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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 되려 했는데 암표상으로 몰렸다”

무죄 선고 ‘정윤회 문건’ 주역 조응천 前 청와대 비서관과의 술자리 대화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호날두 되려 했는데 암표상으로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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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술집이라도 안 했으면 돌아버렸을 것
  • ● 우병우 민정수석, TK 출마하리라 본다
“호날두 되려 했는데 암표상으로 몰렸다”
‘정윤회 문건’ 사건의 주역인 조응천(53)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운영하는 서울 홍익대 부근 B주점을 찾았다. 그가 청와대 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넘겨진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기 일주일 전쯤이었다. 검찰은 그에게 징역 2년을 구형한 상태였다.

기자 일행은 전복해물탕, 전어회, 소주를 주문했다. 앞치마 차림의 조 전 비서관이 음식을 들고 왔다. 명함을 건네며 자리를 권하자 그는 “지금 주문이 밀려서…”라고 사양했다. 얼마 뒤 그는 다시 우리 테이블로 와 앉았다. 그는 가끔 술잔을 기울였다. 일행과 조 전 비서관의 대화다.

▼ 여자 종업원은?

“저희 가게 ‘알바’죠.”

▼ 깁스를 했던데요.



“어느 날 다리를 부러뜨려 왔더라고요. 제가 음식을 더 날라요. (해물탕을 가리키며) 이거는 왜 안 먹어요?”

▼ (한술 떠먹으며) 국물이 진하네요. 요리를 배웠나요?

“아니, 제가 하는 게 아니고. 주방에 우리 전문 요리사가 있어요.”

▼ 변호사 할 때보다 수입이 좋나요(그는 검사로 오래 근무했고 청와대 비서관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났다)?

“월 100만 원 벌까말까. 어제는 손님 세 테이블 받았어요. 오늘은 좀 많네. 누가 ‘돈도 안 되는 술장사 와 하노?’라고 물으면 ‘돈 벌려고 하나? 시간 벌려고 하지’라고 답하죠(그는 사석에선 경상도 사투리를 쓴다).”

“돈 벌려고 하나…”

▼ 다음 주 선고 공판이죠? 판결이 어떻게 나올 것 같아요. 만약 집행유예로 나오면….

“(손사래를 치며) 에헤이~. 집행유예는 무슨. 무죄지. 제가 뭘 잘못했는데?”

▼ 손님들이 조 비서관 얼굴을 알아보나요.

“절반 정도는 알아보고 알은체해요.”

▼ 절반이면 꽤 유명한 거네요?

“‘요즘엔 TV에 왜 안 나오냐?’고도 물어요.”

박관천 경정이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한 ‘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 측근(정윤회) 동향’ 문건은 박근혜 대통령의 의원 시절 비서실장인 정윤회 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담았다. 검찰은 이 문건의 내용이 허위라고 본다. 여론 흐름은 다르다. 조 전 비서관에게 그걸 물어봤다.

▼ 여론조사에서 상당수 국민은 조 비서관이 주장한 내용을 사실로 믿는 것 같더라고요.

“아마 70%는 사실로 믿을걸요.”

▼ ‘십상시’ 모임, 정말 있는 건가요.

“(대답 안 함) 아이고, 내가 ‘입고(일부 법조인은 법정구속을 자기들끼리 이렇게 부른다)’ 되기 전에 취재하러 온 건가요? 내가 다음 주에 입고될 거로 생각하나봐.”

▼ 그건 아니고….

“어제 오셨으면, 진짜 저와 하루 종일 앉아서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했을 텐데. 오늘은 손님이 많아서…. 내일 금요일이 공휴일(한글날)이니 오늘이 불목이죠. 불타는 목요일 밤. 국물 더 따라드릴게요.”

조 전 비서관에게 안주를 하나 추천해달라고 했다. 그가 통문어 튀김을 권하길래 그걸 주문했다. 그는 “오케이” 하면서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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