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무부 공무원, 미국 캔자스주립대 경제학박사 출신인 그는 김우중 회장 곁에서 대우경제연구소 사장을 지낸 뒤 정계에 입문해, 지금은 ‘새누리당 최고 경제통’으로 통한다. 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 국회 예결위원장을 지냈고,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이자 ‘창조경제 설계자’로서 현재 국회 창조경제특위 위원장이기도 하다.
최근 국가·기업·가계 부채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그를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그의 책상 옆 벽 위엔 ‘박근혜 시계’가 째깍째깍 움직였다. 그 옆으로 한쪽 면을 다 차지한 책장에 그의 독서량을 짐작게 하는 장서가 가득했다.
“경제위기 임박해 불출마”
▼ 내년 총선에 불출마하는 이유가….
“총선 준비하려면 지역구에 계속 나가 있어야 해요. 그런데 제가 판단컨대 내년과 내후년에 우리나라가 굉장히 어려운 시기를 맞을 것 같아요. 세계경제의 틀이 크게 틀어지는 가운데 한국 경제가 고약한 일을 겪을 것 같아요. 그 대처 방법을 찾는 일이 더 중요하지 않나 생각했어요. 4년 더 의원으로 있는 것보다 그게 더 중요한 일 같았습니다.”
예상한 것과 다른 대답이었다. ‘불출마’를 ‘경제’와 연결할 줄은 몰랐다. “세계경제가 퍼펙트 스톰(거대 폭풍)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한 ‘미스터 둠(Mr. Doom)’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를 떠올리게 한다.
▼ 불출마를 통해 정치권에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습니까.
“불출마는 저의 개인 일일 뿐이죠. 다만 우리 국회의원, 장·차관 중에 우리 경제를 고민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걱정입니다. 나라의 지도자로서 책임감이랄까, 의무감이랄까 이런 것을 가져야 하는데….”
▼ 경제의 틀이 틀어진다는 게 무슨 뜻인지….
“세계경제의 장기 침체가 8년째거든요. 이렇게 오래 탈출구를 못 찾는 것은 ‘에너지 폭발’이 임박했다는 의미죠. 과거 성장 방식으론 여기에 대처할 수 없고 기술 발전으로 돌파해야 하는데, 우리는 과거 방식에 머물러 있어요. 사회는 분열됐고 의사결정은 지리멸렬해요. 아니나 다를까 올 들어 성장잠재력이 급속히 떨어져요.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를 상황이 가까이 오고 있습니다. 제가 함부로 표현할 수 없지만, 아주 고약한 일을 맞을 가능성이 굉장히 농후해졌어요. 세계경제 질서의 변화에 대응할 힘이 부치면 뜻밖에 많은 일이 생길 수 있죠. 재수 없는 이야기하면 안 좋으니까 구체적 사례로 말하진 않겠지만 고민해야 합니다.”
▼ 국회에 계속 남아서 일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도 있던데요.
“그렇게 얘기하는 사람이 많아요. 하지만 그러면 연구를 못해요. 택일해야 할 때가 됐습니다.”
경제위기론은 인터뷰 말미에 다시 묻기로 하고, 그가 살아온 이야기를 먼저 들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