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 일행은 전복해물탕, 전어회, 소주를 주문했다. 앞치마 차림의 조 전 비서관이 음식을 들고 왔다. 명함을 건네며 자리를 권하자 그는 “지금 주문이 밀려서…”라고 사양했다. 얼마 뒤 그는 다시 우리 테이블로 와 앉았다. 그는 가끔 술잔을 기울였다. 일행과 조 전 비서관의 대화다.
▼ 여자 종업원은?
“저희 가게 ‘알바’죠.”
▼ 깁스를 했던데요.
“어느 날 다리를 부러뜨려 왔더라고요. 제가 음식을 더 날라요. (해물탕을 가리키며) 이거는 왜 안 먹어요?”
▼ (한술 떠먹으며) 국물이 진하네요. 요리를 배웠나요?
“아니, 제가 하는 게 아니고. 주방에 우리 전문 요리사가 있어요.”
▼ 변호사 할 때보다 수입이 좋나요(그는 검사로 오래 근무했고 청와대 비서관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났다)?
“월 100만 원 벌까말까. 어제는 손님 세 테이블 받았어요. 오늘은 좀 많네. 누가 ‘돈도 안 되는 술장사 와 하노?’라고 물으면 ‘돈 벌려고 하나? 시간 벌려고 하지’라고 답하죠(그는 사석에선 경상도 사투리를 쓴다).”
“돈 벌려고 하나…”
▼ 다음 주 선고 공판이죠? 판결이 어떻게 나올 것 같아요. 만약 집행유예로 나오면….
“(손사래를 치며) 에헤이~. 집행유예는 무슨. 무죄지. 제가 뭘 잘못했는데?”
▼ 손님들이 조 비서관 얼굴을 알아보나요.
“절반 정도는 알아보고 알은체해요.”
▼ 절반이면 꽤 유명한 거네요?
“‘요즘엔 TV에 왜 안 나오냐?’고도 물어요.”
박관천 경정이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한 ‘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 측근(정윤회) 동향’ 문건은 박근혜 대통령의 의원 시절 비서실장인 정윤회 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담았다. 검찰은 이 문건의 내용이 허위라고 본다. 여론 흐름은 다르다. 조 전 비서관에게 그걸 물어봤다.
▼ 여론조사에서 상당수 국민은 조 비서관이 주장한 내용을 사실로 믿는 것 같더라고요.
“아마 70%는 사실로 믿을걸요.”
▼ ‘십상시’ 모임, 정말 있는 건가요.
“(대답 안 함) 아이고, 내가 ‘입고(일부 법조인은 법정구속을 자기들끼리 이렇게 부른다)’ 되기 전에 취재하러 온 건가요? 내가 다음 주에 입고될 거로 생각하나봐.”
▼ 그건 아니고….
“어제 오셨으면, 진짜 저와 하루 종일 앉아서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했을 텐데. 오늘은 손님이 많아서…. 내일 금요일이 공휴일(한글날)이니 오늘이 불목이죠. 불타는 목요일 밤. 국물 더 따라드릴게요.”
조 전 비서관에게 안주를 하나 추천해달라고 했다. 그가 통문어 튀김을 권하길래 그걸 주문했다. 그는 “오케이” 하면서 일어섰다.