론조사를 해야 정확한 결과가 나오는데 이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컷오프에 대해서도 김 비서실장은 “지금 전략공천이 없으므로 컷오프 자체를 쓸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략공천과 컷오프는 연계돼 있다. 이미 다 정리됐다. 다 나서서 전략공천 없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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